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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박애리 명창, 강원도립극단 ‘까만 인절미’서 어머니 이성례로 변신

판소리·민요·마당극·추임새 어우러진 새로운 ‘우리소리극’… 1839년 기해박해 속 모성 그려
이영태 명창, 음악감독·작창·출연에 단원 전통음악 교육까지… “소리와 북·장구 가르치며 큰 보람”
강릉 시작으로 속초·철원·원주·춘천 순회… 박애리의 소리와 연기 새로운 도전 주목

 

박애리 명창, 강원도립극단 ‘까만 인절미’서 어머니 이성례로 변신

 

강원도립극단이 판소리와 연극, 우리 전통의 몸짓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우리소리극’을 선보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창 박애리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2026 강원도립극단 올해의 공연 ‘까만 인절미’가 오는 8월 28일 강릉을 시작으로 속초, 철원, 원주, 춘천 등 강원지역 순회공연에 나선다.

 

‘까만 인절미’는 우리 공연예술의 전통인 판소리와 민요, 마당극, 추임새, 떼창 등을 현대연극의 문법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국악을 바탕으로 한 소리와 연주를 중심에 놓으면서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더해 우리 민족의 정서에 잠재된 한(恨)과 흥(興)을 오늘의 무대 위에서 새롭게 풀어낸다.

 

강원도립극단은 이를 ‘우리의 말과 소리, 몸짓으로 태어난 우리소리극’으로 정의한다.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연극과 판소리, 음악과 몸짓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공연 양식을 만들어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1839년 기해박해 속 한 어머니의 삶

 

작품의 배경은 1839년 헌종 5년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거세게 일어났던 기해박해다.

 

‘사학쟁이’라는 죄명으로 네 자녀와 함께 감옥에 갇힌 최경환·이성례 부부. 이들은 조선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부모이기도 하다.

 

남편이 순교하고 두 살배기 막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이성례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나는 천주를 모르오”라며 배교를 선언한다. 그러나 배교자라는 멸시와 죄책감 속에서 다시 자신의 신앙을 선택하고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아들 의정은 어머니의 목을 벨 망나니 희광에게 까맣게 손때 묻은 인절미를 건네며 부탁한다.

 

“울 엄마 목, 한 번에 베어주세요.”

 

작품의 제목인 ‘까만 인절미’는 이 가슴 아픈 장면에서 비롯됐다. 까맣게 때 묻은 인절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향한 어린 자식의 애절한 사랑을 상징한다.

 

작품은 종교적 순교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자식을 위해 신앙을 버렸던 어머니, 다시 자신의 신념을 위해 생명을 버린 어머니의 삶을 통해 ‘우리는 왜 인간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모든 가치를 합리성과 유용성으로 판단하기 쉬운 시대에 인간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미련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박애리, 명창에서 배우로… ‘이성례’의 한과 사랑 노래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주인공 이성례 역을 맡은 박애리 명창이다.

 

창극 ‘메디아’, ‘청’, ‘춘향’ 등 수많은 무대를 통해 탄탄한 소리와 표현력을 인정받은 박애리는 이번 작품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와 사랑, 신앙과 모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소리와 연기로 풀어낸다.

 

앞서 국악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도 박애리는 ‘까만 인절미’ 연습에 참여하고 있음을 밝히며 새로운 장르와 연기에 대한 도전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오랜 시간 판소리와 창극 무대에서 활동해 온 박애리가 현대연극의 문법과 우리소리가 결합된 작품에서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특히 ‘까만 인절미’는 박애리가 지닌 판소리의 깊은 성음과 연극적 표현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울부짖음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박애리의 소리와 연기는 작품의 정서를 이끄는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이영태 명창, 음악감독·작창·출연 넘어 단원들에게 전통음악 전수

 

이번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영태 명창의 역할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이영태 명창은 ‘까만 인절미’의 음악감독과 작창을 맡아 작품 전체의 음악적 틀과 소리를 구축했다. 특별출연자로 직접 무대에도 오른다.

 

특히 이영태 명창의 역할은 공연을 위한 음악 창작과 출연에 그치지 않았다. 작품 준비 기간 동안 강원도립극단 단원들에게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 전통소리와 북, 장구 등 전통악기를 직접 지도하며 배우들이 우리 음악의 장단과 호흡을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이영태 명창은 단원들에게 소리와 북, 장구 등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는 ‘까만 인절미’가 한 편의 공연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원도립극단 배우들에게 전통예술의 기예를 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극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강원도립극단 단원들에게도 이번 작업은 특별한 경험이 됐다. 배우들은 전통소리의 발성과 호흡을 익히고 북과 장구의 장단을 직접 배우면서 우리 전통극을 보다 폭넓게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량을 쌓았다. 한 작품의 완성을 넘어 극단 배우들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하는 교육과 전승의 장이 된 셈이다.

 

이는 강원도립극단이 내세우는 ‘우리소리극’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전통예술인을 단순히 작품에 참여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판소리 명창이 배우들에게 직접 소리와 장단을 전하고, 배우들이 이를 자신의 연기와 몸짓 속에 체화함으로써 연극과 전통예술의 실질적인 결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리·춤·음악 창작진 집결… 새로운 ‘우리소리극’ 실험

 

창작진도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예술인들로 구성됐다.

 

예술감독·작·연출은 김경익, 음악감독·작창은 이영태, 작곡·편곡은 정원기, 안무감독은 이영일이 맡았다. 음악조감독·작창 최한이, 안무조감독 홍정윤을 비롯해 조연출 고성준·박지현, 라인PD 김영봉, 무대감독 박채민 등이 제작에 참여한다.

 

강원도립극단은 이처럼 소리와 몸짓, 음악과 연극 분야의 창작진을 한자리에 모아 오래된 전통에 오늘의 감각을 더한다. 서로 다른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기존 창극이나 음악극과는 또 다른 독자적인 ‘우리소리극’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출연진에는 박애리를 비롯해 홍지수, 박철웅, 강왕수, 이동준, 추보경, 최강현, 이은혜, 장정은, 장건우, 이영일, 이지연, 강보미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영태 명창이 특별출연한다.

 

8월 28일 강릉서 첫 무대… 강원 5개 지역 순회

 

‘까만 인절미’는 8월 28일 오후 7시 30분과 29일 오후 2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막을 올린다.

 

이어 9월 4일 오후 7시 30분·5일 오후 2시 속초문화예술회관, 9월 10일 오후 7시 30분 철원화강문화센터, 9월 19일 오후 1시·5시 원주치악예술관, 9월 29일·30일 오후 7시 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관람 연령은 14세(중학생) 이상이다.

 

‘까만 인절미’는 1839년 기해박해라는 역사적 사실에 연극적 상상력을 더해 제작된 작품으로, 극적 구성을 위해 일부 사건의 시기와 전개, 인물 관계는 실제 역사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박애리의 소리와 연기, 이영태 명창의 작창과 전통음악, 강원도립극단 배우들의 새로운 도전이 어우러진 ‘까만 인절미’가 우리 소리와 현대연극의 만남을 통해 어떤 새로운 무대 언어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