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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바꾸어 쓴 정선(旌善) 아라리

 

시조로 바꾸어 쓴

정선(旌善) 아라리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 지려는가

만수산(萬壽山) 검은 구름이 마구 몰려든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명사십리 아니라면 해당화는 어이 피며

모춘 삼월 아니라면 두견새는 왜 우는가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시게

 

아침 저녁 도는 구름 산 끝에서 잠을 자고

예와 이제 흐르는 물 돌부리에 우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대관령 국수 성황님 절을 믿고 살아가고

정성 읍내 우리들은 나라님을 믿고 사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앞남산 저 두견아, 슬피 우는 저 두견아

고국을 가지 못해 불여귀(不如歸)를 부르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앞남산 뻐꾸기는 목소리도 참 좋구나

세 살 때 듣던 목소리 변하지를 않는구나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이웃집은 다문다문 푸른 산은 울울창창

산수 좋고 인심 좋아 무릉도원 예 아니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만첩 산중 들새들은 숲속에서 노래하네

달이야 밝거들랑 배를 띄워 놀아보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의 옛 이름은 무릉도원 아니더냐

무릉도원 어디 가고 산만 깊어 충충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일(一) 강릉 이 춘천에 삼 원주라 하네마는

놀기 좋고 살기 좋은 동면 화암(華巖) 아니더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질아질 성마고개, 야속하다 관음베루

지옥 같은 정선 읍내 십년 간들 어이 가리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꽃베루는 아질아질, 성마령은 지루하네

지옥 같은 이 정선을 누굴 따라 여기 왔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맨드라미 줄봉숭아 토담 붉어 더 좋구요

앞 남산 철쭉꽃은 강산 붉어 더욱 좋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꼭 오세요

검은산 물밑이라도 해당화가 핀답니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봄 바구니 둘러메고 동산 나물 캐러 가니

삼동에 쌓인 마음 시원히도 풀리누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봄철인지 갈철인지 나는야 몰랐더니

뒷동산 복숭아꽃 봄이 왔다 알려주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창 밖에 오는 비는 구성지게 오지 않나

비 끝에 돋는 달은 유정도 유정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 철인지 저 철인지 나는 정말 몰랐더니

얼었다 살짝 녹으니 분명코 봄철일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앞 남산 쌓인 눈이 다 녹도록 몰랐더니

비봉산(飛鳳山) 살구꽃이 봄철인 줄 알려주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 건너 보이는 산 계룡산(鷄龍山)이 아니더냐

오동지 섣달에도 진달래가 피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강원도 금강산의 제일 가는 소나무들

경복궁 대들보로 모조리 다 나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 앞 한강수는 소리 없이 흐르구요

옛 조상님 지은 시(詩)는 지금에도 변함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만산 중첩 깊은 산 속 거침없이 들어가니

두견새 접동새가 구슬피만 우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불뼝대 끝에 솔개 한 쌍 돌고 있고

늘어진 나뭇가지엔 꾀꼬리가 짝을 짓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참매미는 소리도 가히 좋네

하시 장철 울고 울어도 그 소리 변치 않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동백나무 상가지야, 내 연설을 잘 들어라

나를야 만나려거든 자잠뿍이 열리거라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춘삼월 피는 꽃은 할미꽃이 아니라오

동면(東面) 산천 돌산 바위에 진달래가 피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구름 둥둥 잿마루에 신배나무 심어놓고

오시는 임 가시는 임 정자나무 하게 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비행깃재 말랑이는 자물쇠를 닮았는가

한 번만 넘어오면 넘어갈 줄 모르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솔보둑이 쓸 만한 건 전봇대로 다 나가고

논밭 전지 쓸 만한 건 신작로로 다 나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고향을 등진 지가 이십여 년 되었건만

살기 좋고 인심 좋아 나는 나는 못 가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영월은 덥보 있어도 얼음만 잘도 얼고

정선 동면 약수 있어도 사람들만 죽어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를 좀 건너다오

싸릿골 올동박이 벌써 다 떨어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떨어진 동백꽃은 낙엽에나 쌓이네만

잠시 잠깐 임 그리워서 나는야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개구리 뛰는 것은 멀리 가잔 뜻이구요

이내 몸이 웃는 뜻은 정들자는 뜻이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올라왔소 내려왔소, 수인사는 하지 않고

