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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바꾸어 쓴 이매창(李梅窓)의 한시(漢詩)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난 조선시대 여류시인

 

 

시조로 바꾸어 쓴

이매창(李梅窓)의 한시(漢詩)

 

 

贈別(증별)

- 이별(離別)하며 드리다

 

我有古秦箏 一彈百感生

世無知此曲 遙和緱山笙

 

나에겐 아주 옛날 진나라의 쟁(箏) 있는데

한 번 타면 백 가지로 감흥이 일어나네

이 곡조 아는 이 없기에 생황으로 화답하리

 

 

自恨(자한)

- 스스로를 한탄하며

 

春冷補寒衣 紗窓日照時

低顔信手處 珠淚滴針絲

 

봄날이 차가워져 겨울옷을 꿰맸는데

사창(紗窓)마다 맑은 햇빛 따스하게 비쳐 주네

손길이 가는 대로 맡기니 실과 바늘 눈물 젖네

 

 

彈琴(탄금)

- 거문고를 타면서

 

幾歲鳴風雨 今來一短琴

莫彈孤鸞曲 終作白頭吟

 

그동안 몇 년이나 비바람을 울렸던가

여지껏 지녀왔던 자그마한 거문고여

‘고난곡(孤鸞曲)’ 타지를 마라, 백발(白髮) 노래 지어지네

 

 

尋眞(심진)

- 신선(神仙)을 찾아서

 

可憐東海水 何時西北流

停舟歌一曲 把酒憶舊遊

岩下繫蘭舟 耽看碧玉流

千年名勝地 沙鳥等閑遊

遠山浮翠色 柳岸暗烟霞

何處靑旗在 漁舟近杏花

 

참으로 가련하네, 동해(東海)의 물결이여

그 언제 서북으로 흘러 흘러 가볼거나

배 멈춰 한 가락 하며 놀던 옛일들을 생각하네

 

물 흐르는 바위 아래 목란(木蘭) 배를 매어두고

옥같이 푸르른 물 바라보며 즐기나니

천 년의 명승지(名勝地)에서 물새들이 한가롭네

 

먼 산은 하늘 가까이 푸른 빛 위에 있고

버드나무 푸른 언덕 안개 속에 잠겨 있네

푸른 기(旗) 있는 곳 어딘가, 고깃배가 다가가네

 

 

春思(춘사)

- 봄날의 그리움

 

東風三月時 處處落花飛

綠綺相思曲 江南人未歸

 

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벌써 삼월인데

곳곳마다 꽃이 분분(紛紛) 떨어져 흩날리네

임 그려 곡(曲)을 연주해도 그 사람은 오질 않네

 

 

自傷(자상)

- 혼자서 마음 상해라

 

京洛三年夢 湖南又一春

黃金移古意 中夜獨傷神

洛下風流客 淸談交契長

今日飜成別 離盃暗斷腸

一片彩雲夢 覺來萬念差

陽臺何處是 日暮暗愁多

驚覺夢邯鄲 沈吟行路難

我家樑上燕 應喚主人還

 

서울살이 삼 년 내내 꿈을 꾸어 왔었는데

또다시 호남(湖南)에서 한철의 봄을 맞네

황금에 옛 마음 떠나니 홀로 마음 아파라

 

머나먼 서울에서 내려온 한 풍류객

맑은 얘기 나누면서 맺은 언약 오래인데

홀연히 오늘 작별하니 애간장이 끊어지네

 

허망한 한 조각의 꽃구름 꿈을 꾸다

불현듯 깨고 나니 온갖 생각 스쳐오네

즐기던 그 곳 어디던가, 날 저무니 수심(愁心) 가득

 

부귀영화 꿈을 꾸다 놀라서 잠을 깨니

속 깊이 생각하며 사는 길이 어려워라

집 기둥 제비는 응당 돌아오라 지저귀네

 

 

江臺卽事(강대즉사)

- 강가 정자(亭子)에 일어난 일

 

四野秋光好 獨登江上臺

風流何處客 携酒訪余來

 

