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상쇠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덕목
- 원작 : 노수환 상쇠
지휘자로서의 덕목(德目)
풍물 굿판 책임지는 그 사람이 바로 상쇠(上釗)
풍물판 시작부터 판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 걸 기획 조정하며 연희(演戱)하는 지휘자
상쇠는 알아야 해, 이 굿을 왜 하는지를
굿의 방향 굿의 목적 진행 절차 알아야 해
그래야 일관된 굿을 추진할 수 있다오
의식(儀式) 비중 연희(演戱) 비중 적절히 조화시켜
굿의 규모 시간 장소, 성격을 정한 후에
행사를 모두 공유하고 함께 준비 한다오
굿은 항상 변하는 것, 성격 맞게 달라야 해
기술만을 펼치는 건 박수만 받게 할 뿐
정성껏 굿을 준비해야 사람들과 소통하네
이러한 조정 중에 굿의 목적 찾아가고
그 목적 놓치지 말고 기준이 늘 돼야 하네
그래야 굿이 살아 있고 감동 주게 된다오
연희자로서의 덕목
지휘만 잘 한다고 좋은 상쇠 되겠는가
그 안목 바탕으로 최고 기량(技倆) 가져야 해
긴 세월 훈련한 몸이 자연스레 드러나야
쇠 부리는 곤(困)한 훈련 쌓고 또 쌓은 내공
자연스레 표출되는 그 경지를 이뤄야 해
상쇠는 절어 있는 때깔 갖춰야만 한다오
가락과 그 가락에 맞는 의미 알아채고
그 의미를 온몸으로 연희할 수 있어야 해
상쇠의 꽹과리 가락엔 실[絲]이 들어 있어야 해
대나무의 통을 보면 그 안이 비어 있네
비록 비어 있지마는 나무는 강하다오
대나무 안쪽 면에는 수많은 실[絲] 붙어 있네
상쇠의 꽹과리 가락 대나무와 같아야 해
튼튼한 가락 위해 겹가락도 쳐야 하니
끝없이 자신을 다지고 추구해야 한다오
자유로운 온 몸으로 가락을 구현하여
함께하는 사람들을 대동 세상 인도하네
자신도 그 대동 세상에서 큰 자유를 누린다네
상쇠의 윗놀음은 많은 상징 지닌다오
머리 있는 물건으로 연희하는 그 몸동작
그것은 신호로 쓰이고 의식(儀式) 도구 된다오
이러한 윗놀음은 많은 연습 필요하네
오랜 시간 연습 통해 쌓게 되는 연희 동작
상쇠는 이를 위해서도 게으르지 말아야 해
연희를 할 때에는 상쇠 표정 밝아야 해
굿판에 끼치는 영향 실로 크기 때문이네
상쇠는 사람들의 신명 끌어내는 책임 있네
그 모든 일들마다 자신부터 시작되니
자신이 밝지 않으면 남 밝힐 수 없는 노릇
얼굴이 잘나야 한다오, 웃음 띠어 잘난 얼굴
함께 하는 연희자들 힘을 실어 주는 여유
다른 치배 바라보고 밝은 미소 지어야 해
자기의 놀음에만 빠지면 좋은 상쇠 될 수 없네
상쇠는 누구인가, 꽹과리를 치는 사람
아냐 실은 꽹과리를 부리는 사람일세
가락을 온전히 익혀 운용할 수 있는 사람
가락은 부쇠 맡기고 전체 판을 끌어야 해
크고 깊은 오금질로 칸살 분명 지켜 주며
확실히 자신의 의도를 알려 줘야 한다오
눈짓 몸짓 총동원해 가락 흐름 이뤄 가면
이런 음악 바탕하여 신명이 직조(織造)되네
마음과 존중의 힘이 더 큰 신명 만든다오
상담자로서의 덕목
상쇠는 타인 고통 마음 깊이 느껴야 해
따뜻한 마음으로 맺힌 것을 풀어주는
무당의 역할을 해야 해, 해결 믿음 줘야 하네
상쇠의 큰 덕목은 믿어주는 것이라오
상쇠는 다른 이에 평안을 주는 사람
자신엔 냉철하지만 타인에겐 관대하네
너그러운 마음으로 굿판을 끌어가되
훌륭한 상쇠에겐 ‘알심’이 있어야 해
‘알심’은 굿판 동료들을 마음으로 챙기는 일
사리(事理)와 도리(道理)란 말 같은 말이 아니라오
사리는 머리로 하나, 도리는 마음의 일
도리를 따르는 것이 갖춰야 할 지혜라오
그래서 상쇠들은 귀 얇으면 안 된다오
남을 먼저 높여주고 ‘예(禮)’ 속에 있어야 해
마음을 맑게 풀어주는 상담자가 돼야 하네
상쇠는 광대처럼 크고도 넓어야 해
굿 하는 무당처럼 아무것도 없어야 해
수많은 사람들 품어 안고 풀어줘야 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