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시애틀 추장(酋長)의 연설문
- 2019. 1. 30(수) 13:21 소향당에서 쓰기 시작하다
보이는 저 하늘은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아버지들 얼굴 위에 자비(慈悲) 눈물 뿌려왔다
영원히 안 변할 줄 알던 것, 변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의 맑은 하늘, 구름 낄 줄 뉘 알았나
하지만 나의 말은 지지 않는 별과 같다
‘시애틀’ 하는 이 말들은 꼭 믿어도 좋으리라
워싱턴의 대추장(大酋長)이 안부를 전해왔다
무척이나 친절한 일 아닐 수가 없으리라
그에게 우리의 우정(友情)은 별로 필요 없으니까
그 부족(部族)은 숫자가 많다, 초원 덮는 풀과 같이
하지만 나의 부족 그 숫자가 아주 적다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드물게 선 나무처럼
위대하고 훌륭하신 워싱턴 대추장(大酋長)은
우리 땅을 사고 싶다 제의를 해왔었다
그러곤 아무 불편 없이 살게 하여 준다 했다
이는 실로 자비로운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얼굴 붉은’ 우리들은 더 이상 그에게서
존경을 받을 권리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그 제안이 현명할 수 있으리라
우리에겐 넓은 땅이 필요하지 않은 현실
우리가 대지를 뒤덮던 그런 시절 있었지만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 전에 떠나갔고
우리의 위대(偉大)했던 부족들도 잊혀 갔다
우리가 다 사라진다 해도 슬퍼하지 않으리라
‘얼굴 흰’ 형제들이 대지(大地)를 다 차지해도
시애틀 난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리라
그것은 우리 자신의 책임 또한 있으니까
우리의 젊은이들 저들 향해 화를 내며
자신들 얼굴에다 검은 물감 칠했을 때
그들의 가슴도 역시 검게 변해 버렸다
젊은이들 난폭해져 늙은이도 못 말린다
그러나 희망을 갖자, 우리들과 그대들이
‘얼굴 흰’ 그대들 사이 적대감이 없어지길
서로를 적대할 때 모든 것을 잃기만 할 뿐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우리의 젊은 전사들은 목숨 바쳐 복수한다
하지만 우린 안다, 자식 잃은 우리들은
우리들 늙은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싸움을 통하여서는 얻을 것이 없다는 걸
우리 땅을 사겠다는 당신들의 그 제안에
우리는 생각한다, 깊은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물을 것이다, 사려는 게 무언가를
그것은 우리로선 이해하기 참 힘들다
공기(空氣)를 무슨 수로 사고 팔 수 있겠는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찌 사고 판단 말인가
참으로 우리로선 상상조차 어려운 일
부드러운 저 공기와 재잘대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사고 팔 수 있는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와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린 안개, 잉잉대는 꿀벌까지
우리들 가슴 속에선 그 모두가 신성(神聖)하다
푸르른 나무에서 솟아나는 수액들은
‘얼굴 붉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 대지 또한 우리 분신
들꽃은 우리 누이, 말과 순록(馴鹿) 우리 형제
흐르는 강 물결과 초원에 핀 꽃의 수액
조랑말 흘리는 땀과 인간 땀은 하나다
이들은 같은 부족, 모두 우리 부족이다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 제의는
우리의 누이와 형제들, 우리 자신 파는 것
우리는 알고 있다, 워싱턴 대추장을
우리의 삶의 방식 이해하지 못하는 걸
이 땅이 다른 땅 조각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자신에게 필요한 땅 손 안에 넣으려고
한밤중에 여기에 온 대추장은 낯선 자다
대지는 그의 형제 아니라 싸워 이길 적이다
대지(大地)를 정복한 후 그 곳으로 이주한다
대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상관 않고
우리의 대지와 하늘을 물건처럼 취급한다
결국엔 그 욕심은 대지(大地)를 다 먹어 치워
사막으로 만들리라, 우린 이해 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의 방식은 당신들과 다르다
