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 등록 2021.11.26 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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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시골생활 발행

 

 

삶의 도량(道場)에서

 

세상에 태어남은 대단한 사건이요

사건 중의 사건이요, 대단한 경사(慶事)로세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하고 거룩하지 -001

 

이 사실을 명심(銘心)하리, 진정한 과제(課題)로세

한밤에 들려오는 풀섶의 벌레소리

그 소리 나를 놀라게 하네, 놀라움에 떨었네 -002

 

만상(萬象)이 고요한 밤, 작고 작은 미물(微物)들이

자기의 거짓 없는 그 소리를 들려주니

평상시 나의 삶을 보며 부끄러움 느끼지 -003

 

이럴 때면 내 일상은 생활이 아니었네

경쟁(競爭)과 투쟁(鬪爭)만을 도구로 하였었네

나의 삶 허영(虛影)이었음을 그제서야 깨닫네 -004

 

하나의 작은 벌레 날 엄숙히 가르치니

그 벌레는 스승일세, 거룩한 나의 스승

참 생명(生命) 지닌 자의 모습, 가슴 깊이 새기네 -005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밖에서 사람 만나 술 마시고 얘기하다

집으로 돌아올 땐 방축길을 걸었었지

혼자서 걸어오면서 감사함을 느꼈지 -006

 

이다지 못난 나를 사람들이 사랑하니

감사하는 마음속에 반성을 한답니다

오늘 또 허튼소리들을 많이 한 건 아닌지 -007

 

길 가다 문득 봐요, 발밑의 푸른 풀을

사람에게 짓밟혀서 구멍이 숭숭 나고

흙마저 묻어 있건만 의연한 저 모습을 -008

 

대지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려두고

밤낮으로 의연하게 해와 달을 맞이하니

그 길가 모든 잡초들이 스승이요 벗이네 -009

 

나 자신은 건전하게 뿌리박지 못하면서

망언(妄言) 같은 얘기들을 여기 저기 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지네, 풀 대하기 부끄럽네 -010

 

 

고백(告白)

 

자신이 잘못 산 걸 반성하고 고백하세

넘어진 얘기부터 부끄러운 얘기까지

감추고 싶은 얘기를 털어놓잔 말이네 -011

 

지금은 삶이 뭐냐, 생명(生命)이 무엇이냐

그것을 헤아리며 살아가는 시기지요

더 갖고 더 꾸미는가에 몰두(沒頭)할 때 아닙니다 -012

 

 

잘 쓴 글씨

書必於生

 

겨울날 저잣거리 군고구마 파는 사람

그 사람이 써서 붙인 ‘군고구마’ 글씨 보네

글씨는 비록 서툴지만 정성만은 가득하네 -013

 

그것이 진짜로세, 그 글씨가 진짜일세

그 절박함 비한다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내 글씬 그것에 못 미쳐, 거기까지 못 가네 -014

 

 

밥 한 그릇

一碗之食含天地人

 

일찍이 해월(海月) 선생 말씀을 하셨지요

밥 한 그릇 알게 되면 세상 만사 알게 된다

한 그릇 만들어지려면 온 우주(宇宙) 다 참여한다 -015

 

우주 만물 가운데서 어느 하나 빠져서도

밥 한 그릇 될 수 없네, 만들 수가 없단 걸세

그러니 밥 한 그릇이 곧 우주(宇宙)란 얘기네 -016

 

하늘과 땅과 사람 서로 힘을 합해야만

밥 알 하나 티끌 하나 생겨날 수 있는 거고

거기에 대우주의 생명(生命) 깃들었단 것이네 -017

 

 

출세(出世)

 

요즘 출세 좋아하지, 무엇이 출세(出世)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출세로세

나 이거 하나 있기 위해 온 우주가 동원되지 -018

 

태양과 물과 바람 나무와 풀 한 포기

이들이 있기 위해 온 우주(宇宙)가 있어야 해

그러니 그대나 나나 엄청난 존재(存在) 아닌가 -019

 

 

향기(香氣)

 

남들이 내 하는 일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은 일에 정성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향기(香氣)는 절로 퍼지지, 멀리까지 퍼지네 -020

 

그러니 발 아프게 찾아다닐 필요 없지

있는 자리 그 자리서 최선을 다 하세나

바라는 그것 없이 하는 것, 그 길밖에 없어요 -021

 

 

수행(修行)

- 虛心如仙

 

어려움에 처했다면 수행(修行)하란 말로 듣세

자신(自身)을 돌아보란 하늘의 명령(命令)일세

그것이 바닥을 기어서 천리(千里) 길을 가는 것 -022

 

그냥 납작 엎드려서 겨울 나는 보리 보세

한 세월 자신 허물 닦고 닦고 가다 보면

언젠가 봄날 오지요, 밝은 날이 옵니다 -023

 

 

실패(失敗)

 

떨어져도 괜찮아요, 떨어져야 배웁니다

댓바람에 붙는다면 좋을 듯싶지마는

자꾸만 떨어지면서 깊어지는 것일세 -024

 

떨어지는 그 과정에 자신을 돌아보고

떨어지는 그 아픔에 남 아픈 줄 알게 되니

자꾸만 떨어져도 돼요, 떨어져야 배워요 -025

 

 

부활(復活)

 

살다 보면 넘어지고 엎어질 때 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죠, 누구나 다 그래요

그 때는 자기 스스로 일어나야 됩니다 -026

 

스스로의 그 힘으로 일어나야 되는 거죠

몇 번이고 끊임없이 일어나야 되는 건데

그것이 말을 하자면 곧 부활(復活)이 아닌가요 -027

 

 

이루려 하지 마라

 

이루려 하지 마라,

그것은 헛되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바라보라, 바로 보라

 

자연은

이루려는 자와

함께 하지 않느니 -028

 

 

손님

 

자네 집에 밥 잡수러 오는 사람 누구인가

그분이 누구인가, 자네의 참 하느님

요리(料理)로 잘 대접해야 혀, 하느님께 말일세 -029

 

장사가 아니 될까 그런 걱정 일절 말게

하느님을 섬기는데 그 무슨 걱정인가

자네의 하느님들이 먹여 준단 말이여 -030

 

 

누가 하느님

- 侍天主

 

행인(行人)이 거지에겐 하느님이 아니겠나

손님이 장사꾼에겐 하느님이 아니겠나

그러니 오는 모든 손님 하느님이 아닌가 -031

 

학교의 선생님에겐 그 누가 하늘인가

녹(祿)을 받는 공무원에겐 그 누가 하늘인가

국민은 대통령의 하늘, 목사에겐 신도(信徒)지 -032

 

 

똥물

 

친구가 빠졌을 때, 똥물에 빠졌을 때

우리는 바깥에서 욕을 하기 쉽습지요

대개는 그렇게 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033

 

그럴 땐 그와 함께 똥물에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 나니 나가서 얘기하자”

그래야 알아듣습니다, 입으로는 안 돼요 -034

 

 

나를 찌른 칼

 

자네 말야 걱정되네, 옳은 말을 그리 하니

그런 말을 자꾸 하면 누군가가 찌를 거야

그럴 땐 어떡 하겠어, 조심하란 말일세 -035

 

그럴 때 어찌하나, 이렇게 할 셈이네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묻은 피를 닦아내고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주리 -036

 

그러고는 말하리라, 얼마나 힘들었냐

이 나를 찌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냐

따뜻한 말을 건네리라, 거기까지 가야 돼 -037

 

