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랑의 춤 ‘구름위에 보내는 꽃 편지’
박경랑의 춤 ‘구름위에 보내는 꽃 편지’는 부모가 돌아가신 후 낳아서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보은과 효도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낸 3년 상을 마치고 상복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제사, 탈상의 의미를 담아 3년 전 먼저 떠난 제자에게 스승인 박경랑이 주체가 되어 망자와 함께 한 춤 동료들과 벗들의 눈물이었고 애달픔이었으며 따뜻한 사랑이었고 극락왕생을 비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2024년 6월 5일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꽃 편지를 보낸 우편함, 부산해운대 문화회관 해운홀은 1998년 망자 조론심이 중년의 나이에 스승인 박경랑에게 ‘영남교방청춤’을 배우기 시작한 첫 인연의 장소이다.
시작은 무대와 객석이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쌓여 한으로 가득 찬 슬픔의 현장이었지만, 끝은 출상 전 밤에 여러 가지의 춤과 노래, 그리고 재담이 어우러지면서 흥을 돋아 상주를 위로하고 상가의 슬픔을 웃음으로 치환하여 상을 당한 유족들의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한 놀이마당 ‘진도 다시래기’처럼 연희 마당으로 슬픔을 승화시켰다.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 왼쪽 끝자락에 붉은 장미꽂이 담긴 두 개의 커다란 헌화 바구니 사이에 망자의 영정사진이 놓여있고, 그 앞에 하얀 종이 연꽃 두 송이가 소담하게 자리 잡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촘촘하게 애절함으로 가라 앉혔다.
거문고와 가야금 울음에 실린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조용필의 ‘친구여’ 노래가 무대를 뒤덮으며 하늘에서는 하얀 지전 꽃들이 춤을 추었고, 회색빛 치마저고리 소복 차림으로 하얀 연꽃 한 송이를 두 손으로 받쳐든 박경랑이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 나와 연꽃을 영정 앞 두 연꽃 사이에 가만히 내려놓고 그 속에서 흰색의 긴 명주수건을 뽑아내어 무대를 감싸 안으며 살풀이를 펼쳤다. 1부 추억(오소서) 첫 무대 ‘초혼하여 기억하다.’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어 망자의 춤 동료 여섯이 머리 위에 작은 접시를 이고 황천길 떠난 벗을 배웅하는 듯 소반 춤을 추며 술이 채워진 잔을 올린 접시를 머리 위에 얹은 박경랑을 시종하여 무대 밖으로 내밀자 망자의 남편인지 중년 남자가 객석에서 일어나 박경랑의 술잔을 받아 영정 앞에 올리고 목례를 하는 두 번째 무대 ‘흔적 그리움과 이별’이 관객의 마음을 측은지심으로 채워버렸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노래로 하늘을 날고 박경랑이 길고 긴 넓은 푸른 천을 끌고, 감고, 휘감으며 무대를 채워, 마치 진도 씻김굿에서 망자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저승가기를 빌어주는 ‘고풀이’와 망자의 저승천도를 빌어주는 ‘길닦음’으로 채우는 듯 2부 첫무대 환생(꽃으로 피어 오르소서)가 펼쳐졌다.
박경랑이 작은 하얀 연꽃 한 송이를 머리에 얹고 양손에 바라를 들고 춤을 추며 무대의 판을 열자 한쪽 끝에는 하얀 지전, 다른 끝에는 흰 연꽃이 달린 봉을 양손에 든 망자의 춤 동료 다섯이 연화춤으로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풀어냈다. 양손에 북채를 들고 무대 가운데 자리 잡은 대북을 연타로 두들기며 주술적 힘을 발하여 관객을 몰아지경으로 이끌어 망자와 함께 하며 쌓이는 관객들의 번뇌를 잊게 하는 박경랑의 법고춤을 끝으로 두 번째 무대 회향(장구채꽃을 그리다)이 마무리 되며 ‘구름위에 보내는 꽃 편지’는 이승을 떠났다.
끝으로 망자와 가족 동료와 벗 관객들의 무겁고 침울하며 애달픈 마음을 털어버리고자 우리전통 연희 집단 “The광대”의 땡쇼 포퍼먼스가 펼쳐져 신명과 웃음으로 관객의 마음을 씻어 주었다.
이 공연의 진행을 맡은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계승학회학회장 백재화,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춤으로 망자와 관객에게 행복을 전달한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총협회장 최은숙, 경상남도 협회장 이명옥, 부산보존회장 이정실외 보존회 한금숙, 최복순, 류영자, 백연화, 김소영, 총괄진행을 맡은 보존협회 사무국장 이다영 등 망자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초대 회장 조론심를 기리는 ‘구름위에 보내는 꽃 편지’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가 되어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준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모든 회원님께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숭고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따뜻한 칭송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