사방팔방 들판 가득 가을빛이 너무 좋네

혼자서 강물에 뜬 정자(亭子)에 올랐는데

어서 온 풍류객(風流客)인지 술병 들고 나를 찾네

 

 

自恨(자한)

- 스스로 한탄하다

 

東風一夜雨 柳與梅爭春 對此最難堪 樽前惜別人

含情還不語 如夢復如癡 綠綺江南曲 無人問所思

翠暗籠烟柳 紅迷霧壓花 山歌遙響處 漁笛夕陽斜

 

동풍(東風) 부는 한밤중에 부슬비 내리나니

버들과 매화나무 서로 봄을 다투도다

참으로 참기 어려운 건 헤어진 임 생각이네

 

마음속에 품은 그 정(情) 다시금 말을 못해

꿈속인 듯 헤매다가 다시금 바보 된 듯

거문고 ‘강남곡’을 뜯어도 심사(心思) 묻는 사람 없네

 

안개 낀 버드나무 어스름한 푸르른 빛

희미한 붉은 안개 꽃잎마다 짓누르네

멀리서 들려오는 산가(山歌), 어부들의 피리소리

 

 

登御水臺(등어수대)

- 어수대에 올라서

 

王在千年寺 空餘御水臺

往事憑誰問 臨風喚鶴來

 

왕이 친히 납시었던 천년 넘는 사찰(寺刹)에는

부질없이 쓸쓸하게 어수대(御水臺)만 남았구나

지난 일 누구에게 물을까, 학(鶴)을 오라 부를까

 

 

病中(병중)

- 병중에

 

不是傷春病 只因憶玉郞

塵寰多苦累 孤鶴未歸情

誤被浮虛說 還爲衆口喧

空將愁與恨 抱病掩柴門

 

화창한 봄날 탓에 병이 난 게 아니라오

오로지 우리 임이 그리워서 그렇다오

세상에 괴로움 많은데, 학(鶴)은 아직 오질 않네

 

그릇된 헛소문이 여기저기 나돌면서

도리어 여러 입에 오르고 내리는데

시름과 깊은 한을 안고 사립문을 가리네

 

 

贈醉客(증취객)

- 취하신 손님께 드림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술 취한 손님 있어 윗옷을 잡아끄니

윗옷이 손을 따라 사정없이 찢어지네

저고린 아깝지 않다오, 은정(恩情) 끊길까 두렵네

 

 

故人(고인)

- 옛 사람

 

松栢芳盟日 恩情與海深

江南靑鳥斷 中夜獨傷心

 

송백(松栢)처럼 빛나자고 굳게 굳게 맹세한 날

은애(恩愛)하는 그 마음은 바다같이 깊었는데

강남(江南)의 소식 끊어지니 한밤 홀로 맘 상하네

 

 

泛舟(범주)

- 배를 띄우고

 

參差山影倒江波 垂柳千絲掩酒家

輕浪風生眠鷺起 漁舟人語隔烟霞

 

산 그림자 들쑥날쑥 강 물결에 어리었고

드리운 수양버들 주막 온통 가리었네

잠자던 백로 고개 드니 사공 소리 들려오네

 

 

鞦韆(추천)

- 그네 타기

 

兩兩佳人學半仙 綠楊陰裡競鞦韆

佩環遙響浮雲外 却訝乘龍上碧天

 

아름다운 두 사람이 그네 뛰기 배우는가

푸른 버들 그늘 아래 다투어 그네 타네

노리개 구름 너머 울리니 용을 타고 오르는 듯

 

 

春愁(춘수)

- 봄날의 근심

 

長堤春草色凄凄 舊客還來思欲迷

故國繁華同樂處 滿山明月杜鵑啼

曾年此夕瑤池會 我是樽前歌舞人

宣城舊主今安在 一砌殘花昔日春

 

긴 강둑의 봄 풀빛이 슬프고 처량하니

옛 손님 다시 오다 길 잃었나 걱정일세

예전에 함께 즐기던 곳, 밝은 달에 두견새뿐

 