 

도둑

 

도둑을 만났다면 도둑 되어 얘기하게

도둑은 샌님 말을 절대로 듣지 않지

나 같은 도둑이다 싶어야 말문 연단 말이네 -038

 

가난한 사람 것은 훔치려 하지 말고

재산이 있는 사람 가진 것을 털어내서

가난한 사람과 나누라면 도둑들도 알아듣네 -039

 

부처님은 많은 얼굴 가지고 계신다지

마흔네 개 얼굴들을 가지고 계신다지

만나는 모든 사람과 하나 된단 말이지 -040

 

 

화해(和解)

 

화해(和解)란 무엇인가, 포기(抛棄)한단 말이지요

일체의 권리(權利) 조건(條件) 포기함을 의미해요

우리가 적대자 가운데서 나 자신을 보는 거죠 -041

 

무지(無知)함 그 가운데 적대자가 있다 함은

우리 자신 많은 일에 무지하기 때문일세

그래서 자비 자각만이 자유롭게 합니다 -042

 

 

지금 이 자리에서

 

만약에 당신에게 높은 자리 준다 하고

서울로 오라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열심히 하겠다 하면 잘사는 사람 아닐세 -043

 

지금 하는 나의 일을 정말로 사랑하고

긍지를 가졌기에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람 멋쟁이 -044

 

 

우두머리

 

어머니가 왜 고맙나, 밥 해주기 때문이죠

똥오줌 닦아 주고 청소도 해 주시지요

엄마가 뻐기기만 하면 고마울 리 있나요 -045

 

우두머리 된다는 건 어머니가 되는 거죠

밥 주고 옷도 주되 누리려면 안 되지요

아래 쪽 있는 사람보다 더 아래서 일해야죠 -046

 

 

선행(善行)

- 天無善惡

 

착한 일을 많이 하되 그 의식이 없이 하소

그것이 선행(善行)이요 참다운 선행일세

좋은 일 많이 했다는 것 당연한 일 아닌가 -047

 

무슨 보답 받겠다는 그런 계산 없어야 해

착한 일 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그것은 선행 아닐세, 선행마저 악(惡)되네 -048

 

 

화목(和睦)

 

한집에 사는 사람,

두 사람이 화목(和睦)하면

 

“저 산(山)아, 움직여라”

한 마디 말을 하면

 

그 산이

움직인다네,

화목(和睦)함의 힘일세 -049

 

 

어머니

- 母月山

 

어머니는 이제 보니

슬기로운 분이셨죠

 

지금도 생각하면

내 눈시울 뜨겁지요

 

너만은

영악스럽게

살지 말라 하셨지요 -050

 

 

인물(人物)

 

강원도 원주 땅은 큰 인물(人物)이 안 나온다

치악산이 막혀 있어 인물 나기 어렵다네

하지만 이완용 같은 이를 인물(人物)이라 하리오 -051

 

사람들이 얘기하는 인물(人物)이란 무엇인가

그건 결국 다른 사람 괴롭히는 인간일 뿐

그러한 인간들 때문에 허덕였죠, 이 세상 -052

 

 

경쟁(競爭)

 

고등학교 가야 되고 대학도 가야 되고

대학원도 가야 되고 그 뭐도 가야 되니

그것은 세상 경쟁(競爭)에서 이기라는 얘기죠 -053

 

세상에서 말들 하는 보화(寶貨)를 얻자 하면

사람의 행동들이 제대로 갈 수 없죠

그것에 사로잡혀서 방해되고 말지요 -054

 

명문 대학 보내려고 명문 고교 보내려고

정상적인 잠도 뺏고 움직임도 뺏는다면

정상적 인간관계를 할 수 없게 하지요 -055

 

부귀 명예 권세에다 가치 중심 두고 나니

전부들 그리로만 달려 뛰고 있는 걸세

결국은 일등 경쟁에 시기심만 늘지요 -056

 

요즈음 부모들은 ‘일등 하라’ 가르치죠

내 자식이 일등하면 다른 자식 처지는 것

그러니 사회적으로는 큰 공해(公害)가 아닌가요 -057

 

 

- 心中無物

 

어떤 일을 잘했다고 떠받들어 상(賞)을 주면

모두들 상 받으려 그렇게 하려 하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잘잘못이 있는 거 -058

 

잘하는 게 있는 사람, 못하는 일 있게 마련

못하는 일 있는 사람, 잘하는 게 있게 마련

그래서 강약(强弱)이 하나요, 우열(優劣) 또한 하나지 -059

 

‘잘한다’는 그 소리를 모두 듣고 싶어 하니

미숙한 젊은이들 고른 성장 가로막고

두 눈을 어둡게 하는 그런 결과 만들죠 -060

 

자연에는 경쟁 없죠,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 세상 잘난 것만 받드니까

저절로 다툼이 일지요, 끊일 날이 없지요 -061

 

 

내세우지 마라

 

불쌍한 놈 높여 주고, 힘센 놈은 좀 누르세

그것이 도리(道理)라고 생각을 해 왔지요

그런데 그냥 그것으로 끝내야만 할까요 -062

 

그 정도 일을 하고 옳은 일 했노라고

잘했느니 떠들면서 자기를 내세우면

그것은 그걸 가지고자 욕심냄이 분명해 -063

 

 

함께 가는 길

 

깃발을 앞세울 땐, 너무 앞에 내세울 땐

함께 가는 사람 중에 늦잠을 잔다거나

게을리 일하는 사람을 나무라기 쉽지요 -064

 

그럴 땐 어찌 할까, 따뜻함이 필요하네

따뜻한 마음 갖고 어깨동무 일으켜서

다 같이 가는 마음이 아주 아주 중요해 -065

 

그렇게 하다보면 크든 작든 공(功) 생기지

그럴 땐 내 힘이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함께 간 사람들 공(功)이다, 넘기라는 거지요 -066

 

 

혁명(革命)

 

혁명(革命)이란 무엇인가, 보듬어 안음일세

새로운 삶과 변화 전제(前提)가 된다 하면

자신의 마음 다 바치는 정성에서 나오지요 -067

 

암탉이 병아리를 품어서 까내듯이

자신의 온 마음을 다 바치는 노력 속에

혁명은 시작됩니다, 폭력으론 안 돼요 -068

 

보듬어 안으면서 온 정성(精誠)을 다하여야

새로운 삶 이루리라, 혁명을 이루리라

혁명은 때리는 게 아냐, 어루만져 보듬는 것 -069

 

생명(生命)을 모르는 사람 만나라 이겁니다

그들을 껴안고서 함께 가잔 말입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변화하는 거거든요 -070

 

 

혁명(革命)은 보듬는 것

 

혁명(革命)은 보듬는 것, 한없이 보듬는 것

생명(生命)을 보듬는 것, 온몸으로 보듬는 것

따뜻이 보듬는 순간순간 그게 바로 혁명일세 -071

 

달걀을 어미닭이 보듬어 감싸 안듯

스스로 병아리가 껍질 깨고 나오도록

우주를 내 온몸으로 보듬어서 안는 것 -072

 

혁명은 보듬는 것, 생명을 보듬는 것

부리로 쪼아주다 제 목숨 다하도록

혁명은 생명을 한없이 보듬어서 안는 것 -073

 

어미닭이 달걀들을 보듬는 그 순간에

스스로도 우주 껍질 깨치고 나오는 것

한없이 보듬는 순간 그게 바로 개벽(開闢)일세 -074

 

