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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바꾸어 쓴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시골생활 발행

 

 

삶의 도량(道場)에서

 

세상에 태어남은 대단한 사건이요

사건 중의 사건이요, 대단한 경사(慶事)로세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하고 거룩하지 -001

 

이 사실을 명심(銘心)하리, 진정한 과제(課題)로세

한밤에 들려오는 풀섶의 벌레소리

그 소리 나를 놀라게 하네, 놀라움에 떨었네 -002

 

만상(萬象)이 고요한 밤, 작고 작은 미물(微物)들이

자기의 거짓 없는 그 소리를 들려주니

평상시 나의 삶을 보며 부끄러움 느끼지 -003

 

이럴 때면 내 일상은 생활이 아니었네

경쟁(競爭)과 투쟁(鬪爭)만을 도구로 하였었네

나의 삶 허영(虛影)이었음을 그제서야 깨닫네 -004

 

하나의 작은 벌레 날 엄숙히 가르치니

그 벌레는 스승일세, 거룩한 나의 스승

참 생명(生命) 지닌 자의 모습, 가슴 깊이 새기네 -005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밖에서 사람 만나 술 마시고 얘기하다

집으로 돌아올 땐 방축길을 걸었었지

혼자서 걸어오면서 감사함을 느꼈지 -006

 

이다지 못난 나를 사람들이 사랑하니

감사하는 마음속에 반성을 한답니다

오늘 또 허튼소리들을 많이 한 건 아닌지 -007

 

길 가다 문득 봐요, 발밑의 푸른 풀을

사람에게 짓밟혀서 구멍이 숭숭 나고

흙마저 묻어 있건만 의연한 저 모습을 -008

 

대지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려두고

밤낮으로 의연하게 해와 달을 맞이하니

그 길가 모든 잡초들이 스승이요 벗이네 -009

 

나 자신은 건전하게 뿌리박지 못하면서

망언(妄言) 같은 얘기들을 여기 저기 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지네, 풀 대하기 부끄럽네 -010

 

 

고백(告白)

 

자신이 잘못 산 걸 반성하고 고백하세

넘어진 얘기부터 부끄러운 얘기까지

감추고 싶은 얘기를 털어놓잔 말이네 -011

 

지금은 삶이 뭐냐, 생명(生命)이 무엇이냐

그것을 헤아리며 살아가는 시기지요

더 갖고 더 꾸미는가에 몰두(沒頭)할 때 아닙니다 -012

 

 

잘 쓴 글씨

書必於生

 

겨울날 저잣거리 군고구마 파는 사람

그 사람이 써서 붙인 ‘군고구마’ 글씨 보네

글씨는 비록 서툴지만 정성만은 가득하네 -013

 

그것이 진짜로세, 그 글씨가 진짜일세

그 절박함 비한다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내 글씬 그것에 못 미쳐, 거기까지 못 가네 -014

 

 

밥 한 그릇

一碗之食含天地人

 

일찍이 해월(海月) 선생 말씀을 하셨지요

밥 한 그릇 알게 되면 세상 만사 알게 된다

한 그릇 만들어지려면 온 우주(宇宙) 다 참여한다 -015

 

우주 만물 가운데서 어느 하나 빠져서도

밥 한 그릇 될 수 없네, 만들 수가 없단 걸세

그러니 밥 한 그릇이 곧 우주(宇宙)란 얘기네 -016

 

하늘과 땅과 사람 서로 힘을 합해야만

밥 알 하나 티끌 하나 생겨날 수 있는 거고

거기에 대우주의 생명(生命) 깃들었단 것이네 -017

 

 

출세(出世)

 

요즘 출세 좋아하지, 무엇이 출세(出世)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출세로세

나 이거 하나 있기 위해 온 우주가 동원되지 -018

 

태양과 물과 바람 나무와 풀 한 포기

이들이 있기 위해 온 우주(宇宙)가 있어야 해

그러니 그대나 나나 엄청난 존재(存在) 아닌가 -019

 

 

향기(香氣)

 

남들이 내 하는 일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은 일에 정성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향기(香氣)는 절로 퍼지지, 멀리까지 퍼지네 -020

 

그러니 발 아프게 찾아다닐 필요 없지

있는 자리 그 자리서 최선을 다 하세나

바라는 그것 없이 하는 것, 그 길밖에 없어요 -021

 

 

수행(修行)

- 虛心如仙

 

어려움에 처했다면 수행(修行)하란 말로 듣세

자신(自身)을 돌아보란 하늘의 명령(命令)일세

그것이 바닥을 기어서 천리(千里) 길을 가는 것 -022

 

그냥 납작 엎드려서 겨울 나는 보리 보세

한 세월 자신 허물 닦고 닦고 가다 보면

언젠가 봄날 오지요, 밝은 날이 옵니다 -023

 

 

실패(失敗)

 

떨어져도 괜찮아요, 떨어져야 배웁니다

댓바람에 붙는다면 좋을 듯싶지마는

자꾸만 떨어지면서 깊어지는 것일세 -024

 

떨어지는 그 과정에 자신을 돌아보고

떨어지는 그 아픔에 남 아픈 줄 알게 되니

자꾸만 떨어져도 돼요, 떨어져야 배워요 -025

 

 

부활(復活)

 

살다 보면 넘어지고 엎어질 때 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죠, 누구나 다 그래요

그 때는 자기 스스로 일어나야 됩니다 -026

 

스스로의 그 힘으로 일어나야 되는 거죠

몇 번이고 끊임없이 일어나야 되는 건데

그것이 말을 하자면 곧 부활(復活)이 아닌가요 -027

 

 

이루려 하지 마라

 

이루려 하지 마라,

그것은 헛되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바라보라, 바로 보라

 

자연은

이루려는 자와

함께 하지 않느니 -028

 

 

손님

 

자네 집에 밥 잡수러 오는 사람 누구인가

그분이 누구인가, 자네의 참 하느님

요리(料理)로 잘 대접해야 혀, 하느님께 말일세 -029

 

장사가 아니 될까 그런 걱정 일절 말게

하느님을 섬기는데 그 무슨 걱정인가

자네의 하느님들이 먹여 준단 말이여 -030

 

 

누가 하느님

- 侍天主

 

행인(行人)이 거지에겐 하느님이 아니겠나

손님이 장사꾼에겐 하느님이 아니겠나

그러니 오는 모든 손님 하느님이 아닌가 -031

 

학교의 선생님에겐 그 누가 하늘인가

녹(祿)을 받는 공무원에겐 그 누가 하늘인가

국민은 대통령의 하늘, 목사에겐 신도(信徒)지 -032

 

 

똥물

 

친구가 빠졌을 때, 똥물에 빠졌을 때

우리는 바깥에서 욕을 하기 쉽습지요

대개는 그렇게 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033

 

그럴 땐 그와 함께 똥물에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 나니 나가서 얘기하자”

그래야 알아듣습니다, 입으로는 안 돼요 -034

 

 

나를 찌른 칼

 

자네 말야 걱정되네, 옳은 말을 그리 하니

그런 말을 자꾸 하면 누군가가 찌를 거야

그럴 땐 어떡 하겠어, 조심하란 말일세 -035

 

그럴 때 어찌하나, 이렇게 할 셈이네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묻은 피를 닦아내고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주리 -036

 

그러고는 말하리라, 얼마나 힘들었냐

이 나를 찌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냐

따뜻한 말을 건네리라, 거기까지 가야 돼 -037

 