행주치마 감쳐 물고 그저 입만 방긋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왜 생겼나 왜 생겼나, 네가 이리 생겼는가

남의 눈에 꽃이 되도록 네가 이리 잘 생겼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알록달록 갓모 베개 밤마다 베건마는

정드신 임 기나긴 팔 그 언제나 베어보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삼수갑산 물각유주(物各有主) 임자 따로 있건마는

이구 십팔 여자 몸에 임자 하나 왜 없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마당 아래 저 댑사리 절대 베지 말아 주오

올라갔다 내려올 적에 임 거기서 만나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 조선 잘 되려고 나라님이 나셨구요

못난 여성 잘 나려고 화장품이 생겼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아이고야, 우리 엄니 큰 일 참 났소이다

조기를 씻는다는 게 신발짝을 씻었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수숫쌀 씻는 줄은 번연히 알면서도

무슨 쌀 씻느냐고 왜 자꾸만 물으시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든 임 오셨는데 수인사를 못 하고서

행주치마 입에 물고 눈으로만 반기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개구장 가 거무노리 무슨 죄를 지었는가

큰애기 손길에다 칼침을 맞았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 넘어 담을 넘어 꼴을 베는 저 총각아

꼴춤은 게다 놓고 이 외나 받아 먹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집의 저 숫돌은 좋기도 참 좋아라

큰애기 옆눈질에 낫날 홀짝 넘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곤드레 맨드레가 늘어진 골짜기에

당신은 나물을 뜯고 난 꼴 베며 같이 가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야 요 연애는 솔방울 연애인지

바람만 간시랑 해도 금방내 똑 떨어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멀구 다래 따려거든 청서듥에 들어오고

이내 몸 만나려거든 후원 별당 들어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 넘어 꼴을 베는 우리 옆집 저 총각아

눈치가 있거들랑 이 떡이나 받아 먹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요놈의 요 총각아, 곁눈질을 좀 말아라

이 빠진 남박 그릇 돌들이 다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요 나를 따라오게, 날만 바로 따라오게

잔솔밭 한중허리로 곧장 나를 따라오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예쁜 꽃을 보자 하면 곱기는 참 고운데

가지가 하도 높아서 꺾지를 못하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머루 덩굴 다래 덩굴 탐스럽게 열렸다만

우리는 키가 작아 따먹지를 못하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낚싯대를 딸딸 끌고 개울가로 갈 터이니

싸리그릇 옆에 끼고서 뒤를 따라 어서 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요놈의 요 총각아, 좀 놓아라 치마 꼬리

당사실 금친 치마 콩 튀듯이 튀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요놈의 요 총각아, 내 손목을 좀 놓아라

거품 같은 요내 손목 금방내 얼그러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고양산 말랑이에 징 장구를 올려놓고

처녀 총각 다 오라고 만리장단(萬里長短) 울린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담 넘어 울을 넘어 꼴을 베는 저 총각아

꼴 베기 싫거들랑 내 옆으로 어서 오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한 길 넘는 담을 넘어 나물 뜯는 저 처녀야

눈치가 있다면야 이내 당장 따라오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족집깨 네 발 쇳경 내가 사다 줄 것이니

당신의 이마 눈썹 곱게곱게 길러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열두 칸 부시쌈지를 칸마다 질러 놓고

둘째오빠 녹두방정에 모두 틀려 먹었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떴다가 감은 눈은 정 들자는 뜻이구요

감았다 뜨는 것은야 날 오라는 뜻이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지게를 만들 때는 나무 하잔 말이구요

총각 색씨 걸어갈 땐 정 들자는 말이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주까리 동백꽃아, 제발 열지 말아다오

산골의 규중처녀 일손이 뜨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주까리 산추동박아, 너 열지를 말아다오

산골의 큰애기들 줄줄이 난봉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이 불라치면 지화(紙貨) 바람 불어대고

풍년이 질라면은 인풍년(人豊年)이 들어주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작년 같은 흉년에도 이밥 먹고 살았는데

올 같은 색씨 풍년에 장가 한 번 못 가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낮으로 만나거든 남 보듯이 하시고요

밤으로 만나거든야 임 보듯이 하여 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 건너 까칠 복상 털 벗으면 곱지만은

중 처녀 허리 맵시는 가늘어야 곱다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공산명월 비 삼십은 끝발 높아 참 좋고요

