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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승무는 한 사람의 삶을 담는 춤"… 정진욱, 서울 첫 승무 완판으로 예술 인생을 펼치다

김묘선 '승무이야기' 일곱 번째 무대… 국수호·유인화·장순향·최창덕·윤중강 등 춤계 원로 총출동
"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인생의 여정"… 전통춤의 깊이를 되새긴 감동의 무대

 

"승무는 한 사람의 삶을 담는 춤"… 정진욱, 서울 첫 승무 완판으로 예술 인생을 펼치다

 

서울특별시 후원, 김묘선 발림무용단이 주최한 강북솔밭국악당 상설공연 '승무이야기'의 일곱 번째 무대가 정진욱 교수의 승무 완판 공연으로 펼쳐졌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정진욱 교수는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승무 전 과정을 선보이며 오랜 세월 다져온 자신의 예술세계를 관객들에게 온전히 펼쳐 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국수호 명무를 비롯해 유인화 한국춤평론가회 회장, 최창덕 우봉이매방춤보존회 부이사장, 장순향 명무,  윤중강 평론가, 이주영 평론가, 송미숙 교수 등 한국 춤계를 대표하는 원로 예술인들이 참석해 무대의 의미를 더했다.

 

 

공연에 앞서 김묘선 이사장은 승무의 상징성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했다. 그는 "승무를 한 마리의 애벌레가 어둡고 차가운 번데기 속 시간을 견뎌 마침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분도 있다"며 "염불과 타령, 굿거리, 법고를 거쳐 마지막 합장에 이르는 여정은 결국 인간이 번뇌를 이겨내고 해탈에 이르는 삶의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정진욱 교수는 오랫동안 창작무용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전국무용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창작 안무가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 바탕에는 언제나 전통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우봉 이매방류 춤사위를 오랜 세월 연구하며 전통의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정진욱 교수에게 이번 서울 승무 완판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통춤을 이어온 예술가들이 충분한 공연 기회를 얻지 못했던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수련을 이어왔고, 이번 무대는 그 긴 시간의 결실을 서울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온전히 선보이는 자리였다.

 

정진욱 교수는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오랜 세월 몸에 새겨온 호흡과 절제된 움직임으로 승무가 품고 있는 삶의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냈고, 그 깊은 울림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승무에 이어 국수호 명무가 창안한 '화랭이춤'이 무대에 올랐다. 화랭이는 경기도 도당굿에서 춤과 음악을 맡았던 창부들을 일컫는 말로, 이날 이석원이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석원 명무

 

화랭이춤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국수호 명무는 정진욱 교수를 향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정진욱 교수는 수십 년 전부터 눈여겨본 경상도 지역 최고의 춤꾼 가운데 한 사람"이라며 "지역에서 활동하면서도 끊임없이 서울을 오가며 스승들에게 배우는 열정과 끈기를 잃지 않았고, 특히 최현 선생의 춤을 가장 맛있게, 또 그 정신까지 가장 잘 표현하는 춤꾼"이라고 평가했다.

 

김묘선 이사장과 국수호 명무

 

이어 소개한 화랭이춤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 서울시립무용단을 위해 안무한 작품으로, 경기도 도당굿의 창부와 화랑 정신에서 착안했다"며 "장단 변화가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이어서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인 만큼, 무용수의 기량과 예술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덕상류 소고춤이 차례로 공연됐다. 박덕상류 소고춤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운보(運步)와 힘찬 도약,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흥과 신명을 극대화하며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박덕상 명무

 

공연의 마지막은 정진욱 교수의 대표 레퍼토리인 '영남산조춤'으로 장식됐다. 고(故) 최현 선생의 춤세계를 바탕으로 영남 지역 춤사위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님을 향한 기다림과 그리움, 여인의 희로애락을 부채와 섬세한 춤사위에 담아냈다. 절제와 여백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 표현, 그리고 가야금과 아쟁 산조가 어우러진 음악은 한국춤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더욱 깊이 있게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승무를 비롯해 화랭이춤, 살풀이춤, 소고춤, 영남산조춤까지 한국 전통춤의 다양한 미학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며, 전통춤이 예술가의 삶과 수행, 그리고 우리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예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무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