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악관현악단, 인문학 콘서트 '공존'으로 AI 시대 국악관현악의 새 길을 묻다
국악타임즈 정도빈 기자 |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이 오는 6월 26일 금요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인문학 콘서트 '공존'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인공지능 AI와 인간의 건설적인 공존을 주제로, 국악관현악이 첨단기술과 만나 어떤 새로운 창작 방식과 예술적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그동안 전통음악의 뿌리를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국악관현악의 영역을 넓혀 왔다. 국내 최초로 국악관현악 무대에 로봇 지휘자 '에버6'를 세운 '부재', VR 기술을 활용해 관현악의 감각을 확장한 '관현악의 기원'은 국악관현악이 전통의 보존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공존'은 그 실험을 한층 더 확장한다. 앞선 '부재'가 인간 지휘자의 부재가 가능한지를 질문했다면, 이번 공연은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창작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둔다. AI는 작곡과 작사, 협연, 공연 진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에 참여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그 결과물을 전통악기의 음색과 관현악적 호흡으로 구현한다.
공연에는 국내 생성형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가 참여해 100만 개 이상의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5편의 새로운 국악관현악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들은 AI가 만든 음악적 재료를 국악관현악의 언어로 풀어내는 초연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전통악기의 음색, 인간 연주자의 감각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다.
오프닝 곡 '데이터의 발아'는 관객 설문을 통해 수집한 감정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작곡한 작품이다. 관객의 감정이 음악의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국악관현악의 선율로 피어나는 과정을 상징한다. '알고리즘 아리랑'은 지금까지 다양한 지역과 형태로 전승되어 온 아리랑의 알고리즘 데이터를 AI가 수집하고, 편곡자가 새롭게 완성한 곡이다. 이 작품은 전통 민요의 생명력이 오늘의 기술 언어와 만나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대라는 기적'은 관객들이 남긴 '나를 위한 한마디' 메시지를 바탕으로 AI가 작사와 작곡을 맡고, AI 보컬로 노래 협연까지 참여하는 작품이다. '경계의 확장'은 인간과 AI 기술이 사운드 협연을 통해 서로 호흡을 주고받는 과정을 음악으로 담아낸다. '공존의 울림'은 AI가 제공한 아이디어가 인간의 창작을 거치며 변화하고 완성되는 과정을 국악관현악의 울림으로 표현한다.
이번 공연은 음악뿐 아니라 진행 방식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가 국립국악관현악단 전용 AI 페르소나 '지음(知音)'과 공동 사회자로 나선다. '지음'은 성격과 성향, 가치관 등을 기반으로 설계된 대화형 AI로, 무대 위에서 실시간 대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이름 그대로 소리를 알고 마음을 아는 벗이라는 뜻을 지닌 '지음'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공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지휘는 정예지가 맡는다. 그는 로봇 지휘자 '에버6'의 지휘 동작 학습을 담당했던 지휘자로, 이번 공연에서는 AI가 작곡한 음악에 인간 지휘자의 해석과 호흡을 더한다. 이는 국악관현악에서 지휘와 연주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과 장단, 호흡을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행위임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공연 구성은 KBS '남자의 자격', '불후의 명곡', SBS '런닝맨' 등을 담당한 방송 작가 김미연이 맡았다. 그는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연의 흐름을 구성하며, 다소 낯설 수 있는 AI 창작 담론을 흥미로운 무대 언어로 풀어낼 예정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인문학 콘서트 '공존'은 AI 시대의 국악이 어디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공연이다. 전통은 멈춰 있는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만나며 다시 살아나는 예술이다. 이번 무대는 아리랑과 국악관현악의 울림, 데이터와 알고리즘, 인간의 해석과 AI의 창작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로, 국악의 동시대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