열칠팔 세 먹은 색씨 나이 어려 참 좋드라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네가 먼저 살자 하고 내 손목을 잡았었지

내가 먼저 살자 하고 계약 도장 찍었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몰운(沒雲) 동천 광산 허가는 다달이도 나건마는

촌색씨 잠자리 허가 어찌 그리 아니 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 읍내 백 모래터 비 오나 마나구요

어린 가장 품 안에선 잠자나 마나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것을 잘 길렀다 낭군을 삼느니는

솔씨를 뿌렸다가 정자나 삼을라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호랑 계모(繼母) 어린 신랑 날 가라고 하더니만

삼베 질삼 못 한다고 날 가라고 쫓아내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능촉단 능라삼팔주 나를 감지 말아 주게

대장부 긴긴 팔로 이내 나를 감아 주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 칸 저 칸 미닫이문 달이 저리 밝았는데

우리집 저 낭군은 내 방 어찌 오시려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동박 따러 간다 하고 동박꾼을 되뇌더니

동박나무 밑에서는 시집갈 궁리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팔 십육 소녀인데 나이가 적소이까

남은야 부모 동갑에 외손자를 보았는데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김도령 이도령이 여기 다들 모였건만

마음 가고 뜻 가는 덴 단지 한 곳뿐이로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집의 김도령이 떠다준 오복수(五服壽)가

댕기가 때도 안 묻어 합사주(合四柱)가 도착했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노랑 저고리 오실 앞에 줄줄이도 맺힌 눈물

뉘 탓이냐 내 탓이냐, 중신애비 탓이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잘 살고 못 사는 건 우리 둘의 분복(分福)인데

중신애비 원망은야 아예 하지 말자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 건너 저 묵밭은 작년에도 묵더니만

올해도 날과 같이 또 한 해를 묵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라버니 장가는요 명년에나 가시고요

검둥송아지 툭툭 팔아 시집 먼저 보내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노랑저고리 진분홍 치마 받고 싶어 받았나요

부모님 말 한 마디에 울며불며 받았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노랑저고리 앞섶에다 계약서에 도장 찍고

말 한 마디 잘하면은 백년 언약 한다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 부모 날 기를 때 금옥같이 하더니만

외딴 골목 절벽 밑에다 왜 나를 주었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술은야 매일장주(每日長酒) 잡수신다 하더라도

천금 같은 부모 혈육 부디 조심 하여주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못 먹는 술잔을랑 날 권하지 마시고요

후원 별당 잠든 큰애기 나에게나 권해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짓구땡이 삼년에도 장땡 한번 못 잡더니

처가살이 삼 년인데 웃방 잠을 못 잤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라버니 장가는요 별반 늦지 않았구요

내가 시집 가는 것이 벌써 한참 늦었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심화(心花)야 저 봉접(蜂蝶)아, 네가 자랑 하지 마라

낙화가 된다면은 혼사(婚事)도 되느니라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라

 

영월 땅 청천에는 딸을 주지 마세요들

담배 순 치느라고 생골머리 앓는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예수나 믿었더면 천당에나 갈 것인데

이웃 색씨 믿다보니 낭패 중에 낭패났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삼베 질삼 무명 질삼 주야장천 하다가는

나는야 쪽두리 쓰고 시집가긴 다 틀렸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동나무 자두나무야, 너는 어서 빨리 커라

큰 애기 시집 갈 때 오동 장농 짜 주련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 엄니 나를 길러 한양 서울 준댔지요

한양 서울 못 줄망정 잘 골라서 보내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허공중천 달 뜬 것은 내 보기나 좋지마는

큰애기 맘 들뜬 것은 참말 차마 못 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첩첩산중 참매미는 소리나 듣기 좋지

다 큰 애기 한숨소리 정말이지 못 듣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집가고 장가가는데 홀기(笏記)는 왜 부르나

둘이서 정 깊으면 백년해로 하는 거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 설고 물도 선데 무엇 하러 여기 왔나

임자 당신 하나 바래 내가 여기 와 있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사랑인지 안방인지 나는야 몰랐더니

잠자리를 하고 보니는 맨 봉당이 거기로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마당 웃전 수삼대궁 다 늙고 늙더라도

우리집 낭군님은 본시 늙지 말아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십오야 밝은 달은 운무중(雲霧中)에 놀고 있네

