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이숭인 한시

  • 등록 2021.12.14 16: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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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시인이자 대학자

 

 

청정(淸淨)한 세계를 동경한 자유(自由)의 시인

이숭인·李崇仁

 

 

송악산(松嶽山)에 올라

 

새벽에 산을 올라

하늘까지 갔다 오니

 

산(山) 가득 눈과 얼음

켜켜이 쌓였건만

 

소년(少年)의

힘찬 다리로

한순간에 올랐네 

 

 

가는 길 어렵네

 

가는 길 어렵구나, 가는 길이 어려워라

나 한번 외치나니 그대 한번 들어보소

길 온통 가시밭이고 승냥이 범 나타나네

 

온갖 걱정 가슴 태워 창자마저 녹아날 듯

한밤중 닭소리에 춤을 금치 못하겠네

내일은 아침 문 나서면 나의 갈 길 있을까 

 

물은 능히 배를 엎고, 산은 수레 꺾는다지

그대 보지 못했는가, 장안(長安) 거리 부귀아(富貴兒)들

평생에 단 한 권 책도 읽지 않는다는 걸

 

 

강호문에게

 

눈이 녹은 매계(梅溪) 계곡

물은 의당 맑을 테고

 

대[竹] 집엔 향기 엉겨

그 기운이 성(盛)하겠죠

 

홀연히

떠나간 그대

벼슬 생각 묽겠구려

 

 

염흥방에게

 

시골살이 궁색하다 그 누가 말했던가

참으로 내 성정(性情)에 이렇게도 어울리는데

이 몸은 구름 따라 한가하고 산 좋으니 눈 더 밝네

 

지은 시는 읊어 보고 미진한 곳 고쳐 쓰며

입에 달게 밥 먹은 뒤 찻잔 향을 기울이네

전부터 이 맛 알았거늘 공명(功名) 다신 안 꾀하리

 

 

신효사 담(湛) 스님의 방에

 

쑥대풀 흰 장삼에

망형(忘形)의 경지로세

 

도(道)를 깨친 연후에는

불경(佛經)도 외지 않네

 

선탑(禪榻)에

꽃잎 지는 봄날

다호(茶壺)에선 빗소리

 

* 망형(忘形) : 육신의 존재 자체를 잊는 것으로 득도한 경지에 이름

* 선탑(禪榻) : 참선(參禪)을 할 때에 앉는 의자

* 다호(茶壺) : 차(茶)를 담아 두는 단지 모양의 그릇

 

 

밀양의 박장원에게

 

검은 머리 고향 떠나

흰머리로 돌아오니

 

그 사이 세상 연고(緣故)

꿈인가 하더이다

 

저 찾아

어디로 오실까요

승창(僧窓)인가 낚시턴가

 

 

산옹(散翁)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공무(公務)에 틈을 내어

그대를 찾았는데

 

긴긴 날 사립문만

저 홀로 열려 있네

 

승방(僧房)에

불법(佛法)을 묻는가

술잔 물고 취하셨나 

 

 

스님이 사는 암자에

 

산 북쪽 산 남쪽이

오솔길로 나뉘었고

 

송홧가루 비 머금어

어지러이 떨어지네

 

도인(道人)이

물을 길어가자

푸른 연기 물들이네

 

 

- 2018. 12. 27(목) 12:11· 소향당에서

 

 

 

 

 

 

송인숙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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