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길, 인생의 길… 이경화 명인의 70년, 전통으로 피어난 세계의 공감
공연평론 및 기획가 강신구
전통춤의 정수를 한껏 펼쳐낸 '이어춤 이경화의 춤 길 70’이 지난 7월 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이경화 명인의 춤 인생 70년을 기념하는 이번 무대는 우리 춤의 진면목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종합 콘서트이자, 국내외 15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한 대규모 전통춤 공연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날아온 교포 제자 50여 명이 무대에 함께 올랐다는 점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경화 명인에게 사사받은 이들이 먼 길을 마다않고 참여해, 우리 춤의 세계화와 글로벌 공감대를 몸소 보여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이경화 명인은 국가무형유산 승무와 살풀이춤을 이수한바, 특히 금번 살플이춤은 홀춤으로 시작하여 무대를 한껏 비천한듯 휘감은뒤, 이어 군무를 살풀이 춤의 정중동의 미를 어김없이 표출해 냄으로서 춤에 담긴 한의 깊이를 드러내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날 무대에는 살풀이춤, 민속삼북춤, 화무, 입춤, 동래학춤, 소고춤, 신바라춤, 부채춤, 고풍, 원푸리, 설북춤과 진도북춤까지 총 10여 작품이 선보였으며, 공연 내내 객석 점유율은 전석 매진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김병찬 아나운서의 품격 있는 사회와 유익한 해설도 무대의 깊이를 더했다.
이경화 명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살풀이춤은 솔로와 군무로 구성되어 깊은 울림을 전했고, 직접 재구성한 삼북춤은 북의 울림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압도했다. 흔히 추어오는 부채춤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혀 민요 가락에 맞춘 독무 형식의 부채춤은 절제와 미학, 기예가 어우러진 품격 높은 예술로 재탄생했다.
소고춤은 이경화 명인이 솔로와 군무로 직접 추었으며 사물놀이 원년 멤버인 최종실 명인이 장단을 직접 잡아 춤의 멋을 극대화한 고유의 미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경화 명인의 소고춤은 단순한 개인의 대표작을 넘어 비지정종목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역사적인 작품으로, 한국 무용계에 깊은 의미를 남겼다.
'화무'는 궁중복식에 화관을 쓰고 무원들이 추었는데, 이는 이 명인의 애제자인 단국대학교 최은용 교수가 안무를 구성해 많은 이들로 부터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고풍' 작품은 전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현, 최현우리춤 회장인 정혜진 선생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구성진 선율이 넘치는 신명으로 품격있는 춤의 멋을 한껏 지닌 여인의 은은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였으며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된 전통의 미학을 선보였다.
또한 설북춤과 진도북춤은 지협성을 배제하고 한국무용의 정수를 집약한 상징적 작품으로 다채로운 무용수들과 함께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협연의 장을 만들었다. 100여명이 펼쳐진 대장면을 연출해낸 모습은 전무후무한 스펙타클한 무대로 마지막을 장식했으며 또 미래세대의 대활약이 기대되는 한국세종청소년예술단과 리틀 오연무용단의 참신한 무대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는 춤판이었고, 한국의 전통의 혼과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예술적 자존감을 확립하는 상징적 퍼포먼스로 완성되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작품은 저작권 등록을 마친 '신바라춤'. 전통 창작의 정수를 담은 이경화 명인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명작으로 평가된다.
예악당 로비에는 이경화 명인이 직접 그린 유화와 수묵화 20여점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이 또한 예술가의 혼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으로 물들여 놓았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한 특별 출연진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봉이매방춤보존회(고경희, 정유진, 정은파), 부산동래학춤보존회(김정원 대표, 김태형 보유자 외 5명), 최종실류 소고춤보존회(윤선희, 이은솔, 이은영, 정진미), 최현우리춤원(정혜진 회장 외 6명), 연희컴퍼니 유희, 오연연무단 40여 명, 오연청소년무용단, 한국세종청소년예술단 등이 총출동해 작품마다 전통의 깊이를 풍성히 채웠다.
또한, 공연 시작을 알리는 축고는 김종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맡았고, 이충우 여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음악감독은 유인상, 민요는 송지현과 이승희가 맡아 소리와 춤의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연희컴퍼니 유희가 준비한 ‘원푸리’는 해외 공연마다 함께했던 대표 작품으로, 이번 무대에서는 임영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푸리’는 풍물의 ‘원(圓)’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풍물판으로, 사물악기와 목탁소리가 어우러진 새로운 악기조율로 조화로운 타악소리를 창출해 내어 전통적인 농악 진법과 묘미에 한껏 울림의 멋을 잘 풀어내 현대 무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구성과 연출을 시도했다.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새로운 가락과 연주법을 통해 신명나는 무대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닌, 전통을 이어온 춤꾼들과 이를 계승한 세계 각국의 제자들이 함께 만든 감동의 서사이자, 한국 전통춤이 가진 보편성과 아름다움을 재확인한 대표적인 K-컬처 공연이었다.
SHINSUNG E&G, 성북성심의료센터,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협찬과 후원도 이어지며, 민관이 함께 만든 ‘춤판’으로 기록될 이 무대는 국악타임즈의 적극적인 보도 지원 속에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 ‘이경화의 춤 길 70’은 한국 전통춤이 세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감동을 나누는 세계적 예술로 도약하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