지난 해 오늘 저녁 아름다운 모임에서

술잔 앞에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었지

옛 주인 지금 어디 계신가, 그 옛날의 봄인데

 

 

秋夜(추야)

- 가을밤

 

露濕靑空星散天 一聲叫雁塞雲邊

梅梢淡月移欄檻 彈罷瑤箏眠未眠

 

이슬 내린 푸른 하늘 별들이 흩어지고

울음 우는 기러기떼 변경(邊境) 따라 끝에 있네

매화에 맑게 걸린 달, 나만 홀로 잠 못 드네

 

 

閨中怨(규중원)

- 규중에서 서럽다

 

瓊苑梨花杜宇啼 滿庭蟾影更凄凄

相思欲夢還無寐 起倚梅窓聽五鷄

竹阮春深曙色遲 小庭人寂落花飛

瑤箏彈罷江南曲 萬斛愁懷一片詩

 

예쁜 정원 배꽃 가지 두견새가 슬피 우니

뜰에 가득 달 그림자 더욱이나 처량하네

꿈속에 만나려 했지만, 새벽닭이 벌써 우네

 

대숲엔 봄이 깊어 새벽빛이 더 더딘데

뜨락엔 인적 없이 꽃잎들만 흩날리네

좋은 쟁(箏) ‘강남곡’ 마치고 한 편 시(詩)로 근심 품네

 

 

愁思(추사)

- 시름에 겨워

 

雨後凉風玉簟秋 一輪明月掛樓頭

洞房終夜寒蛩響 擣盡中腸萬斛愁

平生耻學食東家 獨愛寒梅映月斜

時人不識幽閑意 指點行人枉自多

 

비온 뒤 찬바람이 대자리에 드는구나

둥그렇게 밝은 달이 마루 위에 걸려 있네

방안은 밤새도록 차갑고 온갖 근심 다 찧네

 

평생 배움 부끄러워 집에서 머무는데

사랑하는 겨울 매화 비스듬히 달 비추네

조용히 살려는 뜻 모르나, 손가락질 많구나

 

 

早秋(조추)

- 이른 가을

 

千山萬樹葉初飛 雁叫南天帶落暉

長笛一聲何處是 楚鄕歸客淚添衣

 

산마다 나무마다 잎사귀가 날리는데

기러기 울며 가는 하늘 가에 해가 지네

대금(大笒)은 어디서 들려오나, 나그네 옷 눈물 젖네

 

 

春怨(춘원)

- 봄을 원망하다

 

竹院春深鳥語多 殘粧含淚捲窓紗

瑤琴彈罷相思曲 花落東風燕子斜

 

대밭에 봄이 깊어 새 소리가 많아졌네

남은 화장 눈물 젖어 사창(紗窓) 말아 올렸는데

거문고 상사곡(相思曲) 끝내니 제비들이 비껴가네

 

 

秋思(추사)

- 가을에 생각하다

 

昨夜淸霜雁叫秋 擣衣征婦急登樓

天涯尺素無緣見 獨倚危欄暗結愁

 

어젯밤 맑은 서리 기러기 우는 가을

옷 다듬던 병사(兵士) 아낙 급히 누각 올랐네만

소식은 가망 없어 보이니 근심 가만 맺힐 뿐

 

 

自恨薄命(자한박명)

- 기구한 운명을 한탄함

 

擧世好竽我操瑟 此日方知行路難

刖足三慙猶未遇 還將璞玉泣荊山

 

피리 소리 좋다지만 난 잡았네, 거문고를

이 날에 살아갈 길 어려움을 알았었지

뭔 죌까 만나질 못하니 형산(荊山)에서 옥돌 우네

 

 

記懷(기회)

- 마음을 적다

 

梅窓風雪共蕭簫 暗恨幽愁倍此宵

他世緱山明月下 鳳簫相訪彩雲衢

 