 

도둑

 

도둑을 만났다면 도둑 되어 얘기하게

도둑은 샌님 말을 절대로 듣지 않지

나 같은 도둑이다 싶어야 말문 연단 말이네 -038

 

가난한 사람 것은 훔치려 하지 말고

재산이 있는 사람 가진 것을 털어내서

가난한 사람과 나누라면 도둑들도 알아듣네 -039

 

부처님은 많은 얼굴 가지고 계신다지

마흔네 개 얼굴들을 가지고 계신다지

만나는 모든 사람과 하나 된단 말이지 -040

 

 

화해(和解)

 

화해(和解)란 무엇인가, 포기(抛棄)한단 말이지요

일체의 권리(權利) 조건(條件) 포기함을 의미해요

우리가 적대자 가운데서 나 자신을 보는 거죠 -041

 

무지(無知)함 그 가운데 적대자가 있다 함은

우리 자신 많은 일에 무지하기 때문일세

그래서 자비 자각만이 자유롭게 합니다 -042

 

 

지금 이 자리에서

 

만약에 당신에게 높은 자리 준다 하고

서울로 오라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열심히 하겠다 하면 잘사는 사람 아닐세 -043

 

지금 하는 나의 일을 정말로 사랑하고

긍지를 가졌기에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람 멋쟁이 -044

 

 

우두머리

 

어머니가 왜 고맙나, 밥 해주기 때문이죠

똥오줌 닦아 주고 청소도 해 주시지요

엄마가 뻐기기만 하면 고마울 리 있나요 -045

 

우두머리 된다는 건 어머니가 되는 거죠

밥 주고 옷도 주되 누리려면 안 되지요

아래 쪽 있는 사람보다 더 아래서 일해야죠 -046

 

 

선행(善行)

- 天無善惡

 

착한 일을 많이 하되 그 의식이 없이 하소

그것이 선행(善行)이요 참다운 선행일세

좋은 일 많이 했다는 것 당연한 일 아닌가 -047

 

무슨 보답 받겠다는 그런 계산 없어야 해

착한 일 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그것은 선행 아닐세, 선행마저 악(惡)되네 -048

 

 

화목(和睦)

 

한집에 사는 사람,

두 사람이 화목(和睦)하면

 

“저 산(山)아, 움직여라”

한 마디 말을 하면

 

그 산이

움직인다네,

화목(和睦)함의 힘일세 -049

 

 

어머니

- 母月山

 

어머니는 이제 보니

슬기로운 분이셨죠

 

지금도 생각하면

내 눈시울 뜨겁지요

 

너만은

영악스럽게

살지 말라 하셨지요 -050

 

 

인물(人物)

 

강원도 원주 땅은 큰 인물(人物)이 안 나온다

치악산이 막혀 있어 인물 나기 어렵다네

하지만 이완용 같은 이를 인물(人物)이라 하리오 -051

 

사람들이 얘기하는 인물(人物)이란 무엇인가

그건 결국 다른 사람 괴롭히는 인간일 뿐

그러한 인간들 때문에 허덕였죠, 이 세상 -052

 

 

경쟁(競爭)

 

고등학교 가야 되고 대학도 가야 되고

대학원도 가야 되고 그 뭐도 가야 되니

그것은 세상 경쟁(競爭)에서 이기라는 얘기죠 -053

 

세상에서 말들 하는 보화(寶貨)를 얻자 하면

사람의 행동들이 제대로 갈 수 없죠

그것에 사로잡혀서 방해되고 말지요 -054

 

명문 대학 보내려고 명문 고교 보내려고

정상적인 잠도 뺏고 움직임도 뺏는다면

정상적 인간관계를 할 수 없게 하지요 -055

 

부귀 명예 권세에다 가치 중심 두고 나니

전부들 그리로만 달려 뛰고 있는 걸세

결국은 일등 경쟁에 시기심만 늘지요 -056

 

요즈음 부모들은 ‘일등 하라’ 가르치죠

내 자식이 일등하면 다른 자식 처지는 것

그러니 사회적으로는 큰 공해(公害)가 아닌가요 -057

 

 

- 心中無物

 

어떤 일을 잘했다고 떠받들어 상(賞)을 주면

모두들 상 받으려 그렇게 하려 하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잘잘못이 있는 거 -058

 

잘하는 게 있는 사람, 못하는 일 있게 마련

못하는 일 있는 사람, 잘하는 게 있게 마련

그래서 강약(强弱)이 하나요, 우열(優劣) 또한 하나지 -059

 

‘잘한다’는 그 소리를 모두 듣고 싶어 하니

미숙한 젊은이들 고른 성장 가로막고

두 눈을 어둡게 하는 그런 결과 만들죠 -060

 

자연에는 경쟁 없죠,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 세상 잘난 것만 받드니까

저절로 다툼이 일지요, 끊일 날이 없지요 -061

 

 

내세우지 마라

 

불쌍한 놈 높여 주고, 힘센 놈은 좀 누르세

그것이 도리(道理)라고 생각을 해 왔지요

그런데 그냥 그것으로 끝내야만 할까요 -062

 

그 정도 일을 하고 옳은 일 했노라고

잘했느니 떠들면서 자기를 내세우면

그것은 그걸 가지고자 욕심냄이 분명해 -063

 

 

함께 가는 길

 

깃발을 앞세울 땐, 너무 앞에 내세울 땐

함께 가는 사람 중에 늦잠을 잔다거나

게을리 일하는 사람을 나무라기 쉽지요 -064

 

그럴 땐 어찌 할까, 따뜻함이 필요하네

따뜻한 마음 갖고 어깨동무 일으켜서

다 같이 가는 마음이 아주 아주 중요해 -065

 

그렇게 하다보면 크든 작든 공(功) 생기지

그럴 땐 내 힘이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함께 간 사람들 공(功)이다, 넘기라는 거지요 -066

 

 

혁명(革命)

 

혁명(革命)이란 무엇인가, 보듬어 안음일세

새로운 삶과 변화 전제(前提)가 된다 하면

자신의 마음 다 바치는 정성에서 나오지요 -067

 

암탉이 병아리를 품어서 까내듯이

자신의 온 마음을 다 바치는 노력 속에

혁명은 시작됩니다, 폭력으론 안 돼요 -068

 

보듬어 안으면서 온 정성(精誠)을 다하여야

새로운 삶 이루리라, 혁명을 이루리라

혁명은 때리는 게 아냐, 어루만져 보듬는 것 -069

 

생명(生命)을 모르는 사람 만나라 이겁니다

그들을 껴안고서 함께 가잔 말입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변화하는 거거든요 -070

 

 

혁명(革命)은 보듬는 것

 

혁명(革命)은 보듬는 것, 한없이 보듬는 것

생명(生命)을 보듬는 것, 온몸으로 보듬는 것

따뜻이 보듬는 순간순간 그게 바로 혁명일세 -071

 

달걀을 어미닭이 보듬어 감싸 안듯

스스로 병아리가 껍질 깨고 나오도록

우주를 내 온몸으로 보듬어서 안는 것 -072

 

혁명은 보듬는 것, 생명을 보듬는 것

부리로 쪼아주다 제 목숨 다하도록

혁명은 생명을 한없이 보듬어서 안는 것 -073

 

어미닭이 달걀들을 보듬는 그 순간에

스스로도 우주 껍질 깨치고 나오는 것

한없이 보듬는 순간 그게 바로 개벽(開闢)일세 -074

 