- 김지하 시인의 ‘남(南)’에서

 

 

변화(變化)

 

이 사회를 바꾸려면 상대를 귀(貴)히 하세

소중히 여겼을 때 비로소 변한다네

상대를 적대시(敵對視)하면 더 강하게 나오지요 -075

 

상대를 없애려는 그 생각을 버리세요

변화를 시키겠다 그걸 진정 바란다면

다름을 적대 관계로 보아서는 안 돼요 -076

 

내 것이 옳다 하는 이념적인 틀을 갖고

동의(同意)하는 사람과만 새 판을 짜려 하면

세상은 큰 변화 어렵죠, 달라지지 않아요 -077

 

 

행복(幸福)

 

이렇게 미련한 나 태양(太陽) 밝게 비춰주네

밤에는 달이 떠서 자정(慈情)의 빛 주시오며

이 땅은 필요한 만물 주십니다, 나에게 -078

 

이다지 못난 남편 아내가 걱정하고

건강하게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고요

내 자식 내 아우들은 나를 공경하지요 -079

 

세상의 많은 선배, 세상의 후배 친지(親知)

건강하고 도통(道通)하여 복 베풀기 바라지요

그러니 나의 인생이 이 이상 더 행복할까 -080

 

 

조 한 알

 

나 역시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나도 몰래 두 어깨가 으쓱할 때 있답니다

그럴 때 내 마음 지그시 눌러주는 화두(話頭)지요 -081

 

세상에 좁쌀 한 알 하잘것이 없는 존재

‘내가 곧 좁쌀 한 알’ 스스로 말해 주며

내 마음 추스르는 거죠, 으쓱함을 눌러요 -082

 

 

나의 병

- 維摩病

 

지금은 지구 전체 암(癌)을 앓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연 전체 암(癌)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하난데 안 걸릴 리 있나요 -083

 

그러니까 큰 깨달음 가르쳐 주느라고

나에게 병(病) 줍니다, 큰 병을 주었어요

결국은 너 좀 앓아 봐라, 그러신 것 같아요 -084

 

 

싸우지 말고 모셔라

 

싸우고 가게 되면 계속해서 고달프죠

상대도 그걸 견딜 내성(耐性)이 생기지요

그러니 편안히 해 줘야 그 아픔이 낫지요 -085

 

모시고 간다는 건 편안하게 해 주는 것

모시고 간다는 건 풀어주는 것이지요

병(病)하고 싸우면 말예요, 점점 기승 부려요 -086

 

 

병상(病床)에서

 

내 사실은 엉터리지, 이제야 알겠도다

병원에 드러누워 이리저리 생각하네

내가 왜 이리 번거로운가, 은혜(恩惠) 입은 나인데 -087

 

한 순간 큰 평화와 큰 환희(歡喜)가 지나가데

나락 한 알 그 가운데 우주(宇宙) 함께 하신다고

해월(海月)은 말씀하셨지,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셨지 -088

 

그러니 지금 우린 모두가 한울이고

한울이 한울 먹고 있는 거란 말이렷다

엄청난 영광(榮光)의 행사 하고 있는 것일세 -089

 

그런데 우리들은 음식을 앞에 놓고

입맛이 있네 없네, 계산들을 하고 있지

우리는 식사할 때마다 거룩한 제사 지내는데 -090

 

그렇다면 이 자리가 천국(天國)이 아니겠나

기쁨 나눈 이 자리가 천국 아님 뭐겠는가

천국이 어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지 -091

 

이 천국(天國)을 버리면서 딴 생각을 자꾸 하니

그래서 이런 병도 생겨나게 되는 걸세

지금서 생각해 보니 내가 아주 철면피(鐵面皮)여 -092

 

 

그림값

 

만약에 아주 만약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를 받는다는

그런 생각 들어오면

 

그날로

나는 당장에

붓을 꺾을 것이다 -093

 

 

말씀

 

문 열라 문을 열라,

닫힌 저 문 활짝 열라

 

아래로 내려가라,

더 아래로 내려가라

 

아래로

다시 아래로

흘러가라 흘러라 -094

 

 

옛날에 보니까

 

옛날에 보았는데,

어데선가 보았는데

 

성서(聖書)가 뒷간에서

밑씻개가 되었더군

 

역시나

예수님께선

사람들을 살리더군 -095

 

 

종교(宗敎)

 

세상 모든 종교(宗敎)들은 그 담을 내려야 해

이 세상 모든 종교(宗敎) 그 말씀은 똑같아요

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宇宙的)이 아닌가 -096

 

종교가 담 쌓으면 제 모습이 아닙니다

네 종교 나의 종교 그 빛깔을 존중하되

생명(生命)은 ‘하나’니까요, 나눠지면 안 돼요 -097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

 

예수가 왜 하필이면 구유에서 태어났나

하느님은 모든 존재(存在) 섬긴다는 징표지요

일체(一切)를 섬기시고자 오신 분이 아닌가요 -098

 

구유에 오신 것은 짐승 먹이 되신 거죠

인간만을 구원(救援) 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다

무한한 우주(宇宙) 문제 몽땅 해결하러 오셨지요 -099

 

무한한 우주 공간, 무한한 시간 걸쳐

보이는 것 안 보이는 것 모든 문제 해결하고

만물의 진정한 자유 이루려고 오셨지요 100

 

 

문 열고 세상 속으로

 

민중(民衆)이 원하는 건 삶이지 이론(理論) 아냐

정당이나 정치로는 한계가 있는 거죠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그 실천을 배워야 해 -101

 

우리도 할 수 없이 종교로 돌아가죠

그러자면 사회 변혁 정열(情熱)로는 모자라요

영혼의 그 깊은 곳에서 깊은 자성(自省) 필요해요 -102

 

교황 요한 이십삼세 창문 열라 하셨지요

교회가 폐쇄(閉鎖)되어 질식(窒息) 상태 되었다며

숨 막혀 못 살겠으니 활짝 열라 했어요 -103

 

개인의 구원(救援)으로 교회 역할(役割) 끝나는가

노동 문제 현실 문제 참여(參與)하란 말씀이네

나아가 제삼세계 문제도 껴안으란 말이네 -104

 

닫힌 문을 열고 나와 다른 종교 만나보라

나아가 교회에게 토착화(土着化)도 말하면서

제 지역 거룩한 지도자 의인(義人)들을 만나랬지 -105

 

 

내가 밥이다

- 神貧乃眞福 彼將得天國

 

우리네 천주교(天主敎)는 빵을 믿는 교회지요

스스로 예수께서 빵이라 하셨으니

이것을 바꿔 말하면 ‘내가 밥’이란 말이지요 -106

 

그러니 곡식(穀食) 한 알 얼마나 엄청난가

우리 모두 하늘땅이 먹여주고 길러주네

만약에 하늘땅 없으면 살아날 수 없지요 -107

 

이 세상 모든 만물 하늘과 땅 덕(德)에 살고

하늘땅의 자녀이니 형제자매 아닌가요

짐승도 벌레도 사람도 하늘땅이 먹여 주죠 -108

 

 

겸손한 마음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이다’ 앞서려 하지 말라

세상에서 다른 사람 앞에 서려 하지 말라

오히려 남을 도와서 남이 앞에 서게 하라 -109

 

남들이 꽃 피우게 하라는 말이에요

이웃들이 잘되도록 하라는 말이에요

겸손한 마음 가지고 남 섬기란 말이야 -110

 