매화 보는 창가에는 눈바람이 쓸쓸한데

남모르는 한(恨)과 근심 이 밤 들어 더하구나

내세엔 구산(緱山) 밝은 달 아래 퉁소 불며 찾아가리

 

 

夜坐(야좌)

- 밤중에 앉아서

 

西窓竹月影婆娑 風動桃園舞落花

猶倚小欄無夢寐 遙聞江渚採菱歌

風飜羅幕月窺窓 抱得秦箏伴一釭

愁倚玉欄花影裡 暗聞蓮唱響西江

 

서쪽 창가 대나무는 달그림자 한들한들

바람 불어 움직이니 꽃잎들이 춤을 추네

꿈꾸며 잠들지 못하는데, 마름 따는 노랫소리

 

바람은 펄럭이고 달빛은 창(窓) 엿보네

가야금을 옆에 안고 등불 하나 짝을 하니

근심은 꽃 그림자 속에, 노래 소린 서쪽 강에

 

 

贈畵人(증화인)

- 화공에게 드림

 

手法自然神入妙 飛禽走獸落毫端

煩君爲我靑鸞畵 長對明銅伴影懽

 

수법(手法) 있는 그대로라, 신(神)의 경지 들었어라

나는 새와 뛰는 짐승 붓끝에서 다 나오네

날 위해 푸른 난새 그리니 거울 본 듯 좋아하리

 

 

閑居(한거)

- 한가로이 지내면서

 

石田茅屋掩柴扉 花落花開辨四時

峽裡無人晴晝永 雲山烟水遠帆歸

 

돌짝밭 초옥(草屋)에서 사립문을 가리려니

꽃이 지고 꽃이 피어 사계절을 분간하네

골짝엔 사람 하나 없고 멀리 돛배 돌아오네

 

 

登龍安臺(등용안대)

- 용안대에 올라

 

云是長安一代豪 雲旗到處靜波濤

今朝陪話神仙事 燕子東風西日高

 

이야말로 장안에서 한 세상의 호걸이라

구름 깃발 닿은 곳에 파도마저 고요하네

모시고 신선의 일 말하니 제비 떼가 높이 떴네

 

 

登千層菴(등천층암)

- 천층암에 올라서

 

千層隱佇千年寺 瑞氣祥雲石逕生

淸磬響沈星月白 萬山楓葉鬧秋聲

 

천층산(千層山)에 숨어 있는 호젓한 천년 사찰(寺刹)

상서로운 기운과 구름 돌길 따라 피어나네

해맑은 풍경 소리 울리니 단풍잎은 가을 소리

 

 

憶昔(억석)

- 옛일을 그리며

 

謫下當時壬癸辰 此生愁恨與誰伸

瑤琴獨彈孤鸞曲 悵望三淸憶玉人

 

속세에 귀양 올 때 임진년과 계사년에

이승의 시름과 한(恨) 누구에게 말했던가

거문고 ‘고난곡(孤鸞曲)’ 타면서 고운 그대 그리네

 

 

病中愁思(병중추사)

- 병중에 근심스런 생각

 

空閨養拙病餘身 長任飢寒四十春

借問人生能幾許 胸懷無日不沾巾

 

독수공방 단점(短點) 감춰 많은 병이 몸에 남네

추위와 굶주림에 내맡긴 지 사십여 년

묻노니 인생 얼마나 사나, 눈물 없는 날이 없네

 

 

贈別(증별)

- 이별에 드림

 

堪嗟時事已如此 半世功夫學畵油

明日浩然歸去後 不如何地又羈遊

 

아차차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반평생 공부라곤 그림만 배웠구나

날 새면 훌쩍 떠나시리니 여느 곳만 못할까

 

 

閨怨(규원)

- 규방에서 원망하다

 

離懷消消掩中門 羅袖無香滴淚痕

獨處深閨人寂寂 一庭微雨鎖黃昏

相思都在不言裡 一夜心懷鬢半絲

欲知是妾相思苦 須試金環滅舊圍

 

