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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피아노섬 축제 '나답게, 우리답게'

 

100+4 피아노섬 축제 '나답게, 우리답게'

 

전남 신안군 자은도(慈恩島) 양산해변 1004 뮤지엄파크 건너편, 1004섬 수석미술관 옆 넓은 공터에 길쭉하게 둥근 타원형 지붕 형태의 거대한 야외음악당 무대 위 맨 앞 중앙에 임동창이 ‘피앗고’라 부르는 검정 그랜드피아노 1대가 놓였다. 왼편 한쪽으로 검정 그랜드 피아노 6대가 일렬로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고, 이들 뒤에는 97대의 업라이트 피아노가 중앙을 마주 보는 형태 좌우로 나뉘어 한 계단 한 계단 계단식으로 온 무대를 꽉 채웠다. 한 무대에 피아노 104대, 장관이었고 웅장했으며 온몸을 압도하며 뿜어져 나올 피아노 소리의 화음과 화합에 대한 기대치가 한없이 상승하였다.

 

임동창의 피앗고 연주 ‘아리랑’이 울려 퍼지며 97명의 전남대‧순천대‧전주대‧원광대 피아노 전공 학생과 지도 교수,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6명의 중견 피아니스트, 총 103명의 피아니스트가 입장하여 100+4 피아노를 완성했다. 전면에 펼쳐진 길고 커다란 화면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고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한없이 고맙습니다.” 자은도를 지켜온 모든 분께 바치는 시가 새겨지고, 임동창의 낭독과 함께 100+4 피아노는 한 음이 되어 감미롭게 울며 이 아름답고 뜻있는 시를 포근히 감싸 안아 객석은 숙연함과 연민의 마음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2024년 4월 27일(토) 오후 5시 30분 <100+4 피아노 섬 축제 : 나답게, 우리답게>가 시작되었다.

 

100여 년 전 대구에 정착한 미국인 선교사 사보담의 부인 에피가 고향에 두고 온 피아노 소리가 너무나 그리워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 피아노 한 대가 낙동강을 거슬러 와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20여명의 인원이 40여길(16k)을 상여를 운반하듯 메고 대구로 가져왔다. 이렇게 1900년 3월 26일 피아노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왔다.

 

임동창의 피아노 역사에 대한 설명에 이어 100+4 피아노가 피아노 학습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기초 교재로 활용되는 바이엘 교재의 선율을 기초, 중간, 마지막, 단계로 구별하여 들려주며 피아노 음악이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끌어들였다. 이어서 피아노 독주곡으로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달콤하면서도 애틋하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꿈결 같은 아름다움을 전했다.

 

 

임동창은 뒷줄 97명의 업라이트 피아노 연주자들을 ‘은하수’로, 자신을 포함한 앞줄 7명 그랜드피아노 연주자를 북두칠성으로, 그 중 자신은 북극성에 비유했다. 북두칠성의 클래식 솔로 연주와 헝가리안 랩소디의 주고받는 합주 연주는 피아노의 묘미가 무엇이며 52개의 건반 위에서 춤추는 소리의 향연이 왜 아름다운지 가슴 속 깊이 새기게 하였다.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로 들려주는 피아노의 종소리 ‘라 캄파넬라’와 우리 민요 ‘태평가’가 하나로 표현된 콜라보는 ‘아름다움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동서양 구분 없이 똑같고 그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방풍림 소나무 숲 ‘여인송’의 전설을 담아 임동창이 작곡한 ‘여인송의 노래’로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박성희’가 고난도 기교와 화려한 고음으로 파도 위를 노닐다가 싱그러운 봄 밤하늘을 뚫고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산들거리며 들뜬 가슴을 희열로 채워 주었다. 슈베르트 오페라 마왕 중 ‘밤의 여왕’ 아리아는 야외에서 은근하면서도 시원한 배경이 되어주는 100+4 피아노 소리에 실려 절로 흥에 취하게 하였고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을 가득 채워 주었다.

 

 

활대가 4현 위에서 쉼 없이 미끄러지며 감미롭게 울음을 토해내는 전자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관중석을 휘저어 걸으며 들려준 ‘유진박’의 ‘찌고이네르바이젠(집시의 노래)’은 화려한 기교와 집시풍의 강렬하면서도 애수 어린 선율이 객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축제의 향연을 듬뿍 느끼게 하였다.

