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시골생활 발행
삶의 도량(道場)에서
세상에 태어남은 대단한 사건이요
사건 중의 사건이요, 대단한 경사(慶事)로세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하고 거룩하지 -001
이 사실을 명심(銘心)하리, 진정한 과제(課題)로세
한밤에 들려오는 풀섶의 벌레소리
그 소리 나를 놀라게 하네, 놀라움에 떨었네 -002
만상(萬象)이 고요한 밤, 작고 작은 미물(微物)들이
자기의 거짓 없는 그 소리를 들려주니
평상시 나의 삶을 보며 부끄러움 느끼지 -003
이럴 때면 내 일상은 생활이 아니었네
경쟁(競爭)과 투쟁(鬪爭)만을 도구로 하였었네
나의 삶 허영(虛影)이었음을 그제서야 깨닫네 -004
하나의 작은 벌레 날 엄숙히 가르치니
그 벌레는 스승일세, 거룩한 나의 스승
참 생명(生命) 지닌 자의 모습, 가슴 깊이 새기네 -005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밖에서 사람 만나 술 마시고 얘기하다
집으로 돌아올 땐 방축길을 걸었었지
혼자서 걸어오면서 감사함을 느꼈지 -006
이다지 못난 나를 사람들이 사랑하니
감사하는 마음속에 반성을 한답니다
오늘 또 허튼소리들을 많이 한 건 아닌지 -007
길 가다 문득 봐요, 발밑의 푸른 풀을
사람에게 짓밟혀서 구멍이 숭숭 나고
흙마저 묻어 있건만 의연한 저 모습을 -008
대지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려두고
밤낮으로 의연하게 해와 달을 맞이하니
그 길가 모든 잡초들이 스승이요 벗이네 -009
나 자신은 건전하게 뿌리박지 못하면서
망언(妄言) 같은 얘기들을 여기 저기 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지네, 풀 대하기 부끄럽네 -010
고백(告白)
자신이 잘못 산 걸 반성하고 고백하세
넘어진 얘기부터 부끄러운 얘기까지
감추고 싶은 얘기를 털어놓잔 말이네 -011
지금은 삶이 뭐냐, 생명(生命)이 무엇이냐
그것을 헤아리며 살아가는 시기지요
더 갖고 더 꾸미는가에 몰두(沒頭)할 때 아닙니다 -012
잘 쓴 글씨
書必於生
겨울날 저잣거리 군고구마 파는 사람
그 사람이 써서 붙인 ‘군고구마’ 글씨 보네
글씨는 비록 서툴지만 정성만은 가득하네 -013
그것이 진짜로세, 그 글씨가 진짜일세
그 절박함 비한다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내 글씬 그것에 못 미쳐, 거기까지 못 가네 -014
밥 한 그릇
一碗之食含天地人
일찍이 해월(海月) 선생 말씀을 하셨지요
밥 한 그릇 알게 되면 세상 만사 알게 된다
한 그릇 만들어지려면 온 우주(宇宙) 다 참여한다 -015
우주 만물 가운데서 어느 하나 빠져서도
밥 한 그릇 될 수 없네, 만들 수가 없단 걸세
그러니 밥 한 그릇이 곧 우주(宇宙)란 얘기네 -016
하늘과 땅과 사람 서로 힘을 합해야만
밥 알 하나 티끌 하나 생겨날 수 있는 거고
거기에 대우주의 생명(生命) 깃들었단 것이네 -017
출세(出世)
요즘 출세 좋아하지, 무엇이 출세(出世)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출세로세
나 이거 하나 있기 위해 온 우주가 동원되지 -018
태양과 물과 바람 나무와 풀 한 포기
이들이 있기 위해 온 우주(宇宙)가 있어야 해
그러니 그대나 나나 엄청난 존재(存在) 아닌가 -019
향기(香氣)
남들이 내 하는 일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은 일에 정성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향기(香氣)는 절로 퍼지지, 멀리까지 퍼지네 -020
그러니 발 아프게 찾아다닐 필요 없지
있는 자리 그 자리서 최선을 다 하세나
바라는 그것 없이 하는 것, 그 길밖에 없어요 -021
수행(修行)
- 虛心如仙
어려움에 처했다면 수행(修行)하란 말로 듣세
자신(自身)을 돌아보란 하늘의 명령(命令)일세
그것이 바닥을 기어서 천리(千里) 길을 가는 것 -022
그냥 납작 엎드려서 겨울 나는 보리 보세
한 세월 자신 허물 닦고 닦고 가다 보면
언젠가 봄날 오지요, 밝은 날이 옵니다 -023
실패(失敗)
떨어져도 괜찮아요, 떨어져야 배웁니다
댓바람에 붙는다면 좋을 듯싶지마는
자꾸만 떨어지면서 깊어지는 것일세 -024
떨어지는 그 과정에 자신을 돌아보고
떨어지는 그 아픔에 남 아픈 줄 알게 되니
자꾸만 떨어져도 돼요, 떨어져야 배워요 -025
부활(復活)
살다 보면 넘어지고 엎어질 때 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죠, 누구나 다 그래요
그 때는 자기 스스로 일어나야 됩니다 -026
스스로의 그 힘으로 일어나야 되는 거죠
몇 번이고 끊임없이 일어나야 되는 건데
그것이 말을 하자면 곧 부활(復活)이 아닌가요 -027
이루려 하지 마라
이루려 하지 마라,
그것은 헛되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바라보라, 바로 보라
자연은
이루려는 자와
함께 하지 않느니 -028
손님
자네 집에 밥 잡수러 오는 사람 누구인가
그분이 누구인가, 자네의 참 하느님
요리(料理)로 잘 대접해야 혀, 하느님께 말일세 -029
장사가 아니 될까 그런 걱정 일절 말게
하느님을 섬기는데 그 무슨 걱정인가
자네의 하느님들이 먹여 준단 말이여 -030
누가 하느님
- 侍天主
행인(行人)이 거지에겐 하느님이 아니겠나
손님이 장사꾼에겐 하느님이 아니겠나
그러니 오는 모든 손님 하느님이 아닌가 -031
학교의 선생님에겐 그 누가 하늘인가
녹(祿)을 받는 공무원에겐 그 누가 하늘인가
국민은 대통령의 하늘, 목사에겐 신도(信徒)지 -032
똥물
친구가 빠졌을 때, 똥물에 빠졌을 때
우리는 바깥에서 욕을 하기 쉽습지요
대개는 그렇게 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033
그럴 땐 그와 함께 똥물에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 나니 나가서 얘기하자”
그래야 알아듣습니다, 입으로는 안 돼요 -034
나를 찌른 칼
자네 말야 걱정되네, 옳은 말을 그리 하니
그런 말을 자꾸 하면 누군가가 찌를 거야
그럴 땐 어떡 하겠어, 조심하란 말일세 -035
그럴 때 어찌하나, 이렇게 할 셈이네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묻은 피를 닦아내고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주리 -036
그러고는 말하리라, 얼마나 힘들었냐