- 김지하 시인의 ‘남(南)’에서

 

 

변화(變化)

 

이 사회를 바꾸려면 상대를 귀(貴)히 하세

소중히 여겼을 때 비로소 변한다네

상대를 적대시(敵對視)하면 더 강하게 나오지요 -075

 

상대를 없애려는 그 생각을 버리세요

변화를 시키겠다 그걸 진정 바란다면

다름을 적대 관계로 보아서는 안 돼요 -076

 

내 것이 옳다 하는 이념적인 틀을 갖고

동의(同意)하는 사람과만 새 판을 짜려 하면

세상은 큰 변화 어렵죠, 달라지지 않아요 -077

 

 

행복(幸福)

 

이렇게 미련한 나 태양(太陽) 밝게 비춰주네

밤에는 달이 떠서 자정(慈情)의 빛 주시오며

이 땅은 필요한 만물 주십니다, 나에게 -078

 

이다지 못난 남편 아내가 걱정하고

건강하게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고요

내 자식 내 아우들은 나를 공경하지요 -079

 

세상의 많은 선배, 세상의 후배 친지(親知)

건강하고 도통(道通)하여 복 베풀기 바라지요

그러니 나의 인생이 이 이상 더 행복할까 -080

 

 

조 한 알

 

나 역시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나도 몰래 두 어깨가 으쓱할 때 있답니다

그럴 때 내 마음 지그시 눌러주는 화두(話頭)지요 -081

 

세상에 좁쌀 한 알 하잘것이 없는 존재

‘내가 곧 좁쌀 한 알’ 스스로 말해 주며

내 마음 추스르는 거죠, 으쓱함을 눌러요 -082

 

 

나의 병

- 維摩病

 

지금은 지구 전체 암(癌)을 앓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연 전체 암(癌)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하난데 안 걸릴 리 있나요 -083

 

그러니까 큰 깨달음 가르쳐 주느라고

나에게 병(病) 줍니다, 큰 병을 주었어요

결국은 너 좀 앓아 봐라, 그러신 것 같아요 -084

 

 

싸우지 말고 모셔라

 

싸우고 가게 되면 계속해서 고달프죠

상대도 그걸 견딜 내성(耐性)이 생기지요

그러니 편안히 해 줘야 그 아픔이 낫지요 -085

 

모시고 간다는 건 편안하게 해 주는 것

모시고 간다는 건 풀어주는 것이지요

병(病)하고 싸우면 말예요, 점점 기승 부려요 -086

 

 

병상(病床)에서

 

내 사실은 엉터리지, 이제야 알겠도다

병원에 드러누워 이리저리 생각하네

내가 왜 이리 번거로운가, 은혜(恩惠) 입은 나인데 -087

 

한 순간 큰 평화와 큰 환희(歡喜)가 지나가데

나락 한 알 그 가운데 우주(宇宙) 함께 하신다고

해월(海月)은 말씀하셨지,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셨지 -088

 

그러니 지금 우린 모두가 한울이고

한울이 한울 먹고 있는 거란 말이렷다

엄청난 영광(榮光)의 행사 하고 있는 것일세 -089

 

그런데 우리들은 음식을 앞에 놓고

입맛이 있네 없네, 계산들을 하고 있지

우리는 식사할 때마다 거룩한 제사 지내는데 -090

 

그렇다면 이 자리가 천국(天國)이 아니겠나

기쁨 나눈 이 자리가 천국 아님 뭐겠는가

천국이 어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지 -091

 

이 천국(天國)을 버리면서 딴 생각을 자꾸 하니

그래서 이런 병도 생겨나게 되는 걸세

지금서 생각해 보니 내가 아주 철면피(鐵面皮)여 -092

 

 

그림값

 

만약에 아주 만약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를 받는다는

그런 생각 들어오면

 

그날로

나는 당장에

붓을 꺾을 것이다 -093

 

 

말씀

 

문 열라 문을 열라,

닫힌 저 문 활짝 열라

 

아래로 내려가라,

더 아래로 내려가라

 

아래로

다시 아래로

흘러가라 흘러라 -094

 

 

옛날에 보니까

 

옛날에 보았는데,

어데선가 보았는데

 

성서(聖書)가 뒷간에서

밑씻개가 되었더군

 

역시나

예수님께선

사람들을 살리더군 -095

 

 

종교(宗敎)

 

세상 모든 종교(宗敎)들은 그 담을 내려야 해

이 세상 모든 종교(宗敎) 그 말씀은 똑같아요

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宇宙的)이 아닌가 -096

 

종교가 담 쌓으면 제 모습이 아닙니다

네 종교 나의 종교 그 빛깔을 존중하되

생명(生命)은 ‘하나’니까요, 나눠지면 안 돼요 -097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

 

예수가 왜 하필이면 구유에서 태어났나

하느님은 모든 존재(存在) 섬긴다는 징표지요

일체(一切)를 섬기시고자 오신 분이 아닌가요 -098

 

구유에 오신 것은 짐승 먹이 되신 거죠

인간만을 구원(救援) 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다

무한한 우주(宇宙) 문제 몽땅 해결하러 오셨지요 -099

 

무한한 우주 공간, 무한한 시간 걸쳐

보이는 것 안 보이는 것 모든 문제 해결하고

만물의 진정한 자유 이루려고 오셨지요 100

 

 

문 열고 세상 속으로

 

민중(民衆)이 원하는 건 삶이지 이론(理論) 아냐

정당이나 정치로는 한계가 있는 거죠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그 실천을 배워야 해 -101

 

우리도 할 수 없이 종교로 돌아가죠

그러자면 사회 변혁 정열(情熱)로는 모자라요

영혼의 그 깊은 곳에서 깊은 자성(自省) 필요해요 -102

 

교황 요한 이십삼세 창문 열라 하셨지요

교회가 폐쇄(閉鎖)되어 질식(窒息) 상태 되었다며

숨 막혀 못 살겠으니 활짝 열라 했어요 -103

 

개인의 구원(救援)으로 교회 역할(役割) 끝나는가

노동 문제 현실 문제 참여(參與)하란 말씀이네

나아가 제삼세계 문제도 껴안으란 말이네 -104

 

닫힌 문을 열고 나와 다른 종교 만나보라

나아가 교회에게 토착화(土着化)도 말하면서

제 지역 거룩한 지도자 의인(義人)들을 만나랬지 -105

 

 

내가 밥이다

- 神貧乃眞福 彼將得天國

 

우리네 천주교(天主敎)는 빵을 믿는 교회지요

스스로 예수께서 빵이라 하셨으니

이것을 바꿔 말하면 ‘내가 밥’이란 말이지요 -106

 

그러니 곡식(穀食) 한 알 얼마나 엄청난가

우리 모두 하늘땅이 먹여주고 길러주네

만약에 하늘땅 없으면 살아날 수 없지요 -107

 

이 세상 모든 만물 하늘과 땅 덕(德)에 살고

하늘땅의 자녀이니 형제자매 아닌가요

짐승도 벌레도 사람도 하늘땅이 먹여 주죠 -108

 

 

겸손한 마음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이다’ 앞서려 하지 말라

세상에서 다른 사람 앞에 서려 하지 말라

오히려 남을 도와서 남이 앞에 서게 하라 -109

 

남들이 꽃 피우게 하라는 말이에요

이웃들이 잘되도록 하라는 말이에요

겸손한 마음 가지고 남 섬기란 말이야 -110

 

