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으로 풀고 신명으로 채우다… 이호연 예능보유자의 ‘굿바람 신바람’, 경기민요의 대향연 성료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호연 선생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의 소리 숨이 주관, 국가유산청이 후원한 공연 ‘굿바람 신바람’이 성황리에 열렸다.
오랜만에 펼쳐진 이번 무대는 굿의 전통적 틀을 예술로 풀어내어 관객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신명으로 풀어내는 흥겨운 소리판으로 빚어졌다.
공연의 제목처럼, 굿바람은 액운을 씻고 복을 기원하는 굿의 정서를, 신바람은 관객이 함께 어울리는 신명 나는 소리판의 의미를 담았다. 사회자 전병훈은 "혹시 바라는 일이나 떨쳐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늘 이 무대가 좋은 기운과 해원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번 무대는 제의적 색채를 덜어내고 음악성과 오락성을 살린 구성을 통해 서울·경기권 굿의 대표 거리들을 선보였다.
▲부정거리 ▲불사거리 ▲조상거리 ▲장군거리 ▲신장거리 ▲대감거리 등 굿의 전통적 질서를 따라 펼쳐진 무대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특히 불사거리에서는 김점순 명인이 특유의 재치와 끼를 발휘해 공연 전체의 흥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김점순 명인은 능청스러운 입담과 자연스러운 무대 매너로 객석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며, 굿의 진지함 속에 유쾌한 웃음을 더해 공연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어진 조상거리는 이미 고인이 된 큰 스승들을 빙의(憑依)하여 관객 앞에 다시 살아 돌아오게 하는 이 거리에서 김보연 명인은 깊은 감동을 이끌어냈다. 김 명인은 경기민요계의 큰 어른들이었던 고(故) 안비취 선생과 더불어 이은주·묵계월 선생의 모습까지 온몸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마치 그들이 이 자리에 함께한 듯한 생생한 순간을 선사했다.
(왼쪽부터)노경미, 김보연, 한진자, 김점순, 최은호 명인
이어 이호연 경기민요 예능보유자는 이별가를 통해 스승들과 마지막으로 나누는 정다운 인사를 건네며, 선후배가 함께 이어가는 경기민요의 전통과 공동체 정신을 무대 위에서 다시금 환기시켰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신명은 절정을 향했다. 장군거리와 대감거리에서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마지막 곡 액맥이 타령에서는 12달의 액운을 풀어내는 흥겨운 가락 속에 모두가 하나 되어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호연 예능보유자는 마지막 인사를 통해 공연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했다.
"굿이라고 해서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마시고 오늘처럼 흥으로 풀어내며 신명나게 살아가자"며 "경기민요와 우리 소리를 앞으로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6월 7일 열릴 문화재청 공개행사를 통해 경기민요의 아름다움을 다시 선보일 계획도 전했다.
관객과 무대가 하나 되어 박수와 웃음으로 가득 채워진 ‘굿바람 신바람’은 전통 굿의 본질과 현대적 흥, 그리고 선후배 예인들이 함께한 통합의 메시지까지 담긴 특별한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우리 소리의 깊이와 넉넉함을 다시금 확인시키며, 모두에게 잊지 못할 위안과 기쁨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