백옥 같은 우리 임은 어데 가서 놀고 있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 임의 품 안이야 그 얼마나 좋은지요

밥 먹다가 깜빡해도 꿈속에서 선몽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은 불수록에 점점 더 추워지고

정든 임은 볼수록에 깊은 정만 더 드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베개가 높거들랑 내 팔을 베고 눕고

아슬아슬 춥거들랑 내 품 안에 들어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의 칡구랭이는 온 산천을 다 덮는데

당신과 나 사이는 왜 이렇게 무정한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 죽고 내가 살면 무슨 영화 보겠나요

호박잎 모인 이슬에 둘 다 빠져 죽읍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총각 낭군 좋다 하고 기뻐하고 즐겼더니

따라가 보니까는 가시밭길 눈물일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동산 딱따구리 아침 저녁 울리는데

우리집 쥔 양반은 요다지도 왜 저런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머루 다래 딸려거든 청서듥에 가시고요

유정한 임 만나실라면 한 이불 속 오시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기저기 앉은 저이 우리 임과 똑같은데

호박줄 넌출넌출 나는 차마 못 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참베같이 연한 몸에 매를 대지 마시고요

한 파수에 한 번씩만 날 타일러 주시어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늘같이 약한 이 몸 매를 대지 마시고요

사흘에 한 번씩만 날 타일러 주시기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한치 뒷산 곤드레딱죽 이내 맘만 같더라면

올 같은 흉년에도 새 봄 다시 살아나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네 팔자나 내 팔자나 이불 담요 깔겠는가

마틀마틀 장석자리 깊은 정만 들자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실안개는 산허리로 돌아들고

정든 님 두 긴 팔은 내 허리를 감아도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공산명월 온달같이 희고 밝지 마시고요

운무중(雲霧中)의 반달같이 은은히나 비쳐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건너다가 보니까는 예쁜 도화 꽃이더니

곁에 온 걸 보니까는 기다리던 임이로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네 죽던지 내 죽던지 무슨 야단 나야겠네

새로 든 정분으로 내 뼛골이 살짝 녹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나뭇가지 앉은 새는 바람 불까 염려구요

당신하고 나하고는 정 떨어질 염려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청송아리 변하면 변하겠지만

당신하고 나하고는 변할 수가 아주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동박나무 높은 가지 내가 휘어 줄 것이니

내 옆에 바로 있다 당신이 열매 따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너는요 누구지요, 이내 몸은 누구인가

성만은 달랐지만 한몸이 아닌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옥양목 중우 적삼 첫물에나 제일 좋고

총각 처녀 좋은 날은 첫날밤이 가장 좋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밥에 고기 반찬 맛을 몰라 못 먹는가

사절치기 강낭밥도 맘 편하면 되지 않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태산이 무너져서 평지 되기 쉽지마는

우리 둘 깊은 정이야 변할 수가 있는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어머니 잔소리는 독하기가 비상(砒霜) 같고

우리 임의 잔소리는 달콤하기 꿀맛 같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십년 묵은 장독에는 군물이 돌면 돌지

너하고 나하고는야 맘 변할 수 있겠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닷물 꽝꽝 쪼여 소금물이 되면 됐지

우리 둘의 정분이야 변할 수가 있겠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수야 경칩에는 대동강 물 풀리고요

우리 임의 말 한 마디 이내 속이 다 풀리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말 못하는 담배 한 대 내 심회를 푸는데요

말 잘하는 우리 낭군 나의 심회 왜 못 푸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연히 싫다더냐, 남의 말을 들었는가

당신은 날만 보면 생짜증을 왜 내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밥 먹기 싫은 것은 뒀다가나 먹는다만

임자 당신 싫은 것은 백년 천년 원수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치암 절벽 신작로도 잘 닦는데

말 잘하는 그대 당신 왜 내 속을 못 닦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사귀지 못할 낭군은 금전꾼 낭군일세

노다지만 캔다면은 떠나간 곳 아주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니가 죽든 내가 죽든 무슨 야단 나야 하네

요렇게 매정스러워 어찌 함께 살 수 있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논두렁 밭두렁에 핀 꽃도 꽃이지만

오다 가다 만난 임도 우리 임은 임이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밥 한 냄비 달달 볶아서 간난 아비 드리고요

간난이와 나하고는 저녁 굶고 잠들어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전보 줄 끊어진 건 철사로나 잇지마는

