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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춘향영정 논란, 시대를 거슬러 되찾는 역사적 진실

춘향영정 논란의 발단: 친일 작가 김은호의 작품
본격적인 논란: 춘향영정의 제2라운드
춘향영정 수난사: 역사적 배경과 논란의 핵심
현재 논란의 세 가지 주요 쟁점
전라북도 의회 토론회: 논의의 장을 열다
논란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

        제1대 춘향영정 (강신호 작)               제2대 춘향영정 (김은호 작)              제3대 춘향영정(김현철 작)

 

춘향영정 논란, 시대를 거슬러 되찾는 역사적 진실

 

국악타임즈는 춘향영정 논란과 관련하여 문제의 핵심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자 한다. 이번 논란은 남원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은 전라북도 의회에서 열린 토론회를 중심으로, 논란의 주요 쟁점을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춘향영정 논란의 발단: 친일 작가 김은호의 작품

 

2020년 9월, 춘향사당에 봉안되어 있던 춘향영정이 친일 작가 김은호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논란이 표면화되었다.

 

김은호의 영정은 일제강점기 시절,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식민지 문화정책의 산물로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남원 시민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영정의 역사적 정당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친일작가 논란으로 철거된 김은호 작가의  제2대 춘향영정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었다. 김은호의 영정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보관되어 있던 강신호가 그린 제1대 영정이 재조명되었다. 강신호가 그린 이 영정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남원의 의로운 기생들이 주도하여 제작한 작품으로, 민족적 자부심을 담은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강신호 작, 제1대 영정

 

김은호의 제2대 영정이 철거된 후, 두 개의 영정은 현재 남원시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2023년 5월 25일에는 김현철 작가에게 의뢰한 새로운 영정이 춘향사당에 봉안되었다.

 

2. 본격적인 논란: 춘향영정의 제2라운드

 

김현철 작가가 제작한 제3대 영정이 봉안된 직후, 또 다른 논란이 시작되었다.

주요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비판의 기사를 쏟아냈으며, 춘향의 모습이 기존 이미지와 맞지 않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변 사또가 반한 춘향이 맞는가?" (전주 MBC), "미용실 잘못 간 춘향이" (MBC), "이 도령도 못 알아볼 판" (조선일보), "17세가 아니라 중년 같다" (한국경제) 등의 제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현철 작가가 제작한 제3대 영정

 

이로 인해 춘향영정 문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의 교체를 넘어, 역사적 상징성과 문화유산 보존의 문제로 확산되었다. 김현철 작가의 영정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춘향영정 논란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3. 춘향영정 수난사: 역사적 배경과 논란의 핵심

 

춘향영정의 역사는 한국의 근대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사례로,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변화와 논란을 겪어왔다. 아래는 춘향영정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1931년 : 강신호 작가가 그린 제1대 춘향 영정이 춘향사에 봉안되며, 춘향제가 시작되었다.
1939년 : 제9회 춘향제에서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제2대 영정이 제1대 영정 위에 이중으로 봉안되었다.
1950년 : 한국 전쟁 당시 최봉선(예기조합 대표)이 제1대 영정을 머리에 이고 피난을 갔으며, 제2대 영정은 전쟁 중 칼에 찢겨 훼손되었다. 전쟁후 제1대 영정이 사당에 봉안되었다.
1960년 : 남원 일부 유지들의 요청으로 김은호가 제2대 영정과 동일한 춘향상을 재제작하였다. 1961년 11월에는 박정희정권 내각수반 송요찬이 이 영정을 가져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더 이쁜 춘향이로 대치하라"며 사당에 봉안하였다. 이로 인해 제1대 영정은 사당 뒷방으로 내려졌다가, 1990년대 남원 향토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졌다.
2020년 9월 : 정부의 친일 청산 의지와 시민들의 강렬한 요구로 제2대 영정이 철거되어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장고에 있던 제1대 영정이 60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으나, 일부 시의원과 시민들의 반대로 사당에 봉안되지 못하고 여전히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2023년 5월 : 김현철 작가가 그린 제3대 영정이 춘향사당에 봉안되었다.

