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로 그리는 탈춤의 색… 김호석 전승교육사, 전통에 생명력을 입히다
[국악타임즈=송혜근] 지난 6월 25일 진행된 봉산탈춤 보존회가 주최, 주관한 '피리로 그리는 색' 공연은 황해도 피리의 정통을 잇고 있는 김호석 전승교육사의 피리 연주에 기존 탈춤 형식에 괴테의 『파우스트』 서사를 결합하고, 불교의 해탈 개념까지 덧입힌 실험적 무대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특히 탈춤의 전통적 형식에 연극적 시도가 돋보였다. 한국 전통탈은 구조상 입이 막혀 있어 대사 전달이 제한되었으나, 이번 무대에서는 입 부분이 열려 있는 탈을 활용해 배우들이 직접 대사를 소화하며 서사 전달력을 높였다. 이 같은 변화는 탈춤의 극적 긴장감과 상징성을 살리는 데 있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김호석 전승교육사는 이날 연주를 통해 황해도 피리의 고유성과 무대 음악으로서의 기능을 모두 구현했다. 그의 연주는 탈춤의 장면 전환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유려하게 이어주는 음악적 축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 적용된 서도 삼현육각(三絃六角) 편성은 그의 오랜 연구와 실천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관현악의 조화와 전통 음악의 깊이를 동시에 전달했다.
공연 중 진행된 토크에서는 김호석 전승교육사의 음악적, 학문적 성과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 김승국 원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땅의 예술이 점점 잊혀져가는 현실에서, 그 음악을 온전히 연행할 수 있는 분이 바로 김호석 교수”라며 “삼현육각 편성에 대한 악보 정리와 보존회 결성, 이북5도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으로의 참여까지 김호석 교수의 행보는 단순한 전승을 넘어 음악사의 재조명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무대는 탈춤이라는 전통 장르가 고정된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연극적, 철학적 상상력과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시도였다. 전통의 본질을 지키되 그것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구성한 이번 공연은 탈춤의 예술적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며, 김호석 전승교육사의 예술 인생이 오롯이 녹아든 무대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공연의 말미, 김호석 전승교육사는 피리로 찬송가를 연주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전통공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비나리 대신 울려 퍼진 찬송의 선율은 무형의 가치를 지켜온 한 예인의 행보가 연주를 넘어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