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 1 <정반합>

  • 등록 2024.10.04 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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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 1  <정반합>

 

2024년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 І < 정반합 >은 2023년 11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제8대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취임한 ‘채치성’이 직접 지휘한 첫 작품이며 채치성이 추구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적 방향성을 알리는 빵빠레였다.

 

관현악은 서양에서 ‘오케스트라’라는 여러 가지 악기의 집합체라는 정의로 근대적인 의미의 관현악은 18세기 유럽에서 성립되어 현악기군,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타악기군의 60∼120명의 연주자로 이루어 지휘자의 통제 아래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합주 형태이기에 여러 악기에 대하여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악기의 음색과 성질을 잘 알아야 감상에 도움이 된다. 성악곡보다 기악곡이 더 어렵게 느껴지며 한곡이 10분 이상 이어지기에 어떤 악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제대로 감도 오지 않아 조용히 주의를 집중하여 기쁨, 사랑, 고뇌, 슬픔, 등 자신만의 다양한 감정과 예술세계를 찾으려는 진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국악관현악은 우리 전통악기의 합주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기에 작곡자, 편곡자, 연주자, 지휘자의 역량과 노고가 뿜어져 나오고 돋보이지 않으면 관객에게 감동과 행복을 나누고 함께하며 다가서기에는 한층 더 어렵다.

 

우리 전통 민속악에 바탕을 둔 김희조 작곡, 김만석 편곡, ‘합주곡 І’ / 조선시대 사대부 지식층이 즐긴 음악에 바탕을 둔 신윤수 작곡 ‘국악관현악을 위한 풍류Ⅳ’ / 남도잡가 새타령의 음악적 요소를 기악곡 형태로 표현한 최덕렬 작곡 ‘새타령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수리루’ / 강원도‧경상도 등이 중심이 되어 내려오는 동부민요 메나리조에 토대를 둔 채치성 작곡 ‘태평소 협주곡 메나리조 풍류’ / 네 작품이 연주된 국악관현악 <정반합>은 이 시대 음악세계에서 우리전통의 ‘정’과 현 시대의 ‘반’이 함께 하는 ‘합’을 추구하고자하는 아름다움을 찾아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이끌고 채치성이 세상에 힘차게 날개짓 한 여명의 찬란함이었다.

 

힘찬 소리로 선율을 춤추게 하는 태평소 소리를 시작으로 관악기 합주가 부드럽게 울려 퍼지고 대금과 피리가 무대를 장악하더니, 현악기들이 감미로움을 더하고 태평소가 잔잔한 소리로 용솟음치듯이 일어나며 온 소리를 휘감아 버리다 징의 울림에 정적이 깔려버린 편안함이 시나브로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조금 빠르고 경쾌한 시원함이 한번쯤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갈증의 아쉬움도 내면으로 담아 아름다움으로 전해준 ‘합주곡 І’ 우리 민속악인 민요‧산조‧판소리 등의 맛깔이 온몸을 감싸 주었다.

 

국악관현악을 위한 ‘풍류Ⅳ’는 종묘제례악의 장엄함과 엄격함에 아정(雅正)하고 고상하며 바른 정악의 정서를 듬뿍 담아 정가(正歌)의 오묘한 느낌을 관현악으로 표현했다. 관현악 소리 속에서 싱그럽게 힘을 더한 남창가객 김대윤의 소리는 관현악합주에 윤활유였으며 국립합창단의 부드러운 울림은 관객의 마음에 색다름을 표현한 기쁨이었다.

 

‘삼월삼짇날 연자 날아들고’ 남도잡가 새타령이 가슴에 들렸다. 오직 관악기만 합주하는데 노래가사가 춤을 추었다. 이것이 우리음악의 신묘함인가? 소리가 산을 넘고 강을 휘감아 돌다 산마루를 쳐다보니 목탁소리가 울리고 소나무 가지 위에서는 대금소리가 퍼지는 새가 울고 있었다. 장구 · 정주 · 북 · 박 · 바라, 국악 타악기와 심벌즈 · 트라이앵글 · 실로폰 · 드럼 서양타악기가 서로 화합하고 떨어지며 새의 요동을 실감나게 의태어로 들려주었다. ‘새타령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수리루’ 다양한 악기의 가락과 리듬을 하나로 엮어 청량한 시원함을 듬뿍 선물했다.

 

‘강주희’의 막힘없이 우렁찬 태평소 소리가 힘차게 관현악단을 이끌며 앞으로 달리자 ‘강원도아리랑 · 정선아리랑 · 한오백년 · 쾌지나칭칭나네 · 옹헤야’ 우리 귀에 익숙한 메나리조 선율이 춤을 추었다.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걷어 들이는 농부의 어깨춤이 그려졌고, 산삼을 채취하는 산골 심마니의 기쁨이 넘쳐났다. 국악관현악이라는 새로운 경험이 즐겁고 특별한 감동의 포만감을 만끽한 ‘태평소 협주곡 메나리조 풍류’였다.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풍류가 꽉 차 넘치는 행복이었다.

 

 

정영진 칼럼니스트 mss13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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