노자(老子)가 얘기할 때 ‘내 보배다’ 하였는데

예수님 말씀이나 한가지다 이 말이야

예수님 ‘나는 길이요’그 말씀에 다 있지 -111

 

 

생명의 나라

- 天心樂

 

예수님은 그런 나라 얘기를 하셨지요

남의 것도 힘 있으면 다 빼앗아 가져가고

갖다가 별짓 다하는 그런 나라 아니라고 -112

 

남의 금 남의 보석 노략질 하지 않고

자연 속에 만물 속에 들어가 있는 나라

그 나라 생명의 나라, 끊을 수가 없는 나라 -113

 

생명의 그 나라는 나눌 수도 없는 나라

그러나 모든 것을 절대 절명 지배하니

위대함 길가에 피는 꽃송이에도 있는 나라 -114

 

예수님의 생명 나라, 참 엄청난 말이지요

거룩한 사람들과 사심 없는 사람들은

일찍이 알아들었지요, 예수님의 진리를 -115

 

 

할아버지와 해월

 

난(蘭)을 치되 난 아니라

잡초를 치란 걸세

 

이 산야(山野) 삼라만상

다 난(蘭) 되게 하여 보게

 

난초가

사람 얼굴 되고

부처 되는 꿈 꾸네 -116

 

 

조석으로 끼마다

 

조석으로 끼니마다 상머리에 마주 앉아

한울님 큰 은혜를 감사하고 감사하자

하늘땅 일하는 만민과 부모에게 감사하자 -117

 

이 모두가 한몸이요 살아가는 한 틀이니

이 모두가 한 뿌리요 이 모두가 한몸이다

이 모두 한울이니라, 이 모두가 하나다 -118

 

 

거룩한 밥상

- 敬於食

 

이 물 한 컵 밥 한 사발,

이 김치 한 보시기

 

제왕(帝王)이나 다름없는

거룩한 밥상일세

 

그 자세

그 깨달음 없으면

환각(幻覺) 속에 겉돌지 -119

 

 

해월, 겨레의 스승

 

이 땅에서 우리 겨레 어떻게 살아갈까

온 세계 모든 인류 어떻게 살아갈까

정확히 일러주신 분 해월(海月) 선생입니다 -120

 

이 겨레가 자주(自主)로써 사는 길이 무엇인가

그 자주(自主)란 일체 평등 관계에 있어야 해

해월은 가르치셨지요, 자주로써 사는 길을 -121

 

눌리고 억압받던 이 한반도 백년 역사

그 이상의 거룩한 모범 또 어디에 있겠어요

그래서 해월에 대한 향심 그지없이 많지요 -122

 

예수님 석가모니 다 거룩한 모범이나

바로 우리 지척에서 모범 보인 해월 선생

우리 삶 가장 거룩한 모범 보여주고 가셨죠 -123

 

 

새알 하나, 풀잎 하나

 

하늘과 땅과 세상, 돌이나 풀과 벌레

한울님 모시잖고 사는 것이 없다 했죠

그래서 제비알 하나 깨뜨리지 말랬지요 -124

 

풀잎이나 곡식 이삭 꺾지를 말랬어요

새알이나 제비알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봉황(鳳凰)이 날아 깃들고 그 덕(德) 만물 이른다네 -125

 

풀의 싹 나무의 싹 자르지 말아야 해

저 같은 미물(微物)들도 생명이 함께 하니

생명을 모시는 처세하면 그 덕(德) 만물 이르네 -126

 

 

이천식천(以天食天)

 

저 집은 갈비 먹고 돼지고기 해 먹는데

우리는 일 년 내내 구경 한번 못한대도

그런 게 문제 되는 게 아닌 거다 이거야 -127

 

밥 알 하나 한 사발에 우주를 맞는 거다

‘하늘이 하늘 먹지’ 이천식천 아니런가

낟알에, 그 알 하나에 온 우주가 다 있지 -128

 

 

향아설위(向我設位)

 

내가 특히 좋아하는 글귀가 하나 있네

종래의 종교에겐 대혁명과 다름없지

네 글자 ‘향아설위(向我設位)’가 바로 그 글이라네 -129

 

늘상은 저쪽에다 목적을 설정하고

이렇게 해 주시오, 저렇게 해주시오

벽에다 신위(神位) 모시고 제사하지 않았는가 -130

 

그런데 그게 아냐, 일체 근원 안에 있네

조상님도 안에 있고 모든 시작 안에 있지

내 안에 계시는 한울님께 제사(祭祀)하란 말이네 -131

 

 

상대를 변화시키며 함께

 

반생명적 일체 조건 거기서 벗어나게

상대를 주먹 써서 눕히는 게 아니라네

상대를 변화시키는 그런 운동 해야 해요 -132

 

삼월일일 만세 운동 민족 자주 외쳤지요

거룩한 민족 존재 온 세계에 천명(闡明)할 때

비협력 비폭력이라는 그 정신이 있었어요 -133

 

그건 바로 우리 정신, 동학(東學)의 정신이요

아시아에 내려오던 유불선(儒彿仙)의 정신이죠

이제는 모든 종교가 아집(我執)의 담 내려야죠 -134

 

이제는 서로 만나 문제들을 풀어야 해

이 지구는 한 삶터요, 한 가족 한 몸이니

아집의 담을 내리고 서로 얘기 해야 해요 -135

 

 

선(善)과 악(惡)

 

길거나 짧은 것이 서로 다른 둘 아닐세

하나의 다른 모양, 선(善) 아니고 악(惡)도 아녀

우리가 분별을 하면 그 하나를 못 보네 -136

 

이것은 선(善) 저것은 악(惡), 우리가 분별하지

그렇지만 관점(觀點) 바꿔 도(道)에서 바라보면

대립의 자기 동일이 이뤄지고 있지요 -137

 

이건 항상 선(善)이 되고, 저건 항상 악(惡)이겠나

선이 선을 고집하고 악으로 몰아가면

그 선이 악이 되지요, 악이 되고 맙니다 -138

 

 

내 안에 아버지가 계시고

 

“내 안에 주(主) 계시고, 주(主)님 안에 내가 있다”

이것이 앞으로의 문화의 핵심(核心)일세

앞으로 살아갈 시대, 공생(共生) 시대 아닌가 -139

 

공생(共生)의 시대에는 이것이 근원이니

근원되는 사상이요, 핵심이란 말이로세

내 안에 아버지 계시고, 아버지 안에 내가 있네 -140

 

사심 없는 자기 부정 겸허하게 나아가면

그 때는 남는 것이 아버지밖에 없으리니

그것들 모든 일체(一切)는 이용(利用) 대상 아니네 -141

 

풀 하나 하나의 돌, 벌레 하나 보았을 때

함부로 꺾지 않고 살생(殺生)하지 말아야 해

그것들 모든 일체(一切)는 이용(利用) 대상 아니네 -142

 

 

작은 먼지 하나에 우주가 있다

 

도(道)라는 게 따로 있나, 그런 게 아니에요

일미진중(一微塵中) 함시방(含十方)이 진리가 아닐까요

이 세상 티끌 하나에 시방(十方) 세계 들었지요 -143

 

세속(世俗)이라 하는 거기 도(道)가 들어 있다는 말

예수님도 죄인(罪人)들과 함께 하지 않았나요

거기가 천당(天堂)이지요, 따로 있지 않아요 -144

 

