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정몽주 한시

  • 등록 2021.12.13 17: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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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亂世)에 정도(正道)를 찾아 방랑(放浪)한 나그네

정몽주·鄭夢周

 

 

안변성의 누각(樓閣)에서

 

돌아가자 그 마음은

먼 하늘에 뻗치는데

 

만리(萬里) 밖 누(樓)에 오르니

바람만 모자에 가득

 

명년(明年)엔

정처 없는 이 몸

기러기 소리 어서 듣나

 

 

함주(咸州)에 도착하여

 

낙엽은 어지럽고

그대 모습 볼 수 없네

 

원수(元帥)는 변새(邊塞)에 들고

날쌘 장수 군(軍)을 나누네

 

창 방패

천하(天下)에 가득하니

문사(文詞) 언제 닦으리오

 

* 변새(邊塞) : 변방(邊方)의 요새(要塞)

* 문사(文詞) : 문장으로 나타난 말

 

 

중양절에 정주(定州)에서

 

정주(定州) 땅 중양절(重陽節)에 높은 곳 올라보니

옛날같이 국화꽃이 눈에 밝게 비쳐 드네

개펄은 남쪽 선덕진(宣德津)에, 봉우리는 성(城)에 닿네

 

일백년 전쟁(戰爭)한 나라 흥하고 망한 일에

만리 정벌 나갔던 몸 강개(慷慨)한 정이로다

원수(元帥)를 말에 태우니, 놀빛 깃발 물들이네

 

 

강남(江南)의 버들

 

강남 땅 버들이여, 강남 땅 버들이여

봄바람에 하늘하늘 황금빛 실타래 같네

버들 빛 해마다 좋건만 나그네는 언제 갈까

 

망망한 푸른 바다 파도는 멀리 만 길

고향 땅은 저기 멀리 하늘 가에 닿아 있네

돌아갈 배에 앉아서 지는 꽃을 마주하네 

 

속절없이 탄식(歎息)하니 그리운 정 괴로움뿐

사람으로 태어나서 원유객(遠遊客)은 되지 마소

소년의 검은 귀밑털이 희어지네 눈처럼 

 

* 원유객(遠遊客) : 고향을 멀리 떠난 나그네

 

 

구월, 태창(太倉)에서

 

인생이 길다 한들

백년 세월 넘지 않고

 

세월은 화살처럼

이리 빨리 흐르는데

 

이 몸은

어찌 안정(安定) 못하고

여행 길손 되었는가 

 

 

일본(日本)에서

 

평생 남북(南北) 다니느라

맘먹은 일 어긋났네

 

고국(故國)은 바다 서편(西便)

하늘 끝 외로운 배

 

긴긴 날

홀로 보내노라니

이 그리움 견디리오

 

 

전주(全州) 망경대(望景臺)에 올라

 

천 길 언덕 머리맡에 돌길이 비꼈는데

올라보니 무한한 정(情) 이기지를 못하겠네

청산(靑山)은 부여국에 있고, 백제성엔 낙엽들

 

구월 달 찬 바람은 길손을 슬프게 하고

하늘 가에 해가 지니 뜬구름 모이는데

서글퍼 멀리 옥경(玉京)을 바라볼 길 없구나

 

* 옥경(玉京) : 하늘 위에 옥황상제가 산다는 서울, 임금이 계시는 곳

 

 

중추절(仲秋節)

 

그 옛날 한가위 땐

함주(咸州)에서 나그네 길

 

손꼽아 세어 보니

이십 년이 지났구나

 

밝은 달

흰 머리로 대하니

또 몇 번을 볼는지 

 

 

제성역의 밤비

 

오늘밤 제성역에 옛집 생각 왜 나는가

봄 다 간 뒤 멀리 와서 첫 비 올 때 홀로 눕네

영주 땅 너른 들판엔 벼 농사가 잘 되었네

 

오천(烏川)에는 먹을 만한 고기들이 뛰노나니

나에게 두 가지가 다 갖추어 있건마는

어찌타 귀거래(歸去來) 노래, 부르지를 못하는가

 

 

 

송인숙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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