노자(老子)가 얘기할 때 ‘내 보배다’ 하였는데

예수님 말씀이나 한가지다 이 말이야

예수님 ‘나는 길이요’그 말씀에 다 있지 -111

 

 

생명의 나라

- 天心樂

 

예수님은 그런 나라 얘기를 하셨지요

남의 것도 힘 있으면 다 빼앗아 가져가고

갖다가 별짓 다하는 그런 나라 아니라고 -112

 

남의 금 남의 보석 노략질 하지 않고

자연 속에 만물 속에 들어가 있는 나라

그 나라 생명의 나라, 끊을 수가 없는 나라 -113

 

생명의 그 나라는 나눌 수도 없는 나라

그러나 모든 것을 절대 절명 지배하니

위대함 길가에 피는 꽃송이에도 있는 나라 -114

 

예수님의 생명 나라, 참 엄청난 말이지요

거룩한 사람들과 사심 없는 사람들은

일찍이 알아들었지요, 예수님의 진리를 -115

 

 

할아버지와 해월

 

난(蘭)을 치되 난 아니라

잡초를 치란 걸세

 

이 산야(山野) 삼라만상

다 난(蘭) 되게 하여 보게

 

난초가

사람 얼굴 되고

부처 되는 꿈 꾸네 -116

 

 

조석으로 끼마다

 

조석으로 끼니마다 상머리에 마주 앉아

한울님 큰 은혜를 감사하고 감사하자

하늘땅 일하는 만민과 부모에게 감사하자 -117

 

이 모두가 한몸이요 살아가는 한 틀이니

이 모두가 한 뿌리요 이 모두가 한몸이다

이 모두 한울이니라, 이 모두가 하나다 -118

 

 

거룩한 밥상

- 敬於食

 

이 물 한 컵 밥 한 사발,

이 김치 한 보시기

 

제왕(帝王)이나 다름없는

거룩한 밥상일세

 

그 자세

그 깨달음 없으면

환각(幻覺) 속에 겉돌지 -119

 

 

해월, 겨레의 스승

 

이 땅에서 우리 겨레 어떻게 살아갈까

온 세계 모든 인류 어떻게 살아갈까

정확히 일러주신 분 해월(海月) 선생입니다 -120

 

이 겨레가 자주(自主)로써 사는 길이 무엇인가

그 자주(自主)란 일체 평등 관계에 있어야 해

해월은 가르치셨지요, 자주로써 사는 길을 -121

 

눌리고 억압받던 이 한반도 백년 역사

그 이상의 거룩한 모범 또 어디에 있겠어요

그래서 해월에 대한 향심 그지없이 많지요 -122

 

예수님 석가모니 다 거룩한 모범이나

바로 우리 지척에서 모범 보인 해월 선생

우리 삶 가장 거룩한 모범 보여주고 가셨죠 -123

 

 

새알 하나, 풀잎 하나

 

하늘과 땅과 세상, 돌이나 풀과 벌레

한울님 모시잖고 사는 것이 없다 했죠

그래서 제비알 하나 깨뜨리지 말랬지요 -124

 

풀잎이나 곡식 이삭 꺾지를 말랬어요

새알이나 제비알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봉황(鳳凰)이 날아 깃들고 그 덕(德) 만물 이른다네 -125

 

풀의 싹 나무의 싹 자르지 말아야 해

저 같은 미물(微物)들도 생명이 함께 하니

생명을 모시는 처세하면 그 덕(德) 만물 이르네 -126

 

 

이천식천(以天食天)

 

저 집은 갈비 먹고 돼지고기 해 먹는데

우리는 일 년 내내 구경 한번 못한대도

그런 게 문제 되는 게 아닌 거다 이거야 -127

 

밥 알 하나 한 사발에 우주를 맞는 거다

‘하늘이 하늘 먹지’ 이천식천 아니런가

낟알에, 그 알 하나에 온 우주가 다 있지 -128

 

 

향아설위(向我設位)

 

내가 특히 좋아하는 글귀가 하나 있네

종래의 종교에겐 대혁명과 다름없지

네 글자 ‘향아설위(向我設位)’가 바로 그 글이라네 -129

 

늘상은 저쪽에다 목적을 설정하고

이렇게 해 주시오, 저렇게 해주시오

벽에다 신위(神位) 모시고 제사하지 않았는가 -130

 

그런데 그게 아냐, 일체 근원 안에 있네

조상님도 안에 있고 모든 시작 안에 있지

내 안에 계시는 한울님께 제사(祭祀)하란 말이네 -131

 

 

상대를 변화시키며 함께

 

반생명적 일체 조건 거기서 벗어나게

상대를 주먹 써서 눕히는 게 아니라네

상대를 변화시키는 그런 운동 해야 해요 -132

 

삼월일일 만세 운동 민족 자주 외쳤지요

거룩한 민족 존재 온 세계에 천명(闡明)할 때

비협력 비폭력이라는 그 정신이 있었어요 -133

 

그건 바로 우리 정신, 동학(東學)의 정신이요

아시아에 내려오던 유불선(儒彿仙)의 정신이죠

이제는 모든 종교가 아집(我執)의 담 내려야죠 -134

 

이제는 서로 만나 문제들을 풀어야 해

이 지구는 한 삶터요, 한 가족 한 몸이니

아집의 담을 내리고 서로 얘기 해야 해요 -135

 

 

선(善)과 악(惡)

 

길거나 짧은 것이 서로 다른 둘 아닐세

하나의 다른 모양, 선(善) 아니고 악(惡)도 아녀

우리가 분별을 하면 그 하나를 못 보네 -136

 

이것은 선(善) 저것은 악(惡), 우리가 분별하지

그렇지만 관점(觀點) 바꿔 도(道)에서 바라보면

대립의 자기 동일이 이뤄지고 있지요 -137

 

이건 항상 선(善)이 되고, 저건 항상 악(惡)이겠나

선이 선을 고집하고 악으로 몰아가면

그 선이 악이 되지요, 악이 되고 맙니다 -138

 

 

내 안에 아버지가 계시고

 

“내 안에 주(主) 계시고, 주(主)님 안에 내가 있다”

이것이 앞으로의 문화의 핵심(核心)일세

앞으로 살아갈 시대, 공생(共生) 시대 아닌가 -139

 

공생(共生)의 시대에는 이것이 근원이니

근원되는 사상이요, 핵심이란 말이로세

내 안에 아버지 계시고, 아버지 안에 내가 있네 -140

 

사심 없는 자기 부정 겸허하게 나아가면

그 때는 남는 것이 아버지밖에 없으리니

그것들 모든 일체(一切)는 이용(利用) 대상 아니네 -141

 

풀 하나 하나의 돌, 벌레 하나 보았을 때

함부로 꺾지 않고 살생(殺生)하지 말아야 해

그것들 모든 일체(一切)는 이용(利用) 대상 아니네 -142

 

 

작은 먼지 하나에 우주가 있다

 

도(道)라는 게 따로 있나, 그런 게 아니에요

일미진중(一微塵中) 함시방(含十方)이 진리가 아닐까요

이 세상 티끌 하나에 시방(十方) 세계 들었지요 -143

 

세속(世俗)이라 하는 거기 도(道)가 들어 있다는 말

예수님도 죄인(罪人)들과 함께 하지 않았나요

거기가 천당(天堂)이지요, 따로 있지 않아요 -144

 