우리가 이 대지를 꼭 팔아야 한다면은
당신들은 알아야 한다, 공기 또한 소중함을
공기다 더없이 소중함을 그대들은 알아야 해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생명 숨결 불어넣고
우린 모든 아침마다 그 공기를 맞이한다
바람은 내 할아버지에게 첫 숨 끝 숨 주었다
그 바람은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주니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졌다
대지에 일어나는 일은 아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 거미줄과 닮아 있다
거미줄에 힘 가하면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것을 당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리라
발을 디딘 이 대지는 우리 조상 육신이다
그래서 이 대지를 존중함이 마땅하다
대지가 풍요로울 때 우리 삶도 풍요롭다
우리가 그 진리를 아이한테 가르치듯
당신들도 당신들의 아이한테 가르쳐라
대지가 어머니라는 사실 확실하게 일깨워라
대지(大地)에게 가해진 일 자식에도 가해진다
땅을 파서 헤치는 건 자신 삶도 헤치는 것
우리는 이것을 안다, 처음부터 알고 있다
대지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게 속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안다, 처음부터 알고 있다
당신들의 믿는 신은 우리의 신 아니로다
당신들이 믿는 신은 당신들만 사랑하고
우리는 미워만 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 신(神)은 강한 팔로 당신들만 사랑하고
‘얼굴 흰’ 사람들만 포근하게 감싸준다
아버지 아들 인도하듯 당신들을 인도한다
‘얼굴 붉은’ 자식에겐 관심조차 하나 없다
우리 정말 그 신(神)에게 자식인지 모르지만
우리 신 위대한 정령(精靈)조차 우리들을 떠났다
당신들이 믿는 신은 당신들을 사랑하여
날마다 당신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서
머잖아 이 땅을 당신들은 다 뒤덮을 것이다
우리의 부족들이 썰물처럼 줄어들면
그들은 옛날처럼 다신 오지 않으리라
‘얼굴 흰’ 사람들의 신은 우릴 보호 않으니까
신(神)이 없는 우리 신세 고아(孤兒)나 다름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기댈 곳이 전혀 없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그대 형제 될 수 있나
어떻게 대추장이 우리 추장(酋長) 될 수 있고
어떻게 우리에게 번영을 줄 것인가
과거의 위대함 되찾을 꿈 돌려줄 수 있는가
그대들의 하느님은 우리에겐 불공평해
‘얼굴 흰’ 사람에게만 찾아갔지 않았는가
우리는 본 적도 없다, 그 음성을 못 들었다
‘얼굴 흰’ 자식들에게 율법 내려 주었지만
하늘 덮을 별들처럼 이 대지를 채워 있던
얼굴이 붉은 자식들에겐 아무 말도 않았다
당신들이 가진 신은 분노에 찬 신(神)이었다
당신들이 그 내용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강철(鋼鐵)의 손가락으로 돌판에다 새겼다
‘얼굴 붉은’ 사람들은 당신 신을 알 수 없다
기억도 하지 않고 이해도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종교는 조상부터 전해온 것
우리 늙은 현자(賢者)들과 추장들은 꿈이 있다
위대한 정령(精靈)들이 선물한 귀한 그 꿈
그것은 부족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새겨 있다
머지않아 당신 부족 홍수(洪水)처럼 불어나서
이 땅과 이 대지를 온통 다 덮으리라
반면에 나와 내 부족은 썰물처럼 될 것이다
우리의 이 운명은 하나의 신비로다
‘얼굴 붉은’ 사람들에겐 신비와도 같은 그것
아련한 별을 지켜보듯 소멸(消滅) 운명 지켜볼 뿐
‘얼굴 흰’ 사람들의 그 꿈 우린 알고 싶다
그들의 마음속엔 어떤 희망 부풀었고
겨울밤 자기 자식들에게 어떤 미래 보이는지
하지만 우리들을 야만인 대접하니
문명인들 꾸는 꿈이 우리에게 안 보인다
당신과 우리 부족은 기원(起源) 운명 다 다르다
두 부족(部族) 사이에는 공통점이 안 보인다
우리는 조상 유해(遺骸) 더없이 성스러워
그들의 안식(安息) 장소는 신성하고 거룩하다
그러나 당신들은 조상들을 안 섬긴다
조상의 무덤 위를 함부로 밟고 돈다
함에도 후회의 빛은 단 한 점도 안 보인다
당신의 조상들은 무덤 입구 들어가면
자기가 난 이 대지와 당신 사랑 멈추는가