 

임동창 피앗고와 ‘유진박’ 전자 바이올린 반주 속에서 강미라 교사의 지도로 율동과 함께 들려준 자은초등학교 합창단의 ‘새끼낙지의 꿈 – 나도 엄마처럼’ 임동창 작곡 초연 합창은 자은도의 특산물 뻘낙지의 일생이 화면에 그려지며 어미 낙지의 새끼낙지에 대한 사랑처럼 섬사람의 꿋꿋한 생활력과 포근한 정이 담겨 있었다. 섬 어린이의 풋풋함과 처음 서보는 무대의 어색함이 어우러진 맑고 깨끗한 동심의 세계가 아름다웠고, 노랫말 ‘나도 엄마처럼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한 훈훈함이 눈에 보였다.

 

뇌혈전으로 몸이 불편한 ‘정훈희’가 무대에 올라 ‘비속의 여인들‧꽃밭에서’를, 서울에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송창식’이 ‘왜 불러‧고래사냥’을 100+4 피아노 반주에 열창하였고 둘이서 함께 ‘안개’를 들려주었다. 대중음악이 100+4 피아노 클래식 연주와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현장이었고, 대중음악과 클래식은 떨어져 있는 독립체가 아니고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희노애락을 나누는 행복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관객과 함께한 앙코르 송 ‘섬집 아기’의 열기는 싱그러운 봄밤 바닷가 차가운 바람을 녹이며 <100+4 피아노 섬 축제 : 나답게, 우리답게> 축제의 장을 활활 타오르게 하였다.

 

 

임동창 피앗고 / 기타리스트 김도균 전자기타 /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출신 김영길 아쟁 / 전통 타악그룹 노름마치 예술예술감독 김주홍 장구 / 원광디지털대 전통공연예술학과 교수 김동원 북과 징 / 국악과 양악의 각자 자기 분야 최고의 연주자가 함께 모여 칠채(한 장단에 징 7번 치기) ‧ 휘모리(매우 빠른 장단)로 대미를 장식했다. 숨 가쁘게 딩동거리는 피아노, 눈이 핑핑 돌도록 활대를 비벼대는 아쟁, 따닥 소리와 둥둥거림이 따발총 소리같이 빠른 장구와 북, 피크의 손놀림이 현란한 기타, 악보도 없이 각자 마음대로 치고 뜯고 두들기고 비벼대니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 같지만 소리는 귀속을 파고들고 흥은 솟구치며 몸은 춤을 추었다. 객석의 관객들도 무대 앞으로 나아가 대동놀이 하듯 함께 어울려 뛰고 놀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끝남의 아쉬움을 마음껏 달랬다.

 

<100+4 피아노 섬 축제 : 나답게, 우리답게>는 단 한 대의 피아노가 공연장에서 객석을 짓누르며 우아하게 클래식의 모범이 되는 역할을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폭 넓게 뻗어날 수 있고,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 가까이서 친숙한 악기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피아노가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이것이 음악의 본질이며 추구하여야 할 방향이다. 음악이 이렇게 나아가야 우리 생활 속의 최고의 활력소로 삶의 휴식과 재충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 차를 달려 다섯 시간 이상 소요되는 우리나라 서남해 끝자락 인구 약 2,300명 정도의 작은 섬 자은도가 온 세상에 피아노섬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부가 원대했다. 이 콘서트를 기획하고 만들어 직접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고 진행하면서 콘서트를 화려화고 아름답게 수놓은 피아니스트‧작곡자인 ‘임동창’이 참으로 대단한 예술가라 칭찬 안 할 수가 없다. 이 거대한 사업을 아낌없이 지원함으로써 자은도의 미래를 찬란한 빛으로 발산시킨 ‘박우량’ 신안군수와 주민들이 위대해 보인다.

 

이제 시작이지만 피아노 섬 자은도가 세계적인 피아노섬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국내·외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와 함께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00+4 피아노 섬 축제 : 나답게, 우리답게>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하며 더 큰 발전과 미래를 위해 축원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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