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인디언의 혼(魂)을 갖고 태어나
- 원작 : 류시화
바람이 자유로이 온종일 불어대고
햇볕을 가로막는 아무것도 없는 평원
끝없이 드넓은 평원, 난 그곳서 태어났다
들소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내 집 천막
첫 숨부터 끝 숨까지 자연과 하나 되어
대지(大地)의 일부분으로 하나 된 삶 살았다
천막 밖에 나가면 곧 신비(神秘)가 우릴 맞고
세상은 하나 가득 경이(驚異)로움 넘쳐났다
대지는 전체가 학교요 우리들의 교회였다
우리 삶의 의무(義務)에는 기도(祈禱)하는 의무 하나
기도는 보이잖는 영원(永遠)한 존재들을
날마다 새롭게 만나고 느끼려는 방법이다
우리는 아침마다 물가로 나아가서
온몸을 정히 씻고 태양 앞에 마주섰다
새롭고 부드런 대지 앞에, 침묵 앞에 홀로 섰다
‘얼굴 붉은’ 우리에게 종교는 신성(神聖)한 것
홀로이 침묵 속에 이뤄지는 믿음의 삶
메시아 필요 없었다, 우리는 늘 행복했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혼자서 멀리 떠나
산꼭대기 올라가서 하루 이틀 금식한다
위대한 신비의 힘 앞에 자신들을 내맡겼다
우리 삶의 그 근본은 사랑이라 배워 왔다
모든 생명 다 에워싼 위대한 저 신비와
자연과 사람과 대지를 사랑하라 배웠다
우리는 다른 것을 추구하지 않았었다
물질이든 소유이든 좇을 대상 아니었다
마음을 침묵으로 채움을 신성하게 여겼다
이 대지는 조상에게 받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 다음 세대(世代)한테 잠시 동안 빌렸던 것
그래서 소중히 다뤘다가 돌려줘야 하는 것
자연은 아름답다, 늘 완성된 아름다움
자연을 파괴함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는 자연에게 늘 고마움을 전했다
쉬지 않고 운행하는 어머니 대지(大地)에게
우리 숨결 되어주고 새 날개를 지탱하는
고마운 공기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자연의 비밀 안고 자유를 일깨우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 동물에게 감사했고
머물다 떠나는 물에게, 태양에게 감사했다
약초(藥草)를 캘 때에도 첫 약초는 캐지 않네
그 약초는 우리 조상 할아버지 약초기에
조상께 선물로 바치고 다른 약초 찾았다
우리는 필요한 만큼 땅에서 취하였다
그리고 취한 만큼 다시 땅에 돌려준다
가진 것 자연서 받은 것, 감사 기도 올렸다
그 어떤 것이든지 헛되이 쓰지 않고
꼭 필요치 않은 것은 남에게 나눠줬다
화살로 사슴을 쏘되, 죽이는 건 자연이다
어렸을 때 한 어른과 산길을 걸어가다
지팡이가 필요해서 나뭇가지 꺾었더니
부족의 어른이 물으셨다, 올바르게 꺾었냐고
허락을 구했는가, 나무에게 구했는가
필요한 그만큼만 꺾었느냐 물으셨다
나무에 감사 기도를 드렸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냥 잘랐다고 생각없이 대답하자
그 어른은 날 데리고 나무에게 다가가선
잘라진 가지 부분을 만져보게 하였다
무엇을 느꼈느냐, 나에게 물으셨다
‘축축한 게 느껴져요’ 나의 대답 듣더니만
나무가 울고 있어서란다, 허락 받아 하라 했다
우리는 가난하나 언제나 넉넉했다
무언가를 소유함은 죄를 짓는 일이었다
찾아온 문명인들에게 온갖 정성 베풀었다
그들이 몰려오자 먹을 것을 베풀었고
농사를 지을 땅도 아낌없이 내주었다
그러자 울타리를 치고, 제 소유라 주장했다
대지는 누구든지 소유할 수 없는 건데
게다가 더 내놔라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 땅은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가 아닌가
어머니는 자식들인 동물과 온갖 새들
그리고 모든 인간 함께 먹여 살리는데
저들은 뭐든지 금을 긋고 자신들의 것이란다
저들은 이 자연을 길들이지 않았다며
우리를 야만이란다, 야생이란 애초 없다
오로지 우리에게는 큰 자유가 있었을 뿐
자연은 큰 질서에 순종을 하지마는
문명은 그 질서를 깨려고 애를 쓴다
자연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생명력이 넘친다
자연과 사는 사람 공격적이 될 수 없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문명에 찌든 사람
자연에 사는 사람은 필요 이상 욕망 없다
우리들 인디언은 손대지 않았었다
위대한 저 신비가 만들어 놓은 대로
세상 것 있는 그대로 만족하고 살았다
얼굴이 흰 사람들은 우리와는 너무 달라
제 마음에 아니 들면 강과 산을 바꿔댔다
그들은 창조라지만, 우리 눈엔 파괴였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말을 더 신뢰했다
글로 쓰는 문자보다 가슴에서 나온 말을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연설법을 배웠다
우리 부족 회의에서, 딴 부족과 대화할 때
종교적인 의식에서 설화 전설 말을 할 때
전투를 독려할 때도 연설법이 발휘된다
얼굴 흰 사람들과 조약 맺는 자리서도
가슴에 담긴 말을 곧바로 할 줄 안다
우리는 빙빙 돌리는 말 아주 매우 싫어한다
문명은 밀물 같아 우리 속을 파고들고
우리는 썰물처럼 뒷걸음을 쳐야 했다
좁다란 울타리 어둠 속에 사라져야 했었다
하지만 우리 혼(魂)은 대지와 하나 되어
우리가 사랑했던 생명 가진 모든 것과
다함께 언제나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 류시화가 엮은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의 ‘서문을 대신하여’를 시조로 바꾸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