이 나를 찌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냐
따뜻한 말을 건네리라, 거기까지 가야 돼 -037
도둑
도둑을 만났다면 도둑 되어 얘기하게
도둑은 샌님 말을 절대로 듣지 않지
나 같은 도둑이다 싶어야 말문 연단 말이네 -038
가난한 사람 것은 훔치려 하지 말고
재산이 있는 사람 가진 것을 털어내서
가난한 사람과 나누라면 도둑들도 알아듣네 -039
부처님은 많은 얼굴 가지고 계신다지
마흔네 개 얼굴들을 가지고 계신다지
만나는 모든 사람과 하나 된단 말이지 -040
화해(和解)
화해(和解)란 무엇인가, 포기(抛棄)한단 말이지요
일체의 권리(權利) 조건(條件) 포기함을 의미해요
우리가 적대자 가운데서 나 자신을 보는 거죠 -041
무지(無知)함 그 가운데 적대자가 있다 함은
우리 자신 많은 일에 무지하기 때문일세
그래서 자비 자각만이 자유롭게 합니다 -042
지금 이 자리에서
만약에 당신에게 높은 자리 준다 하고
서울로 오라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열심히 하겠다 하면 잘사는 사람 아닐세 -043
지금 하는 나의 일을 정말로 사랑하고
긍지를 가졌기에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람 멋쟁이 -044
우두머리
어머니가 왜 고맙나, 밥 해주기 때문이죠
똥오줌 닦아 주고 청소도 해 주시지요
엄마가 뻐기기만 하면 고마울 리 있나요 -045
우두머리 된다는 건 어머니가 되는 거죠
밥 주고 옷도 주되 누리려면 안 되지요
아래 쪽 있는 사람보다 더 아래서 일해야죠 -046
선행(善行)
- 天無善惡
착한 일을 많이 하되 그 의식이 없이 하소
그것이 선행(善行)이요 참다운 선행일세
좋은 일 많이 했다는 것 당연한 일 아닌가 -047
무슨 보답 받겠다는 그런 계산 없어야 해
착한 일 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그것은 선행 아닐세, 선행마저 악(惡)되네 -048
화목(和睦)
한집에 사는 사람,
두 사람이 화목(和睦)하면
“저 산(山)아, 움직여라”
한 마디 말을 하면
그 산이
움직인다네,
화목(和睦)함의 힘일세 -049
어머니
- 母月山
어머니는 이제 보니
슬기로운 분이셨죠
지금도 생각하면
내 눈시울 뜨겁지요
너만은
영악스럽게
살지 말라 하셨지요 -050
인물(人物)
강원도 원주 땅은 큰 인물(人物)이 안 나온다
치악산이 막혀 있어 인물 나기 어렵다네
하지만 이완용 같은 이를 인물(人物)이라 하리오 -051
사람들이 얘기하는 인물(人物)이란 무엇인가
그건 결국 다른 사람 괴롭히는 인간일 뿐
그러한 인간들 때문에 허덕였죠, 이 세상 -052
경쟁(競爭)
고등학교 가야 되고 대학도 가야 되고
대학원도 가야 되고 그 뭐도 가야 되니
그것은 세상 경쟁(競爭)에서 이기라는 얘기죠 -053
세상에서 말들 하는 보화(寶貨)를 얻자 하면
사람의 행동들이 제대로 갈 수 없죠
그것에 사로잡혀서 방해되고 말지요 -054
명문 대학 보내려고 명문 고교 보내려고
정상적인 잠도 뺏고 움직임도 뺏는다면
정상적 인간관계를 할 수 없게 하지요 -055
부귀 명예 권세에다 가치 중심 두고 나니
전부들 그리로만 달려 뛰고 있는 걸세
결국은 일등 경쟁에 시기심만 늘지요 -056
요즈음 부모들은 ‘일등 하라’ 가르치죠
내 자식이 일등하면 다른 자식 처지는 것
그러니 사회적으로는 큰 공해(公害)가 아닌가요 -057
상
- 心中無物
어떤 일을 잘했다고 떠받들어 상(賞)을 주면
모두들 상 받으려 그렇게 하려 하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잘잘못이 있는 거 -058
잘하는 게 있는 사람, 못하는 일 있게 마련
못하는 일 있는 사람, 잘하는 게 있게 마련
그래서 강약(强弱)이 하나요, 우열(優劣) 또한 하나지 -059
‘잘한다’는 그 소리를 모두 듣고 싶어 하니
미숙한 젊은이들 고른 성장 가로막고
두 눈을 어둡게 하는 그런 결과 만들죠 -060
자연에는 경쟁 없죠,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 세상 잘난 것만 받드니까
저절로 다툼이 일지요, 끊일 날이 없지요 -061
내세우지 마라
불쌍한 놈 높여 주고, 힘센 놈은 좀 누르세
그것이 도리(道理)라고 생각을 해 왔지요
그런데 그냥 그것으로 끝내야만 할까요 -062
그 정도 일을 하고 옳은 일 했노라고
잘했느니 떠들면서 자기를 내세우면
그것은 그걸 가지고자 욕심냄이 분명해 -063
함께 가는 길
깃발을 앞세울 땐, 너무 앞에 내세울 땐
함께 가는 사람 중에 늦잠을 잔다거나
게을리 일하는 사람을 나무라기 쉽지요 -064
그럴 땐 어찌 할까, 따뜻함이 필요하네
따뜻한 마음 갖고 어깨동무 일으켜서
다 같이 가는 마음이 아주 아주 중요해 -065
그렇게 하다보면 크든 작든 공(功) 생기지
그럴 땐 내 힘이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함께 간 사람들 공(功)이다, 넘기라는 거지요 -066
혁명(革命)
혁명(革命)이란 무엇인가, 보듬어 안음일세
새로운 삶과 변화 전제(前提)가 된다 하면
자신의 마음 다 바치는 정성에서 나오지요 -067
암탉이 병아리를 품어서 까내듯이
자신의 온 마음을 다 바치는 노력 속에
혁명은 시작됩니다, 폭력으론 안 돼요 -068
보듬어 안으면서 온 정성(精誠)을 다하여야
새로운 삶 이루리라, 혁명을 이루리라
혁명은 때리는 게 아냐, 어루만져 보듬는 것 -069
생명(生命)을 모르는 사람 만나라 이겁니다
그들을 껴안고서 함께 가잔 말입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변화하는 거거든요 -070
혁명(革命)은 보듬는 것
혁명(革命)은 보듬는 것, 한없이 보듬는 것
생명(生命)을 보듬는 것, 온몸으로 보듬는 것
따뜻이 보듬는 순간순간 그게 바로 혁명일세 -071
달걀을 어미닭이 보듬어 감싸 안듯
스스로 병아리가 껍질 깨고 나오도록
우주를 내 온몸으로 보듬어서 안는 것 -072
혁명은 보듬는 것, 생명을 보듬는 것
부리로 쪼아주다 제 목숨 다하도록
혁명은 생명을 한없이 보듬어서 안는 것 -073
어미닭이 달걀들을 보듬는 그 순간에
스스로도 우주 껍질 깨치고 나오는 것
한없이 보듬는 순간 그게 바로 개벽(開闢)일세 -074
- 김지하 시인의 ‘남(南)’에서
변화(變化)
이 사회를 바꾸려면 상대를 귀(貴)히 하세
소중히 여겼을 때 비로소 변한다네
상대를 적대시(敵對視)하면 더 강하게 나오지요 -075
상대를 없애려는 그 생각을 버리세요
변화를 시키겠다 그걸 진정 바란다면
다름을 적대 관계로 보아서는 안 돼요 -076
내 것이 옳다 하는 이념적인 틀을 갖고
동의(同意)하는 사람과만 새 판을 짜려 하면
세상은 큰 변화 어렵죠, 달라지지 않아요 -077
