[국악진흥법]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주제를 잃어버린 알맹이 없는 「국악진흥법」 간담회

  • 등록 2024.03.26 16: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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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하나 없는 거창한 간담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뒷말만 남겨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절차로 진행, 실질적인 논의와 국악계의 의견 수렴은 뒷전
시행령에 위임된 실태조사, 전문인력 양성, 지원기관 지정 등 더 많이 주목해서 논의할 내용은 거론조차 없어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주제를 잃어버린 알맹이 없는 「국악진흥법」 간담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관한 「국악진흥법」 간담회가 3월 18일 서울을 시작으로 3월 19일 강원권, 3월 20일 호남권, 3월 21일 충청권, 3월 22일 영남권을 마지막으로 국악진흥법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뒷말을 남기고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마무리 되었다. 

 

자료집 하나 없는 거창한 간담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뒷말만 남겨

 

「국악진흥법」 간담회는 오는 7월 말 시행 예정인 국악진흥법의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해 각 지역 국악인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간담회 공지의 내용과는 다르게 주최자인 문체부 직원은 단 한 명도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 주관 단체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사전에 준비시킨 패널들에게 지정된 주제를 발제하여 설명하게 하는 요식적 절차 행위로 국악진흥법 시행령에 기대를 갖고 간담회장을 찾은 국악인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갖게 했다.

 

5개 권역 중 마지막 간담회 장소인 국립부산국악원에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정희 박사가 ‘국악진흥법 제정 과정과 향후 과제’라는 모두 발언에 이어 ▲국악의 날 지정에 대한 의견(최헌, 부산대 명예교수) ▲국악의 날을 즐길 사람과 공간(이승희, 영남대 교수) ▲청년 국악인이 바라본 국악진흥법 제정에 대한 기대(이진희, 국립부산국악원 악장)를 각각 10여분에 걸쳐 제안 내용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자유토론' 시간이라 기대했으나 주제 자체가 본질이 아닌 곁가지에 치우쳐 참석자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5개 권역별 순회 중, 네번째인 충청권 간담회장인 국립세종도서관을 찾은 어느 원로 국악인은 진한 충청도 방언으로 “한 마디로 개갈이 안난다”고 간담회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했다.

 

국악인들의 여망이었던 국악진흥법이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소홀함과 주관단체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졸속 운영으로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시행령에 위임된 실태조사, 전문인력 양성, 지원기관 지정 등 더 많이 주목해서 논의할 내용은 거론조차 없어

 

「국악진흥법」 간담회는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4개 조항의 시행령을 만들기 앞서 국악인들의 기대를 모아 의견을 수렴하여 시행령에 반영시키기 위한 간담회로, 시행령으로 위임된 4개 조항을 중심으로 패널들에게 과제를 주어 그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되고 심화되었어야 하는데 정작 심도있게 다루어야 할 내용은 간과되고 간담회의 중심 의제가 ‘국악의 날’로 치우치는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 되고 말았다.

 

국악진흥법은 단순한 법안이 아니라, 국악계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국악문화의 진흥을 위한 중대한 발걸음을 상징한다. 간담회에서 중요 의제로 다뤄진 '국악의 날' 지정과 같은 조항은 상대적으로 큰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는 국악계 내에서도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널리 인정받는 부분이며, 국악의 보존과 발전을 위한 상징적인 날을 설정하는 것은 긍정적인 여론을 모으면 충분하다.

 

이번 간담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내용은 국회에서 국악진흥법을 제정하고 국악현장의 의견을 탄력적으로 수용하여 법제화하기 위해 4개 조항을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위임하였다. 위임된 4개 조항은 제6조 실태조사, 제11조 전문 인력의 양성, 제14조 국악의 날 지정, 제16조 지원기관의 지정 등이다.

 

이 조항들은 국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시행령의 중요한 핵심요소이다.

(제6조 실태조사)는 진흥법에서 국악인의 실태를 파악하는 기본적인 데이터 베이스이다. 
(제11조 전문 인력의 양성)은 무형문화재 보호법으로 국악인의 지위를 보장받는 것과 같은 국악인의 양성을 위한 법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항목이다.
(제14조 국악의 날 지정) 국가가 법으로 정하는 기념일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제16조 지원기관의 지정) 국악진흥법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진흥법에서 마련되는 제도적인 지원의 집행기관을 지정하는 내용 등이다. 