우리 둘 정 떨어진 건 무엇으로 이을라라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네가 죽고 내가 살면 한오백년 사는가요

한강수 깊은 물에 빠져서나 죽자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서울에 종로 네거리 솥 때우는 저 아저씨

우리들 정 떨어진 건 왜 못 때워 주시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총각의 낭군이야 하도 좋다 하였더니

우리집 영감 잡놈도 뒷머리를 땋았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가리왕산 갈가마귀는 까왁까왁 우짖는데

정든 님 몸의 병은 점점 자꾸 깊어 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사절치기 강남밥은 오골박짝 끓건마는

우리 임은 어딜 가려고 보선 신발 하시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영감아 저 꽂감아, 나의 말을 잘 들어라

보리방아 품을 팔아 떡을 해다 줄 것이니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은 나 알기를 흑싸리 껍질 안다 해도

나는야 당신 알기 공산명월 안답니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산의 살구꽃은 보니는 필락말락

우리들 깊은 정은 들락말락 하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이 날만치만 내 생각을 한다면은

오동지 섣달에도 진달래가 피어나죠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의 저 꾀꼬리 음성도 참 좋구나

우리 임 음성과는 어쩜 그리 비슷할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꽃 본 나비 물 본 기러기 탐화봉접 아니더냐

나비가 꽃 보고서 그냥 갈 수 있으리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은 거기 있고, 나는야 여기 있어도

말 한 마디 못 전하니 수천리요 수만릴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돌담 넘어 밭 한 뙈기 건너가면 되련마는

얼키고 설키었으니 수천 리가 아니던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고기 무는 꼬내기는 납작돌 밑 숨어 있고

정든 님 꼬내기는 나 여기에 이리 있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개울가에 포름포름 날 가자고 하더니만

온 산천이 아우라져도 종무소식이로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녹음에 방초(芳草)는야 연년이나 오건마는

한번 가신 그대 임은 왜 아니 오시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 한 가지 꺾으면은 나오신다 하더니만

울 한 폭 다 꺾어도 종무소식 웬일인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공동묘지 장승배기야 말 좀 물어보자꾸나

임 그리워 죽은 무덤 몇몇이나 되던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이 하도 고와 뒤돌아다 보았는가

임자 당신 보고 싶어서 뒤돌아를 보았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담뱃불 번득번득에 임 오시나 했더니만

그놈의 개똥불이야 나를 또 속였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꼴뚜바우 중석(重石) 허가는 다달이도 잘 나는데

처녀 총각 잠자리 허가 왜 이리도 아니 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그대 당신 임자 때문에 병이 든 이내 몸이

인삼녹용 패독산(敗毒散)도 무슨 소용 있으리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은 나를 보면 본 척 만 척하였어도

나는야 당신을 보니 정말 환정(歡情)하겠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군청 농업기수(農業技手) 명사라고 하더니만

촌색씨 호구 조사는 어찌 아니 나오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타리 밑 조는 닭은 모이 주면 금방 오지

저 건너 큰 애기는 무엇 주면 오시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창 밖은 삼경인데 보슬비가 내리고요

우리 둘의 이 마음은 두 사람만 안다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새 정분이 날이 밝아 흡족치 않았는데

옷소매 움켜쥐고서 다시 올 날 또 묻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꼬치밭 한 고랑도 못 매는 저 여자가

이마 눈썹 여덟 팔자로 잘도 잘도 가꾸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가는 허리 고운 맵시 눈에도 삼삼하고

정든 임 음성 자취는 두 귀에 쟁쟁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떨어진 동백꽃은 낙엽에나 쌓이지요

잠시 잠간 임 그리워서 나는 정말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기 가는 저 여자는 뉘네 집 병모님 딸

여덟팔자 걸음걸이 뼛골 살살 녹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기 가는 저 여자의 걸음걸이 잠깐 보게

씨암닭 걸음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그대 당신 사모하다 골수 깊이 든 중병을

화타 편작 치료한들 일어날 수 있겠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천지운기 눈 비 올라면 땅에 누기 생기더만

눈도 비도 다 오는데 당신은 왜 못 오시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기 가는 저 여자는 뉘 병모님 딸인가요

얼음판 건너갈 적 욜그랑살그랑 걷어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에 올라서서 임 생각을 하노라니