천지가 즉 부모요, 부모가 천지로다

천지부모 일체라고 해월(海月) 선생 가르쳤죠

우주와 하나 되는 것, 그게 바로 도(道)지요 -145

 

 

내가 없어야

 

석가가 말했지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그 말이 젊어서는 교만(驕慢)한 말 읽히더니

요즈음 생각해 보면 겸허함이 배었네 -146

 

예수님도 하느님과 늘 함께 있다 했죠

아버지와 둘 아니란 그 말씀도 겸허(謙虛)예요

한 점도 사(私)가 없으니 겸허하지 않은가요 -147

 

 

무위(無爲)

 

날 도운 적 없었는데 날 죽일 놈 했더라도

그 사람이 배고프면 밥술 줄 수 있어야 해

헐벗어 떨고 있다면 옷을 입혀 주는 것 -148

 

저 놈은 옷 줘 봤자 배반을 또 할 테니

옷 줄 수 없다 하면 그것은 무위(無爲) 아냐

계산을 하지 않는 마음, 그 참마음 무위지요 -149

 

 

하나

 

자애(慈愛)는 손등이요 무위는 이 손바닥

우리의 삶 속에서 표리(表裏)의 관계지요

자애도 무위도 역시 큰 하나를 이루지요 -150

 

자애라 하는 것은 ‘나와 하나’ 그것이죠

그런 관계 아니라면 사랑이라 할 수 없죠

‘너’와 ‘나’ 그런 관계 아니라, ‘하나’라는 관계죠 -151

 

‘하나’라고 하는 관계, ‘동체(同體)’이니 무아(無我)지요

무위라 하는 것은 그런 속에 있는 거죠

무위는 계산법 없지요, 이로움을 안 따져요 -152

 

 

그 자리

 

도(道)의 경계 도의 경지, 그곳이 어디인가

현상계서 어떤 욕심 버려야만 닿는 그 곳

날마다 버릴 때에만 닿는다는 얘기지 -153

 

그래서 도(道)는 말야 ‘안다 모른다’ 아니예요

대와 소가 따로 없고, 선과 악이 따로 없지

노자는 모순 통일 자리서 모든 것을 보랬지요 -154

 

중요해요 <보는 자리>, 그 자리가 중요해요

그 자리서 세상만사 들여다 보는 분을

수운과 해월 선생은 한울님이라 했지요 -155

 

예수는 뭐라 했나 아버지라 했답니다

그러니 그 언제나 무슨 일을 하다가도

그 자리 <보는 자리>로 돌아가란 거예요 -156

 

 

관계(關係)

- 一花之中天地

 

저 물을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 물을 마실 때나 물 있는 데 찾아보면

나눠져 있는 듯한데 나눠진 게 아니지요 -157

 

이 지구를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논 소유(所有)의 역사에선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나눌 수가 없어요 -158

 

또 공기를 나눌 수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공기까지 나눈다면 이건 다 가는 거죠

모두가 하나란 말이지요, 다 하나란 말이에요 -159

 

모두가 하나예요, 하나란 말입니다

다 하나인 그 속에서 관계를 얘기할 때

관계는 바로 서지요, 인간관계 자연관계 -160

 

 

산은 산, 물은 물

- 無自性

 

산은 산 물은 물, 헤아리지 않는단 말

이거다 저것이다 헤아리지 않는단 말

일체의 모든 만물들이 나와 같은 뿌리요 -161

 

뿌리가 같다는 말 한몸이란 말이에요

결국은 한몸이니 나다 너다 없는 거죠

이렇다 저렇다 하며 가릴 것이 없지요 -162

 

나와 네가 한 몸이니 따질 것이 없는 거죠

바다 보면 바다고요, 산을 보면 산인 거죠

내 코와 귀를 보면서 코여 귀여 하는 거죠 -163

 

산은 산 물은 물 그 말을 할 때에는

그 산과 물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가 있네

모두가 한 몸이란 깨우침 바탕 돼요 하지요 -164

 

 

공평하게

 

하늘은 누구든지, 벌레고 사람이고

모두 빛을 비춰 줘요, 비가 오면 축여 줘요

한 포기 풀 하나라도 태양 없음 안 되죠 -165

 

맑은 공기 없이 되나, 맑은 물이 없이 되나

깨끗한 흙 없으면 되는 일이 없는 거죠

우주가 뒷받침해요, 한 포기의 풀 하나도 -166

 

 

장일순 선생님

- 김지하

 

하는 일 하나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達通)하고 한가하여

밑으로만 기시다가

 

드디어

한 포기 산(山) 속

난초(蘭草) 되신 선생님 -167

 

 

문제를 풀려면

- 一切心造

 

요즈음 공해 문제 환경 문제 말이 많죠

말들은 참 많지만 풀리는 건 별로 없죠

바탕을 고치지 않고 떠들고만 있지요 -168

 

제집은 깨끗하게 쓸고 닦고 하면서도

그 쓰레기 담 너머로 던지는 꼴 아닌가요

그러니 문제가 풀리기커녕 더욱 꼬일 뿐이죠 -169

 

음식만 무공해로 먹으려고 애를 쓰고

피부에 염증(炎症) 날까 무공해 옷 입자 하나

생각에 공해가 왔을 땐 세상 모두 공해죠 -170

 

 

눈에 보이지 않는 삶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거다’

‘보이는 건 보이는 거’ 따로 떼어 놓았을 때

그러한 철학과 사상, 생명(生命)과는 멀지요 -171

 

눈에 안 보이면 없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생명 공동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공동체에선 작다 크다 없어요 -172

 

생명의 공동체는 높다 낮다 없습니다

큰 것은 큰 것이고 작은 것은 작다는 것

우리는 극복해야 해요, 하루빨리 말이죠 -173

 

 

기본이 되는 삶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이요,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니라

하늘도 한 뿌리요, 땅도 나와 한 뿌리라

세상의 모든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네 -174

 

예수님 말씀대로 만민(萬民)은 한 형제요

온 우주 대자연은 나의 몸과 한 몸이라

우리의 공동체 삶은 이 바탕에 있는 것 -175

 

사물을 대하면서 선악 애증 갖게 되면

취사선택 있게 마련, 이(利)를 찾게 되는 거죠

살면서 우리 이웃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176

 

상황에 따라서는 악의 경쟁 되게 되죠

이런 삶은 자기 분열 한 없이 전개하고

결국은 자멸을 가져오죠, 멸망하게 됩니다 -177

 

아낌없는 나눔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하고

겸손하고 사양하며 검소하게 사는 삶은

인간과 모든 관계의 기본 되는 삶이죠 -178

 

 

생명의 길

 

우리의 산업 문명 자연을 파괴하고

살아가는 땅마저도 망가지게 하고 있죠

그 땅서 생산된 농산품 질병 가져 옵니다 -179

 

이렇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이 땅이 죽어 가고 사람들도 병이 들면

그러면 어찌 되나요, 끝나는 거 아닙니까 -180

 

자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하는 것은

정치 이전 문제예요, 삶의 근원 문젭니다

오늘날 정치 경제에는 우리 살 길 없지요 -181

 

주판알도 잘못 하면 훌훌 털고 다시 가죠

인간과 인간끼리 인간과 이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큰 길 동학(東學)에도 있습니다 -182

 

예수님의 말씀에도 그 길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에도, 노장(老莊)의 말씀에도

