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악원 경북 분원, 왜 영주여야 하나”…국회서 정책적 당위성·특성화 전략 집중 논의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시가 국립국악원 경북 분원 유치를 위한 정책 논의를 본격화했다. 경북 영주, 영양, 봉화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임종득 국회의원과 영주시는 9월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립국악원 분원은 왜! 경북 영주시이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국회정책세미나를 열고, 영주가 가진 역사·문화적 자산과 국악을 결합한 분원 설립의 당위성과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관계기관과 국악계 전문가, 영주 군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야금과 서도소리로 문 연 세미나…음향 돌발상황에도 큰 박수
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마련된 축하공연은 국악의 생생한 매력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 이주인이 가야금 연주를 선보였으며, 이어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 장효선이 서도소리 ‘자진난봉가’와 ‘사설난봉가’를 불러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 이주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 장효선
특히 장효선은 공연 도중 반주파일이 열리지 않는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능숙하게 소리를 이어가며 오히려 현장의 집중도를 끌어올렸고, 좌중은 더욱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기념식에서는 임종득 국회의원이 개회사, 황병직 영주시장이 환영사, 이창근 영주시의회 의장이 축사를 했다.
임종득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영주가 ‘선비의 고장’이라는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부석사·소수서원 등 문화유산, 선비세상과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 등 관련 문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기존 자산에 국립국악원 분원의 기능이 결합한다면 영주가 선비문화와 전통예술을 아우르는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구상을 밝혔다.

임종득 의원
정화순 “경북의 음악을 하는 분원이어야…영주는 ‘풍류문화’로 특성화”
2부 학술세미나는 강영근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첫 번째 기조발제는 정화순 청주대학교 명예교수가 ‘한국 유학의 성지 영주에 국립국악원 분원 설립은 필연적 과제’를 주제로 진행했다.

정화순 청주대학교 명예교수와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정 교수는 국립국악원 지역 분원의 핵심은 단순히 중앙의 국악을 지역에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고유의 음악과 문화적 정체성을 발굴하고 살려내는 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주는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한국 유학과 선비문화의 중요한 자산을 간직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국악과의 접점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영주 분원의 특성화 방향으로 특히 ‘풍류문화’를 제시했다. 전국의 국립국악원 분원이 획일적인 레퍼토리를 반복하기보다는 지역 고유의 음악적 언어를 찾아야 하며, 영주는 선비문화와 결합한 풍류를 복원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수서원을 비롯한 유교문화 자산과 음악을 연계하고, 지역 대학 및 전통예술계와 협력해 경북의 음악적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주재근 “왜 갑자기 영주인가에 답해야…선비 풍류가 차별화 전략”
두 번째 기조발제에서는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가 ‘국립국악원 경북 영주분원 유치의 정책적 당위성 및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주 교수는 국립국악원 분원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과 국가 예산의 현실을 고려하면 단순히 “영주에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왜 경북이고, 왜 영주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청년연희단과 영주의 인연, 선비문화축제, 소수서원에서 열린 풍류음악회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하나의 지속적인 문화정책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지역이 판소리·민요·굿·춤 등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중심으로 국악 콘텐츠를 발전시키고 있다면 영주는 ‘선비 풍류음악’을 중심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실제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민 이용 수요와 관광·교육 효과 등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하며, 영주뿐 아니라 예천·안동·제천 등 인접지역까지 포괄하는 전통예술 교육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7명 지정토론…“지역의 열망만으로 국가사업 될 수 없어”

