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타임즈 관리자 기자 |
시조로 바꾸어 쓴
꽹과리 ‘소’ 훈련 십계명
꽹과리 ‘소’ 훈련은 반복에 반복일세
습관적인 반복이나 타성(惰性)으론 이룸 없네
몸에 밴 습관만으로는 공력(功力) 쌓기 어렵네
‘공력’이란 무엇인가, 보이잖는 커다란 힘
똑같아 보이지만 그 무언가 다른 것은
공력의 결과물이요, 내 마음의 산물(産物)일세
열 가지 원칙(原則)들은 꽹과리의 원칙이요
더 나아가 모든 타악 좋은 원칙 될 수 있네
그 모든 예술의 벼리요, 정수리가 될 수 있네
1. 하나씩 쳐라
가락을 칠 때에는 하나씩 쳐야 하네
‘갠지’를 친다 하면 ‘갠지’만 치라는 것
‘갠지’를 한번 치고나서 다시 ‘갠지’ 쳐야 하네
연주할 땐 모든 가락 연결하여 치지만은
그 연결도 따져 보면 하나하나 붙임이니
‘갠지’를 하나씩 하나씩 정성 들여 치라는 것
타악의 모든 시원(始原) ‘신악(神樂)’에 연원(淵源) 두니
연주가 곧 신께 드리는 음악이란 말이로세
자신의 최고 가락을 최고(最高) 신(神)께 드리는 것
일타(一打) 일타 마음 모아 모든 정성 드리는 건
연주자의 기본이요, 깨어 있음 담아낸 것
연주자 의식(意識) 세계가 또렷해야 해내네
들에 핀 작은 꽃도 생명 다해 피었나니
꽃을 보는 우리들도 생명 다해 봐야 하네
기운(氣運)이 함축된 가락, 정성 다해 피워야 해
‘갱’답게 쳐야 하고, ‘지’답게 쳐야 하네
정성껏 치는 것이 아주 귀한 덕목(德目)일세
울음이 최대한 울게끔 부드럽게 쳐야 하네
2. 받쳐라
귀한 분께 음식이나 차(茶) 한 잔을 대접할 때
접시나 쟁반 위에 받쳐서 드리듯이
가락도 신(神)께 드리듯 떠받쳐서 드려야 해
가락을 받치려면 무엇으로 받치는가
내 몸에 있는 그것 기운(氣運)으로 받쳐야 해
가락을 받을 만한 기운 바탕하여 쳐야 하네
몸 기운을 바탕으로 연주하지 않게 되면
기계가 연주하듯 메마르고 뻣뻣하네
가락을 보는 사람도 딱딱함을 경험하네
온몸 가득 실어야 해, 가락을 실어야 해
방법은 어떠해도 몸에 가락 실어야 해
가락에 자신의 온 몸도 반응(反應)해야 하는 것
보다 먼저 그 가락의 길을 내어 줘야 하네
몸과 맘에 가락 받쳐 연주를 하는 것은
꽹과리 소리냄에는 참 중요한 덕목(德目)일세
3. 끝까지 밀어붙여라
끝까지 밀어붙여 강한 성음(聲音) 얻어야 해
귀한 분께 드릴 때는 손에 닿게 드리듯이
자신이 산(山)으로 가야 해, 산이 올 순 없는 것
‘갠지’를 반복해서 가락을 연주하되
‘갱’ 끝까지 밀어붙여 소리를 내야 하네
훈련은 강하고 힘차게 큰 기운(氣運)을 만들어야
큰 기운 만들어서 ‘지갱’을 연주할 땐
꽹과리 반대 쪽의 저 너머를 향하여서
큰 기운 밀어붙여서 오진 성음(聲音) 내야 하네
큰 성음(聲音)은 다스리면 좋은 가락 만들지만
작고 약한 성음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큰 기운 필요로 할 때 강한 기운 나오잖네
기운(氣運)만 강하다면 다치기 십상이네
다스리지 않은 기운 거칠고 사나우니
기운을 크게 만든 후엔 다스림에 힘써야 해
맹독(猛毒)을 다스려서 명약(名藥)을 만들 듯이
큰물은 그 자체로 휩쓸어갈 뿐일러니
그 물이 유용해지려면 댐 만들고 물길 내야
가락을 자신(自身)에게 끝까지 밀어붙여
‘갱’ 소리가 자기 몸을 통과해서 울어야 해
자신도 그대로 하나의 꽹과리가 돼야 하네
자기 몸에 곳곳마다 구멍 났다 생각하고
구멍으로 ‘갱’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내 속의 찌꺼기들도 ‘갱’과 함께 빠져가네
내 몸과 내 마음이 밝아진다 생각하고
자세히 우리 몸을 들여다보게 되면
내 몸도 비었음을 아네, 빈 집합체 느끼네
우리 눈은 하나하나 파악하지 못하여서
전체로 파악하니 비어 있음 모르는 것
그것을 눈치 못 챌 뿐, 공간 울려 대는 것
오감(五感)은 날 속이는 사기꾼이 아니던가
우리 눈은 작은 것도, 큰 세계도 못 보는데
보이는 세계만 믿는 오랜 습관 남아 있네
