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문화산책] 국악의 날, 여민락이면 충분한가

  • 등록 2025.06.05 14: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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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날 지정, 여민락이면 충분한가

 

오늘 6월 5일은 국악의 날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으로 지정한 국악의 법정기념일이다. 문체부는 세종대왕이 백성과 함께 즐기고자 음악 ‘여민락(與民樂)’을 작곡했고, 이 곡이 『세종실록』 116권에 처음 기록된 1447년 6월 5일(음력)임을 근거로 삼았다. 세종의 정신을 이어받아 “온 국민이 함께 우리의 가무악(歌舞樂)을 기리고 즐기자”는 취지라고 한다.

 

포장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가만히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민락이라는 곡명은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뜻의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따온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 여민락은 조선시대 궁중 의식에서만 연주되었던 행악(行樂)이다. 철저하게 궁중 안에서만 울려 퍼졌던 음악으로, 정작 백성들은 들을 수조차 없었다. 왕과 양반 계층을 위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하고 음악을 아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국악의 날을 제정하면서 여민락을 상징으로 삼은 것은, 너무 궁중악 중심적 시선에만 갇힌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진심으로 ‘백성과 함께’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면, 민요나 농악처럼 민중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 음악에서 모티브를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음악들이야말로 진짜 백성과 함께한 음악 아니겠는가.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삐딱하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음악은 한 시대의 정신이 담긴 것이고, 국악은 결국 우리의 삶 속에 살아있는 소리다. 그 소리를 기리는 국악의 날이라면, 누구의 음악이었는지, 누구를 위한 음악이었는지를 먼저 따져 묻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지금도 국악의 날 제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그 정신이 정말 ‘모두를 위한 소리’를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국악이 더 이상 일부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 속에 함께하는 예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편집부 indang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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