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로 바꾸어 쓴
난정서(蘭亭叙)
- 원작 왕희지
영화(永和) 구년 계축 삼월 회계산 산음현에
‘수계’ 위해 현사(賢士)들이 난정(蘭亭)에 다 모였네
높은 산 험한 고개 아래 울울창창 대나무 숲
급하게 흐르는 물 난정(蘭亭)을 둘러싸니
맑은 물을 끌어들여 물줄기를 만들었네
술잔을 띄울 정도로 굽이치는 물줄기여
차례로 줄지어서 물줄기에 둘러앉으니
거문고나 피리 연주 성대(盛大)함은 없지마는
그윽한 시정(詩情)을 펴기엔 어찌 아니 족할까
하늘 밝고 공기 맑고 바람도 화창하니
우주의 광대함을 우러러 바라보고
굽혀서 만물의 무성함 살펴보며 생각하네
하늘을 우러르고 굽혀서 보는 이 땅
눈으로 바라보고 두 귀로는 듣노라니
누리는 즐거움 넘치네, 기쁘기가 한이 없네
어울려 사귀면서 한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는 벗과 함께 묵은 회포 끌어내고
누구는 자연에 빠져 유람(遊覽)하며 노니네
나아감과 머무름이 서로가 다 다르고
고요함과 시끄러움 역시 같지 아니하나
제 처지 만족함 알면 늙고 죽음 모르네
하지만 흥겹고 나면 또 다시 권태(倦怠)롭고
그 감정도 세상사 따라 다시 또 변화하니
감흥(感興)은 그 일 따라서 일어나는 것이로세
이전에는 그렇게도 즐거웠던 일이건만
순간에 그 기쁨도 낡은 자취 되고 마니
더더욱 그것으로 해서 새론 감회(感懷) 없으리오
우리 목숨 길고 짧음 하늘에 달렸어라
마침내는 죽게 되니 옛사람 말 생각나네
“죽거나 사는 건 큰 일”, 어찌 비통(悲痛) 않으리
옛사람들 감흥(感興)했던 그 까닭을 살펴보면
계약 문서 들어맞듯 내 생각과 똑같도다
옛사람 문장을 보며 탄식하며 놀라네
죽는 일 사는 일이 같다는 말 허황(虛荒)되고
장수(長壽)한 저 ‘팽조’와 요절한 이 같다는 말
그 말이 망령(妄靈)되었음을 이제 와서 알겠네
후세의 사람들이 오늘 우리 보는 것과
오늘의 우리들이 옛사람을 보는 것이
그대로 똑같으리니 어찌 아니 슬프리오
오늘 여기 모인 사람 차례로 적어놓고
그들의 모든 술회(述懷) 시(詩)로 적어 두었으니
비록에 세상 달라져도 같은 정회(情懷) 알리라
세상이 달라지고 그 사정이 달라져도
감회(感懷)를 일으키는 그 이치(理致)는 같으려니
후세(後世)에 이 글 읽는 사람 느끼는 바 있으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