머나먼 별들 너머에서 헤매이고 있는 듯해
‘얼굴 붉은’ 사람 혼(魂)은 이 세상을 잊지 않네
육체 비록 떠났어도 도는 강과 숨은 골짝
거대한 산과 호수들을 변함없이 사랑한다
외로운 사냥꾼인 살아있는 우리들을
잊지 않고 찾아와서 따순 애정 보여주며
'행복한 사냥터"로부터 종종 우릴 안내한다
그렇다, 밤과 낮은 한 집에서 살 수 없다
‘얼굴 붉은’ 사람들은 새벽 안개 달아나듯
‘얼굴 흰’ 사람들 다가오면 달아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 뜻 따르겠다
내 부족(部族)은 그 제안을 조용히 받아들여
인디언 보호구역 안으로 물러나갈 것이다
‘얼굴 흰’ 대추장이 그곳에서 하는 명령
어둠 속서 들려오는 대추장의 목소리를
대자연 목소리라 여기며 평화롭게 살 것이다
그 어둠은 바다에서 밀려오는 안개처럼
우리를 빠른 속도로 에워싸고 있으리라
남은 날 어서 보내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날도 그리 많지 않으므로
인디언이 맞는 밤은 칠흑처럼 어두우리
단 한 개 밝은 별마저도 지평선에 없으리라
구슬픈 목소리의 사람들이 울부짖고
복수를 다짐하는 냉정한 여신(女神)들이
우리들 오솔길에서 기다리고 있으리라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곳을 간다 해도
빠르게 다가오는 저 발소리 듣게 되리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슬픈 운명 맞게 된다
상처 입은 암사슴이 두려움에 잔뜩 떨며
다가오는 사냥꾼의 발소리를 듣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으리
정령(精靈)의 보호 속에 대지 위를 맘껏 뛰며
가족들과 행복했던 우리 부족(部族) 아들들도
몇 번 더 겨울을 넘기면 무덤 속에 들어가리
한때는 당신들보다 더 강하고 희망찼던
우리 부족 아들들이 왜 불평을 해야 하나
내가 왜 내 부족 운명(運命)에 슬퍼해야 하는가
부족(部族)의 운명이든 한 개인의 운명이든
사람은 이 대지에 왔다 가게 마련이다
그것은 바다에 물결치는 파도와도 같은 것
한 차례 흘린 눈물, 한 번의 타마나무스
그들은 우리 눈에서 영원히 떠나간다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건 오직 자연 질서
당신의 부족들이 쓰러질 날 있으리라
지금은 먼 훗날의 일인 듯이 여기지만
그 날은 반드시 온다, 신의 보호 받더라도
‘얼굴 흰’ 사람들이 지금 비록 강하지만
인간의 공통 운명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한 형젠지 모른다
당신들의 제안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하고
결정이 나는 대로 그대들께 알리겠다
그 제안 받아들인다면 단 한 가지 조건 있다
우리 땅을 당신들에게 할 수 없이 팔더라도
우리들이 어느 때나 누구든 자유롭게
조상의 신성한 무덤을 방문하게 해 달라
우리의 친구 무덤, 아이들의 무덤들도
우리들 부족에겐 이 대지의 모든 부분
똑같이 신성(神聖)한 곳이다, 참 거룩한 땅이다
저 모든 언덕배기, 골짜기와 평원에는
아득히 사라져 간 우리들의 삶이 있고
슬프고 기뻤던 사건들을 간직하고 있으리
태양 아래 죽은 듯이 입을 다문 바위조차
우리 부족(部族) 이 운명과 연결이 되어 있다
과거의 사건들에 대한 추억으로 몸을 떤다
당신들이 서 있는 곳, 이 흙도 이 땅들도
우리 부족 발 닿으면 다정하게 반응한다
이 흙은 우리 조상들의 뼈와 살로 이뤄졌다
짧은 계절 이곳에서 즐거운 삶 누려왔던
지금은 이름조차 잊혀진 전사(戰士)들과
그리운 어머니와 아이들, 이 침묵을 사랑한다
‘얼굴 붉은’ 사람들이 끝끝내 사라져서
부족(部族)에 대한 기억 전설(傳說)로만 남더라도
해안(海岸)엔 보이지 않는 부족의 혼(魂) 가득하리
당신들의 아이들이 먼 훗날 황야(荒野)에서
고요한 삼림(森林) 속에 혼자라고 느낄지라도
그들은 혼자 아니리라, 우리 혼과 함께 있다
우리들 부족 숨결 이 땅 곳곳 묻어 있고
보이잖는 우리 혼들 이 대지를 채웠으니
혼자라 할 만한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을과 도시들이 밤이 되어 고요해지면
당신들은 황량(荒凉)하다 느낄지도 모르지만
대지를 사랑하는 숨결 모든 곳에 가득하다
죽은 자가 힘이 없나, 그렇지 아니하다
그러니 우리 부족(部族) 친절하게 대해야 해
그들은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 거다
아니, 지금 내가 ‘죽은 자’라 말했던가
아니다 그렇잖다, 죽음이란 없는 거다
있다면 다만 변화하는 세계만이 있을 뿐
소 암 고 춘 식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