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회원 없는 한국국악협회?…반복된 법원 판결이 드러낸 회원자격의 구조적 문제
한국국악협회를 둘러싼 이사장 선거 무효 소송과 직무정지가처분 사건이 잇따르면서 협회의 근간인 ‘정회원 자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관은 정회원 자격 취득에 ‘이사회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고, 회원규정은 ‘1년 이상 회비를 체납한 회원은 자동으로 회원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재 중앙회의 정회원 명부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6년 3월 5일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으로 무투표 당선된 우종양에 대해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이사장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영희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했다.
정회원의 첫 번째 조건은 ‘이사회 승인’
한국국악협회 정관 제5조는 일정한 경력 요건을 갖춘 사람이 임원·분과위원장·정회원의 추천을 받고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정회원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이미 2021년 이사장 선거무효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농악분과에 신규 가입한 152명이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정회원으로 처리됐고, 법원은 이들을 적법한 정회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협회가 이사장의 가입 승인이나 회비 납부만으로 정회원이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관상 이사회 승인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다른 분과와 회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다.
국악타임즈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홍성덕 전 이사장 재임기간인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농악분과뿐 아니라 다른 분과에서도 이사회를 통한 정회원 승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를 1년 이상 안 내면 ‘자동 자격 상실’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회원규정 제5조는 “1년 이상 회비를 체납한 회원은 자동적으로 회원의 자격이 상실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우종양 직무정지가처분 결정에서도 법원은 우종양이 2021년과 2022년 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적어도 2022년부터 정회원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과 별개로 향후 짚어볼 대목은 회비 미납만으로 정회원 자격을 자동 상실시키는 것이 정관과 하위 규정의 관계에서 적정한가 하는 문제다. 한국국악협회 정관 제7조는 회원의 의무로 회비와 기타 제부담금의 납부를 규정하고 있지만, 회비를 1년 이상 체납하면 회원자격을 상실한다는 내용 자체는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다.
특히 정관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은 회원자격 박탈을 하위 규정이 정하는 것은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는만큼향후 본안에서는 정관의 위임 범위와 규정 간 효력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가처분 재판부는 현재의 회원규정 제5조를 적용해 1년 이상 회비를 체납한 우종양의 정회원 자격이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이용상·남정태·우종양도 같은 기준 적용될 수 있어
이용상 전 이사장과 남정태, 우종양 등도 홍성덕 이사장 재임기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가입할 당시에도 현재와 동일하게 이사회 승인이 정회원 자격의 필수 조건이었고 실제 승인 결의가 없었고 이들 역시 회비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최초 정회원 자격 취득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한다.
이번 가처분 결정은 남정태를 정회원으로 전제했지만, 남정태가 최초 가입 당시 이사회 승인을 받았는지까지 별도로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법원은 우종양의 회비 미납과 피선거권 문제만으로도 가처분을 인용하기 충분하다고 보고 나머지 주장에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몇몇 개인의 문제를 넘어 홍성덕 재임기간 신규 가입자 전체의 회원자격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임웅수·이용상·우종양까지 반복된 법적 분쟁
한국국악협회의 이사장 선거를 둘러싼 분쟁은 반복되고 있다.
2020년 임웅수 이사장 선거는 농악분과 대의원 구성 문제로 무효가 됐고, 2022년 이용상을 이사장으로 선출한 임시총회 결의 역시 대의원 구성의 하자로 무효가 됐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거쳐 확정됐다.
이어 2026년 무투표로 당선된 우종양은 이번에는 본인의 정회원 자격과 피선거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세 사건은 결국 ‘누가 적법한 정회원인가’라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정회원이 제대로 확정되지 않으면 분과별 회원 수와 대의원 배정이 흔들리고, 이는 다시 총회 구성과 이사장 선거의 적법성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책임 공방보다 ‘회원 구제 방안’ 마련해야
한국국악협회가 반복되는 법적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못된 회원자격을 가려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협회의 잘못된 행정과 장기간의 관행을 믿고 가입해 활동해 온 회원들에게 그 책임을 모두 돌리는 것 역시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협회가 정관에 따른 이사회 승인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정회원 자격에 문제가 생긴 회원들을 어떤 적법한 절차를 통해 구제하고 정상적인 정회원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1년 이상 회비 미납 시 회원자격이 자동 상실되도록 한 현행 규정에 대해서도, 체납 회비를 완납한 기존 회원이 어떤 절차와 요건을 갖추면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지 명확한 복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소송이나 책임 공방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으면서도 선의의 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해결이다. 정회원 신규 인정, 자격 회복, 회비 체납 회원의 복권 절차를 명문화하고 이를 투명하게 적용하는 것, 그것이 반복되는 한국국악협회 사태를 끝내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