난국을 극복하는 실마리, 해결하는 길 있지요 -183

 

 

내가 아닌 나

 

물질 너무 낭비하면 후손들의 미래(未來) 없죠

그러니까 절약하며 살아가잔 말입니다

이 물자(物資) 하나하나는 피와 땀이 묻었지요 -184

 

물자들 하나하나 자연이 역사하죠

인간의 노력들과 피와 땀이 함께 한 것

함부로 낭비한다면 자기 소멸 부르지요 -185

 

자연 인간, 인간 인간 일체가 되는 속에

나라고 하는 존재 고정된 게 아닙니다

일체의 모든 조건들이 나를 있게 하지요 -186

 

내 힘으로 이룬 일이 내가 한 게 아니지요

따져보면 ‘나’라는 게 ‘내가 아닌’ 것이지요

그것을 알았을 적에 전체 생명 알지요 -187

 

‘내가 아닌 나’를 알라, 생명을 알게 되리

생명의 전체적인 함께 하심 알게 되리

온 생명 어디에 있는가, 그걸 알게 됩니다 -188

 

우리는 연대 속에, 유기적(有機的)인 관계 속에

헤어질 수 없는 관계 화합하는 논리 위에

비로소 존재합니다, 존재할 수 있어요 -189

 

 

사람의 횡포

 

이것은 아름답고,

이것은 고귀한 것

 

이것은 좋은 거고,

이것은 나쁜 거다

 

도대체

누가 정했는가,

사람들의 오만(傲慢)이지 -190

 

 

자연

 

기계문명 바라는 건 능률과 효과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게 기계지요

오로지 그 방향으로만 치달아 뛰게 마련이죠 -191

 

그렇게 되고 나니 천리(天理)에서 멀어지고

자연의 법도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죠

자연의 일체만상이 불가분의 연대인데 -192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는 건데

거기서 벗어나서 자꾸자꾸 멀어지니

결국은 미쳐버리고 자멸(自滅)하게 되지요 -193

 

그러나 자연 법도 그런 게 아니에요

빠른 놈도 있지마는 느린 놈도 있는 거죠

그들이 함께 어울려 하나의 자연 이뤄가죠 -194

 

 

장일순 선생님은

 

선생님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연민(憐憫)의 정 많으셨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람 세상 꿈꿨네 -195

 

특정한 한 사상을 추종(追從)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사상들을 열어 놓고 만났지요

끝없이 그 관계 속에서 우리 갈 길 찾았어요 -196

 

 

동고동락(同苦同樂)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동락(同樂)만 하려 들죠

편하고 즐거운 것 그것만을 찾습니다

그런데 고(苦)가 없이는 낙(樂)마저도 없지요 -197

 

고(苦)와 낙(樂)은 더불어서 함께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동고동락(同苦同樂) 그 자체가 생활이지

동락(同樂)만 한다고 하면 생활(生活)인 거 아니죠 -198

 

 

사람

 

천지지간 고약한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니

 

사람이 고약해요,

고약하기 제일이죠

 

고약한

것들이 모이니

맨날 싸움뿐이죠 -199

 

 

한살림

 

이제는 바뀌어서 공생의 시대예요

자연과도 공생하고 사람과도 공생하고

제대로 못 사는 사람과 공생해야 됩니다 -200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안아주고

요구도 들어 주면 연대가 되는 거죠

우리만 맛있는 거 먹고 무슨 일을 하겠어요 -201

 

해롭지 않은 음식 우리끼리 먹으면서

이 식으로 계속해서 운동을 해 간다면

그 언제 이 일의 영역 확대할 수 있나요 -202

 

중요한 건 많은 사람 동참해야 하는 거죠

유기농 하는 분만 안고 가선 안 됩니다

농약과 비료 쓰는 농사꾼 안고 가야 합니다 -203

 

그래야 그 사람도 이 일 옳다 생각하고

이 길로 변화해야 하겠다고 맘 바꾸니

우리와 만나게 되죠, 동참하게 됩니다 -204

 

 

생산자와 소비자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같이 엎어지죠

한쪽만 보려드니 그럴밖에 더 있나요

모두가 소비자인데 그 생각을 못 하지요 -205

 

농사짓는 사람 없으면 먹고 살 수 있겠어요

소비자 없다 하면 농사꾼이 생산할까

그래요 그런 관계지요, 이게 삶의 질서예요 -206

 

이것이 없게 되면 저것이 없게 되고

이것이 있게 되면 저것이 있게 되죠

우주의 모든 질서는 그렇게 돼 있지요 -207

 

 

가난한 풍요

 

자연농 한다는 건 자연과의 공생(共生)이죠

그래서 자연농은 아주 아주 중요하죠

현재론 매우 미약하지만 함께 살 수 있는 길 -208

 

원시 사회 농경 사회 돌아가자 아닙니다

인류가 겪어오고 배운 것들 다 모아서

파멸(破滅)을 피하가면서 함께 살잔 얘기죠 -209

 

그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절박한 그 현실을 얘기하고 있는 거죠

인간이 땅과 불화해서 살아갈 수 있나요 -210

 

‘풍요로운 이 가난’을 우리가 청산하고

선조들이 지녀왔던 ‘가난한 풍요’되찾으면

인간이 땅과 화합하여 살아갈 수 있어요 -211

 

지금의 우리 현실 낭비가 엄청나죠

세계의 큰 도시들 큰 낭비를 없앤다면

전 지구 기아(飢餓)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212

 

 

원래 제 모습

- 村家可親

 

옛날엔 떡을 하면 사흘 가기 바빴지요

큰일 치른 떡과 음식 하루 만에 쉬잖아요

음식은 상(傷)해야 해요, 상해야만 합니다 -213

 

오늘날 먹는 음식 벌레들도 안 먹지요

잘난 척 먼저 하고 머리 좋다 하면서도

벌레도 안 먹는 것을 참 잘 먹고 살아요 -214

 

그러니까 이 사실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은 다음 미이라 꼴 될 거예요

날마다 방부제 먹으니 썩을 일이 있나요 -215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잔 말입니다

거기엔 많은 손이 가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제 모습대로 살아가는 거예요 -216

 

 

오류(誤謬)

 

무농약 음식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한다

그러니 다 좋지요, 다 좋긴 하지만은

저 혼자 오래 살려고 하면 그 자체가 공해(公害)죠 -217

 

한살림 운동에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버려야죠 그 이기심

우리가 이롭기 때문에 하자는 건 안 돼요 -218

 

이로우니 하자 하면 또 하나의 세력 되죠

우리는 그런 것을 수도 없이 겪었어요

그러면 큰 오류의 씨앗 뿌리는 게 됩니다 -219

 

한살림 운동할 때 마음 쓸 게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들 살아가야 한답니다’

이야기 나누는 것이고, 각자 서게 하는 거죠 -220

 

각자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거지

그것을 갖자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것이 한살림 운동 한다는 것입니다 -221

 

 

모심

 

천지자연 원칙대로 그 돌아감 깨달아서

그 원칙 맞추어서 생활에 동참함은

모심의 그 틀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로세 -222

 

생명 운동 무엇인가, 모심이 아니겠나

전체를 모시면서 살아가는 그 태도가

곧바로 생명운동이죠, 삶의 운동이지요 -223

 

여길 봐도 모심이요, 저길 봐도 모심일세

그러니 시(侍) 아닌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시(侍)인 거예요, 모심 속에 삽니다 -224

 