자신을 울려야 해, 빈 공간을 울려야 해
이것은 의념(意念)의 힘, 믿음으로 가능한 일
내 몸이 거름망 되어 새로운 ‘갱’ 만들어야
4. 반복하지 마라
단순한 습관으로 연습하지 말아야 해
앞서 친 ‘갠지갠지’, 다음 오는 ‘갠지갠지’
서로가 달라야 하네, 다른 향(香)을 내야 해
꽹과리는 운동 아냐, 제자리만 뛰면 안 돼
새 세계를 맛보려면 거친 길을 가야만 해
길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 교감(交感)해야 하는 것
‘갠지갠지’ 그 가락을 연주를 하면서도
의식의 세계에선 거친 길을 걸어야 해
자연과 즐거이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해
시냇물의 속삭임을 가락으로 드러내고
나무들의 거룩함을 가락으로 노래하네
이 땅과 하늘의 원대함을 꽹과리로 말해야 해
의식의 그 세계로 끊임없이 가야 하네
어디에서 어디 가는 그런 길이 아니라오
자기로 떠나는 여행일세, 지금 가는 시간 여행
5. 노래하라
꽹과리는 타악기니 선율(旋律)이 없다는 말
그 대신 타악기엔 ‘대삼’ 있고 ‘소삼’ 있네
그것은 단순한 강과 약, 그런 개념 아닐세
‘대삼’ ‘소삼’ 하는 것은 기운(氣運)을 뜻하는 말
기운의 생동함과 고요한 그 속삭임
이것이 타악(打樂)에서는 ‘대삼’이요 ‘소삼’일세
기운으로 풀자 하면 이것은 노래일세
노래는 운율(韻律)이요, 운율이 뿌리이니
꽹과리 그 가락도 이젠 ‘가사(歌詞)’로서 이해(理解)하세
꽹과리로 노래하고 이야기를 하여 보세
왼손과 오른손과 몸과 맘이 합하여서
자신의 노래를 하되 치지 말고 부려보세
자신이 부른 노래, 강 건너고 산 만나고
사랑에 빠지다가 이별 아픔 느끼리라
그 속에 꽹과리가 있네, 내 자신을 끌어내네
‘소’ 훈련은 가락 반복, 본질상 운율(韻律)일세
마음의 운율에다 꽹과리를 내맡기고
바람이 때론 강하고 속삭이듯 연주하네
6. 과감히 덜어라
‘소’ 훈련을 기술에다 중심을 두기보단
그 가락의 마지막에 중심을 둬야 하네
가락이 닿는 마지막에 마음 두고 있어야 해
가락 닿는 그 마지막, 그것은 무엇일까
가락이 이루려는 그 목적과 똑같은 것
그 가락 자체에 마음 두면 끝내 도달 못하네
마지막을 가기 위해 작은 가지 쳐야 하네
최고의 도공(陶工)들이 도자기를 깨뜨리듯
자신의 모든 혼(魂)이 담긴 무엇일 수 있어야 해
가락을 덜어내고 잔가지는 쳐내야 해
꾸밈가락 정신 팔면 끝까지 밀 수 없네
가락을 쳐내고 덜어서 더 가볍게 해야 하네
배가 물에 빠질 때면 실은 물건 버리듯이
가락을 앉히려면 가락 급히 비워내고
자기를 비워내야 해, 단순하게 쳐야 하네
‘소’ 훈련은 손 기술을 익히는 것 넘어서네
목수는 나무 사고 도목수(都木手)는 산(山)을 사듯
상쇠는 화려하게 치고, 도상쇠는 덜어 치네
7. 한 배에 미쳐라
한 배를 각성(覺醒)시켜 음악을 만드나니
그 음악을 만드는 이, 그 사람이 상쇠일세
풍물은 여러 요소 엮이나 그 음악이 먼저일세
한 배를 적극적이고 다잡아서 지켜내야
음악을 지탱하네, 무너지지 않게 되네
음악이 무너지게 되면 모든 연희(演戱) 무너지네
‘소’ 훈련을 계속하되 한 배를 맞춰야 해
한 배를 맞추도록 끊임없이 애써야 해
한 배가 구축 안 되면 다른 도움 받아야 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한 배에 천착(穿鑿)하면
‘박치’는 없는 걸세, 포기(抛棄)만 있는 걸세
끝까지 박 잡고 늘어지면 한 배 필히 이루리라
한 배는 많은 여유 가지고 있는 개념
사람과 소통하는 그러한 박(拍)이기에
그 박은 접근하기 쉽고 받아들기 쉽다네
서양박은 호흡박이라 치열한 박 필요하나
우리의 호흡박은 정서적인 박(拍)이기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는 것
8. 서서 쳐라
연습은 가슴 펴고 당당하게 서서 하세
단순히 서지 말고 단단하고 당당하세
가락이 주는 움직임 온 몸으로 표현하세
오금질이 중요하네, 굴신(屈伸)하는 그 동작들
가락을 표현하는 첫째 가는 그 움직임