풀잎의 마디마디 찬 이슬이 맺혀 있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에 비친 반달 구름 없는 탓이고요

촌여자 신멋 든 건 남편 없는 탓이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편편 약질 편편 약질에 병이나 든다면은

당신의 속적삼 벗어 내 가슴에 덮어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삼 사월 긴긴 해는 점심 굶어 살겠지만

동지섣달 긴긴 밤이야 임 그리워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물 없는 강바닥에는 큰아기가 놀기 좋고

그대 없는 방바닥에는 아기 놀기 참 좋아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못 먹는 소주 약주 날 권하지 말아줘요

별당에 잠든 처녀 나를 나를 권해주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말라는 궂은비는 구질구질 자꾸 오고

오시라는 정든 님은 귀에만 뱅뱅 돈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무정한 저 기차야, 소리 말고 달리거라

산란한 이내 마음 더더욱 산란하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저 건너 떡갈잎이 지화(紙貨) 쪽 같다 하면

우리 임 오시는 길에 쌍철(雙鐵)을 대놓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공산명월 해 달같이 둥그렇게 밝지 말고

우리도 반달같이로 은은하게 잘 놉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허공 중천 뜬 저 달은 임 계신 곳 알건마는

나는야 어이해서 임 계신 곳 모르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올라가며 내려가며 기침 소리 들렸네만

웃 눌리고 알 받쳐서 못 나가 보았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은 거기 있고 나는야 예 있어도

말 한 마디 못 전하니 수천리 수만릴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이 얼굴 잘 나 여중(女中)의 일색인가

내 눈이 침침해서 환장을 하였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깊은 산 저 묵밭은 보둑밭 바라고요

이내 몸은 하루 바삐 임 오시기 바란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리랑 고개에다 정거장을 크게 짓고

정든 임이 오실 때를 기다려 주고 싶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청천 하늘 잔별 많은 건 구름 없는 탓이고요

요내 가슴 수심 많은 건 임이 없는 탓이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어서 될 일이라면 울어나 보겠지만

울어서 안 될 일을 어떻게 하겠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물살은 세고 세고, 사공은 약졸인네

언제나 저 배 건너서 우리 임과 상봉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벌과 나비 우리 임만 같다 하면

낙락장송 높은 남게 훨훨 날아 오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물 푸는 저 소리는 퐁드랑 퐁드르랑

우리 임 발자취는 다문다문 담상일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 창문 깔죽깔죽에 임 오시나 알았더니

요 몹쓸 골방쥐가 나를 다시 속였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수천 리 강산에다 철사줄을 늘여놓고

정든 님 그 소식을 앉아서 듣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허공 중천 떠나가는 건 반가운 밤보라매

우체국에 떨어진 건 정든 님 서신일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하늘을 쳐다봐야 별을 따지 달도 따지

정든 임을 만나야만 만단심회 풀어가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도 두 눈 있거든 내 얼굴을 바라봐요

도화같이 피던 몸이 철골(鐵骨)이 되었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황국 단풍 구시월에 들었구요

이내 몸의 속 단풍은 시시때때 든답니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수천 리 타향에다 정든 임을 보내놓고

전봇대 뚱딴지 조화 임 소식을 반겨 듣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이 내 생각을 날만치만 한다면은

가시밭 천 리라도 신발 벗고 오겠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란한 봄바람아, 네가 불지 말아다오

알뜰한 이내 마음 또 다시 산란하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나비 없는 이 강산에 꽃은 피어 무엇 하며

당신 없는 요 세상에 단장하여 무엇 할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이 불라 하면 봄바람이 불어주고

낭군님 오실라면 총각 낭군 오십시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봄볕이 너무 좋아 개울가에 나갔더니

총각 낭군 통사정에 물지게가 비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꿀보다 더 단 것은 진가루 설탕이요

초보다 더 신 것은 큰아기의 허리라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놈의 요 총각아, 내 손목 빨리 놔라

저 건너 간난 아버지 다 건너다 보고 있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색씨 색씨 할 적에는 총각의 원 풀어 줄걸

남의 집 가문에 드니 어떤 일도 할 수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누야 우리 올캐야, 말을 내지 말아 주게

삼밭 속 보금자리는 내가 미리 쳐 놓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보선 볼을 못 받는다, 날 가라고 하더니만