이어진 3부 지정토론 역시 강영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 민의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유영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김응두 서울 윈드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함유정 전 국립국악고등학교 교감, 임웅수 국립청년연희단 예술감독, 김명자 영주시 문화예술과장이 참여했다.
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국립국악원 경북 분원, ‘이미 준비된 도시’ 영주가 답이다’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영주가 분원 유치를 위해 오랜 기간 구체적이고 긴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특히 KTX-이음 개통으로 서울에서 영주역까지 1시간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된 교통 접근성을 강점으로 꼽고, 영주시가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선비촌’과 ‘선비세상’ 등 전통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국악 진흥과 전통문화 대중화를 위한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응두 서울 윈드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와 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
또한 국립전통연희단 운영을 통해 전통예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도 검증받았다며, 영주는 새로운 기반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도시가 아니라 이미 갖춰진 문화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준비된 도시’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여건과 그간의 준비를 국가 차원의 전통예술 진흥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국립국악원 경북 영주분원 설립에 대한 정치권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의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지역의 열망만으로 국립국악원 분원이 국가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보다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영주가 이미 보유한 선비세상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등의 공공 문화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민의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와 김명자 영주시 문화예술과장
신규 시설 건립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국립국악원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면 재정 효율성과 사업 추진 속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분원 역시 공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조사·연구, 교육, 창작·공연, 국제교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복합 문화플랫폼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응두 서울 윈드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세계 음악도시’의 관점에서 국립국악원 영주분원의 가능성을 짚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와 네덜란드의 소도시 사례를 들며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도 오랜 기간 음악축제와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면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주 역시 소수서원과 부석사 등 문화유산과 유학·선비문화의 역사적 기반을 국악과 결합해 차별화된 문화생태계를 구축한다면 국립국악원 분원을 중심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함유정 전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교감은 32년간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국립국악원의 공연·교육 시스템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점을 바탕으로, 영주분원의 필요성을 전통문화 교육의 관점에서 강조했다. 함 전 교감은 국립국악원 분원이 영주에 들어설 경우 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국악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배우는 교육적 기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영주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지역을 넘어 전통예술을 배우고 체험하는 교육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함유정 전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교감과 임웅수 국립청년연희단 예술감독
임웅수 국립청년연희단 예술감독은 영주에서 청년 예술인들과 공연·교육·창작 활동을 이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영주가 전통예술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문화적 토양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 감독은 경북 곳곳에 농악과 농요를 비롯한 다양한 무형유산이 산재해 있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전승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와 지역 차원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악진흥법 시행에 발맞춰 영주시 역시 국악 진흥을 뒷받침할 관련 조례와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국립국악원 영주분원이 설립된다면 단순한 공연시설에 머물지 않고 청년 국악인과 연희인들이 지역에 머물며 배우고 실험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해 경북 전통예술의 전승과 미래세대 육성을 함께 이끄는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명자 영주시 문화예술과장은 뜻깊은 정책세미나를 마련해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국립국악원 경북 영주분원 유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앞서 임웅수 국립청년연희단 예술감독이 제안한 국악진흥법에 따른 관련 조례 제정과 관련해 현재 영주시가 조례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영주는 이미 준비된 도시”라며 선비세상과 선비촌 등 우수한 공공문화시설과 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경북 북부권을 아우를 수 있는 국가문화 거점으로서의 여건도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립국악원 영주분원 유치가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영주시가 책임감을 갖고 관련 정책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영주가 실제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종합토론에서는 영주가 이미 상당한 문화 인프라를 갖췄다는 사실만으로 분원 유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분원 유치 사례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국악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는지, 전담 행정체계와 지속적인 사업을 갖추고 있는지, 시민들이 실제 국악 활동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영주가 경북을 대표하는 분원을 목표로 한다면 선비문화와 풍류에만 머물지 않고 경북 전역의 농악·농요·탈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예술을 포괄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영주가 자체 문화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경북 전체 전통예술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거점이라는 정책적 설득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웅수 국립청년연희단 예술감독을 비롯한 현장 전문가들의 토론에서도 분원 유치를 시설 건립 자체로 바라보기보다 영주와 경북의 전통예술이 실제 공연·교육·전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논의가 모였다. 특히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참여하고, 영주가 보유한 선비문화와 풍류의 전통을 동시대적인 국악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향후 분원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과제로 제시됐다.
‘선비문화+국악’ 넘어 경북 전통예술의 국가 거점으로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논의를 종합하면 영주가 내세우는 핵심적인 차별화 전략은 ‘선비문화와 풍류음악의 결합’으로 압축된다. 부석사와 소수서원, 선비촌과 선비세상 등 역사문화 자원에 풍류와 전통음악을 접목하고 이를 공연·교육·연구·창작·국제교류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이날 토론은 ‘왜 영주인가’에 대한 문화적 당위성과 ‘실제로 가능한가’라는 정책적 타당성은 별개의 과제라는 점도 드러냈다. 향후 기본계획과 연구용역을 통한 객관적 타당성 확보, 중앙정부 및 국립국악원과의 협력, 시민 참여 확대, 경북 전체를 포괄하는 프로그램 구축 등이 실제 유치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따라서 국립국악원 경북 영주분원 구상은 단순히 또 하나의 지역 공연시설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영주의 선비문화와 경북의 다양한 전통예술을 연결해 교육·연구·창작·공연·국제교류가 이루어지는 국가 차원의 전통문화 거점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는 그 가능성과 함께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