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전승교육사의 민낯 Ⅱ
1987년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 석대를 두려워하는 5학년 때 석대 반 아이들, 석대의 힘에 의해 학급의 모든 대소사는 철저하게 석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이런 석대를 무척이나 훌륭한 아이로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담임을 비롯한 교사들, 석대의 불의를 제재한 6학년 때 담임교사인 서울에서 온 젊은 남자 김선생이 떠오른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에 2002년부터 연출단장 직이 신설되어 3기, 4기 연출단장으로 4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예술 감독으로 6년, 총 10년간 역임한 김오현이 ‘엄석대’라면...
김오현을 임명한 임명권자들은 석대의 5학년 담임교사처럼 우선 눈에 보인 겉모습이 김오현의 전부라 믿었을까? 2024년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예술감독 임명권자는 석대의 6학년 담임 김선생같이 현명할까?
진도군립민속 예술단 장애인 단원 한홍수가 2024년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예술감독에 김오현 전 감독이 임명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1인 피켓시위를 함으로써 드러난 김오현의 도덕성과 악행을 되돌아보며 35년 전 읽었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올라 깊은 생각에 빠진다.
우리나라에는 ‘권불 5년’이라는 말이 있다. 권세는 5년을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지자체장의 임기는 4년이며, 지자체장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낙수같이 떨어지는 한줌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 같은 인물이 누리는 향유기간은 임기마저 없다. 그래서 이들은 물불 안 가리고 기름통 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 듯 설치고 나대는가 보다. 하지만 이들 때문에 겪는 고통과 아픔에 대한 댓가는 이들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 지자체장의 몫으로 남는다.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만연되어 있는 맹목적인 유착관계와 부조리한 공생공존관계의 아집은 무엇이 잘못인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왜 완장을 차고 있는지, 자신이 엄석대라는 것을 모르는지, 지금까지 그냥 그렇게 이어지던 일들도 목민심서 사지론四知論(천지, 신지, 아지, 자지 天知, 神知, 我知, 子知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상대방이 안다.)을 벗어날 수 없다. 그때는 지나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잘못은 드러난다. 그러므로 공공기관 행정은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처리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