당신의 똬리 고이에 밥어미가 되었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딱따구리는 생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저 멍텅구리 뚫린 구멍 못 뚫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집에 김 도령아, 앞집에 이 도령아

세월이 가는 대로 내 집 한번 꼭 오시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리랑 고개 고개 열두나 고개인데

임자 당신 넘는 고개는 한 고개뿐이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잘 사는 시집살이 못 살게 해놓고는

뒷감당 못할 그대 왜 날 가자 하였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수수밭 삼밭을 다 그냥 지내 놓고서는

빤빤한 잔디밭에서 왜 이렇게 조르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타리 밑에다가 삼을 갈아 놓고서는

한 길 삼 오르거든 몰래 만나 보자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몰운 한치(沒雲汗峙) 금점 허가 다달이도 잘 나는데

유정님 잠자리 허가 왜 이리도 아니 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우라지 건너 갈 땐 아우라지이더니만

가물재 넘어갈 때는 가물감실 하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원앙금침 잣베개는 저녁마다 베련마는

대장부 긴긴 팔은 그 언제나 베게 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 달에 못 가면은 훗달 가도 좋을 텐데

왜지요, 나를 붙잡고 통사정을 하는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에미 이 잡년아, 잠이나 깊이 들어라

아리랑 보따리 따라 난질(亂膣)을 가려 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보면서 못 먹는 건 그야말로 화중지병(畵中之餠)

잘난 것 못 보기는 남의 집의 유부녀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들딸 손 보려고 산제불공(山祭佛供) 드리지 말고

야밤 삼경 오신 손님 괄세를 하지 마라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놀다가 노랑북새는 내가 감당 할 거이니

저기 저 달 둥실 뜨도록 놀다나 가시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간난 아비 길 떠난 줄 번연히 알면서도

간난 아비 어데 갔느냐 왜 이리도 자꾸 물어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해와 달은 오늘 져도 내일이 또 오련마는

임자 당신 오늘 가면 그 언제나 오시려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타리 밑에다가 우리 임을 세워 두니

아랫목 홋이불이 꼬갈춤을 추고 있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이 오실라면 초저녁에나 오시지요

날 새고 닭 우는데 무엇 하러 오셨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정선 읍내 은행나무 꾀꼬리 단풍 드니

꽁지갈보 데리고서 성마령을 넘읍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타리 밑에다가 칠성당을 모셔 놓고

본가장 죽으라고 백일기도 드리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육월 삼복지경 그다지도 추운가요

세살문 색 잡더니 산발 벌벌 떨리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읍내 일백오십호 잠을 몽땅 들여 놓고

임 호장(戶長)네 맏며느리와 성마령을 넘어가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수수밭 텃도지는 내가 물어 줄 거이니

보름달이 지새도록 놀다나 가자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정선읍내 물레방아 물을 안고 잘 도는데

우리집 나갔던 손님 돌아올 줄 왜 모르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백두산이 높다 한들 솔보득이 밑에 들고

여자 일색 제 잘나도 남자 품 안에 든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울타리 바싹하면 나오시마 하더니만

울 한 폭을 다 뽑아도 나오지 않으시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새로 한 시 오시라고 우데마끼 주었더니

일이삼사 모르시나 열두 시에 오셨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만 같다면야 변할 리가 있겠소만

정 하나에 두셋 볼랴니 안 변할 수 있으리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흰 댕기 착착 접어 서덕돌 밑 넣어놓고

본 남편 죽으라고 백년치성 드린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삼신산의 불로초도 풀은 풀 아니더냐

하룻밤을 자고 가도 임은 임이 아니더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 집 시어머니는 왜 이리도 약빨러서

울타리 밑 개구녁을 다 틀어서 막았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어머니 산소 자리 까투리 봉에 썼더니만

아들딸 낳는 족족 콩밭골로 가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어머니 산소 자리 까투리봉에 썼었는가

우리집 삼 동세가 줄난봉이 났네그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어머니 산소 자리 깨구리봉에 썼더니만

옆구리만 좀 찔러도 해딱 발딱 자빠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심심 산골 참매미는 말거미줄 원수고요

우리 둘의 젤 원수는 본가장이 원수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산이 덜컥 무너져 육지 평지 되더라도

당신하고 나하고는 반드시 꼭 살아보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동산 도라지꽃 바람에 나풀 뒤쳐지고

하이칼라 상투머리 내 손에 살짝 뒤쳐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보구래 연쟁기를 나 같다면 빌려줬지