헤어진 후 서러워서 중문 닫아 걸었는데

임의 향기 옷에 없고 눈물 자국 남았구나

규방은 적적하기만 한데 비가 황혼 가두네

 

서로가 그리워도 모두 말로 못 하나니

하룻밤 임 생각에 머리 절반 세었구나

이 첩의 괴로움 알고 싶은가, 반지 금방 빠지리라

 

 

登月明庵(등월명암)

- 월명암(月明庵)에 올라

 

卜築蘭若倚半空 一聲淸磬徹蒼穹

客心怳若登兜率 讀罷黃庭禮赤松

 

터를 가려 지은 절이 반공중에 걸쳤는데

한번 울린 풍경 소리 푸른 하늘 통했는가

나그네 도솔천 올랐으니 적송자(赤松子)를 뵈리라

 

 

尹公碑(윤공비)

- 윤공의 비

 

一曲瑤琴怨鷓鴣 荒碑無語月輪孤

峴山當日征南石 亦有佳人墮淚無

 

거문고 한 곡조에 ‘자고새’를 원망하네

비석은 말이 없고 둥근 달만 외롭구나

현산(峴山)의 남쪽 정벌한 비석, 눈물지진 않았다네

 

 

憶故人(억고인)

- 옛 임을 생각하며

 

春來人在遠 對景意難平 鸞鏡朝粧歇 瑤琴月下鳴

看花新恨起 聽燕舊愁生 夜夜相思夢 還驚五漏聲

 

새봄이 왔다지만 그분은 멀리 계셔

좋은 경치 본다 해도 맘 가누기 어려워라

아침에 화장하다 멈추고, 달빛 아래 홀로 우네

 

봄꽃을 보게 되면 새로운 한(恨)이 일고

제비 소리 지지배배 옛 시름이 생기나니

밤마다 임 만나는 꿈, 오경(五更) 알려 또 놀라네

 

 

遊扶餘白馬江(유부여백마강)

- 부여(夫餘) 백마강에서 노닐며

 

水村來訪小柴門 荷落寒塘菊老盆

鴉帶夕陽啼古木 雁含秋氣渡江雲

休言洛下時多變 我願人間事不聞

莫向樽前辭一醉 信陵豪貴草中墳

 

강마을로 찾아오니 자그마한 사립문뿐

차가운 못 연꽃 지고 국화 분은 오래 됐네

석양에 띠 두른 까마귀, 기러기는 강 건너네

 

말하지 않았어도 서울은 변화 많아

나는야 세상 일들 전혀 듣고 싶지 않네

취했다 비웃지들 마오, 신릉군도 묻혔다네

 

 

籠鶴(농학)

- 새장 속의 학(鶴)

 

一鎖樊籠歸路隔 崑崙何處閬風高

靑田日暮蒼空斷 緱嶺月明魂夢勞

瘦影無儔愁獨立 昏鴉自得滿林噪

長毛病翼摧零盡 哀淚年年憶九皐

 

새장에 한번 갇혀 돌아갈 길 막혔으니

곤륜산 높은 낭풍(閬風) 거기가 어디런가

해지니 하늘 끊겼구나, 꿈결에도 고달프네

 

파리한 그림자에 수심(愁心)으로 홀로인데

황혼의 까마귀는 숲속 가득 지저귀네

긴 털에 병든 날개 꺾이고 깊은 물가 기억하네

 

 

寫懷(사회)

- 생각을 적다

 

結約桃源洞裡仙 豈知今日事凄然

幽懷暗恨五絃曲 萬意千思賦一篇

塵世是非多若海 深閨永夜苦如年

藍橋欲暮重回首 靑疊雲山隔眼前

 

도원(桃源)에서 맺은 언약 고을에서 신선(神仙) 되니

오늘에 와 이다지도 슬플 줄을 알았으랴

숨긴 한 오현(五絃)에 담으니 천만 뜻을 곡에 싣네

 

세상에 시시비비 바다같이 참 많은데

깊은 규방 긴긴 밤도 기어코 해가 가네

절 다리 해 저물어 보니 구름 겹쳐 멀어지네

 

