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 명가의 저력…김금미, ‘적벽가’ 완창 내내 흔들림 없는 ‘적벽가 완창’…전통의 깊이로 무대 채우다
김금미 명창의 판소리 완창 무대 ‘적벽가’가 전통의 본령을 오롯이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서울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공연에 앞서 진행된 내빈 소개에서는 김일구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와 김영자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 등 판소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한 김승국 전통문화컨텐츠 연구원장, 곽상언 국회의원, 호산 스님, 김금미 명창의 모친인 홍성덕 전이사장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도 함께해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적벽가를 사사해준 김경숙 선생이 자리하여 의미를 더했다.
‘조자룡 활 쏘는 대목’…긴박한 서사의 정수
1부의 백미는 ‘조자룡 활 쏘는 대목’으로, 제갈공명을 호위하던 조자룡이 적장을 물리치는 장면이 빠른 장단과 기세 넘치는 전개로 펼쳐졌다. 김금미 명창은 힘 있는 통성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전장의 긴박함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1부 고수로는 임현민이 함께했다. 소리꾼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창자의 호흡을 깊이 이해한 장단으로 무대에 긴장감을 더하며, 소리와 북이 맞물리는 호흡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임현민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로, 제38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상과 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KBS 국악대상 판소리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남원시립국악단 악장으로 활동하며 무대와 현장을 오가고 있다.
‘적벽강 불 지르는 대목’…웅장함과 비애의 정점
2부에서는 적벽가의 절정인 ‘적벽강 불 지르는 대목’이 이어졌다. 거친 적벽의 강바람과 군사들의 아우성이 명창의 목소리를 빌려 객석으로 밀려올 때, 무대는 더이상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거대한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오랜 시간 무대와 관객 사이의 호흡을 체득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백의 미이자, 내면의 힘을 밖으로 응축해내는 숙련된 예술가의 경지였다. 완창이라는 고독하고도 치열한 여정 속에서 그녀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창극 무대에서 쌓아온 극적 표현력은 판소리의 눈대목마다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관객은 그 노련한 이끌림에 몸을 맡긴 채 적벽의 불길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2부 고수로 나선 이태백은 목원대학교 교수이자 아쟁산조 명인,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고법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금미 명창과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며 서로의 소리와 장단을 깊이 이해해온 예술적 동반자다. 오랜 시간 축적된 호흡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단순한 반주를 넘어 하나의 서사를 함께 만들어내는 힘으로 작용했다.
전통으로 돌아가 완창의 의미를 되살리다
이번 공연은 창자와 고수만으로 꾸며지는 전통 완창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금미 명창은 여러 인물과 상황을 오가며 소리를 풀어냈고, 고수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받쳐주었다.

김금미 명창은 국악 집안에서 3대째 소리의 길을 이어온 소리꾼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했지만 치열한 수련 끝에 자신만의 소리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전주대사습놀이 대통령상 수상과 국립창극단 활동을 통해 꾸준한 예술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창극이라는 종합예술의 정점에서 수많은 배역의 삶을 살아냈던 그녀의 경험은 소리 구절마다 깊은 서사를 입혔고, 그 울림 속에는 무대 위에서 보낸 고단하고도 찬란했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동편제의 결, 온전히 살아난 귀한 무대”
이날 공연을 지켜본 김승국은 “이번 무대는 김금미 명창의 여덟 번째 완창이자, 적벽가로는 두 번째 완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서도 가창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영웅을 호령하는 통성과 호령조가 필수적인 소리인데 탄탄한 공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 내기 어려운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금미 명창은 전승된 소리의 깊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아니리와 발림을 더해 극적 긴장감을 훌륭히 살려냈다”며 “복잡한 군사 묘사와 전쟁 장면을 자신만의 색으로 풀어낸, 참으로 귀한 완창 무대였다”고 평했다.
단단한 음색과 아니리·발림, 끝까지 무대를 끌어낸 힘
이번 공연의 백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진 김금미 명창의 단단한 음색과, 국립창극단에서의 활동을 통해 다져진 무용과 연기가 녹아든 아니리와 발림의 조화였다. 소리와 말, 몸짓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공연의 흐름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안정감 있게 끌어가는 힘을 보여주었다.
특히 남성 소리꾼에게도 쉽지 않은 ‘적벽가’를 신명나게 풀어내며, 장대한 서사와 극적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그 결과 공연 말미에는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지며 무대의 완성도를 입증했다.
김금미 명창은 공연을 마치며 “항상 곁에서 북을 잡아주며 힘이 되어준 이태백 고수에게 감사하다”고 전하며, 오랜 시간 함께해온 예술적 동행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김금미 명창의 <적벽가> 완창 무대는, 그저 소리 한바탕을 듣는 시간을 넘어 한 예술가가 벼려온 연륜이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진정한 예술의 품격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알려주는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