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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 심청을 만나 울림이 되다

 

소리 - 심청을 만나 울림이 되다

 

2024년 1월 6일(토) 오후 4시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풍류관에서 약 2시간 동안 펼쳐진 ‘소리 - 심청을 만나 울림이 되다.’는 인천 심청문화제 신설과 인천지역 국악 활성화를 위한 <허애선 명창> 제자 발표회이다.

 

심청가의 인당수를 백령도로 추정하여 심청각과 심청이 동상을 세울 정도로 심청가와 깊은 연관이 있는 등 좋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인천에서 국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중, 인천 심청문화제 신설과 인천지역의 국악 중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현 국립창극단원이며 2009년 남도민요 경창대회 명창부 대통령상과 2017년 박동진 판소리 명창∙명고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허애선 명창은 예술의 보고 진도(珍島)에서 태어나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때 처음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성우향, 안숙선, 신영희, 강송대 선생을 사사했다.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 시절부터 인천시립 대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쳤으며 이후 인천에 ‘허애선 판소리 남도민요연구소’를 개설하여 제자 양성과 판소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김세종제 <춘향가> 완창과 2016년 <심청가> 완창 발표를 인천에서 하는 등 크고 작은 공연들을 인천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전 출연자가 사철가로 무대를 열었고, 허애선 명창이 심청가 ‘곽씨 부인 유언대목’으로 심청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아 시작하여 ‘눈뜨는 대목’으로 마무리를 지어주었다. 맑고 청아하며 섬세한 음색의 소리에 남도 특유의 한과 정서를 애원성으로 터트리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심청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였으며 극장은 온통 ‘얼씨구, 좋다, 잘한다.’ 추임새로 가득 찼다.

 

허애선 명창이 가두어 놓은 ‘심청가’ 안에서 송지헌 ‘심봉사 자탄’ 대목 / 양현태 ‘상여가’ 대목/ 김애숙 ‘후원의 기도’ 대목 / 김미나 ‘화초타령~추월만정’ 대목으로 이어가며 스승에게 제자의 익어가는 모습을 양껏 보여주었다. 

 

 

조선족 소리꿈나무 7살 박혜진 어린이의 두 달 배워 노랫말만 겨우 익힌 흥부가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짧은 대목은 관객들의 애틋한 사랑을 쏟아내게 하였다. 중∙고등학생인 박민소 춘향가 ‘오리정이별 대목’ / 박시언 ‘십장가’ 대목 /으로 판소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 세대의 현장을 확인하면서 감탄과 염원을 한꺼번에 듬뿍 쏟아냈다.  

 

민명희 외 3명의 중년 여성 제자가 들려준 남도민요 ‘성주풀이∙남원산성’은 어깨를 들썩이며 입술을 달싹거리게 하는 흥을 불러일으켰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중년 남성 제자 이옥남 ‘흥타령’의 굵고 시원한 신세타령이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버리는 청량제로 들렸다.  

 

약 2시간 내내 달아오른 극장 무대 위로 우렁차게 울리는 꽹과리와 징을 앞세워 올라온 전 출연자들의 ‘농부가’ 떼창은 소리비가 되어 관객의 마음을 우리소리의 아름다움으로 물들게 하고, 허애선 명창의 고향 소리인 진도 아리랑으로 끝남의 아쉬움과 미련의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아직은 여리어 덜 여문 소박하면서도 조금 부족하여 부끄러워 수줍어하는 소리는 너무나 깨끗하고 순수하여 더욱 더 소중하였다. 2024년을 시작하며 심청을 만나 울림이 된 뜻있는 소리는 흰 눈 맞으며 피어나는 설중매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태처럼, 맑고 꿋꿋하여 흐트러짐 없이 뻗어나가 자신들의 열정으로 판소리의 높은 벽을 녹여 내렸다.

 

허애선 명창과 7살 소리 꿈나무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의 전공자∙일반 소리 동호인 등 25명의 다양한 제자들이 쏟아내는 심혼이 담긴 염원의 소리와 약 200석 소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의 뜨거운 환호의 열기가 하나 되어 온 가슴에 행복을 넘치도록 가득 채웠다. 
 
국악행사와 축제∙기념식, 전국 단골 MC 최용건 사회자의 해학과 입담이 특별한 무대장치 없는 무대를 풍성하게 꾸며 주었고, 인천무형문화재 23호 고법 예능보유자 조경곤 명인과 현 국립창극단 기악부 악장 조용수 명인의 훌륭한 반주가 아직은 부족한 창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는 듬직한 견인차였다. 

 

인천 심청문화제 신설과 인천지역 국악 활성화를 위한 <허애선 명창> 제자발표회, 이 작은 불씨가 횃불이 되고 성화가 되어 활활 타오르며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인천에 심청문화제가 탄생되고, 인천에 국악이 활성화되기를 축복하며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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