천지가 즉 부모요, 부모가 천지로다

천지부모 일체라고 해월(海月) 선생 가르쳤죠

우주와 하나 되는 것, 그게 바로 도(道)지요 -145

 

 

내가 없어야

 

석가가 말했지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그 말이 젊어서는 교만(驕慢)한 말 읽히더니

요즈음 생각해 보면 겸허함이 배었네 -146

 

예수님도 하느님과 늘 함께 있다 했죠

아버지와 둘 아니란 그 말씀도 겸허(謙虛)예요

한 점도 사(私)가 없으니 겸허하지 않은가요 -147

 

 

무위(無爲)

 

날 도운 적 없었는데 날 죽일 놈 했더라도

그 사람이 배고프면 밥술 줄 수 있어야 해

헐벗어 떨고 있다면 옷을 입혀 주는 것 -148

 

저 놈은 옷 줘 봤자 배반을 또 할 테니

옷 줄 수 없다 하면 그것은 무위(無爲) 아냐

계산을 하지 않는 마음, 그 참마음 무위지요 -149

 

 

하나

 

자애(慈愛)는 손등이요 무위는 이 손바닥

우리의 삶 속에서 표리(表裏)의 관계지요

자애도 무위도 역시 큰 하나를 이루지요 -150

 

자애라 하는 것은 ‘나와 하나’ 그것이죠

그런 관계 아니라면 사랑이라 할 수 없죠

‘너’와 ‘나’ 그런 관계 아니라, ‘하나’라는 관계죠 -151

 

‘하나’라고 하는 관계, ‘동체(同體)’이니 무아(無我)지요

무위라 하는 것은 그런 속에 있는 거죠

무위는 계산법 없지요, 이로움을 안 따져요 -152

 

 

그 자리

 

도(道)의 경계 도의 경지, 그곳이 어디인가

현상계서 어떤 욕심 버려야만 닿는 그 곳

날마다 버릴 때에만 닿는다는 얘기지 -153

 

그래서 도(道)는 말야 ‘안다 모른다’ 아니예요

대와 소가 따로 없고, 선과 악이 따로 없지

노자는 모순 통일 자리서 모든 것을 보랬지요 -154

 

중요해요 <보는 자리>, 그 자리가 중요해요

그 자리서 세상만사 들여다 보는 분을

수운과 해월 선생은 한울님이라 했지요 -155

 

예수는 뭐라 했나 아버지라 했답니다

그러니 그 언제나 무슨 일을 하다가도

그 자리 <보는 자리>로 돌아가란 거예요 -156

 

 

관계(關係)

- 一花之中天地

 

저 물을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 물을 마실 때나 물 있는 데 찾아보면

나눠져 있는 듯한데 나눠진 게 아니지요 -157

 

이 지구를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논 소유(所有)의 역사에선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나눌 수가 없어요 -158

 

또 공기를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공기까지 나눈다면 이건 다 가는 거죠

모두가 하나란 말이지요, 다 하나란 말이에요 -159

 

모두가 하나예요, 하나란 말입니다

다 하나인 그 속에서 관계를 얘기할 때

관계는 바로 서지요, 인간관계 자연관계 -160

 

 

산은 산, 물은 물

- 無自性

 

산은 산 물은 물, 헤아리지 않는단 말

이거다 저것이다 헤아리지 않는단 말

일체의 모든 만물들이 나와 같은 뿌리요 -161

 

뿌리가 같다는 말 한몸이란 말이에요

결국은 한몸이니 나다 너다 없는 거죠

이렇다 저렇다 하며 가릴 것이 없지요 -162

 

나와 네가 한 몸이니 따질 것이 없는 거죠

바다 보면 바다고요, 산을 보면 산인 거죠

내 코와 귀를 보면서 코여 귀여 하는 거죠 -163

 

산은 산 물은 물 그 말을 할 때에는

그 산과 물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가 있네

모두가 한 몸이란 깨우침 바탕 돼요 하지요 -164

 

 

공평하게

 

하늘은 누구든지, 벌레고 사람이고

모두 빛을 비춰 줘요, 비가 오면 축여 줘요

한 포기 풀 하나라도 태양 없음 안 되죠 -165

 

맑은 공기 없이 되나, 맑은 물이 없이 되나

깨끗한 흙 없으면 되는 일이 없는 거죠

우주가 뒷받침해요, 한 포기의 풀 하나도 -166

 

 

장일순 선생님

- 김지하

 

하는 일 하나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達通)하고 한가하여

밑으로만 기시다가

 

드디어

한 포기 산(山) 속

난초(蘭草) 되신 선생님 -167

 

 

문제를 풀려면

- 一切心造

 

요즈음 공해 문제 환경 문제 말이 많죠

말들은 참 많지만 풀리는 건 별로 없죠

바탕을 고치지 않고 떠들고만 있지요 -168

 

제집은 깨끗하게 쓸고 닦고 하면서도

그 쓰레기 담 너머로 던지는 꼴 아닌가요

그러니 문제가 풀리기커녕 더욱 꼬일 뿐이죠 -169

 

음식만 무공해로 먹으려고 애를 쓰고

피부에 염증(炎症) 날까 무공해 옷 입자 하나

생각에 공해가 왔을 땐 세상 모두 공해죠 -170

 

 

눈에 보이지 않는 삶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거다’

‘보이는 건 보이는 거’ 따로 떼어 놓았을 때

그러한 철학과 사상, 생명(生命)과는 멀지요 -171

 

눈에 안 보이면 없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생명 공동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공동체에선 작다 크다 없어요 -172

 

생명의 공동체는 높다 낮다 없습니다

큰 것은 큰 것이고 작은 것은 작다는 것

우리는 극복해야 해요, 하루빨리 말이죠 -173

 

 

기본이 되는 삶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이요,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니라

하늘도 한 뿌리요, 땅도 나와 한 뿌리라

세상의 모든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네 -174

 

예수님 말씀대로 만민(萬民)은 한 형제요

온 우주 대자연은 나의 몸과 한 몸이라

우리의 공동체 삶은 이 바탕에 있는 것 -175

 

사물을 대하면서 선악 애증 갖게 되면

취사선택 있게 마련, 이(利)를 찾게 되는 거죠

살면서 우리 이웃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176

 

상황에 따라서는 악의 경쟁 되게 되죠

이런 삶은 자기 분열 한 없이 전개하고

결국은 자멸을 가져오죠, 멸망하게 됩니다 -177

 

아낌없는 나눔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하고

겸손하고 사양하며 검소하게 사는 삶은

인간과 모든 관계의 기본 되는 삶이죠 -178

 

 

생명의 길

 

우리의 산업 문명 자연을 파괴하고

살아가는 땅마저도 망가지게 하고 있죠

그 땅서 생산된 농산품 질병 가져 옵니다 -179

 

이렇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이 땅이 죽어 가고 사람들도 병이 들면

그러면 어찌 되나요, 끝나는 거 아닙니까 -180

 

자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하는 것은

정치 이전 문제예요, 삶의 근원 문젭니다

오늘날 정치 경제에는 우리 살 길 없지요 -181

 

주판알도 잘못 하면 훌훌 털고 다시 가죠

인간과 인간끼리 인간과 이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큰 길 동학(東學)에도 있습니다 -182

 

예수님의 말씀에도 그 길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에도, 노장(老莊)의 말씀에도

난국을 극복하는 실마리, 해결하는 길 있지요 -183

 

