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여류작가 김삼의당(우측)
시조로 바꾸어 쓴
김삼의당(金三宜堂)의 한시(漢詩)
寄在京夫子(기재경부자)
- 서울 계신 임에게
女兒柔質易傷心
所以相思每發吟
大丈夫當身在外
回頭莫念洞房深
여자라 마음 약해 상심하기 너무 쉬워
그립고 보고 싶어 매번 시를 읊었지요
당신은 밖에 나가 계시니 규방 생각 마세요
夏日(하일)
- 여름 날
日長窓外有薰風
安石榴花個個紅
莫向門前投瓦石
黃鳥只在綠陰中
창밖엔 날은 길고 바람은 향기롭네
어찌하여 석류화는 하나씩 붉게 피나
돌 조각 던지지 마오, 녹음 속엔 황작(黃雀) 있소
讀書有感(독서유감) 1
冬讀其書夏詠詩
鷄窓事業各隨時
聊將魯論看心法
入德之基在學而
겨울에는 글을 읽고 여름에는 시를 읊어
서재에서 하는 공부 철따라 다르다네
논어의 수양법을 살피니 학이편에 입덕(入德) 있네
讀書有感(독서유감) 2
風化周南已蔚然
葩經一部卽今傳
試看湖巷歌謠起
人孰采之被管絃
풍속을 교화(敎化)함은 ‘주남편’에 많이 있어
시경(詩經)의 일부분이 지금까지 전해지네
호남(湖南)엔 노래가 많건만 어느 누가 연주하랴
讀書有感(독서유감) 3
出於性情方爲詩
見詩周可其人知
存諸中者形諸外
雖欲欺人焉得欺
성정(性情)에서 우러나는 그것이 곧 시(詩)려니
참으로 시(詩)를 보면 그 사람을 밝히 아네
속마음 그대로 드러나니 속이려도 못 속이네
讀書有感(독서유감) 4
淸晨座讀召南詩
墍梅懷春若相思
於比始知觀詩法
其意不可害以辭
맑은 새벽 홀로 앉아 ‘소남(召南)’ 시를 읽고 있네
매실(梅實) 보며 혼인(婚姻) 생각 그리운 맘 비슷하네
비로소 시 보는 법 알겠네, 본뜻 해치면 안 되네
讀書有感(독서유감) 5
鄭衛音何載在詩
人心懲創莫如斯
世人不識宣尼意
惹出淫情反效爲
‘정성’과 ‘위성’이 어찌 시경(詩經)에 실렸을까
사람 마음 경계함에 이만한 게 없어서네
사람들 공자님 뜻 모르고 음탕(淫蕩)한 정(情) 흉내내네
花滿枝(화만지)
- 꽃 만발한 나뭇가지
帶方城上月如眉
帶方城下花滿枝
生憎花開芳易歇
每羨月來長有期
대방성(帶方城) 하늘 위에 눈썹 같은 달이 뜨고
대방성 언덕 아래 가지마다 가득한 꽃
그 향기 사라지니 싫고 달 떠옴이 부럽네
秋夜雨(추야우)
- 가을 밤비
簷端疏雨響
永夜隔窓鳴
一枕金屛裏
寒燈夢不成
처마 끝에 들려오는 후드득 가을 빗소리
추운 겨울 기나긴 밤 창 너머로 들려오고
혼자서 병풍 안에 누우니 찬 등불에 잠 못 드네
秋夜月(추야월)
- 가을 달밤
一月兩地照
二人千里隔
願隨此月影
夜夜照君側
달 하나가 높이 떠서 두 곳을 비추는데
사랑하는 두 사람은 천 리나 머나먼 길
원컨대 달 그림자 따라 임의 곁을 비췄으면
和夫子吟詩(화부자음시)
滿天明月滿園花
花影相添月影加
如月如花人對坐
世間榮辱屬誰家
하늘엔 달빛 가득 뜨락엔 꽃 넘치고
꽃 그림자 달 그림자 서로 더해 어울리고
꽃달로 당신 마주 앉으니 세간 영욕(榮辱) 있으리오
春閨詞(춘규사)
- 봄날 규수의 하소연
人靜紗窓日色昏
落花滿地掩重門
欲知一夜相思苦
試把羅衾檢淚痕
임 떠난 사창(紗窓) 가에 날 저물어 황혼인데
문 닫힌 뜰 안에는 낙화만 가득하네
그대는 비단 이불에 있는 눈물 자국 아시나요
草堂奉夫自吟(초당봉부자음)
彩霞成綺柳如煙
非是人間別有天
落下十年奔走客
草堂令日坐如仙
노을은 비단이요 버들은 안개 같네
인간 세계 아니로세, 여기는 곧 별유천지
서울서 십 년 바빴더니 신선(神仙)되어 앉아 있네
남편을 전송하며
螢窓立志此何遲
四十光陰撫絲鬢
又向長安先笑去
旅窓莫作後咷歸
학문에 뜻 세우기 어찌 이리 더딘가요
어느덧 사십 나이 흰 살쩍을 쓰다듬네
장안을 향하여 웃었으니 돌아올 땐 울지 마오
無題(무제)
配匹之際生民始
君子所以造端此
必敬必順惟婦道
終身不可違夫子
남녀의 결혼이란 생민(生民)의 시작이니
군자들도 이를 알아 바르게 세우려 하네
공경(恭敬)은 부인의 도리(道理)이니 낭군님 뜻 어기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