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게으름 연습
원작 나태주
텃밭에 아무것도 심어놓지 않기로 했다
땀 흘리는 수고 대신 낮잠이나 자 두련다
먼 하늘 흰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들으려네
내가 바빠 우리 텃밭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풀 저런 풀들 찾아와서 살고 있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채송화도 두어 송이
잡풀들 사이 끼어 얼굴들을 내밀었다
흥, 꽃들이 오히려 잡풀 사이 끼여서는
지들이 잡풀 행세를 하러들려 하는군
어느 날 텃밭을 보니 통통통 뛰노는 놈들
메뚜기다 연초록 빛, 방아깨비 콩메뚜기
풀무치 어린 새끼들 날 찾아온 진객(珍客)들
돌보지 않는 사이 하늘의 식솔들이
내 대신 녀석들을 돌보아 준 모양이다
해와 달 별들이 번갈아 섬겨 가꾼 모양이다
아예 나는 이 텃밭을 빌려줄까 생각했다
하늘의 식솔들에게 내주기로 맘먹었다
그 대신 가야금 가락이든 함께 듣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