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국악협회 전북지회의 징계·선거 모두 무효… 중앙회의 무리한 개입이 부른 총체적 혼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가 8월 14일 선고한 2023가합89543 사건에서 한국국악협회 중앙회가 전북지회 전 지회장 소미건(개명 전 소덕임)에게 내린 징계와 전북지회장 선거 결과를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중앙회의 권한 남용과 무리한 개입이 지역 지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협회 전체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원은 중앙회의 경고 및 제명 처분에 대해 “징계사유가 불명확하고 소명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으며, 이해관계자가 결의에 참여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다”며 무효를 선언했다. 이는 협회의 징계 절차가 정당한 회원 관리 수단이 아니라, 특정인을 배제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회원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조직 내부의 갈등을 키운 책임은 중앙회에 있다.
선거 공정성 붕괴, 한국국악협회 존재 이유를 흔들다
전북지회장 선거 역시 두 차례 모두 무효 판정을 받았다. 3월 선거는 인준받지 않은 인사가 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등 절차적 위법이 있었고, 5월 선거는 무효 판결을 받은 ‘사고지회 지정’을 전제로 치러져 정당성을 잃었다.
결국 중앙회의 과도한 개입과 불투명한 선거 관리가 지역 회원들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한 셈이다.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지 못하는 협회가 과연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
지역 협회 혼란과 사회적 비용, 누가 책임질 것인가
중앙회의 무리한 조치는 지역 협회의 행정 마비와 혼란으로 이어졌고, 불필요한 재판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낳았다. 지역 회원들은 지도부 공백과 갈등 속에서 피해를 감수해야 했으며, 협회의 명예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손상되었다. 이는 전북지회만이 아니라 부산지회도 비슷한 사유로 소송 중에 있으며, 전국적인 협회 운영 전반의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소미건 전 전북지회장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국악협회 중앙회는 전 이사장 이용상과 그가 임명한 임원들의 과도한 월권과 권한 남용으로 전북·부산 등 각 지회를 법적 논쟁에 휘말리게 했고, 개인은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임원들의 중앙회 장악을 위한 사욕이 국악계의 선량한 국악인들을 희생시키고,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와 역행을 초래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고 이에 동조한 이들은 비대위에 참여할 자격이 없으며, 깊은 반성과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기존 피해자들에게는 응당한 사과와 명예 회복, 재정적 피해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국악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북지회장 손현배는 이번 판결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기자가 “이미 법원이 징계와 선거 모두를 무효로 선언한 상황에서 항소는 협회의 손실을 키우는 불필요한 선택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곧 지회가 주최하는 행사가 있는데 이를 진행하기 위해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행사를 이유로 법원의 판결에 맞서 항소를 강행하겠다는 주장은 협회와 회원들의 피해를 도외시한 채 개인적 명분에 집착하는 태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결국 법적 분쟁을 이어가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일 뿐이며, 협회의 혼란과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국악협회 비대위는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위한 제도 기반 마련해야
법원이 잇따라 협회의 조치를 무효로 판결한 것은 협회 스스로 제도를 개선하라는 강력한 경고다. 징계 절차의 투명성과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협회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를 반복하며 스스로 존립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다. 중앙회는 권한 남용을 멈추고, 회원의 권익 보호와 전통문화 발전이라는 본래의 책무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협회의 혼란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비롯되었다. 중앙회의 터무니없는 징계와 과도한 선거 개입이 지역 지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법원 판결을 통해 그 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지금 국악협회 중앙회는 선거 무효 판결로 인해 이용상 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을 수습할 책임은 이제 비대위에 주어졌다. 비대위가 협회 정상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동시에, 이번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이용상 전 이사장과 전임 지도부는 조직을 법적 분쟁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에 대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제도 개혁 없이는 협회의 미래도, 국악계의 신뢰도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