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인에서 시민까지, 세대를 넘어 하나 된 우리 소리… ‘삼대의 울림’ 한가위 신명 펼쳤다
한가위를 앞둔 서울놀이마당에 세대를 잇는 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이 퍼졌다.
사단법인 국악진흥회 송파지회가 서울특별시 민간 국악공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9월 20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울놀이마당에서 개최한 ‘2026 한가위 가·무·악 대축제-삼대(三代)의 울림)’은 전통예술의 전승이 명인에서 전승자로, 다시 청소년과 시민에게로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문화임을 보여준 자리였다.

특히 이날 공연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들이 중심이 된 수준 높은 전통예술 무대에 청소년과 시민 동호인들의 참여, 판소리와 재즈의 만남까지 더해지면서 ‘전승과 확장’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담아냈다.
서울놀이마당이라는 열린 공간 역시 이번 공연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일방적인 공연에서 벗어나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웃고, 추임새를 넣으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판을 만들어갔다.
웅장한 타악으로 연 축제의 문
공연의 시작부터 서울놀이마당에는 신명이 넘쳤다. 송파구립민속예술단이 웅장한 타악 대합주와 버나돌리기로 축제의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축제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는 시작이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국가무형유산 대금산조 보유자 이생강 명인의 대금 소리가 서울놀이마당을 채웠다.
오랜 세월 우리 음악과 함께해 온 명인의 대금은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 깊은 호흡에서 우러나는 농익은 소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친숙한 ‘칠갑산’과 ‘목포의 눈물’이 대금 선율로 펼쳐지자 전통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까지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국가무형유산 대금산조 보유자 이생강 명인
사자가 뛰고 줄광대가 날았다… 살아 있는 전통연희
북청사자놀음이 시작되자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커다란 사자가 마당을 누비며 익살스러운 몸짓을 펼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쁜 액운을 몰아내고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북청사자놀음의 의미는 한가위를 앞두고 열린 이날 축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예인집단 아재가 펼친 줄타기 역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줄광대가 외줄 위에서 아슬아슬한 기예를 펼칠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예인집단 아재의 줄타기
줄타기의 매력은 재담을 통해 관객과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고, 관객의 반응을 다시 공연으로 끌어들이는 전통연희로 한가위의 흥취를 미리 알렸다.
청소년과 시민이 소리의 주인공이 되다
이번 축제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 것은 시민 동호인과 청소년들이 함께한 판소리 무대였다.
전문 예술가들만의 무대 사이에 시민과 청소년이 직접 올라 판소리 ‘수궁가’의 주요 대목을 부른 것은 ‘삼대의 울림’이라는 공연 제목을 단순한 수사에서 실제 무대로 확장시켰다.

노은주 판소리합창단
전통의 전승은 반드시 전문예술인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듣는 사람이 부르는 사람이 되고, 관객이 다시 전통문화의 향유자이자 전승의 주체가 될 때 우리 음악의 저변은 더욱 넓어진다.

노은주 국악진흥회 송파지회장과 이생강 명인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무대는 기량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우리 소리를 좋아하고 직접 배우는 시민들이 무대의 주체로 나섰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판소리와 재즈의 만남… 전통은 오늘도 변화한다
노은주 국악진흥회 송파지회장이 재즈 밴드와 함께 선보인 ‘재즈 크로스오버×판소리’는 이날 공연 가운데 전통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판소리 ‘흥보가’ 가운데 흥보 부부가 박을 타는 ‘박타령’을 재즈 밴드와 결합해 색다른 음악으로 풀어냈다.
판소리의 장단과 재즈의 리듬은 서로 다른 음악적 어법을 지니고 있지만, 즉흥성과 현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소리꾼의 시원한 성음과 재즈 밴드의 연주가 교차하면서 익숙한 판소리가 새로운 감각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노은주 지회장과 재즈밴드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반드시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 무대가 던진 메시지였다. 원형을 존중하면서 동시대의 음악과 만나고 새로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전통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줬다.
이호연 명창이 풀어낸 경기민요의 멋과 흥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보유자 이호연 명창과 제자들이 무대에 오르자 분위기는 다시 흥겨움으로 전환됐다.
‘한오백년’을 비롯해 ‘창부타령’, ‘뱃노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가 이어지면서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박수와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보유자 이호연 명창과 제자들
이호연 명창의 소리는 오랜 세월 다듬어진 경기민요 특유의 맑고 경쾌한 맛을 고스란히 전했다. 여기에 제자들의 소리가 더해지며 스승과 제자가 한 무대에서 전통을 주고받는 또 하나의 세대전승 풍경이 만들어졌다.
전통예술이 한 사람의 뛰어난 기량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모두 손잡은 강강술래… ‘삼대의 울림’이 하나의 원으로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사남도민요보존회가 무대에 올라 남도민요의 진한 멋을 전했다. 가을의 정취와 풍요를 담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가위 축제의 분위기는 절정으로 향했다.
특히 10대 초등학생부터 70대 동호인까지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판소리 ‘수궁가’ 입체창을 선보인 무대는 ‘삼대의 울림’이라는 축제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냈다. 어린 소리꾼과 중·장년 동호인들이 세대를 넘어 하나의 소리로 호흡하는 모습은 전통이 명인과 전승자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시민의 삶 속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공연의 마지막,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의 원을 그리자 명인과 전승자, 청소년과 시민, 공연자와 관객이라는 경계마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10대에서 70대까지 소리로 이어지고, 다시 모든 세대가 손을 맞잡아 하나의 원을 이룬 순간은 이번 축제가 말하고자 했던 ‘세대를 잇는 전승’과 ‘삼대의 울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공연에 앞서 펼쳐진 떡메치기와 투호, 제기차기, 북청사자탈 체험, 연날리기 등 전통문화 체험도 이러한 취지를 뒷받침했다. 전통문화가 공연장 안에서 감상하는 예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즐기며 다음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생활문화라는 점을 일깨웠다.
사)국악진흥회 송파구지회장 노은주 명창 “시민과 함께 우리 소리 나눌 수 있어 뜻깊어”
이번 공연을 이끈 노은주 명창은 공연을 마친 뒤 시민들과 우리 전통예술의 흥과 멋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노은주 명창은 “한가위를 앞두고 시민 여러분께 우리 소리와 춤, 연희가 어우러진 귀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준 서울특별시와 송파구청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가무형유산 명인과 전승자, 청소년과 시민들이 한 무대에서 함께 호흡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의미가 크다”며 “전통예술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문화가 아니라 함께 듣고, 배우고, 즐길 때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 서울놀이마당을 찾아주신 시민들이 우리 소리와 함께 웃고 박수치고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면서 국악이 시민들의 삶 가까이에 있을 때 더욱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우리 전통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만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노은주 명창은 이번 공연을 위해 힘을 보탠 관계자와 출연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명인 선생님들이 지켜온 소중한 전통을 후배 예술인과 청소년들이 이어가고, 다시 시민들과 나누는 선순환이 계속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