 

4. 현재 논란의 세 가지 주요 쟁점

 

춘향영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세 가지 쟁점으로 나뉜다.

 

첫째, 김현철 작가의 제3대 영정을 철거하고, 새로운 영정을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의 영정이 춘향의 전통적 이미지와 맞지 않으며, 남원의 역사적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주장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춘향의 상징성 왜곡: 김현철 작가의 영정이 춘향의 전통적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주장은, 춘향이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인들에게 상징하는 바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춘향은 고결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인물로, 특히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제3대 영정에서 춘향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 보이고,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춘향의 상징성을 왜곡시키고, 역사적 정체성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 지역적 정체성과 불일치: 남원은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도시로서, 춘향의 이미지가 지역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김현철 작가의 영정이 남원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은, 춘향의 상징성이 남원의 전통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제3대 영정이 지역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교체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 전통 예술의 계승: 춘향영정은 한국의 전통 예술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의가 된다. 그러나 김현철 작가의 영정은 이러한 전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현대적인 해석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 예술의 계승을 중시하는 이들은, 제3대 영정을 철거하고 전통을 더욱 잘 반영하는 새로운 영정을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일제강점기 남원의 의로운 기생들이 고생 끝에 제작해 봉안한 제1대 영정을 복원하자는 의견이다.

이들은 제1대 영정이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복원하여 봉안하는 것이 역사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 기반하고 있다.

 

1. 역사적 정당성: 제1대 영정은 남원의 기생들이 주도하여 강신호에게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일제강점기 하에서 한국의 전통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일제의 문화정책에 저항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반영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 영정은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배경과 저항의 상징성을 담고 있어, 복원되어야 할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2. 민족적 자부심의 회복: 제1대 영정은 한국인의 자주성과 민족적 자부심을 표현한 상징으로, 이를 복원함으로써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딛고, 우리 문화유산의 정통성을 되찾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예술적 가치를 넘어선, 우리 민족의 역사적 기억과 자긍심을 회복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3.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 문화유산의 원형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제1대 영정은 최초로 봉안된 춘향영정으로서, 원형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유산 관리의 원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제1대 영정의 복원은 문화유산의 지속성과 정통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논리가 있다.

 

셋째, 남원시 문화원의 입장으로, 김현철 작가의 영정을 유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논란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다.
이들은 현재의 영정이 춘향의 상징성을 왜곡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영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시간의 흐름에 따른 평가 변화 가능성: 김현철 작가의 제3대 춘향 영정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현재의 논란이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고, 시민들이 점차 영정을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정을 교체하기보다는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2. 지역사회의 갈등 최소화: 남원시와 문화원은 춘향 영정 논란이 지역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 영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영정을 제작할 경우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 영정을 유지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3. 예술적 해석의 존중: 김현철 작가의 춘향 영정은 작가의 예술적 해석과 표현이 반영된 작품으로, 이를 쉽게 철거하거나 교체하는 것은 예술적 창작에 대한 존중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와 수용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작가의 의도와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5. 전라북도 의회 토론회: 논의의 장을 열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자, 전라북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는 춘향영정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를 주관한 전라북도 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 박정규 위원장은 "이제 6년 후면 춘향제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춘향영정 논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하였다.

 

토론회의 좌장인 임종명 도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춘향영정 문제는 단순한 지역적 논쟁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고,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학계 교수, 지역 주민 대표, 국악예술가 등이 참석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춘향영정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해석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6. 논란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

 

이번 춘향영정 논란은 단순히 예술적 문제를 넘어서, 일제강점기 식민지 문화정책의 잔재와 그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전환하면서 내선일체의 일환으로 제작된 춘향영정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보존되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 문제를 재고하게 만든다.

 

이 논란은 단순히 예술 작품의 교체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 시대의 문화적 유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춘향영정 문제는 과거의 유산을 현재와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기하며, 한국 전역의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A nation's culture resides in the hearts and in the soul of its people."

"한 나라의 문화는 그 국민들의 마음과 영혼 속에 존재한다."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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