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구름산도당굿·철산리쇠머리디딜방아 액막이놀이 정기 발표회 성료, 450년 전통과 선조의 지혜, 오늘의 무대에서 다시 깨어나다
광명의 가을 하늘 아래, 450여 년의 전통을 지닌 구름산 도당굿이 올해도 어김없이 울려 퍼졌다. 제6회 구름산도당굿 정기 발표회에서 최대숙 당주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을 향해 “소원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축원의 말을 전하며, 국태민안을 비는 굿으로 무대를 열었다.
그는 도당굿의 전통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정서와 호흡을 더한 구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해온 구름산 도당굿은 이날 무대를 통해 다시 한 번 공동체 신앙이 지닌 위안과 화합의 정신을 선명히 보여주었다.

최대숙 4대 당주
이어 열린 제6회 철산리쇠머리디딜방아 액막이놀이 정기 발표회에서는 전통 민속 속에 담긴 역병 극복의 지혜가 생생히 재현되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전염병이 돌던 시절, 마을 사람들이 디딜방아를 훔쳐와 거꾸로 세우고 제를 올려 역병을 막던 풍습을 무대화했다.
여인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덧입힌 파격적인 제의 형식은 당시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도 공동체의 염원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디딜방아를 훔쳐가는 행위조차 “빨리 가져가서 재를 지내고 우리 마을까지 역병이 번지지 않게 해 달라”는 마음으로 서로 허락하던 당시의 공동체 정신은, 오늘날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철산리쇠머리디딜방아 액막이놀이
이번 무대는 2014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으며, 평온한 마을에 역병이 퍼지고, 병든 아이의 격리와 제의가 이어지는 서사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배우들이 전문 연기인은 아니지만, 선조들의 신앙심과 생활의 지혜를 진심으로 표현한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행사에는 광명시의회 안성환 의원과 정영식 의원, 이영희 전 광명문화원장을 비롯해 지역 인사들이 참석해 전통유산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안성환 의원은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데 임웅수 회장과 광명농악보존회의 역할이 크다”며 “시의회도 전승 활동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정영식 의원은 “이 아름다운 무형유산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희 전 문화원장은 “철산리 디딜방아놀이는 대통령상 수상작이자 광명의 상징적 문화유산으로, 도당굿과 함께 지역의 정기를 대표하는 보물”이라며 “후손들이 이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 임웅수 광명농악보유자는 “우리 조상들은 의료적 수단이 없던 시대에도 슬기로운 지혜로 역병과 재난을 극복해 왔다”며 “그러한 선조들의 지혜와 공동체 정신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한 “광명시에는 구름산 도당굿, 철산리디딜방아놀이, 아방리 줄다리기 등 여섯 종목의 전통 민속놀이가 계승되고 있으며, 매년 두 종목씩 발표회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 후손들에게 전하고,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전했다.

임웅수 광명농악보유자
이번 발표회는 전염병과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가 마음을 모았던 선조들의 슬기로운 삶을 되새기고, 현대 사회의 치유와 화합에도 통하는 전통의 의미를 재조명한 자리였다. 광명농악보존회는 앞으로도 구름산 도당굿과 철산리디딜방아놀이를 비롯한 지역의 민속유산을 체계적으로 계승·보급하여, 전통문화의 뿌리를 오늘의 삶 속에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