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먹그림 회원전
2024년 11월 6일((수) ~ 12(화) 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1전실에서 열리는 < 제11회 먹그림 회원전 >은 남종문인화가 우송헌((愚松軒)이 1989년 우송헌 먹그림집을 열어 제자를 육성하며 제자들과 함께 가져온 발표회 중 11번째로, 찬조출품 우송헌 김영삼 화백과 50명의 화가가 ‘먹그림(남종문인화)’에 담겨 있는 선비의 향과 덕을 36년 세월 속에 실어 꽃피워 놓은 아름다운 정원이다.
문인화는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자신들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심중을 표현하여 그린 그림’으로 현대에는 지고지순한 선비의 도와 군자의 삶을 깨우치며 자기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남종문인화는 동양화 화파를 분류할 때 수묵산수화는 남종화, 착색산수화는 북종화라 하지만 중국 명나라 말 화가이자 이론가인 ‘동기창’의 남북종론에서 화풍상의 분류가 아닌 문인과 직업화가라는 화가의 신분에 따른 분류로 탄생했다. 수묵(水墨)과 담채(淡彩)를 써서 가장 간단한 필치로 내면세계를 함축미로 표현하려 치중하는 그림의 경향을 가지고 있어 남종문인화를 이야기할 때, ‘회화는 소설이고 문인화는 시다.’ 라고 표현한다.
우송헌 먹그림회원들이 조성한 ‘남종문인화’ 정원에는 매‧난‧국‧죽 사군자와 소나무가 아름답게 가득히 꽃을 피워, 높은 격조와 기품을 내면 깊숙이 깃들게 하고 그 향기에 취해 한 숨 쉬어가며 나를 찾아보는 명상의 심연으로 빨아들였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고고한 자태로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어 선비의 곧은 지조와 절개로 즐겨 비유되는 ‘매화’
어디에 있던지 홀로 피어 고아한 자태로 은은한 향을 내뿜어 지조 높은 선비와 절개 있는 여인에 비유되는 ‘난초’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려 있음은 천국을 모양한 것이요, 섞임이 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요, 일찍 심어 늦게 핌은 군자의 덕이요, 서리를 이겨 뚫고 꽃을 피움은 경직한 기상이요, 술잔에 동동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라.’ 다섯 가지 미(美)로 군자 가운데서도 절개를 지키며 속세를 떠나 고고하게 살아가는 은자에 즐겨 비유되는 ‘국화’
사시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높은 품격과 강인한 아름다움으로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며 불의나 부정과는 일체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곧은 사람으로 비유되는 ‘대나무’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 오래오래 살아남아 장수와 인내‧절의와 지조의 상징으로 여겨져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삶의 지혜를 상징하는 존재로 한국인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나무’
매화의 운치, 난초의 향기, 국화의 윤택한 기운, 대나무의 청아함, 솔의 으뜸을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간결하면서도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무언가 아쉬운 듯한 여백의 미는 그 꽃의 정신에 작가의 사상과 철학이 녹아있는 짧은 싯귀를 그려 아름다움을 더했다. 어렵고 험난한 환경 속에서 뜻을 굽히지 않고 더욱 꿋꿋하고 아름답게 서 있는 그 성품을 높이 산 선비들이 이들을 보며 스스로의 인격을 함양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였을 풍미가 고스란히 마음에 와 닿았다.
작품마다 보이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선의 세계에서 작용하고 있는 무한한 운율들의 의미가 실린 선의 질을 멋있게 표현하려고 열심히 작업한 붓의 기운이 보였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동반하는 고통을 이기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그리기에 매진한 작가의 정기를 느꼈다.
“자연과 나와 옛 것을 합일시키려 노력한다.” “세월을 담을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고 나의 붓질로 표현한다.” 남종문인화라는 시를 그리는 ‘우송헌 김영삼’의 먹그림 정신이 담겨 있는 더없이 아름다운 ‘제11회 먹그림 회원전’이다.
✦ 우송헌((愚松軒) 김영삼 ✦
1958년 전남 진도에서 출생하여 호남 문인화의 거봉 금봉 박행보 선생에게 사사하였고, 청년 시절에는 의재 허백련 선생님의 화풍을 무척 좋아했으며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20세)부터 국전 특선3회, 입선5회, 동아미술상, 목우회 부문 우수상, 특선2회, 서예 문화상, 한국예술총연합회 예술문화상, 미술부문 대상 수상.
서울, 광주, 뉴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화랑 미술제와 끼아프 등 국내외 아트페어를 포함하여 450여 회의 단체전 참여.
호남대학교, 동국대학교, 대전대학교, 한국예술원, 뉴욕 주립대학교,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 삼성그룹 성우회, 동방대학원대학교,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등에서 강의, 외래·겸임·객원교수 역임.
TV 드라마 작품 협찬을 통하여 슬기로운 의사 생활, 황금 물고기, 빛과 그림자 등 이십여 편에 드라마에 문인화를 등장시켜 현대화된 문인화의 전형을 제시했고, 현재는 인사동에서 ‘우송헌 먹그림집’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과 후진 양성에 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