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보훈무용제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 전통 무용의 세월을 잇는 예술가들의 춤의 향연
한국 전통 무용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2024 보훈무용제가 다양한 무대와 함께 돌아왔다. 이번 행사에는 전통 무용의 맥을 이어가며 현대 무용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출연하여 그들의 작품과 함께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한다.
김선정은 무용역사기록학회 회장으로 서울무용제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로, 배구자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관객들에게 전통 춤의 깊이를 전달한다.
배구자는 1928년에 신민요 《아리랑》에 맞춰 조선 정서를 표상하는 춤을 창작하여 신민요춤의 효시이자 한국 근대무용의 선구자가 되었다. 1936년에 포리돌레코드에서 신민요 <도라지타령>과 《천안삼거리》를 취입하였다. 이 작품은 배구자의 <도라지타령>과 <천안삼거리>를 엮고, 배구자의 영상, 사진, 기사 자료를 참고하여 만든 신민요춤이다. 작품 명칭은 <천안삼거리>의 후렴구에서 따왔으며, 최승희의 <에헤라 노아라> 처럼 1930년대 근대 조선의 흥과 멋을 반영하고 했다.
박경랑은 경상남도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 1기 이수자이며, 국립국악원 전통공연예술학교 교수로서 전통 무용의 교육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녀는 국가중요무형유산인 문둥북춤을 현대 무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박경랑의 문둥북춤은 국가중요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고성오광대 탈놀음 중 제1과장에서 등장하는 문둥북춤이 원류이며, 고성오광대 초대 예능보유자 박경랑의 외증조부 김창후 선생의 제자이신 조용배 선생에게 1973년 초등학교 5학년 12세 때부터 직접 사사 받았다. 이 춤은 조상들의 죄업으로 천병을 얻어 엉클어진 삶의 한을 신명의 춤으로 승화시킨 환희의 춤으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한 춤으로 박경랑이 마당춤을 재해석하여 무대화시킨 문둥북춤이다.
박은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교수로서, (사)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김천흥의 살풀이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며 전통 춤의 예술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민속무용 중에서는 예술성이 가장 높이 평가되고 인정되는 대표적인 차원 높은 춤이다. 즉흥무로도 통용되는데 춤에 작성된 테마가 있지 않고 테크닉에 있어서도 약정되었다거나 고정된 것이 없으며 또 표현방법도 강력한 제약이나 한계가 없이 무자에게 자율성을 허용한 것으로 오로지 기쁘고 즐거운 감정만을 표백 발로시키는 속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추구하고 여기에서 감동되어 일어나는 흥과 멋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즉석에서 적나라하게 표출할 수 있는 연유 때문에 즉흥무로 명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춤 모습의 정수와 진모를 인간 본연의 감정과 정신에다 집중시키고 허용해서 자유자재로 노출발양 시킬 수 있다는 점은 살풀이가 간직하고 있는 특징이며 이 춤은 김천흥의 대표적인 춤 중 하나이다.
서영님은 (사)님무용예술원 이사장으로 은방초춤보존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로서 전통 춤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은방초류 살풀이는 신비성과 절정을 담아내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신무용을 대표하는 무용가 은방초류 살풀이로서 한, 홍, 멧, 태, 정중동 등 미가 극치를 이루는 한국춤의 고른 특징과 함께 독특한 리듬감과 과감한 선의 율동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신비스럽고도 환상적인 춤이다. '회상'은 2018년 명작무 제15호로 지정받았으며, 서영님의 춤으로 이어져 거듭나고 있는 춤이다.
손미정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현재 예원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美·知·藝 Dance Group을 이끌며 최현 선생의 '호수 근처'라는 작품을 통해 춤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호수 근처'는 1997년에 故 최현 선생이 처음으로 손미정에게 안무하여 준 작품이다. 우리 춤의 결이나 모듬채, 흩날리는 봄의 미풍은 산조 음악에 실릴 때 고아한 자태와 품격을 수반한다. 춤추는 이가 물밑을 들여다 볼 때 보이는 것이 있다. 영혼이 그것이다. 시인은 그 영혼을 헌 영혼이라고 겸손해한다. 마음이 구겨지면 수면도 구겨진다. 마음이 밝으면 수면 위에 구겨진 나뭇잎도 춤으로 환생한다. 춤은 '마음의 동요'에 의해 자신의 모습을 비로소 무대에 드러낸다. 호수에 잠긴 킨 무릎 옆으로 지나가는 나뭇잎... 그것이 삶이요, 춤인지도 모른다.
이주희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교수로서 평남무형유산 평남수건춤 이수자이다. 그녀는 한순서의 평남수건춤을 현대 무대에 맞게 재해석하며 전통 춤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평남수건춤은 2018년 평남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서도의 애절한 선율을 담은 서사적 구조를 지닌 여성적인 춤으로 치마를 감아서 허리끈으로 묶은 착복 형식과 발놀음, 상향 위주의 춤사위, 폭넓은 수건사위 등이 특징이다. 평남수건춤은 김정연에서 한순서로 이어지며 무대 예술도 확장된 고유예술이다.
차지언은 황해도무형유산 화관무 예능보유자로, 이북5도무형유산연합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녀는 민천식과 김나연의 황해도 화관무를 전승하며 전통 춤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황해도무형유산 화관무는 황해도 해주지역 기녀들에 의해 전습되던 춤으로 대일항쟁기 해주 권번 사범으로 활약한 예인 민천식(국가무형유산 봉산탈춤 제1대 예능보유자)이 정리하여 완성한 춤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화관을 머리에 쓰고 색한삼의 뿌림으로 미적 효과를 더하는 춤 민천식의 화관무는 궁중 양식의 장중하면서도 섬세한 춤 사위에 해서지역 민속춤의 호방하고 활달한 춤사위를 더해 예술적 형식을 완성하였다. 특히, 춤의 핵심 요소인 화관의 상징성으로 태평과 영생의 의미를 확장하며 미학적 깊이를 더했다. 한국전쟁 이후 인천에 정착한 민천식은 황해도지역 민속예술 복원에 앞장서며 해서탈춤 및 전통춤의 복원과 전승에 전념하였고, 그의 전통춤을 계승한 김나연(제1대 황해도 화관무 예능보유자)은 온전한 복원의 추구와 더불어 현대적 전승으로 무대화하며 전승체계를 확립하였다.
이처럼 각기 다른 역사를 지닌 무용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 무용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2024 보훈무용제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는 대한민국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이어가는 중요한 행사이다. 이번 무대는 전통 무용의 생명력을 재확인하고,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