 

내가 아닌 나

 

물질 너무 낭비하면 후손들의 미래(未來) 없죠

그러니까 절약하며 살아가잔 말입니다

이 물자(物資) 하나하나는 피와 땀이 묻었지요 -184

 

물자들 하나하나 자연이 역사하죠

인간의 노력들과 피와 땀이 함께 한 것

함부로 낭비한다면 자기 소멸 부르지요 -185

 

자연 인간, 인간 인간 일체가 되는 속에

나라고 하는 존재 고정된 게 아닙니다

일체의 모든 조건들이 나를 있게 하지요 -186

 

내 힘으로 이룬 일이 내가 한 게 아니지요

따져보면 ‘나’라는 게 ‘내가 아닌’ 것이지요

그것을 알았을 적에 전체 생명 알지요 -187

 

‘내가 아닌 나’를 알라, 생명을 알게 되리

생명의 전체적인 함께 하심 알게 되리

온 생명 어디에 있는가, 그걸 알게 됩니다 -188

 

우리는 연대 속에, 유기적(有機的)인 관계 속에

헤어질 수 없는 관계 화합하는 논리 위에

비로소 존재합니다, 존재할 수 있어요 -189

 

 

사람의 횡포

 

이것은 아름답고,

이것은 고귀한 것

 

이것은 좋은 거고,

이것은 나쁜 거다

 

도대체

누가 정했는가,

사람들의 오만(傲慢)이지 -190

 

 

자연

 

기계문명 바라는 건 능률과 효과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게 기계지요

오로지 그 방향으로만 치달아 뛰게 마련이죠 -191

 

그렇게 되고 나니 천리(天理)에서 멀어지고

자연의 법도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죠

자연의 일체만상이 불가분의 연대인데 -192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는 건데

거기서 벗어나서 자꾸자꾸 멀어지니

결국은 미쳐버리고 자멸(自滅)하게 되지요 -193

 

그러나 자연 법도 그런 게 아니에요

빠른 놈도 있지마는 느린 놈도 있는 거죠

그들이 함께 어울려 하나의 자연 이뤄가죠 -194

 

 

장일순 선생님은

 

선생님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연민(憐憫)의 정 많으셨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람 세상 꿈꿨네 -195

 

특정한 한 사상을 추종(追從)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사상들을 열어 놓고 만났지요

끝없이 그 관계 속에서 우리 갈 길 찾았어요 -196

 

 

동고동락(同苦同樂)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동락(同樂)만 하려 들죠

편하고 즐거운 것 그것만을 찾습니다

그런데 고(苦)가 없이는 낙(樂)마저도 없지요 -197

 

고(苦)와 낙(樂)은 더불어서 함께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동고동락(同苦同樂) 그 자체가 생활이지

동락(同樂)만 한다고 하면 생활(生活)인 거 아니죠 -198

 

 

사람

 

천지지간 고약한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니

 

사람이 고약해요,

고약하기 제일이죠

 

고약한

것들이 모이니

맨날 싸움뿐이죠 -199

 

 

한살림

 

이제는 바뀌어서 공생의 시대예요

자연과도 공생하고 사람과도 공생하고

제대로 못 사는 사람과 공생해야 됩니다 -200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안아주고

요구도 들어 주면 연대가 되는 거죠

우리만 맛있는 거 먹고 무슨 일을 하겠어요 -201

 

해롭지 않은 음식 우리끼리 먹으면서

이 식으로 계속해서 운동을 해 간다면

그 언제 이 일의 영역 확대할 수 있나요 -202

 

중요한 건 많은 사람 동참해야 하는 거죠

유기농 하는 분만 안고 가선 안 됩니다

농약과 비료 쓰는 농사꾼 안고 가야 합니다 -203

 

그래야 그 사람도 이 일 옳다 생각하고

이 길로 변화해야 하겠다고 맘 바꾸니

우리와 만나게 되죠, 동참하게 됩니다 -204

 

 

생산자와 소비자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같이 엎어지죠

한쪽만 보려드니 그럴밖에 더 있나요

모두가 소비자인데 그 생각을 못 하지요 -205

 

농사짓는 사람 없으면 먹고 살 수 있겠어요

소비자 없다 하면 농사꾼이 생산할까

그래요 그런 관계지요, 이게 삶의 질서예요 -206

 

이것이 없게 되면 저것이 없게 되고

이것이 있게 되면 저것이 있게 되죠

우주의 모든 질서는 그렇게 돼 있지요 -207

 

 

가난한 풍요

 

자연농 한다는 건 자연과의 공생(共生)이죠

그래서 자연농은 아주 아주 중요하죠

현재론 매우 미약하지만 함께 살 수 있는 길 -208

 

원시 사회 농경 사회 돌아가자 아닙니다

인류가 겪어오고 배운 것들 다 모아서

파멸(破滅)을 피하가면서 함께 살잔 얘기죠 -209

 

그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절박한 그 현실을 얘기하고 있는 거죠

인간이 땅과 불화해서 살아갈 수 있나요 -210

 

‘풍요로운 이 가난’을 우리가 청산하고

선조들이 지녀왔던 ‘가난한 풍요’되찾으면

인간이 땅과 화합하여 살아갈 수 있어요 -211

 

지금의 우리 현실 낭비가 엄청나죠

세계의 큰 도시들 큰 낭비를 없앤다면

전 지구 기아(飢餓)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212

 

 

원래 제 모습

- 村家可親

 

옛날엔 떡을 하면 사흘 가기 바빴지요

큰일 치른 떡과 음식 하루 만에 쉬잖아요

음식은 상(傷)해야 해요, 상해야만 합니다 -213

 

오늘날 먹는 음식 벌레들도 안 먹지요

잘난 척 먼저 하고 머리 좋다 하면서도

벌레도 안 먹는 것을 참 잘 먹고 살아요 -214

 

그러니까 이 사실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은 다음 미이라 꼴 될 거예요

날마다 방부제 먹으니 썩을 일이 있나요 -215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잔 말입니다

거기엔 많은 손이 가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제 모습대로 살아가는 거예요 -216

 

 

오류(誤謬)

 

무농약 음식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한다

그러니 다 좋지요, 다 좋긴 하지만은

저 혼자 오래 살려고 하면 그 자체가 공해(公害)죠 -217

 

한살림 운동에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버려야죠 그 이기심

우리가 이롭기 때문에 하자는 건 안 돼요 -218

 

이로우니 하자 하면 또 하나의 세력 되죠

우리는 그런 것을 수도 없이 겪었어요

그러면 큰 오류의 씨앗 뿌리는 게 됩니다 -219

 

한살림 운동할 때 마음 쓸 게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들 살아가야 한답니다’

이야기 나누는 것이고, 각자 서게 하는 거죠 -220

 

각자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거지

그것을 갖자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것이 한살림 운동 한다는 것입니다 -221

 

 

모심

 

천지자연 원칙대로 그 돌아감 깨달아서

그 원칙 맞추어서 생활에 동참함은

모심의 그 틀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로세 -222

 

생명 운동 무엇인가, 모심이 아니겠나

전체를 모시면서 살아가는 그 태도가

곧바로 생명운동이죠, 삶의 운동이지요 -223

 

여길 봐도 모심이요, 저길 봐도 모심일세

그러니 시(侍) 아닌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시(侍)인 거예요, 모심 속에 삽니다 -224

 