행복(幸福)
이렇게 미련한 나 태양(太陽) 밝게 비춰주네
밤에는 달이 떠서 자정(慈情)의 빛 주시오며
이 땅은 필요한 만물 주십니다, 나에게 -078
이다지 못난 남편 아내가 걱정하고
건강하게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고요
내 자식 내 아우들은 나를 공경하지요 -079
세상의 많은 선배, 세상의 후배 친지(親知)
건강하고 도통(道通)하여 복 베풀기 바라지요
그러니 나의 인생이 이 이상 더 행복할까 -080
조 한 알
나 역시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나도 몰래 두 어깨가 으쓱할 때 있답니다
그럴 때 내 마음 지그시 눌러주는 화두(話頭)지요 -081
세상에 좁쌀 한 알 하잘것이 없는 존재
‘내가 곧 좁쌀 한 알’ 스스로 말해 주며
내 마음 추스르는 거죠, 으쓱함을 눌러요 -082
나의 병
- 維摩病
지금은 지구 전체 암(癌)을 앓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연 전체 암(癌)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하난데 안 걸릴 리 있나요 -083
그러니까 큰 깨달음 가르쳐 주느라고
나에게 병(病) 줍니다, 큰 병을 주었어요
결국은 너 좀 앓아 봐라, 그러신 것 같아요 -084
싸우지 말고 모셔라
싸우고 가게 되면 계속해서 고달프죠
상대도 그걸 견딜 내성(耐性)이 생기지요
그러니 편안히 해 줘야 그 아픔이 낫지요 -085
모시고 간다는 건 편안하게 해 주는 것
모시고 간다는 건 풀어주는 것이지요
병(病)하고 싸우면 말예요, 점점 기승 부려요 -086
병상(病床)에서
내 사실은 엉터리지, 이제야 알겠도다
병원에 드러누워 이리저리 생각하네
내가 왜 이리 번거로운가, 은혜(恩惠) 입은 나인데 -087
한 순간 큰 평화와 큰 환희(歡喜)가 지나가데
나락 한 알 그 가운데 우주(宇宙) 함께 하신다고
해월(海月)은 말씀하셨지,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셨지 -088
그러니 지금 우린 모두가 한울이고
한울이 한울 먹고 있는 거란 말이렷다
엄청난 영광(榮光)의 행사 하고 있는 것일세 -089
그런데 우리들은 음식을 앞에 놓고
입맛이 있네 없네, 계산들을 하고 있지
우리는 식사할 때마다 거룩한 제사 지내는데 -090
그렇다면 이 자리가 천국(天國)이 아니겠나
기쁨 나눈 이 자리가 천국 아님 뭐겠는가
천국이 어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지 -091
이 천국(天國)을 버리면서 딴 생각을 자꾸 하니
그래서 이런 병도 생겨나게 되는 걸세
지금서 생각해 보니 내가 아주 철면피(鐵面皮)여 -092
그림값
만약에 아주 만약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를 받는다는
그런 생각 들어오면
그날로
나는 당장에
붓을 꺾을 것이다 -093
말씀
문 열라 문을 열라,
닫힌 저 문 활짝 열라
아래로 내려가라,
더 아래로 내려가라
아래로
다시 아래로
흘러가라 흘러라 -094
옛날에 보니까
옛날에 보았는데,
어데선가 보았는데
성서(聖書)가 뒷간에서
밑씻개가 되었더군
역시나
예수님께선
사람들을 살리더군 -095
종교(宗敎)
세상 모든 종교(宗敎)들은 그 담을 내려야 해
이 세상 모든 종교(宗敎) 그 말씀은 똑같아요
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宇宙的)이 아닌가 -096
종교가 담 쌓으면 제 모습이 아닙니다
네 종교 나의 종교 그 빛깔을 존중하되
생명(生命)은 ‘하나’니까요, 나눠지면 안 돼요 -097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
예수가 왜 하필이면 구유에서 태어났나
하느님은 모든 존재(存在) 섬긴다는 징표지요
일체(一切)를 섬기시고자 오신 분이 아닌가요 -098
구유에 오신 것은 짐승 먹이 되신 거죠
인간만을 구원(救援) 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다
무한한 우주(宇宙) 문제 몽땅 해결하러 오셨지요 -099
무한한 우주 공간, 무한한 시간 걸쳐
보이는 것 안 보이는 것 모든 문제 해결하고
만물의 진정한 자유 이루려고 오셨지요 100
문 열고 세상 속으로
민중(民衆)이 원하는 건 삶이지 이론(理論) 아냐
정당이나 정치로는 한계가 있는 거죠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그 실천을 배워야 해 -101
우리도 할 수 없이 종교로 돌아가죠
그러자면 사회 변혁 정열(情熱)로는 모자라요
영혼의 그 깊은 곳에서 깊은 자성(自省) 필요해요 -102
교황 요한 이십삼세 창문 열라 하셨지요
교회가 폐쇄(閉鎖)되어 질식(窒息) 상태 되었다며
숨 막혀 못 살겠으니 활짝 열라 했어요 -103
개인의 구원(救援)으로 교회 역할(役割) 끝나는가
노동 문제 현실 문제 참여(參與)하란 말씀이네
나아가 제삼세계 문제도 껴안으란 말이네 -104
닫힌 문을 열고 나와 다른 종교 만나보라
나아가 교회에게 토착화(土着化)도 말하면서
제 지역 거룩한 지도자 의인(義人)들을 만나랬지 -105
내가 밥이다
- 神貧乃眞福 彼將得天國
우리네 천주교(天主敎)는 빵을 믿는 교회지요
스스로 예수께서 빵이라 하셨으니
이것을 바꿔 말하면 ‘내가 밥’이란 말이지요 -106
그러니 곡식(穀食) 한 알 얼마나 엄청난가
우리 모두 하늘땅이 먹여주고 길러주네
만약에 하늘땅 없으면 살아날 수 없지요 -107
이 세상 모든 만물 하늘과 땅 덕(德)에 살고
하늘땅의 자녀이니 형제자매 아닌가요
짐승도 벌레도 사람도 하늘땅이 먹여 주죠 -108
겸손한 마음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이다’ 앞서려 하지 말라
세상에서 다른 사람 앞에 서려 하지 말라
오히려 남을 도와서 남이 앞에 서게 하라 -109
남들이 꽃 피우게 하라는 말이에요
이웃들이 잘되도록 하라는 말이에요
겸손한 마음 가지고 남 섬기란 말이야 -110
노자(老子)가 얘기할 때 ‘내 보배다’ 하였는데
예수님 말씀이나 한가지다 이 말이야
예수님 ‘나는 길이요’그 말씀에 다 있지 -111
생명의 나라
- 天心樂
예수님은 그런 나라 얘기를 하셨지요
남의 것도 힘 있으면 다 빼앗아 가져가고
갖다가 별짓 다하는 그런 나라 아니라고 -112
남의 금 남의 보석 노략질 하지 않고
자연 속에 만물 속에 들어가 있는 나라
그 나라 생명의 나라, 끊을 수가 없는 나라 -113
생명의 그 나라는 나눌 수도 없는 나라
그러나 모든 것을 절대 절명 지배하니
위대함 길가에 피는 꽃송이에도 있는 나라 -114
