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적벽부(赤壁賦)

  • 등록 2021.12.06 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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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문장가, 학자

 

 

시조로 바꾸어 쓴

적벽부(赤壁賦)

- 원작 소동파

 

 

임술년 가을 칠월 열엿샛날 나 소동파,

찾은 손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 노닐 적에

바람은 천천히 살랑이고, 푸른 물결 잔잔하다

 

그대여 받으시게, 이술 한 잔 받으시게

그대는 ‘진풍장’의 달 밝은 시 읊조리고

나 소자(蘇子) 시경의 ‘관저장’ 사랑 노래 부르리라

 

이윽고 조금 있어 동산 달이 솟아 올라

북두와 견우(牽牛) 간에 멈칫멈칫 서성이니

흰 이슬 물안개 비끼고, 물빛 하늘 닿았더라

 

갈대 같은 작은 배를 가는 대로 맡겨 두니

일만 이랑 아득한 물결 넓고도 드넓구나

허공에 바람 탄 듯하여 그칠 데를 알 수 없네

 

바람 훨훨 나부끼니 인간 세상 버렸는가

날개 돋쳐 신선(神仙)으로 하늘에 오르는가

흥취가 도도해지니 뱃전 치며 노래하네

 

계수나무 노를 깎고, 목련 가지 삿대 삼아

물에 비친 달을 밀어 거슬러 오르나니

아득한 내 생각이여, 하늘 가의 미인(美人) 보네

 

손님 중에 퉁소 불어 노래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 슬프도다, 그 누구를 탓하는 듯

그 뉘를 사모하는 듯, 하소연을 하는 듯

 

여음(餘音)이 가늘어서 실같이 이어지니

물에 잠긴 교룡(蛟龍)들을 춤추게 하는고야

외로운 배 의지해 사는 홀어미를 울게 하네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로 하고

손에게 묻는구나, "어찌하여 그러한가?"

'달 밝고 별은 성긴데’ 조맹덕(曹孟德)의 시 아닌가

 

서쪽으로 하구(夏口) 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 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하고 푸르른 곳

그 옛날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 치른 곳이로다

 

형주(荊州)를 격파하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가매

강물의 흐름 따라 동(東)으로 내려가니

배들은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 하늘 가렸어라

 

맛있는 술을 걸러 강물을 굽어보며

창을 비껴놓고 시 한 수 읊노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이여, 지금 어디 있는가

 

하물며 그대와 나 고기 잡고 나무 하고

물고기와 벗을 하고 새우와 짝을 하며

게다가 고라니와 사슴 벗을 하고 있지 않나

 

한 잎 좁은 배를 타고 술을 들어 권하면서

하루살이 같은 삶을 천지(天地)에 의지하니

아득히 넓은 바다의 한 알갱이 좁쌀일세

 

우리네 인생살이 그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長江)의 끝없음이 부럽고 부러우니

날으는 신선(神仙)을 끼고서 즐기면서 노니노라

 

밝은 달을 가득 안고 오래도록 앉았다가

저 달빛 얻을 길이 막막함을 알았기에

끝끝내 끼치는 여운을 바람에게 맡기네

 

소자(蘇子)가 말을 묻되 "물과 달을 아시는가?”

가는 것이 이 같으나 일찍이 가지 않고

차고 또 비어가더라도 끝내 줄고 늘지 않네

 

변하는 시각에선 천지(天地) 또한 순간이요

변하잖는 시각에선 모든 것이 다함없네

사물과 내가 다함없으니 또 무엇이 부러울까

 

천지 사이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 있어

진실로 그 사물이 나의 소유 아니라면

비록에 한 터럭일지라도 가지지를 말 일이다

 

강 위의 맑은 바람,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얻어 소리 되고, 눈으로 봐 빛 이루니

아무리 이를 가져도 금하는 이 없도다

 

이것은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 함께 마음껏 누릴 발세

손님이 기뻐 웃으며 잔을 씻어 술 따르네

 

고기 안주 다 끝나니 술잔 소반 어지럽고

배안에서 서로 함께 포개어 잠이 드니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감쪽같이 몰랐네

 

2019

 

송인숙 기자 mulsori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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