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남도국악원 개원 20주년 기념 창작 작품 ‘따님애기’
공연 관람 후기는 관람자가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쓰기 때문에 극히 주관적이며 함께한 관객대부분을 대변한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올린 관계자들은 달갑지 않은 이야기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세상에 공개하고 관객에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2024. 07. 25.(목)~26.(금), 오후 7시 30분 2회에 걸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 국립남도국악원 개원 20주년 기념, 국립남도국악원 국악연주단 정기공연 작품 ‘따님애기’는 몸짓과 소리, 연주가 함께하는 춤‧음악극(국악뮤지컬)이다.
꿈을 깊게 심는 진도 여인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생산성, 대를 이어 계속되는 생에 대한 숭고한 의지를 그린 작품이라는 ‘시놉시스’로 1막 바다 – 뒤집힌 바다, 기다리는 여인, 오지 않는 닻배 노래, / 2막 땅 – 노동, 달을 머금은 여인들, 꽃계절, / 3막 섬 – 붉은 태양, 씻김살풀이, 보배(珍) / 각 막마다 3장씩 3막 9장으로 구성하여 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 성악단, 기악단이 집대성하여 진도의 신비로움을 진도씻김굿의 철학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누리집 소개 글에서 밝혔듯이 국립국악원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가꾸어 온 전통 음악과 춤을 올곧게 전승하고, 이를 온 국민이 즐기실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향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문화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동시대 예술로 다듬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나아가 세계 속에 우리 문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국립국악원이 무대에 올리는 모든 작품은 이 같은 바탕에 위의 취지가 담겨야 하고, 변화와 색깔, 무대 의상 하나까지도 누가 보아도 우리전통 춤과 음악이 와 닿아야하며 ‘우리 것이 아름답구나.’ 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립남도국악원은 전라남도 진도에 소재하며 진도 전통예술의 색깔을 분명하게 표방하고 있기에 우리전통예술의 맛과 색깔 속 진도가 더욱 더 너울거리며 춤추고 있어야 한다.
‘따님애기’가 여기에 부합되었는가? 묻고 싶다. 필자는 약 80분 정도 공연을 관람하였는데 기억에 남은 것이 없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었는지 모르겠다. 구성, 연출, 안무, 음악, 의상 등 아직도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체된 모습과 함량 미달을 지켜보느라 공연 내내 안타까웠다.
국악관현악단이 생음악을 연주하는 극이었지만 악기는 국악기여도 소리는 국악 같지 않아, 일반적인 현대 음악과 차이가 없었다. 극을 이끌지 못하고 평범하면서도 단조롭게 별다른 감흥 없이 그냥 따라갔다. 우리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내로라하는 작품을 다수 발표한 유명 중견 국악작곡가가 직접 작곡하여 지휘하였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짜증이 송골송골 맺었다.
춤은 우리 춤이라기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웠다. 단순한 동작들이 1, 2, 3막 내내 반복되었으며 형이상학적 뜻을 전달하기 위한 무리한 표현들이 불편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국립창극단 현대 창작극 색깔이 느껴졌지만 겉치레가 전부로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여기에 생뚱맞게 생황을 연주하는 춤꾼까지 등장하여 이해의 혼돈을 가져왔다. 파격적인 시도 같지만 생황연주는 악사가 하고 이 소리를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춤의 묘미가 아닌가? 거의 모든 춤꾼들의 중국인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허리 아래로 내려간 긴 댕기머리와 국적 모를 의상에 티베트풍인지 아랍풍인지 알 수 없는 저승신(儲承神) 의상까지 국악정서(情緖)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진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진도 아리랑 /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8호 강강술래, 51호 남도들노래, 71호 진도씻김굿, 81호 진도 다시래기 / 전라남도지정 지방 무형문화재 진도만가, 조도닻배노래, 진도북춤, 남도잡가 등 23종 민속예술을 품고 있다. 이 중에서 무엇을 가져와 표현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3막 끝에 스치듯 나오는 진도(珍島)와 조도닻배노래, 진도씻김굿, 노래가사 몇 마디로 ‘진도’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등 대중을 향한 모든 예술은 자기만족이나 자아도취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남기는 기록이기에 나를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하나부터 열까지 오직 보는 사람들의, 보는 사람들에 의한, 보는 사람들을 위한 예술이어야 하며 여기에 신명을 다해야 한다.
필자의 눈에 비춰진 ‘따님애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고, 진도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먼저 찾아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