예수님의 생명 나라, 참 엄청난 말이지요
거룩한 사람들과 사심 없는 사람들은
일찍이 알아들었지요, 예수님의 진리를 -115
할아버지와 해월
난(蘭)을 치되 난 아니라
잡초를 치란 걸세
이 산야(山野) 삼라만상
다 난(蘭) 되게 하여 보게
난초가
사람 얼굴 되고
부처 되는 꿈 꾸네 -116
조석으로 끼마다
조석으로 끼니마다 상머리에 마주 앉아
한울님 큰 은혜를 감사하고 감사하자
하늘땅 일하는 만민과 부모에게 감사하자 -117
이 모두가 한몸이요 살아가는 한 틀이니
이 모두가 한 뿌리요 이 모두가 한몸이다
이 모두 한울이니라, 이 모두가 하나다 -118
거룩한 밥상
- 敬於食
이 물 한 컵 밥 한 사발,
이 김치 한 보시기
제왕(帝王)이나 다름없는
거룩한 밥상일세
그 자세
그 깨달음 없으면
환각(幻覺) 속에 겉돌지 -119
해월, 겨레의 스승
이 땅에서 우리 겨레 어떻게 살아갈까
온 세계 모든 인류 어떻게 살아갈까
정확히 일러주신 분 해월(海月) 선생입니다 -120
이 겨레가 자주(自主)로써 사는 길이 무엇인가
그 자주(自主)란 일체 평등 관계에 있어야 해
해월은 가르치셨지요, 자주로써 사는 길을 -121
눌리고 억압받던 이 한반도 백년 역사
그 이상의 거룩한 모범 또 어디에 있겠어요
그래서 해월에 대한 향심 그지없이 많지요 -122
예수님 석가모니 다 거룩한 모범이나
바로 우리 지척에서 모범 보인 해월 선생
우리 삶 가장 거룩한 모범 보여주고 가셨죠 -123
새알 하나, 풀잎 하나
하늘과 땅과 세상, 돌이나 풀과 벌레
한울님 모시잖고 사는 것이 없다 했죠
그래서 제비알 하나 깨뜨리지 말랬지요 -124
풀잎이나 곡식 이삭 꺾지를 말랬어요
새알이나 제비알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봉황(鳳凰)이 날아 깃들고 그 덕(德) 만물 이른다네 -125
풀의 싹 나무의 싹 자르지 말아야 해
저 같은 미물(微物)들도 생명이 함께 하니
생명을 모시는 처세하면 그 덕(德) 만물 이르네 -126
이천식천(以天食天)
저 집은 갈비 먹고 돼지고기 해 먹는데
우리는 일 년 내내 구경 한번 못한대도
그런 게 문제 되는 게 아닌 거다 이거야 -127
밥 알 하나 한 사발에 우주를 맞는 거다
‘하늘이 하늘 먹지’ 이천식천 아니런가
낟알에, 그 알 하나에 온 우주가 다 있지 -128
향아설위(向我設位)
내가 특히 좋아하는 글귀가 하나 있네
종래의 종교에겐 대혁명과 다름없지
네 글자 ‘향아설위(向我設位)’가 바로 그 글이라네 -129
늘상은 저쪽에다 목적을 설정하고
이렇게 해 주시오, 저렇게 해주시오
벽에다 신위(神位) 모시고 제사하지 않았는가 -130
그런데 그게 아냐, 일체 근원 안에 있네
조상님도 안에 있고 모든 시작 안에 있지
내 안에 계시는 한울님께 제사(祭祀)하란 말이네 -131
상대를 변화시키며 함께
반생명적 일체 조건 거기서 벗어나게
상대를 주먹 써서 눕히는 게 아니라네
상대를 변화시키는 그런 운동 해야 해요 -132
삼월일일 만세 운동 민족 자주 외쳤지요
거룩한 민족 존재 온 세계에 천명(闡明)할 때
비협력 비폭력이라는 그 정신이 있었어요 -133
그건 바로 우리 정신, 동학(東學)의 정신이요
아시아에 내려오던 유불선(儒彿仙)의 정신이죠
이제는 모든 종교가 아집(我執)의 담 내려야죠 -134
이제는 서로 만나 문제들을 풀어야 해
이 지구는 한 삶터요, 한 가족 한 몸이니
아집의 담을 내리고 서로 얘기 해야 해요 -135
선(善)과 악(惡)
길거나 짧은 것이 서로 다른 둘 아닐세
하나의 다른 모양, 선(善) 아니고 악(惡)도 아녀
우리가 분별을 하면 그 하나를 못 보네 -136
이것은 선(善) 저것은 악(惡), 우리가 분별하지
그렇지만 관점(觀點) 바꿔 도(道)에서 바라보면
대립의 자기 동일이 이뤄지고 있지요 -137
이건 항상 선(善)이 되고, 저건 항상 악(惡)이겠나
선이 선을 고집하고 악으로 몰아가면
그 선이 악이 되지요, 악이 되고 맙니다 -138
내 안에 아버지가 계시고
“내 안에 주(主) 계시고, 주(主)님 안에 내가 있다”
이것이 앞으로의 문화의 핵심(核心)일세
앞으로 살아갈 시대, 공생(共生) 시대 아닌가 -139
공생(共生)의 시대에는 이것이 근원이니
근원되는 사상이요, 핵심이란 말이로세
내 안에 아버지 계시고, 아버지 안에 내가 있네 -140
사심 없는 자기 부정 겸허하게 나아가면
그 때는 남는 것이 아버지밖에 없으리니
그것들 모든 일체(一切)는 이용(利用) 대상 아니네 -141
풀 하나 하나의 돌, 벌레 하나 보았을 때
함부로 꺾지 않고 살생(殺生)하지 말아야 해
그것들 모든 일체(一切)는 이용(利用) 대상 아니네 -142
작은 먼지 하나에 우주가 있다
도(道)라는 게 따로 있나, 그런 게 아니에요
일미진중(一微塵中) 함시방(含十方)이 진리가 아닐까요
이 세상 티끌 하나에 시방(十方) 세계 들었지요 -143
세속(世俗)이라 하는 거기 도(道)가 들어 있다는 말
예수님도 죄인(罪人)들과 함께 하지 않았나요
거기가 천당(天堂)이지요, 따로 있지 않아요 -144
천지가 즉 부모요, 부모가 천지로다
천지부모 일체라고 해월(海月) 선생 가르쳤죠
우주와 하나 되는 것, 그게 바로 도(道)지요 -145
내가 없어야
석가가 말했지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그 말이 젊어서는 교만(驕慢)한 말 읽히더니
요즈음 생각해 보면 겸허함이 배었네 -146
예수님도 하느님과 늘 함께 있다 했죠
아버지와 둘 아니란 그 말씀도 겸허(謙虛)예요
한 점도 사(私)가 없으니 겸허하지 않은가요 -147
무위(無爲)
날 도운 적 없었는데 날 죽일 놈 했더라도
그 사람이 배고프면 밥술 줄 수 있어야 해
헐벗어 떨고 있다면 옷을 입혀 주는 것 -148
저 놈은 옷 줘 봤자 배반을 또 할 테니
옷 줄 수 없다 하면 그것은 무위(無爲) 아냐
계산을 하지 않는 마음, 그 참마음 무위지요 -149
하나
자애(慈愛)는 손등이요 무위는 이 손바닥
우리의 삶 속에서 표리(表裏)의 관계지요
자애도 무위도 역시 큰 하나를 이루지요 -150
자애라 하는 것은 ‘나와 하나’ 그것이죠
그런 관계 아니라면 사랑이라 할 수 없죠
‘너’와 ‘나’ 그런 관계 아니라, ‘하나’라는 관계죠 -151
‘하나’라고 하는 관계, ‘동체(同體)’이니 무아(無我)지요
무위라 하는 것은 그런 속에 있는 거죠
무위는 계산법 없지요, 이로움을 안 따져요 -152
그 자리
도(道)의 경계 도의 경지, 그곳이 어디인가
현상계서 어떤 욕심 버려야만 닿는 그 곳
날마다 버릴 때에만 닿는다는 얘기지 -153
그래서 도(道)는 말야 ‘안다 모른다’ 아니예요
대와 소가 따로 없고, 선과 악이 따로 없지
노자는 모순 통일 자리서 모든 것을 보랬지요 -154
중요해요 <보는 자리>, 그 자리가 중요해요
그 자리서 세상만사 들여다 보는 분을
수운과 해월 선생은 한울님이라 했지요 -155
예수는 뭐라 했나 아버지라 했답니다
