敬遠(경원)

  • 등록 2022.08.29 14: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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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遠(경원)


‘번지(樊遲)’가 ‘공자(孔子)’에게 
‘지(知)’에 대해 여쭈었다

 

귀신을 공경하나 
멀리하면 그게 곧 ‘지(知)’

 

존경해 
받들면서도 
가까이를 않는도다 


출전(出典) : <논어(論語)> 雍也篇(옹야편)
어의(語義) : 공경하나 멀리함.
                 - 존경은 하면서도 가까이 하기를 꺼림.
                 - 겉으로는 존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못마땅해 함.
                 - 야구에서 투수가 고의로 사구를 던져, 타자를 1루에 보내는 일. 
                 - ‘경원사구’의 준말.
원어(原語) : 敬鬼神之遠之(경귀신지원지), 敬而遠之(경이원지)

 

 

孔子(공자)에게 제자인 樊遲(번지)가 ‘知(지)’에 대해 물었다. 공자 가로되,

“백성의 도리에 힘쓰고, 귀신을 공경하나 멀리하면, 知(지)라 말할 수 있다.”

 

‘仁(인)’을 물으니, 공자 가로되,

 

“仁(인)이라는 것은 어려움을 먼저 하고 뒤에 功(공)을 얻으면, 가히 이를 仁(인)이라 말할 수 있다.”

 

<原文> 樊遲問知(번지문지) 子曰(자왈) 務民之義(무민지의) 敬鬼神而遠之(경귀신이원지) 可謂知矣(가위지의) 問仁(문인) 曰(왈) 仁者先難而後獲功(인자선난이후획공) 可謂仁矣(가위인의).

 

백성의 도리란 곧 사람의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공자는 똑같은 물음에 대해서도 상대방에 따라 각각 다른 대답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대개는 상대방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처방과 같은 것이었다.

 

知(지)는 知慧(지혜)도 될 수 있고, 知識(지식)도 될 수 있고, 知覺(지각)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역시 우리말의 ‘앎’ 즉 ‘옳게 알고 옳게 깨달은 참다운 앎’이란 어떤 것입니까? 하고 물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세상에는 흔히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지식보다는, 잘 믿어지지 않는 미묘한 존재나 이치 같은 것을 앎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공자 당시에도 그런 폐단이 많았고, 제자인 樊遲(번지) 역시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물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실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귀신의 힘을 빌려 복을 구하고 화를 물리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아는 사람의 올바른 삶의 자세다.’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논어(論語) 八佾篇(팔일편)에 보면, 공자는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면 정말 조상이 앞에 있는 것처럼 했고, 조상 이외의 신에게 제사를 드릴 때는 정말 신이 있는 것처럼 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공자는 感謝(감사)의 제사는 드렸어도, 福(복)을 빌기 위한 제사는 드리지 않았다. 그것은 귀신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보채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귀신을 멀리하라는 것은 잘 되게 해달라고 빌지 말라는 것이다.

 

논어 述而篇(술이편)에 보면, 공자가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 있자, 제자 子老(자로)가 神明(신명 : 하늘과 땅의 신령)에게 기도를 드리고 싶다면서 공자에게 허락해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자 공자는,

 

“내가 기도한 지 이미 오래다[丘之禱久矣(구지수구의)].”라고 대답하며, 이를 못하게 했다. 공자가 말한 ‘기도한 지 오래다’라는 뜻은, 聖者(성자)의 일상생활 그 자체, 즉 사람의 할 일을 묵묵히 실천하며,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허물을 짓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敬遠(경원)’은 ‘귀신을 공경하나 귀신에게 메달리어 복을 빌지는 않고 멀리한다.’는 공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말이다. ‘공경하여 이를 멀리한다.’는 원래의 뜻에서 지금은 ‘꺼려해서 피한다.’의 뜻으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 孔子(공자)의 10대 제자 : 중국 춘추시대의 공자의 문하생 중 뛰어난 제자 10명을 말한다. 논어 先進篇(선진편)에 ‘德行(덕행)에는 顔淵(안연) · 閔子騫(민자건) · 冉伯牛(염백우) · 仲弓(중궁), 言語(언어)에는 宰我(재아) · 子貢(자공), 政事(정사)에는 冉有(염유)·  季路(계로), 文學(문학)에는 子遊(자유) · 子夏(자하)’라 하여, 공자의 제자 3,000명 중 문하생 70여 명, 여기에서 중심을 이룬 제자 10명을 그 장점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것을 후세에 四科十哲(사과십철)이라 하였다. 그 이외에 뛰어난 제자로 曾參(증삼 : 증자) ‧ 子張(자장) ‧ 有若(유약) 등이 있다.
 

 

송인숙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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