손쉽게 알 수 있고, 행동도 쉽게 하고

손쉽게 따를 수 있고 그리 처리 되었을 때

비로소 모든 일들은 제자리에 가지요 -225

 

아주 쉬운 가운데서 처리할 수 있는 슬기

모든 것에 고개 숙여 모시는 자리 서면

결국은 깃들지 않겠나, 그런 생각 합니다 -226

 

 

자기 몫

 

타고난 성품대로

자기 몫을 해야지요

 

물가에 피는 꽃도

여기 저기 놓인 돌도

 

자기 몫

다하고 가면

모시는 일 다하는 것 -227

 

 

진실

- 氣色一如

 

간디는 자신 내면(內面) 충실했던 사람이죠

인도(印度)의 자주 독립, 민중 각성 촉구하며

진리의 명령 따라서 대중에게 말했죠 -228

 

모기 소리 그보다는 조금 큰 그 소리로

자기 주변 사람한테 말을 하고 있었지요

한 마디 더듬거리는 말, 그렇지만 엄청난 말 -229

 

인도(印度)의 대중에게, 나아가 전 세계에

진실하게 살고 싶은 그들의 가슴 속에

큰 충격 주었잖아요, 진실의 힘 아닌가요 -230

 

 

맨몸

 

돌이나 총과 칼이 최대의 무기일까

그것이 아니에요, 간디는 아니었죠

간디는 맨몸이었죠, 가진 것이 없었어요 -231

 

가진 것 없다는 게 최대의 무기였죠

없으니까 탈도 없고 근심도 없었지요

운동은 간디처럼 해야 해, 없이 해야 좋아요 -232

 

맨몸이 가장 좋다, 이런 말 아닌가요

구호(口號)조차 외치지를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호도 누군가에겐 폭력 될 수 있어요 -233

 

 

박피(薄皮)

 

어떻게 이 사회를 평화롭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이 사회를 자유롭게 할 것인가

평소에 나름대로의 자기 정진(精進) 필요해요 -234

 

자기한테 해(害) 끼치는 사람에 대해서도

‘저 사람은 그렇구나’ 하는 정도 돼야 해요

미움을 가지면 안 돼요, 미움으론 안 돼요 -235

 

새로운 삶 새 문화가 형성하고 확대되어

부조리함 있다 하면 그게 자연 소외되어

끝내는 박피(薄皮)가 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236

 

‘이것은 미래 있는 참 삶의 모습이다

소망 있는 삶이구나’하면서 살아가면

옛것은 박피(薄皮)가 되어 떨어지게 되지요 -237

 

 

가르친다는 것

 

가르치고 배우는 자 따로 있지 않습니다

나뉘고 고정된 것 아니라는 말입니다

선생이 학생이 되고, 학생들이 선생 되죠 -238

 

서로가 배우면서 가르치는 그런 관계

인간다운 그런 삶을 배우고 느끼는 것

의식의 상호 공유 작용이 교육 본질(本質)이지요 -239

 

 

그들 속에서

 

돈 한 푼 안 받고서 가르쳐 준다 해도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찾아가야 합니다 -240

 

책 비록 없다 해도 아는 것을 가르치면

알파벳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일 속에 원하는 것 모두 가르칠 수 있어요 -241

 

 

원월드 운동

 

원월드 운동이란 한 세계 운동이죠

전 세계의 과학자들 시작한 운동이죠

일본에 원폭 떨어뜨리고 반성 많이 했지요 -242

 

세상에 못할 짓을 인간이 한 것이죠

아인슈타인 앞장서서 이 운동을 시작했죠

세계를 하나의 연립정부로 만들려고 했지요 -243

 

나 역시 이십대에 이 운동에 참여했죠

세계를 대표하는 미국과 옛 소련이

한반도 점령하는 걸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244

 

침략 받는 현실 보며 이런 생각 했었지요

‘우리의 철학 없인 넘을 수가 없겠구나

이 겨레 당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겠구나’ -245

 

우리 민족 공동체가 살아갈 길 무엇인가

그건 결국 통일이요, 이 민족의 통일인데

통일도 우리만 아니라 전 세계의 통일이죠 -246

 

 

분단(分斷)

 

우주의 모든 생태(生態) 갈라놀 수 없습니다

갈라놓고 지배하는 그런 형태 아닙니다

남북의 분단(分斷)도 역시 그렇지가 않습니까 -247

 

갈라놓은 이 땅에서 지배를 당하는데

지배 세력 붙어먹는 패거리들 있습니다

태양도 지구도 모두 생명 단위 하나인데 -248

 

하나의 생명 단위 그 안의 모든 존재

협동하며 존재할 때 생명을 유지하죠

그러한 안목 안에서 분단 문제 풀어 가야 -249

 

 

열린 운동

 

우리들 스스로가 성실하게 살아가고

이웃도 성실하게 살아가게 권한다면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열린 운동 되지요 -250

 

남들이 저 스스로 살기를 원한다면

살게끔 도와주고 숨통 트게 해 줍니다

그러한 운동이 돼야지요, 열린 운동 해야죠 -251

 

 

화이부동(和而不同)

 

논어를 읽어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 나옵니다

‘운동가(運動家)다’ 했을 때는 동이불화 하기 쉽죠

유니폼 같이 입고서도 매일 싸우잖아요 -252

 

동이불화(同而不和) 이것이죠, 그러면 안 됩니다

생명은 빠지고서 껍데기만 남게 돼요

그 무슨 운동이라도 생명 조건 맞아야죠 -253

 

생명의 기본 조건 맞는가를 확인하고

그것을 앞세우고 내세우고 가야 해요

규율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갑니다 -254

 

그러니까 길게 보고 노력하며 가야지요

처음부터 몰아가면 생명(生命) 운동 못 해내요

생명은 연하잖아요, 딱딱한 땅 뚫잖아요 -255

 

 

연대(連帶)

 

‘만나라’는 말이에요, 연대(連帶)하란 말이지요

공동의 과제들을 추진하고 나가려면

운동은 다 각각이지만 연대해야 됩니다 -256

 

그렇게 아니 하면 대항할 수 없습니다

반생명 세력들을 대항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확산(擴散)할 수 없지요 -257

 

한 가지 일이라도 이 사회를 위한다면

밝은 일 하는 단체 함께 하잔 말입니다

연대(連帶)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놀다 끝나죠 -258

 

우리의 열린 시각 연대 능력 있어야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 연대하면

운동은 가속화되고 깊이 정착(定着) 됩니다 -259

 

 

전일성(全一性)

 

오늘 문제 풀자 하고 전문가를 다 불러도

수많은 전문가를 아무리 모아 봐도

전일성(全一性) 상실했다면 모자이크 지식되죠 -260

 

그러니까 죽은 것을 모은 것과 똑같아요

죽은 것 가져다가 꿰매는 것 같습니다

생태(生態)를 죽음의 무기태로 만드는 것이지요 -261

 

 

모시고 섬기라

 

선생은 모시라고 섬기라고 하셨지요

돈 아니라 생명이요, 쇠 아니라 흙 섬기라

껍데기 모시지 말고 그 속 알짜 모시라 -262

 

알짜로 값진 것을 모시고 섬길 때만

마침내 열린다네, 새롭게 열린다네

새로운 누리가 열린다, 말씀하신 선생님 -263

 

* 2010. 1. 6

 

 

무제(無題)의 글들을

시조(時調)로 쓰다

 

1.