그러니 그 언제나 무슨 일을 하다가도
그 자리 <보는 자리>로 돌아가란 거예요 -156
관계(關係)
- 一花之中天地
저 물을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 물을 마실 때나 물 있는 데 찾아보면
나눠져 있는 듯한데 나눠진 게 아니지요 -157
이 지구를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논 소유(所有)의 역사에선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나눌 수가 없어요 -158
또 공기를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공기까지 나눈다면 이건 다 가는 거죠
모두가 하나란 말이지요, 다 하나란 말이에요 -159
모두가 하나예요, 하나란 말입니다
다 하나인 그 속에서 관계를 얘기할 때
관계는 바로 서지요, 인간관계 자연관계 -160
산은 산, 물은 물
- 無自性
산은 산 물은 물, 헤아리지 않는단 말
이거다 저것이다 헤아리지 않는단 말
일체의 모든 만물들이 나와 같은 뿌리요 -161
뿌리가 같다는 말 한몸이란 말이에요
결국은 한몸이니 나다 너다 없는 거죠
이렇다 저렇다 하며 가릴 것이 없지요 -162
나와 네가 한 몸이니 따질 것이 없는 거죠
바다 보면 바다고요, 산을 보면 산인 거죠
내 코와 귀를 보면서 코여 귀여 하는 거죠 -163
산은 산 물은 물 그 말을 할 때에는
그 산과 물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가 있네
모두가 한 몸이란 깨우침 바탕 돼요 하지요 -164
공평하게
하늘은 누구든지, 벌레고 사람이고
모두 빛을 비춰 줘요, 비가 오면 축여 줘요
한 포기 풀 하나라도 태양 없음 안 되죠 -165
맑은 공기 없이 되나, 맑은 물이 없이 되나
깨끗한 흙 없으면 되는 일이 없는 거죠
우주가 뒷받침해요, 한 포기의 풀 하나도 -166
장일순 선생님
- 김지하
하는 일 하나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達通)하고 한가하여
밑으로만 기시다가
드디어
한 포기 산(山) 속
난초(蘭草) 되신 선생님 -167
문제를 풀려면
- 一切心造
요즈음 공해 문제 환경 문제 말이 많죠
말들은 참 많지만 풀리는 건 별로 없죠
바탕을 고치지 않고 떠들고만 있지요 -168
제집은 깨끗하게 쓸고 닦고 하면서도
그 쓰레기 담 너머로 던지는 꼴 아닌가요
그러니 문제가 풀리기커녕 더욱 꼬일 뿐이죠 -169
음식만 무공해로 먹으려고 애를 쓰고
피부에 염증(炎症) 날까 무공해 옷 입자 하나
생각에 공해가 왔을 땐 세상 모두 공해죠 -170
눈에 보이지 않는 삶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거다’
‘보이는 건 보이는 거’ 따로 떼어 놓았을 때
그러한 철학과 사상, 생명(生命)과는 멀지요 -171
눈에 안 보이면 없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생명 공동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공동체에선 작다 크다 없어요 -172
생명의 공동체는 높다 낮다 없습니다
큰 것은 큰 것이고 작은 것은 작다는 것
우리는 극복해야 해요, 하루빨리 말이죠 -173
기본이 되는 삶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이요,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니라
하늘도 한 뿌리요, 땅도 나와 한 뿌리라
세상의 모든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네 -174
예수님 말씀대로 만민(萬民)은 한 형제요
온 우주 대자연은 나의 몸과 한 몸이라
우리의 공동체 삶은 이 바탕에 있는 것 -175
사물을 대하면서 선악 애증 갖게 되면
취사선택 있게 마련, 이(利)를 찾게 되는 거죠
살면서 우리 이웃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176
상황에 따라서는 악의 경쟁 되게 되죠
이런 삶은 자기 분열 한 없이 전개하고
결국은 자멸을 가져오죠, 멸망하게 됩니다 -177
아낌없는 나눔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하고
겸손하고 사양하며 검소하게 사는 삶은
인간과 모든 관계의 기본 되는 삶이죠 -178
생명의 길
우리의 산업 문명 자연을 파괴하고
살아가는 땅마저도 망가지게 하고 있죠
그 땅서 생산된 농산품 질병 가져 옵니다 -179
이렇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이 땅이 죽어 가고 사람들도 병이 들면
그러면 어찌 되나요, 끝나는 거 아닙니까 -180
자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하는 것은
정치 이전 문제예요, 삶의 근원 문젭니다
오늘날 정치 경제에는 우리 살 길 없지요 -181
주판알도 잘못 하면 훌훌 털고 다시 가죠
인간과 인간끼리 인간과 이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큰 길 동학(東學)에도 있습니다 -182
예수님의 말씀에도 그 길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에도, 노장(老莊)의 말씀에도
난국을 극복하는 실마리, 해결하는 길 있지요 -183
내가 아닌 나
물질 너무 낭비하면 후손들의 미래(未來) 없죠
그러니까 절약하며 살아가잔 말입니다
이 물자(物資) 하나하나는 피와 땀이 묻었지요 -184
물자들 하나하나 자연이 역사하죠
인간의 노력들과 피와 땀이 함께 한 것
함부로 낭비한다면 자기 소멸 부르지요 -185
자연 인간, 인간 인간 일체가 되는 속에
나라고 하는 존재 고정된 게 아닙니다
일체의 모든 조건들이 나를 있게 하지요 -186
내 힘으로 이룬 일이 내가 한 게 아니지요
따져보면 ‘나’라는 게 ‘내가 아닌’ 것이지요
그것을 알았을 적에 전체 생명 알지요 -187
‘내가 아닌 나’를 알라, 생명을 알게 되리
생명의 전체적인 함께 하심 알게 되리
온 생명 어디에 있는가, 그걸 알게 됩니다 -188
우리는 연대 속에, 유기적(有機的)인 관계 속에
헤어질 수 없는 관계 화합하는 논리 위에
비로소 존재합니다, 존재할 수 있어요 -189
사람의 횡포
이것은 아름답고,
이것은 고귀한 것
이것은 좋은 거고,
이것은 나쁜 거다
도대체
누가 정했는가,
사람들의 오만(傲慢)이지 -190
자연
기계문명 바라는 건 능률과 효과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게 기계지요
