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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BTS가 부르는 21세기 ‘아리랑’, 100년의 울림을 넘어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아리랑, 그리고 나운규
2026년, 영화 ‘아리랑’ 100주년의 과제

아리랑을 발표할 방탄소년단

 

BTS가 부르는 21세기 ‘아리랑’, 100년의 울림을 넘어

 

문화 칼럼니스트

김승국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3월 초,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에서 이름을 딴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표한다. 한국에서 출발한 그룹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그리움과 사랑을 앨범에 담았다고 한다. 대중음악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가장 한국적인 뿌리를 건드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우리 국민치고 아리랑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수십 년 전 중국의 오지를 방문했을 때, 한국인이 왔다는 소식에 한족(漢族) 실내악단이 아리랑 선율로 맞이해주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낯선 타국 땅에서 마주한 그 벅찬 감동은 아리랑이 단순한 노래 이상의 ‘민족적 유전자’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아리랑, 그리고 나운규

 

아리랑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구전되는 아리랑은 지역마다 결이 달라 구조아리랑, 정선, 밀양, 진도아리랑 등 수많은 변주로 이어져 왔다. 그러다 20세기 초 라디오와 유성기 등 근대 문물의 보급과 함께 각 지방의 아리랑은 경성을 거쳐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문헌상 가장 오래된 녹음 기록은 1896년 7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인류학자 엘리스 플래처 여사가 안정식, 이희철 등 세 명의 한국인을 찾아 에디슨 원통형 음반에 담은 17분 분량의 기록이다. “산 넘고 물을 건너 무얼 하려고 여기 왔나,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요”로 시작하는 이 음반은 상업적 목적이 아닌 학술용이었으나, 우리 민족의 목소리가 담긴 최초의 아리랑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하워드 대학 한인 유학생(뒷줄 왼쪽 끝 안정식, 오른쪽 끝 이희철)

 

에디슨 원통형 음반(1896년 7월 24일)

 

하지만 온 민족이 아리랑으로 하나 된 결정적 계기는 1926년 10월 1일, 단성사에서 개봉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었다. 개봉 직후 5일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영화는 1950년대 초까지 끊임없이 상영되며 한국 영화사에 거대한 획을 그었다. 나운규는 어린 시절 함흥 철도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부르던 선율을 기억해 주제가를 만들었다. 전통 민요의 세마치장단에 근대적 유행가 스타일을 곁들인 이 노래는 식민지 치하 고통받던 민중의 울분을 달래주는 해방구가 되었다.

 

영화 아리랑 포스터

 

춘사 나운규

 

2026년, 영화 ‘아리랑’ 100주년의 과제

 

올해 2026년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세상에 나온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아리랑은 재외동포를 이어주는 어머니의 노래이자, 남북을 잇는 유일한 공통 언어였다. 아리랑은 이제 단순한 민요를 넘어 역사, 문학, 미술, 영화를 관통하는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 콘텐츠다.

 

이처럼 소중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번듯한 ‘국립 아리랑 박물관’ 하나 없다는 사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BTS가 다시금 전 세계에 아리랑의 가치를 알리는 지금, 우리 안에서도 이 소중한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영화 <아리랑>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에서, 아리랑이 과거의 유물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와 소통하는 살아있는 콘텐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