잠 깨어 일어나라, 잠에서 일어나라

깨어서 일어나야 그 곳에 갈 수 있다

잠에서 깨나지 않으면 고향(故鄕) 가지 못하리 -264

 

2.

날마다 세 끼 요기(療飢) 그것으로 만족하라

집안이 가난하여 오막살이 살더라도

우주의 그 중심에서 살고 있다 생각하라 -265

 

3.

사람마다 하는 일들 제 몫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갖는 직업 모두가 다른 거다

그러니 당당하여라, 자기 몫에 당당하라 -266

 

4.

기(氣)도 역시 성숙한다, 정성 다해 기다려라

잠자고 깨어난 뒤 다시 잠을 자기 전에

일체를 감사하면서 정성 배례(拜禮) 바쳐라 -267

 

5.

지금껏 추구한 게 아무 의미 없다 하면

소리 없이 버려야 해, 모래성일 뿐이니까

허물 줄 알아야 하느니, 그 집착이 병통(病痛)돼 -268

 

6.

이름 없이 일을 하세, 남길 이름 하나 없이

돼지가 살이 찌면 빨리 죽지 않던가요

사람이 이름이 나면 쉽게 망가집니다 -269

 

7.

일상이 바로 도(道)죠, 그 삶이 바로 도(道)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치는 마음 되어

밥 먹고 똥을 싸야 해, 그게 바로 도(道)니까 -270

 

8.

자연 질서 인간 질서, 그 화해(和解)를 끌어내야

길을 잃은 사람들은 등잔빛을 찾고 있지

우리가 등잔불이 되어 불씨 붙여 줘야 해 -271

 

9.

순정(純情)을 바치세요, 최고의 예의지요

예의란 무엇인가, 자기 몫을 내주는 것

최고의 예의를 갖추어 자기 몫을 내주는 것 -272

 

10.

아이가 되어야 해, 어린아이 돼야 해요

아이는 갖다 주죠, 자기가 좋아하면

제 것을 갖다 주면서 서로서로 만나지요 -273

 

11.

재물을 쌓으세요, 하늘에 쌓으세요

그대의 온갖 재물 하늘에다 쌓으세요

그 말 뜻 무엇인가요, 나누라는 거지요 -274

 

12.

성직자의 생활이란 중(中) 이하(以下)야 한답니다

남보다 잘 살아서 중(中) 이상이 되게 되면

가난한 사람 만날 때 부끄러워집니다 -275

 

13.

불상에게 절하라니 소원 성취 때문일까

소원 성취 이루려고 불상(佛像)에게 절 올릴까

자기를 비우라는 거네, 천 배 절을 올린다네 -276

 

14.

옛날에 공부할 땐 진실한 삶 추구했지

수행(修行)하는 그 자세로 진지하게 공부했지

지금은 고용(雇傭)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오 -277

 

15.

자연스런 삶을 살게, 자연스럽게 살아가세

세상에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는 걸세

자연히 이지러지지 않는 그런 삶이 목표지 -278

 

16.

진실 위해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겠나

그 방법도 진실한 맘 드러내야 하는 거요

진실은 진실 가지고 싸워야만 한다네 -279

 

17.

콧대를 세운다고 강한 사람 되는 건가

콧대가 부러지는 그 사람이 강한 걸세

그래야 다 받아들이네, 받아들일 수 있네 -280

 

18.

상대방 대어 놓고 언어 폭력 쓰지 말게

폭로나 비판으론 변화되지 않는다네

나 자신 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여 -281

 

19.

깨어진 사람 위해 예수는 살았었지

교회여 이제 그만, 예수를 그만 팔게

주님은 이미 내 안에 모셔 두고 있지요 -282

 

20.

석가의 삶 예수의 삶, 그 무엇이 대단할까

조그만 지역에서 꼬물거리다 죽은 걸세

하지만 그 삶의 울림 오늘까지 왔지요 -283

 

21.

맨손만 가지세요, 나머지는 나누세요

지금의 종교처럼 가진 것을 나누려니

닭장을 덩그렇게 짓고 모이라고 하지요 -284

 

22.

예수를 그냥 두라, 패턴화 하지 마라

예수의 그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네

그러니 예수가 되라, 예수처럼 살아라 -285

 

23.

민중을 안으려고 애를 쓰다 아니 되니

산(山)에 가서 기도한 분, 그분이 바로 예수

자기와 치열(熾烈)하게 싸워 결판내는 것이지 -286

 

24.

직업이 불분명하면 그럴수록 더욱 좋다

뜻대로 아니 될 땐 화전(火田)이나 일구시게

그 뜻이 받아들여져야 세상 바꿔지느니 -287

 

25.

오늘날 인텔리는 자격증을 좋아하지

흔히 갖는 습관처럼 자격증을 따려 하지

묶이면 체제든 반체제든 대자유를 잃는다 -288

 

26.

집착(執着)에 빠지는 건 잠자고 있는 걸세

집착에 빠지는 건 잠을 자고 있는 걸세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해, 늘상 깨어 있어야 -289

 

27.

싸움의 상대방이 굴복하기 원치 말고

싸움의 상대방이 무릎 꿇기 원치 말라

나에게 찬사 보내도록 그런 마음 쓰게나 -290

 

28.

상대가 바로 날세, 그것을 알아야 해

그것을 알아야만 악순환이 끊어지지

상대를 죽이는 것으론 되는 일이 없다네 -291

 

29.

소유를 하려 하면 경쟁이 생겨나니

소유하려 애를 쓰면 저절로 경쟁하지

그것은 폭력이 되지, 폭력 되고 말지라 -292

 

30.

주체 객체 있다는 것, 그건 에고 있다는 것

바늘 구멍 그 속으로 황소가 지나가네

그 말은 나의 에고를 죽이라는 걸일세 -293

 

31.

데모를 일으켜서 누군가를 쫓아내면

쫓아낸 그 대상이 곧 내가 되어야 해

대상을 쫓아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294

 

32.

말기(末期) 때가 다가오면 경직(硬直)이 일어나고

경직이 되고 나면 강함으론 못 살리지

그 경직(硬直) 되살리는 길은 부드러움뿐이네 -295

 

33.

화두(話頭)는 아니로세, 얻는 것이 아니로세

이미 전에 내 마음에 다 있는 것이로세

우리는 그걸 모르고 헤매면서 살지라 -296

 

34.

각자(各自)가 유심(有心)이라, 알아 달라 소리치네

제 자식도 부모 말을 안 듣는 세상이네

아상(我相)에 사로잡히지 말라, 나 없어야 하나 되네 -299

 

35.

천상천하 유아독존 엄청난 말이지요

텅 비어 있는 나를, 큰 자기를 말하지요

시공(時空)을 모두 초월한 그런 자기 말하는 것 -297

 

독생자(獨生子) 예수라지만 모든 사람 독생자지

시공을 초월한 자, 그가 바로 독생자야

기(氣) 쓰고 밀고 나간 자가 도달할 수 있는 곳 -298

 

36.

독기(毒氣)로 할 수 있나, 초월(超越)할 수 있겠는가

독기로는 아니 되네, 초월할 수 없는 걸세

그대의 밝은 마음으로 초월하는 것일세 -300

 

37.

이렇게 많은 얘기 쏟아놓는 그런 날은

날마다 저녁 되면 나 자신이 초라하지

그렇게 초라할 수 없네, 깊은 한숨 나오지 -301

 

 

소암 고춘식

 

송인숙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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