손쉽게 알 수 있고, 행동도 쉽게 하고

손쉽게 따를 수 있고 그리 처리 되었을 때

비로소 모든 일들은 제자리에 가지요 -225

 

아주 쉬운 가운데서 처리할 수 있는 슬기

모든 것에 고개 숙여 모시는 자리 서면

결국은 깃들지 않겠나, 그런 생각 합니다 -226

 

 

자기 몫

 

타고난 성품대로

자기 몫을 해야지요

 

물가에 피는 꽃도

여기 저기 놓인 돌도

 

자기 몫

다하고 가면

모시는 일 다하는 것 -227

 

 

진실

- 氣色一如

 

간디는 자신 내면(內面) 충실했던 사람이죠

인도(印度)의 자주 독립, 민중 각성 촉구하며

진리의 명령 따라서 대중에게 말했죠 -228

 

모기 소리 그보다는 조금 큰 그 소리로

자기 주변 사람한테 말을 하고 있었지요

한 마디 더듬거리는 말, 그렇지만 엄청난 말 -229

 

인도(印度)의 대중에게, 나아가 전 세계에

진실하게 살고 싶은 그들의 가슴 속에

큰 충격 주었잖아요, 진실의 힘 아닌가요 -230

 

 

맨몸

 

돌이나 총과 칼이 최대의 무기일까

그것이 아니에요, 간디는 아니었죠

간디는 맨몸이었죠, 가진 것이 없었어요 -231

 

가진 것 없다는 게 최대의 무기였죠

없으니까 탈도 없고 근심도 없었지요

운동은 간디처럼 해야 해, 없이 해야 좋아요 -232

 

맨몸이 가장 좋다, 이런 말 아닌가요

구호(口號)조차 외치지를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호도 누군가에겐 폭력 될 수 있어요 -233

 

 

박피(薄皮)

 

어떻게 이 사회를 평화롭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이 사회를 자유롭게 할 것인가

평소에 나름대로의 자기 정진(精進) 필요해요 -234

 

자기한테 해(害) 끼치는 사람에 대해서도

‘저 사람은 그렇구나’ 하는 정도 돼야 해요

미움을 가지면 안 돼요, 미움으론 안 돼요 -235

 

새로운 삶 새 문화가 형성하고 확대되어

부조리함 있다 하면 그게 자연 소외되어

끝내는 박피(薄皮)가 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236

 

‘이것은 미래 있는 참 삶의 모습이다

소망 있는 삶이구나’하면서 살아가면

옛것은 박피(薄皮)가 되어 떨어지게 되지요 -237

 

 

가르친다는 것

 

가르치고 배우는 자 따로 있지 않습니다

나뉘고 고정된 것 아니라는 말입니다

선생이 학생이 되고, 학생들이 선생 되죠 -238

 

서로가 배우면서 가르치는 그런 관계

인간다운 그런 삶을 배우고 느끼는 것

의식의 상호 공유 작용이 교육 본질(本質)이지요 -239

 

 

그들 속에서

 

돈 한 푼 안 받고서 가르쳐 준다 해도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찾아가야 합니다 -240

 

책 비록 없다 해도 아는 것을 가르치면

알파벳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일 속에 원하는 것 모두 가르칠 수 있어요 -241

 

 

원월드 운동

 

원월드 운동이란 한 세계 운동이죠

전 세계의 과학자들 시작한 운동이죠

일본에 원폭 떨어뜨리고 반성 많이 했지요 -242

 

세상에 못할 짓을 인간이 한 것이죠

아인슈타인 앞장서서 이 운동을 시작했죠

세계를 하나의 연립정부로 만들려고 했지요 -243

 

나 역시 이십대에 이 운동에 참여했죠

세계를 대표하는 미국과 옛 소련이

한반도 점령하는 걸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244

 

침략 받는 현실 보며 이런 생각 했었지요

‘우리의 철학 없인 넘을 수가 없겠구나

이 겨레 당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겠구나’ -245

 

우리 민족 공동체가 살아갈 길 무엇인가

그건 결국 통일이요, 이 민족의 통일인데

통일도 우리만 아니라 전 세계의 통일이죠 -246

 

 

분단(分斷)

 

우주의 모든 생태(生態) 갈라놀 수 없습니다

갈라놓고 지배하는 그런 형태 아닙니다

남북의 분단(分斷)도 역시 그렇지가 않습니까 -247

 

갈라놓은 이 땅에서 지배를 당하는데

지배 세력 붙어먹는 패거리들 있습니다

태양도 지구도 모두 생명 단위 하나인데 -248

 

하나의 생명 단위 그 안의 모든 존재

협동하며 존재할 때 생명을 유지하죠

그러한 안목 안에서 분단 문제 풀어 가야 -249

 

 

열린 운동

 

우리들 스스로가 성실하게 살아가고

이웃도 성실하게 살아가게 권한다면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열린 운동 되지요 -250

 

남들이 저 스스로 살기를 원한다면

살게끔 도와주고 숨통 트게 해 줍니다

그러한 운동이 돼야지요, 열린 운동 해야죠 -251

 

 

화이부동(和而不同)

 

논어를 읽어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 나옵니다

‘운동가(運動家)다’ 했을 때는 동이불화 하기 쉽죠

유니폼 같이 입고서도 매일 싸우잖아요 -252

 

동이불화(同而不和) 이것이죠, 그러면 안 됩니다

생명은 빠지고서 껍데기만 남게 돼요

그 무슨 운동이라도 생명 조건 맞아야죠 -253

 

생명의 기본 조건 맞는가를 확인하고

그것을 앞세우고 내세우고 가야 해요

규율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갑니다 -254

 

그러니까 길게 보고 노력하며 가야지요

처음부터 몰아가면 생명(生命) 운동 못 해내요

생명은 연하잖아요, 딱딱한 땅 뚫잖아요 -255

 

 

연대(連帶)

 

‘만나라’는 말이에요, 연대(連帶)하란 말이지요

공동의 과제들을 추진하고 나가려면

운동은 다 각각이지만 연대해야 됩니다 -256

 

그렇게 아니 하면 대항할 수 없습니다

반생명 세력들을 대항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확산(擴散)할 수 없지요 -257

 

한 가지 일이라도 이 사회를 위한다면

밝은 일 하는 단체 함께 하잔 말입니다

연대(連帶)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놀다 끝나죠 -258

 

우리의 열린 시각 연대 능력 있어야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 연대하면

운동은 가속화되고 깊이 정착(定着) 됩니다 -259

 

 

전일성(全一性)

 

오늘 문제 풀자 하고 전문가를 다 불러도

수많은 전문가를 아무리 모아 봐도

전일성(全一性) 상실했다면 모자이크 지식되죠 -260

 

그러니까 죽은 것을 모은 것과 똑같아요

죽은 것 가져다가 꿰매는 것 같습니다

생태(生態)를 죽음의 무기태로 만드는 것이지요 -261

 

 

모시고 섬기라

 

선생은 모시라고 섬기라고 하셨지요

돈 아니라 생명이요, 쇠 아니라 흙 섬기라

껍데기 모시지 말고 그 속 알짜 모시라 -262

 

알짜로 값진 것을 모시고 섬길 때만

마침내 열린다네, 새롭게 열린다네

새로운 누리가 열린다, 말씀하신 선생님 -263

 

* 2010. 1. 6

 

 

무제(無題)의 글들을

시조(時調)로 쓰다

 

1.