오로지 그 방향으로만 치달아 뛰게 마련이죠 -191
그렇게 되고 나니 천리(天理)에서 멀어지고
자연의 법도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죠
자연의 일체만상이 불가분의 연대인데 -192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는 건데
거기서 벗어나서 자꾸자꾸 멀어지니
결국은 미쳐버리고 자멸(自滅)하게 되지요 -193
그러나 자연 법도 그런 게 아니에요
빠른 놈도 있지마는 느린 놈도 있는 거죠
그들이 함께 어울려 하나의 자연 이뤄가죠 -194
장일순 선생님은
선생님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연민(憐憫)의 정 많으셨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람 세상 꿈꿨네 -195
특정한 한 사상을 추종(追從)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사상들을 열어 놓고 만났지요
끝없이 그 관계 속에서 우리 갈 길 찾았어요 -196
동고동락(同苦同樂)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동락(同樂)만 하려 들죠
편하고 즐거운 것 그것만을 찾습니다
그런데 고(苦)가 없이는 낙(樂)마저도 없지요 -197
고(苦)와 낙(樂)은 더불어서 함께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동고동락(同苦同樂) 그 자체가 생활이지
동락(同樂)만 한다고 하면 생활(生活)인 거 아니죠 -198
사람
천지지간 고약한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니
사람이 고약해요,
고약하기 제일이죠
고약한
것들이 모이니
맨날 싸움뿐이죠 -199
한살림
이제는 바뀌어서 공생의 시대예요
자연과도 공생하고 사람과도 공생하고
제대로 못 사는 사람과 공생해야 됩니다 -200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안아주고
요구도 들어 주면 연대가 되는 거죠
우리만 맛있는 거 먹고 무슨 일을 하겠어요 -201
해롭지 않은 음식 우리끼리 먹으면서
이 식으로 계속해서 운동을 해 간다면
그 언제 이 일의 영역 확대할 수 있나요 -202
중요한 건 많은 사람 동참해야 하는 거죠
유기농 하는 분만 안고 가선 안 됩니다
농약과 비료 쓰는 농사꾼 안고 가야 합니다 -203
그래야 그 사람도 이 일 옳다 생각하고
이 길로 변화해야 하겠다고 맘 바꾸니
우리와 만나게 되죠, 동참하게 됩니다 -204
생산자와 소비자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같이 엎어지죠
한쪽만 보려드니 그럴밖에 더 있나요
모두가 소비자인데 그 생각을 못 하지요 -205
농사짓는 사람 없으면 먹고 살 수 있겠어요
소비자 없다 하면 농사꾼이 생산할까
그래요 그런 관계지요, 이게 삶의 질서예요 -206
이것이 없게 되면 저것이 없게 되고
이것이 있게 되면 저것이 있게 되죠
우주의 모든 질서는 그렇게 돼 있지요 -207
가난한 풍요
자연농 한다는 건 자연과의 공생(共生)이죠
그래서 자연농은 아주 아주 중요하죠
현재론 매우 미약하지만 함께 살 수 있는 길 -208
원시 사회 농경 사회 돌아가자 아닙니다
인류가 겪어오고 배운 것들 다 모아서
파멸(破滅)을 피하가면서 함께 살잔 얘기죠 -209
그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절박한 그 현실을 얘기하고 있는 거죠
인간이 땅과 불화해서 살아갈 수 있나요 -210
‘풍요로운 이 가난’을 우리가 청산하고
선조들이 지녀왔던 ‘가난한 풍요’되찾으면
인간이 땅과 화합하여 살아갈 수 있어요 -211
지금의 우리 현실 낭비가 엄청나죠
세계의 큰 도시들 큰 낭비를 없앤다면
전 지구 기아(飢餓)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212
원래 제 모습
- 村家可親
옛날엔 떡을 하면 사흘 가기 바빴지요
큰일 치른 떡과 음식 하루 만에 쉬잖아요
음식은 상(傷)해야 해요, 상해야만 합니다 -213
오늘날 먹는 음식 벌레들도 안 먹지요
잘난 척 먼저 하고 머리 좋다 하면서도
벌레도 안 먹는 것을 참 잘 먹고 살아요 -214
그러니까 이 사실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은 다음 미이라 꼴 될 거예요
날마다 방부제 먹으니 썩을 일이 있나요 -215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잔 말입니다
거기엔 많은 손이 가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제 모습대로 살아가는 거예요 -216
오류(誤謬)
무농약 음식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한다
그러니 다 좋지요, 다 좋긴 하지만은
저 혼자 오래 살려고 하면 그 자체가 공해(公害)죠 -217
한살림 운동에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버려야죠 그 이기심
우리가 이롭기 때문에 하자는 건 안 돼요 -218
이로우니 하자 하면 또 하나의 세력 되죠
우리는 그런 것을 수도 없이 겪었어요
그러면 큰 오류의 씨앗 뿌리는 게 됩니다 -219
한살림 운동할 때 마음 쓸 게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들 살아가야 한답니다’
이야기 나누는 것이고, 각자 서게 하는 거죠 -220
각자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거지
그것을 갖자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것이 한살림 운동 한다는 것입니다 -221
모심
천지자연 원칙대로 그 돌아감 깨달아서
그 원칙 맞추어서 생활에 동참함은
모심의 그 틀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로세 -222
생명 운동 무엇인가, 모심이 아니겠나
전체를 모시면서 살아가는 그 태도가
곧바로 생명운동이죠, 삶의 운동이지요 -223
여길 봐도 모심이요, 저길 봐도 모심일세
그러니 시(侍) 아닌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시(侍)인 거예요, 모심 속에 삽니다 -224
손쉽게 알 수 있고, 행동도 쉽게 하고
손쉽게 따를 수 있고 그리 처리 되었을 때
비로소 모든 일들은 제자리에 가지요 -225
아주 쉬운 가운데서 처리할 수 있는 슬기
