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inted Hills 25-1, 41×53cm, 프레스코화(Buon Fresco), 2025
박소영 작가, '기억과 상상 속 풍경 너머' 초대전 성료
박소영 작가의 초대전 〈기억과 상상 속 풍경 너머(Beyond the Landscape in Imagination and Memory)〉가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사이아트스페이스 더플로우 갤러리에서 열리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자연과 기억, 상상, 그리고 동양철학의 '소요유(逍遙遊)' 정신을 하나의 회화 언어로 풀어낸 자리였다. 전통 산수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과 미국 오리건주의 독특한 자연경관인 Painted Hills 연작을 함께 선보이며 현실과 이상, 기억과 상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풍경을 제시했다.

Painted Hills 26-1, 45.5×53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6
박소영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술교육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오리건 예술공예대학(Oregon College of Art & Craft) 방문학자를 지냈다. 지금까지 22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한국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자연을 통해 현실을 넘어서는 '소요유'의 세계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장자의 철학인 '소요유(逍遙遊)'이다. 이는 세속적 가치와 현실의 속박을 초월해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는 정신적 경지를 의미한다.
박소영 작가는 현실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수묵으로 표현한 구름과 하늘 위에 상상과 기억 속 자연을 겹쳐 그려내며 현실과 관념이 중첩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화면 속 자연은 실제 풍경이면서 동시에 인간 내면의 이상향이 된다.
미술평론가 이승훈은 "작가는 현실의 척박함과 인간의 한계를 암시하는 묵직한 화면 위에 상상적 이미지를 중첩시켜 피안(彼岸)의 세계를 제시한다"며 "현실과 이상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화면 안에서 서로를 구축하는 관계로 전환시키며 내적 초월의 경험을 회화적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억과 상상이 만나는 Painted Hills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0여 년 전 미국 오리건주 존 데이 파실 베드 내셔널 모뉴먼트(John Day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에서 직접 마주했던 자연을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한 Painted Hills 시리즈도 함께 소개됐다.

Painted Hills 26-1, 45.5×53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6
다양한 광물층이 만들어낸 오리건주의 독특한 지형은 오랜 시간의 퇴적과 침식이 빚어낸 자연의 기록이다. 작가는 당시 자연 앞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숭고함과 경외감을 현재의 기억과 상상으로 재구성하며 시간의 축적과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냈다.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한 'Painted Hills 25-1'을 비롯해 장지에 수묵채색으로 완성한 'Painted Hills' 시리즈는 자연이 품고 있는 시간성과 인간의 내면이 만나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전통 산수를 현대 감각으로 다시 쓰다
박소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대표 연작인 '유어산수(遊於山水)' 시리즈도 함께 선보였다.
'유어산수 26-1', '유어산수 26-2', '유어산수-인왕제색도 26-3', '유어산수-산수도 26-4', 그리고 대형 작품 '유어산수 21-3' 등은 전통 산수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의 기억과 사유를 담아낸 작품들이다.

유어산수(遊於山水) 26-2, 40×40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6

유어산수(遊於山水) -인왕제색도 26-3, 40×40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6
특히 조선 산수화의 대표작인 인왕제색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에서는 전통 회화의 조형성과 현대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한국화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연은 기억과 상상이 만나는 공간"
박소영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그동안의 작업은 야외를 거닐며 자연과 우주를 명상하고 사색하는 과정이었다"며 "하늘과 구름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상의 매개체이며, 체험한 공간과 관념적인 공간을 오가면서 기억과 상상 속 공간을 현재의 공간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Painted Hills 26-5, 45.5×53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6
이어 "Painted Hills에서 경험했던 자연의 숭고미와 경외감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기억 속에서 불러내어 화면에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인간의 기억과 상상, 그리고 철학적 사유가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하며 현대 한국화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현실의 풍경 위에 이상향을 겹쳐 그려내는 박소영 작가의 화면은 관람객들에게 '소요유'가 말하는 자유와 초월이 결국 우리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