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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인간의 존엄은 얼마에 팔리는가… 칠레 현대희곡 걸작 '개들이 짖게 내버려 둬라' 한국 초연

극단 경험과상상, 중남미 희곡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 선보여
권력과 부패, 정의와 양심, 인간 존엄을 묻는 사실주의 사회극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에서 공연

 

인간의 존엄은 얼마에 팔리는가… 칠레 현대희곡 걸작 '개들이 짖게 내버려 둬라' 한국 초연

 

극단 경험과상상이 2026년 여름 선보이는 '중남미 희곡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 《개들이 짖게 내버려 둬라(Deja que los perros ladren)》​를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에서 공연한다.

 

이번 작품은 국내에서는 처음 무대에 오르는 한국 초연으로, 칠레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극작가 세르지오 보다노비치(Sergio Vodanović)의 대표작이다. 권력과 부패, 언론 통제,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향한 저항을 치밀한 사실주의로 그려낸 작품으로, 발표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극단 경험과상상이 기획한 '중남미 희곡 프로젝트'​의 두 번째 무대다. 프로젝트는 아르헨티나 작품 《광기의 빵》, 칠레 작품 《개들이 짖게 내버려 둬라》, 멕시코 작품 《시늉하는 자》​를 각각 2주씩 총 6주간 연속 공연하는 대형 기획으로, 사회적 정의와 인간의 양심을 주제로 한 중남미 현대희곡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권력 앞에 선 한 공무원의 선택

 

작품은 산티아고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공무원 에스테반이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사를 폐쇄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면서 시작된다.

 

직접 현장을 확인한 그는 폐쇄 사유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만, 권력은 언론과 조직을 동원해 그를 압박하고 직업과 가족을 위협한다.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단 한 번의 타협을 선택한 에스테반은 점차 자신의 신념과 존엄을 잃어가고,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불의에 맞서는 길을 선택한다.

 

작품은 권력에 굴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존엄을 거래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존엄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

 

공연은 철학자 칸트가 말한 '존엄'의 개념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주인공 에스테반은 법과 정의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존엄이라고 믿으며 살아온 인물이지만, 현실의 권력 앞에서 점차 자신의 신념을 돈과 권력으로 교환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승리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인간으로 남기 위한 싸움을 선택한다.

 

작품은 정의와 양심, 권력과 타협,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작가 탄생 100주년 맞아 더욱 뜻깊은 한국 초연

 

이번 공연은 작가 세르지오 보다노비치 탄생 100주년에 맞춰 이뤄지는 한국 초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작가의 딸 밀레나 보다노비치는 극단 경험과상상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아버지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준비해 준 데 큰 감동을 받았다"며 "칠레 초연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공연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격스럽다. 특히 올해가 아버지 탄생 100주년인 만큼 이번 한국 초연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극단 경험과상상은 "유족이 보내온 메시지는 단순한 번역 공연을 넘어 작품의 정신을 오늘의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하려는 노력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초연이라는 책임감으로 세르지오 보다노비치가 남긴 질문을 관객들과 진정성 있게 나누겠다"고 밝혔다.

 

"승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남기 위한 투쟁"

 

연출을 맡은 류성 극단 경험과상상 대표는 "에스테반의 싸움은 승리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인간으로 남기 위한 투쟁"이라며 "불의와 타협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인간의 존엄은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가치인가라는 질문을 오늘의 한국 사회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성 대표는 극단 경험과상상을 이끌며 《정의의 여인들》, 《배심원들》, 《뮤지컬 우키시마마루》 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중남미 연극의 새로운 지평 열다

 

극단 경험과상상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공연계가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중남미 현대희곡을 소개하며 한국 연극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희곡 중심의 국내 공연 환경에서 중남미의 역사와 사회를 담은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선보이며,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관객들과 함께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에는 류성, 오정민(객원), 이정아, 유정숙, 김지선, 백지은이 출연하며, 공연은 8월 12일까지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에서 이어진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4시이며 휴관일 없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