 

贈友人(증우인)

- 벗에게 드림

 

曾聞東海降詩仙 今見瓊詞意悵然

緱嶺遊蹤思幾許 三淸心事是長篇

壺中歲月無盈缺 塵世靑春負少年

他日若爲歸紫府 請君謀我玉皇前

 

듣기로는 동해바다 시선(詩仙)이 내렸다던데

이제 보니 구슬 같은 그 말씀 뜻 한탄하네

노닐던 흔적은 얼만가, 신선(神仙) 생각 문장 기네

 

술병 속 세월에는 차고 넘침 없지마는

속세의 청춘들은 어린 나이 짐이 되네

뒷날에 선계(仙界) 돌아가거든 옥황상제 뵈리라

 

 

伏次韓巡相壽宴時韻(복차한순상수연시운)

- 한순상의 장수(長壽) 축하연에 삼가 차운하다

 

地接神山近 溪流弱水通 遊蜂飛暖日 新燕語淸風

妙舞搖花影 嬌歌響碧空 蟠桃王母壽 都在獻盃中

靑鳥飛來盡 江南雁影寒 愁仍芳草綠 恨結落紅殘

歸思邊雲去 旅情夢裡歡 客窓人不問 無語倚危欄

 

이 땅은 신선(神仙) 사는 산들과 가까워서

계곡물 흘러 흘러 ‘약수(弱水)’로 통한다네

벌들이 노니는 따뜻한 날, 제비 왔다 알려주네

 

오묘(奧妙)한 춤을 추니 꽃 그림자 흔들리고

곱고도 고운 노래 푸른 하늘 울리는데

선도(仙桃)로 서왕모께 드리니 술잔 속에 모두 있네

 

다시금 파랑새도 날아오지 못하는데

강남의 기러기는 그림자가 차갑구나

방초(芳草)가 근심에 겨운데, 떨어진 꽃 잔인하네

 

돌아가고 싶은 생각 구름 곁에 다가가고

떠도는 이 마음은 꿈속에나 기쁘다네

묵는 방(房) 묻지를 않으니, 높은 난간 기대네

 

 

仙遊(선유)

- 신선(神仙)으로 노닐며

 

千載名兜率 登臨上界通 晴光生落日 秀嶽散芙蓉

龍隱宜深澤 鶴巢便老松 笙歌窮峽夜 不覺響晨鍾

三山仙境裡 蘭若翠微中 鶴唳雲深樹 猿啼雪壓峰

霞光迷曉月 瑞氣映盤空 世外靑牛客 何妨禮赤松

樽酒相逢處 東風物色華 綠垂池畔柳 紅綻檻前花

孤鶴歸長浦 殘霞落晩沙 臨盃還脈脈 明日各天涯

 

천 년 간 이름 있는 도솔천 하늘인데

이제야 올라보니 천상(天上)과 통하누나

맑은 빛 저녁 해에 나오니 빼어난 산 흩어지네

 

용(龍)들이 숨을 만한 마땅히 깊은 연못

백학(白鶴)의 낡은 둥지 소나무 위 편안하네

연주와 노래로 밤 새워 새벽 종을 몰랐네

 

머나먼 삼신산에 신선들이 사는 이 곳

절집은 고적하게 푸른 숲 안에 있네

학(鶴) 우는 구름 깊은 나무에 원숭이가 울고 있네

 

노을 빛 지워지고 흐릿한 새벽달에

상서로운 붉은 기운 허공에 서려 있네

노자(老子)가 적송자를 뵌들 무슨 상관 있으랴

 

크고 작은 술통들이 서로가 만나는 곳

동풍에 세상 만물 환하게 빛나는데

버들은 푸르게 드리우고 난간 앞 꽃 붉게 타네

 

외로이 날던 학(鶴)은 긴 갯가로 돌아오고

잔 노을 저물녘에 모래밭에 내리는데

술잔이 끝없이 이어지다 다음 날에 헤어지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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