모든 것에 고개 숙여 모시는 자리 서면
결국은 깃들지 않겠나, 그런 생각 합니다 -226
자기 몫
타고난 성품대로
자기 몫을 해야지요
물가에 피는 꽃도
여기 저기 놓인 돌도
자기 몫
다하고 가면
모시는 일 다하는 것 -227
진실
- 氣色一如
간디는 자신 내면(內面) 충실했던 사람이죠
인도(印度)의 자주 독립, 민중 각성 촉구하며
진리의 명령 따라서 대중에게 말했죠 -228
모기 소리 그보다는 조금 큰 그 소리로
자기 주변 사람한테 말을 하고 있었지요
한 마디 더듬거리는 말, 그렇지만 엄청난 말 -229
인도(印度)의 대중에게, 나아가 전 세계에
진실하게 살고 싶은 그들의 가슴 속에
큰 충격 주었잖아요, 진실의 힘 아닌가요 -230
맨몸
돌이나 총과 칼이 최대의 무기일까
그것이 아니에요, 간디는 아니었죠
간디는 맨몸이었죠, 가진 것이 없었어요 -231
가진 것 없다는 게 최대의 무기였죠
없으니까 탈도 없고 근심도 없었지요
운동은 간디처럼 해야 해, 없이 해야 좋아요 -232
맨몸이 가장 좋다, 이런 말 아닌가요
구호(口號)조차 외치지를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호도 누군가에겐 폭력 될 수 있어요 -233
박피(薄皮)
어떻게 이 사회를 평화롭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이 사회를 자유롭게 할 것인가
평소에 나름대로의 자기 정진(精進) 필요해요 -234
자기한테 해(害) 끼치는 사람에 대해서도
‘저 사람은 그렇구나’ 하는 정도 돼야 해요
미움을 가지면 안 돼요, 미움으론 안 돼요 -235
새로운 삶 새 문화가 형성하고 확대되어
부조리함 있다 하면 그게 자연 소외되어
끝내는 박피(薄皮)가 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236
‘이것은 미래 있는 참 삶의 모습이다
소망 있는 삶이구나’하면서 살아가면
옛것은 박피(薄皮)가 되어 떨어지게 되지요 -237
가르친다는 것
가르치고 배우는 자 따로 있지 않습니다
나뉘고 고정된 것 아니라는 말입니다
선생이 학생이 되고, 학생들이 선생 되죠 -238
서로가 배우면서 가르치는 그런 관계
인간다운 그런 삶을 배우고 느끼는 것
의식의 상호 공유 작용이 교육 본질(本質)이지요 -239
그들 속에서
돈 한 푼 안 받고서 가르쳐 준다 해도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찾아가야 합니다 -240
책 비록 없다 해도 아는 것을 가르치면
알파벳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일 속에 원하는 것 모두 가르칠 수 있어요 -241
원월드 운동
원월드 운동이란 한 세계 운동이죠
전 세계의 과학자들 시작한 운동이죠
일본에 원폭 떨어뜨리고 반성 많이 했지요 -242
세상에 못할 짓을 인간이 한 것이죠
아인슈타인 앞장서서 이 운동을 시작했죠
세계를 하나의 연립정부로 만들려고 했지요 -243
나 역시 이십대에 이 운동에 참여했죠
세계를 대표하는 미국과 옛 소련이
한반도 점령하는 걸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244
침략 받는 현실 보며 이런 생각 했었지요
‘우리의 철학 없인 넘을 수가 없겠구나
이 겨레 당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겠구나’ -245
우리 민족 공동체가 살아갈 길 무엇인가
그건 결국 통일이요, 이 민족의 통일인데
통일도 우리만 아니라 전 세계의 통일이죠 -246
분단(分斷)
우주의 모든 생태(生態) 갈라놀 수 없습니다
갈라놓고 지배하는 그런 형태 아닙니다
남북의 분단(分斷)도 역시 그렇지가 않습니까 -247
갈라놓은 이 땅에서 지배를 당하는데
지배 세력 붙어먹는 패거리들 있습니다
태양도 지구도 모두 생명 단위 하나인데 -248
하나의 생명 단위 그 안의 모든 존재
협동하며 존재할 때 생명을 유지하죠
그러한 안목 안에서 분단 문제 풀어 가야 -249
열린 운동
우리들 스스로가 성실하게 살아가고
이웃도 성실하게 살아가게 권한다면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열린 운동 되지요 -250
남들이 저 스스로 살기를 원한다면
살게끔 도와주고 숨통 트게 해 줍니다
그러한 운동이 돼야지요, 열린 운동 해야죠 -251
화이부동(和而不同)
논어를 읽어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 나옵니다
‘운동가(運動家)다’ 했을 때는 동이불화 하기 쉽죠
유니폼 같이 입고서도 매일 싸우잖아요 -252
동이불화(同而不和) 이것이죠, 그러면 안 됩니다
생명은 빠지고서 껍데기만 남게 돼요
그 무슨 운동이라도 생명 조건 맞아야죠 -253
생명의 기본 조건 맞는가를 확인하고
그것을 앞세우고 내세우고 가야 해요
규율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갑니다 -254
그러니까 길게 보고 노력하며 가야지요
처음부터 몰아가면 생명(生命) 운동 못 해내요
생명은 연하잖아요, 딱딱한 땅 뚫잖아요 -255
연대(連帶)
‘만나라’는 말이에요, 연대(連帶)하란 말이지요
공동의 과제들을 추진하고 나가려면
운동은 다 각각이지만 연대해야 됩니다 -256
그렇게 아니 하면 대항할 수 없습니다
반생명 세력들을 대항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확산(擴散)할 수 없지요 -257
한 가지 일이라도 이 사회를 위한다면
밝은 일 하는 단체 함께 하잔 말입니다
연대(連帶)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놀다 끝나죠 -258
우리의 열린 시각 연대 능력 있어야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 연대하면
운동은 가속화되고 깊이 정착(定着) 됩니다 -259
전일성(全一性)
오늘 문제 풀자 하고 전문가를 다 불러도
수많은 전문가를 아무리 모아 봐도
전일성(全一性) 상실했다면 모자이크 지식되죠 -260
그러니까 죽은 것을 모은 것과 똑같아요
죽은 것 가져다가 꿰매는 것 같습니다
생태(生態)를 죽음의 무기태로 만드는 것이지요 -261
모시고 섬기라
선생은 모시라고 섬기라고 하셨지요
돈 아니라 생명이요, 쇠 아니라 흙 섬기라
껍데기 모시지 말고 그 속 알짜 모시라 -262
알짜로 값진 것을 모시고 섬길 때만
마침내 열린다네, 새롭게 열린다네
새로운 누리가 열린다, 말씀하신 선생님 -263
* 2010. 1. 6
무제(無題)의 글들을
시조(時調)로 쓰다
1.
잠 깨어 일어나라, 잠에서 일어나라
깨어서 일어나야 그 곳에 갈 수 있다
잠에서 깨나지 않으면 고향(故鄕) 가지 못하리 -264
2.
