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정명숙 선생 춤 인생 기리는 제자들의 헌무(獻舞)
고(故) 수당 정명숙 선생의 1주기를 맞아 제자들이 마련한 헌무의 장이 깊은 울림을 안겼다.
5월 2일 열린 이번 공연은 추모를 넘어, 한 무용가의 예술혼과 그가 남긴 전통 춤 유산을 온전히 가슴에 새기는 시간으로 빚어졌다.
이날 무대에는 정명숙 선생 생전에 함께했던 음악인들과 사랑하는 제자들이 뜻을 모아 올린 작품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선생의 예술 세계와 평생의 무대 철학은 오히려 더욱 짙고 선명하게 드러났다. 제자들은 무대를 준비하는 내내 눈물로 시간을 채웠고, 그 진심이 공연 내내 객석을 적셨다.
양종승 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은 공연 사회를 맡아 선생의 삶과 춤 여정을 조곤조곤 풀어냈다. "수당 정명숙 선생님은 한국전통춤계의 한 페이지를 빛낸 인물이었습니다. 그분의 춤은 제자들의 심장 속에 남아 오늘 다시 살아 숨 쉬었습니다"라고 전하며, 제자들의 사명감과 존경을 고스란히 전했다.
정명숙 선생은 대구 출신으로 13세에 춤을 시작해 대한무용협회 창립 멤버이자 국립무용단 1기 출신으로 무용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김진걸 선생을 비롯해 한영숙, 강선영, 김숙자, 이매방 등 전통춤 4대 명무들에게 사사하며 전통 춤의 깊이를 더했다. 특히 1992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전통춤으로 단독 공연을 펼친 것은 지금도 한국 무용사에 기록될 대목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권경애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박진희, 송효진, 안정욱 등 선생의 제자들이 출연하여 선생의 대표작들을 정성스레 재현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스승의 숨결과 지도가 녹아 있었고, 제자들은 각자의 춤을 통해 선생에게 바치는 마음을 표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명숙 선생의 근, 현대 격동기의 무용활동 기록을 담은 자료가 부족한듯 보였고, 선생의 주요 이수자들이 이날 공연에 참여하지 않아 보다 넓은 의미의 전승과 추모의 울림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선생의 생전 모습을 담은 관련 영상이 완성도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배경화면 처리와 조명, 음향 효과가 추모 공연을 살리는 의도에 미치지 못함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공연은 마지막 순간까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피날레로는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선생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살풀이춤을 군무로 선보였다. 흰 소매가 부드럽게 흩날리는 가운데 춤사위는 어느덧 스승의 부재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으로 번졌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무대를 함께 채운 제자들 중 많은 이들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살풀이 춤이 끝나고 오열하는 제자들
양종승 부이사장은 마지막 인사를 통해 "무인(舞人)의 유산은 결국 제자들이 이어가는 춤 속에 살아남는다"며 "오늘의 헌무가 단지 추모가 아니라 전통춤의 현재이자 미래가 되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승의 발자취를 잇기 위한 제자들의 헌신과 뜨거운 무대는 전통 춤이 단순한 기술이나 동작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