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장사익 소리판 < 꽃을 준다. 나에게 >

  • 등록 2024.10.29 1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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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소리판 < 꽃을 준다. 나에게 >

 

194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4년 45세에 ‘하늘 가는 길’로 국악가요 소리꾼으로 데뷔한 장사익이 하얀 두루마기 자태로 ‘사랑한다. 축하한다. / 남들에게 스스럼없이 건넨 꽃 돌아보니 나에겐 꽃 준 적 없네. / 이제 노래 인생 30년을 다독이며 꽃을 준다. 나에게 !’ 독백하듯 객석을 향해 읊조리며 자신이 걸어온 노래 인생 30년을 보여 주겠다고 한다.

 

무대 맨 뒤쪽 두 줄로 도열한 6명의 The solists와 8명의 우니꼬합창단의 장엄하면서도 우렁찬 아름다운 화음의 < 나에게 꽃이 있었지 어느 별 어린 왕자처럼 매일 매일 물을 주고 항상 바라봐 줘야 하는 꽃 한 송이 있었지 > 장사익의 노래 ‘꽃’ 합창이 세종문화회관 1, 2, 3층을 꽉 채운 3,022석 관객의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려와 기대감으로 설레는 관객들 마음 속 깊이 빨려들었다.

 

2024년 10월 23일 오후 7시 30분, 장사익의 소리판 < 꽃을 준다 나에게 > 서울공연이 피아노, 기타,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하모니카, 드럼, 섹소폰, 모듬북, 장구, 풍물북, 꽹과리, 해금 등 악기가 울며 노니는 국악과 째쯔 콜라보 반주 위에서 장사익의 소리가 파도로 출렁이고 너울을 일으키며 나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옛 추억을 그리워하게 하고 가을밤 반짝이는 별빛처럼 영광과 행복이 넘치는 꽃을 나에게 주었다.

 

순대 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한다 – ‘섬’

돌아 누워도 돌아 누워도 찾아오는 환장할 기침은 – ‘기침’

기진한 몸 텅 빈 가슴으로 돌아와 문을 열면 ‘귀가’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 ‘여행’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 기적이 운다 – ‘역’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 ‘꽃구경’

노래를 부른다 허리가 굽은 그가 탁자를 타닥 치며 ~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 ‘국밥집에서’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다네 - ‘아리랑’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에 애원이란다 - ‘청춘을 돌려다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 – ‘댄서의 순정’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 ‘열아홉 순정’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 산다 할 것을 - ‘님은 먼 곳에’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 - ‘달맞이꽃’

가로등도 졸고 있는 비오는 골목길에 두 손을 마주 잡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애태우던 그 밤들이… - ‘못잊겠어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열아홉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 ‘봄날은 간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 ‘동백아가씨’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약 2시간 동안 장사익이 들려주는 소리 하나하나가 알 수 없는 정서(情緖)로 아름다움을 뿜어내며 매혹하였고, 막연한 그리움과 가슴을 꽉 채우는 뜨거움으로 넘치는 희열로 불태웠다. 막이 내려졌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쏟아지는 앙코르 외침에 돌아와 들려준 ‘자화상’의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노랫말이 가슴을 파고들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모습을 찾아서 나에게도 꽃을 주었다.

 

 

공연을 마무리한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 당신은 찔레꽃’ 장사익을 대표하는 찔레꽃은 공연 시작부터 이제나 저제나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조이던 가슴을 희열의 포만감으로 가득 채워 돌아서는 발걸음을 들뜨게 하며 기쁨의 피날레를 장식해 주었다.

 

소리로 노는 마당을 말하는 소리판에서 국악을 노래하는 분들의 명칭 ‘소리꾼’이란 명칭을 “대중음악을 하면서도 한복을 입고 ‘소리꾼’처럼 제대로 하자.”는 의미로 자신을 ‘소리꾼 장사익이’라 칭하며, 하얀 두루마기에 한국적인 모습으로 국악풍의 대중가요를 들려주는 ‘소리꾼 장사익이’ 있어 오늘 밤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꽃을 선물 받았다.

 

자신의 노래는 1/3이 죽음에 관계된 노래이고 1/2이 어둡고 무거운 노래이지만, 자신이 걸어온 삶을 이야기로 노래하며 언제나 진행하고 있기에,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동참하며 위안과 마음의 치유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관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음악에 최선을 다하며, 무대에서는 목숨을 걸고 노래한다는 장사익의 진실한 모습이 찬란하게 빛나는 < 꽃을 준다 나에게 > 소리판이었다.

 

정영진 칼럼니스트 mss13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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