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의 감정, 기술과 마주하다
퓨전국악 1세대 싱어송라이터 장소영이 AI 음악 생성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악 기반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작업은 전통과 기술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감정과 구조를 먼저 세우는 국악적 사고를 현대적으로 확장한 사례로 읽힌다.
장소영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창보다 앞선 단계에 집중했다. 곡의 정서와 흐름, 감정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AI를 통해 음악의 형태를 구현한 뒤 이후 실제 가창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리 이전에 마음을 세우는 국악의 창작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기술이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AI가 음악의 한 요소로 참여하더라도, 중심에는 인간 창작자의 방향성과 감정이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공개된 두 곡은 통키 작가의 가사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가사, 음악, 영상이 각각의 영역을 존중하며 결합된 구조는, 국악 기반 창작이 기술을 대하는 하나의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시도는 국악이 기술 앞에서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기도 하다. 전통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라는 점을 장소영은 이번 작업을 통해 드러낸다.
인터뷰
“전통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한다”
Q. 국악 기반 음악을 해온 입장에서 이번 시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국악은 늘 질문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여백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죠.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Q. AI 활용이 국악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A. 저는 오히려 태도의 문제라고 봅니다. 기술을 쓰느냐 마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음악을 대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중심이 사람에게 있다면, 도구는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작업에서 장소영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A. 이번에는 노래하는 사람보다는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웠어요. 가사는 작가가 썼고, 저는 이 가사가 어떤 온도로 시작해서 어디쯤에서 숨을 고르고, 어떤 감정으로 끝나야 할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음악의 감정 지도를 그리는 느낌이었어요.
Q. 이 프로젝트가 남기길 바라는 질문이 있다면요.
A. AI가 노래할 수 있는 시대에, 가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에요. 아직 제 대답도 완성되지는 않았어요. 다만 음악은 여전히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