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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背水陣)

 

시조로 새겨 읽는 고사성어(故事成語)

배수진(背水陣)


‘한신(韓信)’이 여세 몰아
조(趙)나라로 진격할 때  

 

강물을 뒤에 두고 
진(陣)을 쳐서 독려(督勵)하니

 

사지(死地)에
몰린 군사들
결사(決死) 항전(抗戰)할밖에

 

* 출전은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물을 등지고 치는 진,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는 자세.  

 

 

중국 漢(한, B.C.206 ~ 220)나라 高祖(고조) 劉邦(유방, B.C.256 ~ B.C.195)이 제위에 오르기 2년 전, 漢軍(한군)을 이끌고 있던 韓信(한신)은 魏(위)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趙(조)나라로 진격했다. 한신이 쳐들어온다는 것을 안 趙王(조왕) 歇(헐)과 成安君(성안군) 陳餘(진여)는, 재빨리 이십만의 군사를 집결시키고 견고한 성채를 쌓아 놓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나라는 강한 군사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한신의 군사는 烏合之卒(오합지졸 :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규율이 없고 무질서한 병졸)에다가 위치도 불리했다.

 

一萬(일만)의 군대는 강을 등지고 진을 쳤고, 주력부대는 성문 가까이 공격해 들어갔다. 한신은 적이 성에서 나오자 패배를 가장하여 배수진까지 퇴각을 하게 했고, 한편으로는 조나라 군대가 성을 비우고 추격해 올 때 매복병을 시켜 성 안으로 잠입하여, 조나라 旗(기)를 뽑고 한나라 깃발을 세우게 했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친[背水之陣(배수지진)] 한신의 군대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결사 항전을 하니, 조나라 군대는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미 한나라 기가 꽂힌 성을 보고 당황한 조나라 군대에게, 한신의 부대가 맹공격을 퍼부어 간단히 승리를 거두었다. 조나라 장수는 전사하고, 왕은 포로가 되었다. 한신은 군대를 死地(사지)에 몰아넣음으로써, 결사 항전하게 하여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싸움이 끝나고 祝宴(축연)이 벌어졌을 때, 부장들은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는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서 싸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을 등지고 싸워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것도 병법의 한 수로, 兵書(병서)에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음으로써 살 길을 찾을 수가 있다고 적혀 있지 않소. 그것을 잠시 응용한 것이 이번의 背水陣(배수진)이오. 원래 우리 군은 원정을 계속하여 보강한 군사들이 대부분이니, 이들을 生地(생지)에 두었다면, 그냥 흩어져 달아나 버렸을 것이오. 그래서 死地(사지)에다 몰아넣은 것뿐이오.”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장수들이 탄복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背水陣(배수진)’은 ‘물을 뒤에 등지고 싸우는 전법으로, 죽을 각오로 승부에 임하는 것’을 말하며, ‘배수진을 쳤다’라는 말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곳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맞서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 ‘背水陣(배수진)’의 역사적인 예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의 배수진
- 조선 宣祖(선조)때 三道巡邊使(삼도순변사) 申立(신립, 1546 ~ 1592) 장군은 문경 새재[鳥嶺(조령)]에서 왜군을 막지 않고, 8,000여 군졸을 거느리고 충주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등청정)]와 고시니 유키나가[小西行長(소서행장)]의 1만 5,000여 군대를 맞서 싸웠으나, 크게 패배하고 말았다. 申立(신립)은 천추의 씻지 못할 한을 품고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 또 이 전투의 패배로, 선조는 평안도 義州(의주)로 피난을 떠나게 되었다.

 

배를 불태워버린 로마군의 배수진
- 로마시대에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 율리우스 카이사르, B.C.100 ~ B.C.44, 로마의 유명한 장군· 정치가.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함)가 이끄는 군대가 영국을 정복하기 위하여 도버 해협을 건넌 다음, 타고 온 배를 모두 불질러버렸다. 군인들은 이기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死力(사력)을 다해 싸웠고, 이에 영국군은 그 기세에 눌려 곧바로 항복하였다. 이것이 바로 背水陣(배수진)과 같은 의미의‘濟河焚舟(제하분주 : 물을 건너고 배를 불살음)’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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