잠 깨어 일어나라, 잠에서 일어나라

깨어서 일어나야 그 곳에 갈 수 있다

잠에서 깨나지 않으면 고향(故鄕) 가지 못하리 -264

 

2.

날마다 세 끼 요기(療飢) 그것으로 만족하라

집안이 가난하여 오막살이 살더라도

우주의 그 중심에서 살고 있다 생각하라 -265

 

3.

사람마다 하는 일들 제 몫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갖는 직업 모두가 다른 거다

그러니 당당하여라, 자기 몫에 당당하라 -266

 

4.

기(氣)도 역시 성숙한다, 정성 다해 기다려라

잠자고 깨어난 뒤 다시 잠을 자기 전에

일체를 감사하면서 정성 배례(拜禮) 바쳐라 -267

 

5.

지금껏 추구한 게 아무 의미 없다 하면

소리 없이 버려야 해, 모래성일 뿐이니까

허물 줄 알아야 하느니, 그 집착이 병통(病痛)돼 -268

 

6.

이름 없이 일을 하세, 남길 이름 하나 없이

돼지가 살이 찌면 빨리 죽지 않던가요

사람이 이름이 나면 쉽게 망가집니다 -269

 

7.

일상이 바로 도(道)죠, 그 삶이 바로 도(道)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치는 마음 되어

밥 먹고 똥을 싸야 해, 그게 바로 도(道)니까 -270

 

8.

자연 질서 인간 질서, 그 화해(和解)를 끌어내야

길을 잃은 사람들은 등잔빛을 찾고 있지

우리가 등잔불이 되어 불씨 붙여 줘야 해 -271

 

9.

순정(純情)을 바치세요, 최고의 예의지요

예의란 무엇인가, 자기 몫을 내주는 것

최고의 예의를 갖추어 자기 몫을 내주는 것 -272

 

10.

아이가 되어야 해, 어린아이 돼야 해요

아이는 갖다 주죠, 자기가 좋아하면

제 것을 갖다 주면서 서로서로 만나지요 -273

 

11.

재물을 쌓으세요, 하늘에 쌓으세요

그대의 온갖 재물 하늘에다 쌓으세요

그 말 뜻 무엇인가요, 나누라는 거지요 -274

 

12.

성직자의 생활이란 중(中) 이하(以下)야 한답니다

남보다 잘 살아서 중(中) 이상이 되게 되면

가난한 사람 만날 때 부끄러워집니다 -275

 

13.

불상에게 절하라니 소원 성취 때문일까

소원 성취 이루려고 불상(佛像)에게 절 올릴까

자기를 비우라는 거네, 천 배 절을 올린다네 -276

 

14.

옛날에 공부할 땐 진실한 삶 추구했지

수행(修行)하는 그 자세로 진지하게 공부했지

지금은 고용(雇傭)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오 -277

 

15.

자연스런 삶을 살게, 자연스럽게 살아가세

세상에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는 걸세

자연히 이지러지지 않는 그런 삶이 목표지 -278

 

16.

진실 위해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겠나

그 방법도 진실한 맘 드러내야 하는 거요

진실은 진실 가지고 싸워야만 한다네 -279

 

17.

콧대를 세운다고 강한 사람 되는 건가

콧대가 부러지는 그 사람이 강한 걸세

그래야 다 받아들이네, 받아들일 수 있네 -280

 

18.

상대방 대어 놓고 언어 폭력 쓰지 말게

폭로나 비판으론 변화되지 않는다네

나 자신 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여 -281

 

19.

깨어진 사람 위해 예수는 살았었지

교회여 이제 그만, 예수를 그만 팔게

주님은 이미 내 안에 모셔 두고 있지요 -282

 

20.

석가의 삶 예수의 삶, 그 무엇이 대단할까

조그만 지역에서 꼬물거리다 죽은 걸세

하지만 그 삶의 울림 오늘까지 왔지요 -283

 

21.

맨손만 가지세요, 나머지는 나누세요

지금의 종교처럼 가진 것을 나누려니

닭장을 덩그렇게 짓고 모이라고 하지요 -284

 

22.

예수를 그냥 두라, 패턴화 하지 마라

예수의 그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네

그러니 예수가 되라, 예수처럼 살아라 -285

 

23.

민중을 안으려고 애를 쓰다 아니 되니

산(山)에 가서 기도한 분, 그분이 바로 예수

자기와 치열(熾烈)하게 싸워 결판내는 것이지 -286

 

24.

직업이 불분명하면 그럴수록 더욱 좋다

뜻대로 아니 될 땐 화전(火田)이나 일구시게

그 뜻이 받아들여져야 세상 바꿔지느니 -287

 

25.

오늘날 인텔리는 자격증을 좋아하지

흔히 갖는 습관처럼 자격증을 따려 하지

묶이면 체제든 반체제든 대자유를 잃는다 -288

 

26.

집착(執着)에 빠지는 건 잠자고 있는 걸세

집착에 빠지는 건 잠을 자고 있는 걸세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해, 늘상 깨어 있어야 -289

 

27.

싸움의 상대방이 굴복하기 원치 말고

싸움의 상대방이 무릎 꿇기 원치 말라

나에게 찬사 보내도록 그런 마음 쓰게나 -290

 

28.

상대가 바로 날세, 그것을 알아야 해

그것을 알아야만 악순환이 끊어지지

상대를 죽이는 것으론 되는 일이 없다네 -291

 

29.

소유를 하려 하면 경쟁이 생겨나니

소유하려 애를 쓰면 저절로 경쟁하지

그것은 폭력이 되지, 폭력 되고 말지라 -292

 

30.

주체 객체 있다는 것, 그건 에고 있다는 것

바늘 구멍 그 속으로 황소가 지나가네

그 말은 나의 에고를 죽이라는 걸일세 -293

 

31.

데모를 일으켜서 누군가를 쫓아내면

쫓아낸 그 대상이 곧 내가 되어야 해

대상을 쫓아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294

 

32.

말기(末期) 때가 다가오면 경직(硬直)이 일어나고

경직이 되고 나면 강함으론 못 살리지

그 경직(硬直) 되살리는 길은 부드러움뿐이네 -295

 

33.

화두(話頭)는 아니로세, 얻는 것이 아니로세

이미 전에 내 마음에 다 있는 것이로세

우리는 그걸 모르고 헤매면서 살지라 -296

 

34.

각자(各自)가 유심(有心)이라, 알아 달라 소리치네

제 자식도 부모 말을 안 듣는 세상이네

아상(我相)에 사로잡히지 말라, 나 없어야 하나 되네 -299

 

35.

천상천하 유아독존 엄청난 말이지요

텅 비어 있는 나를, 큰 자기를 말하지요

시공(時空)을 모두 초월한 그런 자기 말하는 것 -297

 

독생자(獨生子) 예수라지만 모든 사람 독생자지

시공을 초월한 자, 그가 바로 독생자야

기(氣) 쓰고 밀고 나간 자가 도달할 수 있는 곳 -298

 

36.

독기(毒氣)로 할 수 있나, 초월(超越)할 수 있겠는가

독기로는 아니 되네, 초월할 수 없는 걸세

그대의 밝은 마음으로 초월하는 것일세 -300

 

37.

이렇게 많은 얘기 쏟아놓는 그런 날은

날마다 저녁 되면 나 자신이 초라하지

그렇게 초라할 수 없네, 깊은 한숨 나오지 -301

 

 

소암 고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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