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장, 결국 행정공무원 내정?… 국악계 "국악 정통성 훼손" 강력 반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국립국악원장 임명과 조직 개편 추진이 국악계 전반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악계는 문체부가 탄핵 정국의 불안정성을 틈타 정통 국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을 원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더 나아가 최근 여러 정부 부처에서 관료주의적 행태로 자기사람을 요직에 내리꽂는 인사 관행이 반복되며,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비대협의 반대 성명 발표
국립국악원의 전임 원장과 연구실장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이하 비대협)는 7일 문체부의 국립국악원 조직 개편 및 원장 선임 문제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협은 국립국악원이 한국 전통예술의 종가라는 점에서 문체부의 일방적인 조직 개편과 비전문가 원장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에는 윤미용, 김철호, 박일훈, 이동복, 김해숙, 임재원, 김영운 등 전임 국립국악원장 7명과 변미혜, 이용식, 송지원, 김희선, 서인화, 김명석 등 전임 국악연구실장 6명이 이름을 올렸다.
문체부의 조직 개편 추진과 문제점
문체부는 현재 국립국악원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며, 기획운영단과 국악연구실을 2개 국(局) 단위 조직으로 운영하는 기존 체계를 변경하고자 하고 있다. 주요 개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획운영단 산하 장악과와 무대과를 국악연구실로 이동 배치
▶국악연구실의 교육·연구 기능과 인력을 공연부서인 장악과에 배치
이에 대해 비대협은 “문체부가 연구 전담 조직을 해체하고 공연 제작 부서에 통합하려 한다”며, 이는 국악원의 교육·연구 기능을 축소하고 국악원을 단순 공연 단체로 전락시키는 개악(改惡)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국립국악원장 임명 문제와 행정 논란
국립국악원장은 차관보급(고위공무원단 가등급) 직위로, 2000년부터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였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민간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도록 경력개방형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2023년 12월 31일자 대통령령 개정으로 다시 공무원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으로 조정되었다. 이에 따라 문체부 고위 행정공무원이 최종 후보 3명 중 한 명으로 올라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비대협은 이에 대해 “국립국악원장은 문화예술 정책뿐만 아니라 국악 공연·교육·연구·국제교류 분야에 대한 깊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라며, 국악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아닌 행정공무원을 원장으로 임명하려는 문체부의 방침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기획운영단장을 비롯한 3~4급 행정공무원이 이미 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고위 행정공무원을 원장으로 임명할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서도 비슷한 인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기관장직에 전문성과 무관한 행정공무원이 임명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국립국악원장 임명 논란도 단순히 한 기관의 문제를 넘어, 전반적인 정부 인사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악계의 향후 대응
비대협은 이번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국악계 전반에서 논의와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국 국악대학 교수 및 연구자들과 협의하여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기자회견 등의 추가적인 대응도 추진 중이다. 국악계는 문체부가 국악원의 본래 역할과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직 개편과 원장 임명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원장 임명 문제가 아니라, 국악원의 정체성과 기능을 지키기 위한 국악계의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체부의 향후 대응에 따라 국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