날마다 세 끼 요기(療飢) 그것으로 만족하라
집안이 가난하여 오막살이 살더라도
우주의 그 중심에서 살고 있다 생각하라 -265
3.
사람마다 하는 일들 제 몫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갖는 직업 모두가 다른 거다
그러니 당당하여라, 자기 몫에 당당하라 -266
4.
기(氣)도 역시 성숙한다, 정성 다해 기다려라
잠자고 깨어난 뒤 다시 잠을 자기 전에
일체를 감사하면서 정성 배례(拜禮) 바쳐라 -267
5.
지금껏 추구한 게 아무 의미 없다 하면
소리 없이 버려야 해, 모래성일 뿐이니까
허물 줄 알아야 하느니, 그 집착이 병통(病痛)돼 -268
6.
이름 없이 일을 하세, 남길 이름 하나 없이
돼지가 살이 찌면 빨리 죽지 않던가요
사람이 이름이 나면 쉽게 망가집니다 -269
7.
일상이 바로 도(道)죠, 그 삶이 바로 도(道)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치는 마음 되어
밥 먹고 똥을 싸야 해, 그게 바로 도(道)니까 -270
8.
자연 질서 인간 질서, 그 화해(和解)를 끌어내야
길을 잃은 사람들은 등잔빛을 찾고 있지
우리가 등잔불이 되어 불씨 붙여 줘야 해 -271
9.
순정(純情)을 바치세요, 최고의 예의지요
예의란 무엇인가, 자기 몫을 내주는 것
최고의 예의를 갖추어 자기 몫을 내주는 것 -272
10.
아이가 되어야 해, 어린아이 돼야 해요
아이는 갖다 주죠, 자기가 좋아하면
제 것을 갖다 주면서 서로서로 만나지요 -273
11.
재물을 쌓으세요, 하늘에 쌓으세요
그대의 온갖 재물 하늘에다 쌓으세요
그 말 뜻 무엇인가요, 나누라는 거지요 -274
12.
성직자의 생활이란 중(中) 이하(以下)야 한답니다
남보다 잘 살아서 중(中) 이상이 되게 되면
가난한 사람 만날 때 부끄러워집니다 -275
13.
불상에게 절하라니 소원 성취 때문일까
소원 성취 이루려고 불상(佛像)에게 절 올릴까
자기를 비우라는 거네, 천 배 절을 올린다네 -276
14.
옛날에 공부할 땐 진실한 삶 추구했지
수행(修行)하는 그 자세로 진지하게 공부했지
지금은 고용(雇傭)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오 -277
15.
자연스런 삶을 살게, 자연스럽게 살아가세
세상에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는 걸세
자연히 이지러지지 않는 그런 삶이 목표지 -278
16.
진실 위해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겠나
그 방법도 진실한 맘 드러내야 하는 거요
진실은 진실 가지고 싸워야만 한다네 -279
17.
콧대를 세운다고 강한 사람 되는 건가
콧대가 부러지는 그 사람이 강한 걸세
그래야 다 받아들이네, 받아들일 수 있네 -280
18.
상대방 대어 놓고 언어 폭력 쓰지 말게
폭로나 비판으론 변화되지 않는다네
나 자신 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여 -281
19.
깨어진 사람 위해 예수는 살았었지
교회여 이제 그만, 예수를 그만 팔게
주님은 이미 내 안에 모셔 두고 있지요 -282
20.
석가의 삶 예수의 삶, 그 무엇이 대단할까
조그만 지역에서 꼬물거리다 죽은 걸세
하지만 그 삶의 울림 오늘까지 왔지요 -283
21.
맨손만 가지세요, 나머지는 나누세요
지금의 종교처럼 가진 것을 나누려니
닭장을 덩그렇게 짓고 모이라고 하지요 -284
22.
예수를 그냥 두라, 패턴화 하지 마라
예수의 그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네
그러니 예수가 되라, 예수처럼 살아라 -285
23.
민중을 안으려고 애를 쓰다 아니 되니
산(山)에 가서 기도한 분, 그분이 바로 예수
자기와 치열(熾烈)하게 싸워 결판내는 것이지 -286
24.
직업이 불분명하면 그럴수록 더욱 좋다
뜻대로 아니 될 땐 화전(火田)이나 일구시게
그 뜻이 받아들여져야 세상 바꿔지느니 -287
25.
오늘날 인텔리는 자격증을 좋아하지
흔히 갖는 습관처럼 자격증을 따려 하지
묶이면 체제든 반체제든 대자유를 잃는다 -288
26.
집착(執着)에 빠지는 건 잠자고 있는 걸세
집착에 빠지는 건 잠을 자고 있는 걸세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해, 늘상 깨어 있어야 -289
27.
싸움의 상대방이 굴복하기 원치 말고
싸움의 상대방이 무릎 꿇기 원치 말라
나에게 찬사 보내도록 그런 마음 쓰게나 -290
28.
상대가 바로 날세, 그것을 알아야 해
그것을 알아야만 악순환이 끊어지지
상대를 죽이는 것으론 되는 일이 없다네 -291
29.
소유를 하려 하면 경쟁이 생겨나니
소유하려 애를 쓰면 저절로 경쟁하지
그것은 폭력이 되지, 폭력 되고 말지라 -292
30.
주체 객체 있다는 것, 그건 에고 있다는 것
바늘 구멍 그 속으로 황소가 지나가네
그 말은 나의 에고를 죽이라는 걸일세 -293
31.
데모를 일으켜서 누군가를 쫓아내면
쫓아낸 그 대상이 곧 내가 되어야 해
대상을 쫓아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294
32.
말기(末期) 때가 다가오면 경직(硬直)이 일어나고
경직이 되고 나면 강함으론 못 살리지
그 경직(硬直) 되살리는 길은 부드러움뿐이네 -295
33.
화두(話頭)는 아니로세, 얻는 것이 아니로세
이미 전에 내 마음에 다 있는 것이로세
우리는 그걸 모르고 헤매면서 살지라 -296
34.
각자(各自)가 유심(有心)이라, 알아 달라 소리치네
제 자식도 부모 말을 안 듣는 세상이네
아상(我相)에 사로잡히지 말라, 나 없어야 하나 되네 -299
35.
천상천하 유아독존 엄청난 말이지요
텅 비어 있는 나를, 큰 자기를 말하지요
시공(時空)을 모두 초월한 그런 자기 말하는 것 -297
독생자(獨生子) 예수라지만 모든 사람 독생자지
시공을 초월한 자, 그가 바로 독생자야
기(氣) 쓰고 밀고 나간 자가 도달할 수 있는 곳 -298
36.
독기(毒氣)로 할 수 있나, 초월(超越)할 수 있겠는가
독기로는 아니 되네, 초월할 수 없는 걸세
그대의 밝은 마음으로 초월하는 것일세 -300
37.
이렇게 많은 얘기 쏟아놓는 그런 날은
날마다 저녁 되면 나 자신이 초라하지
그렇게 초라할 수 없네, 깊은 한숨 나오지 -301
소암 고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