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윤오영의 ‘달밤’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겪었던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었다
서울서 이사 온 웃마을 김 군네를 찾아갔다
대문은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밖에서 나는 혼자 머뭇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김 군을 못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맞은편 집 사랑방 앞 야트막한 툇마루엔
웬 노인 책상다리하고 달을 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그리로 옮기었다
그 노인 가까이 가도 관심 별로 안 보였다
“좀 쉬어 가겠습니다” 하며 툇마루에 몸 걸쳤다
이웃 사람 아닌 것을 알아보는 노인에게
“네, 달이 하도 밝기에” 다시 인사 건넸더니
“참, 밝소” 허연 수염을 달을 보며 쓸었다
한참이 지나도록 두 사람은 말 없는데
푸르른 가을 하늘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들판은 고요한 달빛에 젖어들고 있었다
노인이 방안으로 말없이 들더니만
안으로 통한 문이 열리고 닫히었다
얼마 후 노인은 방에서 상 하나를 들고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막걸리가 단 두 사발
“때마침 잘 되었소, 농주가 좀 남았더니”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 시원스레 들이켰다
큰 사발의 막걸리를 노인 따라 다 마셨다
이윽고 “살펴 가우” 인사 듣고 내려오며
얼마쯤 내려오다 보니, 노인 그대로 있었다
2017.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