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송헌(愚松軒) 김영삼의 우매전(友梅展)
우송헌((愚松軒) 김영삼은 “우매(友梅)는 오랜 벗이자 매화를 뜻한다.”고 한다. 이 깊은 뜻은 작품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벌써부터 우송헌 김영삼이 표현하는 벗(友)과 매화(梅)의 아름다움이 밀려온다.
우송헌 김영삼은 칠순을 코앞에 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화가 중 한 사람으로 어린 나이에 이 길을 걷기 시작하여 50년 세월을 넘기고 있다. 1958년 전남 진도에서 출생하여 호남 문인화의 거봉 금봉 박행보 선생에게 사사하였고, 청년 시절에는 의재 허백련 선생님의 화풍을 무척 좋아했으며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 했다.
1978년(20세)부터 국전 특선3회·입선5회 / 목우회 부문 우수상·특선2회 / 한국예술총연합회 예술문화상· 미술부문 대상 / 동아미술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 한글서예부문 입선·특선·서울시의장상 / 미술문화원 서예 문화상 / 포스트 모던 시 부문 신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 광주, 뉴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화랑 미술제와 끼아프 등 국내외 아트페어를 포함하여 4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호남대학교, 동국대학교, 대전대학교, 한국예술원, 뉴욕 주립대학교,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 삼성그룹 성우회, 동방대학원대학교,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등에서 강의, 외래·겸임·객원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인사동에서 ‘우송헌 먹그림집’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과 후진 양성을 하고 있다. 황금 물고기, 빛과 그림자, 해를 품은 달, 스캔들, 왔다 장보리, 옥중화,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신데렐라,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생활 등 TV 드라마 이십여 편에 문인화를 등장시켜 현대화된 문인화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벗(友)은 국어사전에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으로 표기되어 있고, 영어사전에는 친구이다. 친구란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친해져 사실상 반쯤 가족인 인간관계의 표현이다. 친구(親舊)의 친(親)은 친척, 구(舊)는 “오랜 벗”을 뜻하는 “친척과 벗”을 뜻하는 한자어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친척의 의미가 빠지고 “벗”의 의미로 한정되어 쓰이게 되었다. 한자어에서 친구는 일상적으로 말하는 구어체고, 순우리말 “벗”은 격식을 차린 문어체로 살짝 우아한 느낌이 있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사군자(四君子)는 유교 문화권에서 완전한 인격을 가졌다는 군자에 비유되어 왔으며, 동양화의 소재가 되어 왔다. 이 중 매화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다른 나무보다 꽃이 일찍 핀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꽃으로 봄을 가장 먼저 전해 준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는 음력 2월 춘한(春寒) 속에서 홀로 핀 고고한 자태가 선비의 곧은 지조와 절개로 비유되어 선비들이 매화를 그린 것은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우송헌 김영삼의 “우매전”은 우아한 벗과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표현하는 매화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순지와 선지 위에 50년 세월의 필력과 연륜으로 마음껏 표출한다. 우매(友梅)에 대한 애정과 매력, 인연과 심취를 폐부 깊숙이 전달하며 보고 즐기는 기쁨을 더할 나위 없이 선물 한다.
※ 순지 : 100% 닦으로 만든 한지 / 선지 : 서화에 쓰는 중국의 종이
1부는 매화의 자태를 담은 회화로 2014년 첫 매화전 이후 십여 년 동안 전국의 명매(名梅)를 직접 찾아다니며 그린 기록이다. 해마다 2월이면 전국의 고매(古梅)를 찾아 사생하고, 그 심경과 감흥을 화폭에 쏟아 매화를 찾아 떠난 여행의 흔적이 이곳에 담겨 있고. 탐매(探梅)한 매화에 대한 사랑이자 결과물이다. 우송헌 김영삼의 특별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매화의 부드러운 꽃잎과 향기를 담아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2부는 친구가 선문하거나 직접 지은 시와 우송헌 김영삼의 시를 옮긴 한글서예로 구성해 서로의 삶을 비춰온 우정의 시간을 한 자리에 놓았다. 십 년 동안 매일 아침 시를 주고받는 친구와의 화답으로 지금도 친구가 보내온 시를 화첩에 기록하며 매화 그림을 그려낸다. 그 시작은 친구가 보내온 한 편의 시였다. 우송헌 김영삼은 혼자 보기 아까운 마음에 그의 시를 붓으로 옮겨 쓴 것이 계기가 되어 그 꾸준함이 자신의 게으름을 다독였고, 어떤 날은 시의 한 구절이 하루의 버팀목이 되었다고 한다.

