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고분하지 않는 박항서 감독을 축구 대표팀에 앉히겠나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곧 월드컵 예선에서 만날 나라가 태국이다. 태국을 가장 잘 아는 감독은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박항서(65) 감독이다. 그래서 공석이 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박항서 감독을 앉히자는 축구팬들이 많다.
실제로 축구 유튜브 오프더볼TV에서 요사이 언론에 거론되는 5명의 축구 감독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설문 조사에서 1,200명 투표에 참여, 70%가 박항서 감독을 꼽았다. 2위는 홍명보 감독으로 16%를 차지했다. 1위와 2위 차이는 예상외로 크다.
물론 베트남에서의 좋은 승과와 방송에 자주 출연해서 생긴 팬심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감독들이 대부분 K리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고, FC서울로 제시 린가드 선수가 이적하면서 K리그의 붐이 예상되는 지금 동계 훈련까지 마치고 온 각 팀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앉히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에 따른 결과였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월 베트남 감독직 계약이 끝났고, 최근 베트남 3부리그 빅난 FC 고문으로 취임했다. 현재 박항서 감독이 맡은 자리가 고문이기에 임시직 감독으로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
하지만 이 모든 걸 쥐고 있는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생각은 이미 상당 부분 굳어진 거 같다. 정몽규 회장의 삼촌이자 16년간 대한축구협회를 쥐락펴락한 정몽준(73) 전 회장의 입김이 홍명보(55) 울산 현대감독, 김학범(64)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으로 불고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바른말로 정 회장과 사사건건 부딪혀 온 박항서 감독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뽑는 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만약 이러한 큰 그림이 이미 그려졌다면 누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더라도 축구 팬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대한민국 축구를 살려야 하는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를 앞두고 감독을 빼 와서 해당 팀을 수렁에 빠뜨렸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부침이 많았던 K리그에 올 시즌과 같은 흥행 요소가 많은 이때, 감독 차출 후 월드컵 국가대표팀 경기 결과가 나빠지면 국내 팬도 잃고 향후 국내 감독에 대한 인식마저 영영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내일 안으로 클린스만 이후 감독에 대한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성난 축구팬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