몸짓의 가장 중심에는 오금질이 자리하네
오금질은 아래위로 연이어서 움직이며
자신의 기운들을 상승시켜 내는 동작(動作)
둥글게 몸을 둥글게 아래위로 움직이네
가락도 둥그렇게 둥글게 연주되네
오금질은 그야말로 가락의 집일러니
그 속에 가락을 내고 달고 맺고 풀어내네
이제는 걸어보세, 가락 연주 빠르기로
자연스런 방법으로 오금질로 걷는 걸세
그 어떤 형식도 다 좋네, 걷는 걸로 충분하네
오금질을 계속하며 걷고 다시 걸어보세
그러면서 내 가락을 반복하여 보게 되면
몸 기운 느끼게 되고 가락은 더 선명하리
여기서 우리 몸이 자유로워지게 되면
두 발도 들어보고 몸 한 바퀴 돌아보며
저절로 꽹과리 치면서 몸 움직여 보는 걸세
비록 몸을 움직여도 연주는 계속되네
몸의 기운(氣運) 소리 속에 고스란히 담아야 해
상쇠의 몸의 훈련은 그와 함께 이뤄지네
꽹과리는 ‘소리’ 아냐, 노래이며 춤이로세
꽹과리는 몸의 언어 오금질의 언어일세
치배는 상쇠 가락에 계속 주의(注意) 기울이네
굿을 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게 되면
상쇠 소리 안 들리고 조금 늦게 들리므로
상쇠의 오금질을 보고 한 배 가락 맞추네
숙달(熟達)된 연희자는 소리에 맞추잖고
보이는 모습 보고 가락을 맞춘다네
상쇠는 충실한 오금질로 배를 맞춰 도와주네
상쇠는 보다 앞서 그 가락을 생각하고
움직여 줘야 하네, 자유로운 몸짓으로
내 몸이 꽹과리 가락과 하나 되어 자유롭네
9. 맛을 느껴라
어두울 때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건
밝을 때는 많은 것에 두 눈을 뺏겨서네
하지만 어두울 때는 더욱 크게 들리네
두 눈을 지긋 감고 꽹과리를 연주하며
자기가 내는 소리 집중하여 들어보세
그 소리 깊은 미감(美感)에 빠져봄이 필요하네
꽹과리를 잘 치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꽹과리의 그 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것
스스로 만든 소리깔에 귀 기울여 보는 것
여러 악기 뒤섞여서 연주가 진행될 때
꽹과리의 그 소리는 그야말로 매혹(魅惑) 고혹(蠱惑)
바다를 유영(遊泳)이나 하듯 꽹과리는 자유롭네
꽹과리를 치는 때엔 손의 미감(美感) 생각하세
낚시의 그 손맛을 능가(凌駕)하는 꽹과리 맛
오디오 매니아의 귀맛 능가하는 그 소리깔
즉자적 만들어가는 이 성음(聲音) 그 맛깔은
최고의 오디오도 표현할 수 없는 경지
끝까지 들어야 하고 그 맛 세세(細細) 느껴야 해
10. 숨쉬라
꽹과리로 숨을 쉬듯 일상에서 연습하세
꽹과리와 꽹과리채 없더라도 무방하네
양손만 있어도 되네, 손바닥을 쳐도 되네
방바닥을 쳐도 좋고 베개를 쳐도 좋네
거실을 오갈 때도 오금질을 계속하며
손바닥 두드리기를 쉬임 없이 하여 보세
화장실에 앉아서도 입으로는 구음(口吟)이요
거실에 앉아서는 손바닥을 이어 치네
일상이 연습이어야 가락 절게 된다오
곰삭아 절은 음식이 생생한 음식보다
깊디깊은 맛을 냄은 당연한 이치로세
상쇠는 절어져 있는 그 모습을 보여야 해
푹 절은 그 모습은 일상에서 나타나네
그것이 꽹과리가 갖고 있는 귀한 미덕(美德)
상쇠는 사회에서도 좋은 리더 된다오
참다운 굿쟁이는 삶이 곧 굿이로세
꽹과리는 단순하게 작은 악기 아니로세
영혼의 문제를 풀어내는 저 신악(神樂)의 한복판
상쇠는 숨을 쉬듯, 숨 쉬듯 연습하고
그 연습 습관 되고 일상이 돼야 하네
가락이 몸에 절어야 해, 삶의 변화 이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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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환 상쇠가 쓴 <꽹과리 ‘소’ 훈련 십계명>을 시조로 바꾸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