50여점의 매화는 “와룡매 – 잊히지 않는 길 / 나와 매화 / 봄날 선율 / 강인한 가녀림 / 하얀꽃 그리움 / 독수정 희망가 / 옛벗 조우 / 따뜻한 기쁨 / 자장매 소견 / 섬진강 첫봄 / 봄비 스치는 날 / 고매한 고매 / 초연한 生 / 힘들긴 하다만, 그래도 / 환생 / 굽어굽어 / 긴 이야기 담고 / 꿈결에 피우다 / 여명 / 저무는 슬픔 너머 / 일편단심 / 흑매전설 / 삶의 가락 / 흐드러짐 / 선암사 순례길 / 닿고 싶은 시간 / 빙기옥골氷肌玉骨 / 이야기 익어갈 때 / 봄 장단 / 삶의 가락 / 고불매 잔상 / 늘 그러하리라 / 고독의 무늬 / 깊은 어우름 / 매화 서옥도 / 세상 / 머무는 시간 / 선율에 감춘 그리움 / 춘몽 / 고요 / 초심의 노래 / 夢中梅 / 꿈 / 선암의 울림 / 선함에 봄기운 / 붉은 여운” 등 채색을 가하지 않고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그린 “수묵화”와 수묵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채색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수묵담채화”에 “귀함을 품고 /숨길 수 없는 / 환해오는 마음 / 마중”의 “금묵(金墨)화와 금묵담채화”이다. 이 외에도 순지에 수묵 담채로 표현한 글씨 “련 / 어느 가을 날 / 하심헌에서 / 그리는 시간 / 매화 피던 날 / 보고픈 사람”이 있다.
꾸준한 관심과 애정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 일 년과 하루를 주기로 바라본 매화나무와 친구의 모습을 남종문인화 화풍에 근거해 먹과 담채를 사용하여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필치로 선비정신과 자연의 조화가 그대로 화폭에 담겨있다.
고목에서도 봄기운이 돌면 어김없이 맑은 꽃을 피우는 신의의 벗으로 불리는 매화와 매일 아침 친구가 보내오는 삶의 희노애락 시를 붓으로 옮겨 쓴 화답은 이것이 쌓아온 인고의 시간과 환희의 기쁨이 매화의 가지처럼 굽으면서도 뻗어나가 우송헌 김영삼의 붓끝을 따라 그림과 시로 보여준다.
또한 딸인 동양화가 지완 김서율과 2020년 선지에 수묵화로 공동 작업한 “함께하는 봄”과 김서율의 작품 “속삭임 / 봄에 반하다 / 싱그러움 / 다시, 봄 / 누구 없지 / 오메나 / 새벽매화 / 까궁 / 봄봄 / 언제쯤 오시려나”가 함께 전시되어, 가족애와 대를 이어 화가 집안에 흐르는 일가의 맥(脈)이 뿌리내리는 예술 화풍에 감탄할 것이다. 김서율은 1987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 중국예술아카데미 산수화과 박사, 202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현대문인화 우수상· 목우미술대전 대상 수상자이다.
이 아름다운 잔치 우송헌 김영삼의 “우매전”에서 청초한 자태와 맑은 향기를 내뿜는 매화의 자연적인 조화와 운치를 한껏 느끼며 인간의 고결함과 무한한 인내, 정이 흐르는 삶의 따뜻한 숭고함을 찾아 큰 기쁨을 누리라, 권하고 싶다.
< 첨부 >
✱ 우송헌 김영삼 라이브 페인팅 및 축하공연 개막식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화상 대목 - 소리 윤진철, 북 이충현
✧남도민요 성주풀이·남원산·성진도아리랑 – 소리 김소진, 이이화, 김송지.
✧구음시나위 – 구음 윤진철
✧반주 - 아쟁 김영길, 가야금 송영숙, 대금 이응렬, 장구 이충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