 

위의 4개 조항의 시행령을 국악인들과 국악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완급(緩急)과 경중(輕重)으로 구분한다면 제6조와 제11조, 제16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의견이 충분하게 수렴되어야 할 내용들이다.

 

그러나 전국 주요권역 순회간담회에서는 '국악의 날' 지정과 같은 단일 주제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다른 조항들을 간과했다. 이는 국악계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의 세부 사항을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시행령의 주요 목적을 놓친 것이다.

 

논란을 최소화하고 행정관청이 주도적으로 「국악진흥법」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국악인의 참여와 관심을 배제하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로 국악계가 오해하기에 충분한 이유이다.

 

시행령에서 위에 언급된 4개 조항은 국악인들이 「국악진흥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왔고 진흥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각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국악 관련 단체들이 환호했던 핵심 법안이기도 하다.

 

간담회 정도가 아니라 국악 관련 학계와 단체들이 몇날 몇일을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할 중점 과제가 되었어야 한다. 주무 기관인 문체부가 이러한 것을 모를 리 없는 일인데 졸속으로 진행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일부 국악 단체들 중에는 진흥법 관련 위원회와 TF 팀을 만들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국악진흥법」 시행령 간담회를 주최한 문체부가 이 법의 실익의 주체인 국악계와 국악인들을 배려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국민과 함께 「국악진흥법」 시행 준비한다.’는 3월 11일자 보도자료가 유일한 사전 공지의 내용이고 간담회는 전국 5개 권역을 월요일, 서울 국립국악원을 시작으로 금요일 국립부산국악원까지 5일간에 걸쳐 콩 볶듯 했다. 시간 운용계획은 주제발표 1시간, 자유토론은 1시간으로 공지되어 있으나 실제 이것은 계획일 뿐이었고 실제는 한 두 사람이 국악의 날은 이날과 저날로 하자는 정도가 토론 내용으로 고작이었다.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절차로 진행, 실질적인 논의와 국악계의 의견 수렴은 뒷전

 

부산에서 있은 마지막 간담회에 참석한 국악관련 관계자는 국립부산국악원 간담회의 사회자가 3명의 발제자의 내용에 대해서만 질의와 응답을 하라고 해서 그렇다면 ‘자유토론’이라고 하지 말고 발제 내용에 대한 질의라고 표기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결국 사회자의 권위적인 태도로 단 한마디도 발언하지 못하고 돌아와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차피 발언해도 시간에 쫓겨 사회자한테 선생님이 학생을 다루듯 무안을 당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고 한다. ‘자유토론’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발제에 대한 질의로 시간을 허비하고 끝부분에서 '자유토론'이라는 요식행위에 들러리가 된 듯해서 불쾌했다고 제보해 왔다.
 
3월 24일자 부산일보가 보도한 “‘국악의 날’ 제정 무엇이 중헌디~~ 본질 벗어난 「국악진흥법」 간담회" 제하의 기사에서 "간담회는 의견수렴 절차라고 하기엔 실망스러웠다. 문체부 직원 한 명도 현장에 없어”라고 비판적인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문체부는 국악 관련 단체들에게 시행령 간담회를 알리는 공문이라도 발송해서 국악인들의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소리라도 들으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국악진흥법」은 지난 2023년 6월 30일 국회를 통과한지 1년이 다가도록 묵혀뒀다가 시행령을 마련해 법의 발효를 두 세달 남겨두고 간담회를 쫓기듯 서두르고 전광석화처럼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악진흥법의 통과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수차례에 걸친 법안의 파기 등 수십 년에 걸친 국악인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국회 앞에서의 1인 시위, 읍소,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 등은 이 법안이 국악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법안 통과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의

어려운 과정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악타임즈가 지난 3월 18일 보도한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진행된 간담회의  문제점은 이러한 중요한 법안의 시행을 위한 과정에서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특히, 간담회 주제의 자료 등의 필요함을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간담회 주관 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는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4개 권역을 강행시킨 이유에 궁색한 해명이라도 해야 한다.

 

국악진흥법의 통과와 시행은 단순히 법률에 머무르지 않고, 국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국악의 진흥과 발전을 실제로 이끌어 내는 제도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체부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와 행동, 그리고 국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문체부는 국악예술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든든한 후견 주무부처가 되어야 한다
국악진흥법은 시행령이 마련되면 7월 중으로 공포하고 시행된다.

 

"The tail waggin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서양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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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철 기자 heri1@gugak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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