알면서 달라는데 안 줄 수가 있다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형이야 우리 형아, 삼백구촌 우리 형아

아무리 하더래도 말을 내지 말아주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주먹감자 달달 긁어 통로구에 뎅그랑 놓고

된호박장 끓거들랑 감자 와서 잡수세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천지운기 비 올라면 땅이 눅는 법이구요

타관 객지 당신 올라면 삿이 척척해지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만리타국 가신 낭군 오늘 중에 오실라나

단속곳 가랭이에 누기 축축 채이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호랑담요 깔았는데 편편찮아 잠 못 들면

간난 아버지 타던 배라도 잠시 잠깐 빌려 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돈 닷돈 벌라 하고 콩밭골에 갔더니만

물명주 단속곳에 흙칠만 했습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저씨 참 나쁜 건 경상도 아저씰세

맛보라고 좀 줬더니 볼 적마다 달라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달룽 아제 찔룽 조카야, 불고지 동서 아니냐

속곳 벗고 달려드는데 골낼 놈이 누구더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밤중에 뜨는 샛별 초롱불로 삼아서는

더듬어 더듬더듬 우리 임 찾아 가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도 살랑살랑 구름도 몽실몽실

우리집 문전에는 우리 임도 살랑살랑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다가 가다가야 정든 임을 만났더니

하도야 반가워서 우뚝히 절로 섰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리 오게 저리 오게나, 내 옆으로 오시게나

수삼년 그립던 손목 다시 잡아 보자꾸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행주치마 똘똘 말아 옆옆이 옆에 끼고

산 높고 골 깊은 데 임 상봉 가보자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홑초마 밑에다가 소주병을 달아매고

오동나무 밑으로 임마중을 어서 가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만반진수 차려놓고 날 오라면 오겠는가

꽃 같은 임 바래서 나 여기 왔더이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만반진수 차려놓고 날 오라면 오겠소만

거미 같은 임 바라서 여기 내가 왔소이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설중의 저 매화가 몽중에도 피더니만

당신을 만나기는 천만 의외 아니런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이 날만치만 내 생각을 한다 하면

가시밭길 천리라도 신발 벗고 달려오리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동산 갈밭에다 불을 냅다 질러 놓고

불끄러 간다고서 임을 보러 간다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열두 칸 뒷마루에 해 비추기 쉽다지만

당신이 우리집 오기 천만 의외 어려워라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금전이 중하거든 네 멋대로 저리 가고

사랑이 중하거든 날만 따라 이리 오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늘 갈지 내일 갈지 정수정망(定數定望) 하나 없네

맨드라미 줄봉숭아는 왜 저리도 심어 놨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겠는가

정 들이고 가시는 임 가고 싶어 가겠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해와 달도 삼재 들면 일식월식 하는데요

정든 님 마음절인들 안 변할 수 있는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일락서산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겠는가

날 버리고 가시는 임 가고 싶어 가겠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세월이 다 가고서 임이 마저 간다 하면

이 세상 한백년을 누굴 믿고 살아가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은 그냥 왔다 그저 간 듯 하네마는

삼혼칠혼(三魂七魂) 맑은 정신 뒤를 따라 간다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부모동기 이별할 땐 눈물 짤끔 나더니만

그대 당신 이별하자니 저 하늘이 팽팽 돈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 님과 천 질 만 질 떨어져서 살지마는

한 질 된 임 떨어져선 정말 나는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내가야 왔다갈 적에 서강(西江) 물이 불거들랑

고향산천 이별할 적에 울고 간 줄 알아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해와 달이 오늘 져도 내일이 또 오련만

임자 당신 오늘 가면 언제나 또 오려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멀구 다래 떨어진 데는 꼭지라도 있지 않나

정든 님 왔다 가신 덴 자취도 하나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달에 못 만나면 새달에나 만나보나

조양강 강변에서 날 잡고 왜 탁난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가는 님 가는 허리 한아름에 끌어안고

죽여라 살리어라 생사결단 왜 하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냇물은 돌고 돌아 한 바다로 흐르는데

이내 몸은 돌고 돌아 정선으로 다시 왔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간다는 갈왕(往) 자는 당신이 가져 가고

오신다는 올래(來) 자는 나에게나 두고 가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은 손발 없어도 나뭇가지 흔드는데

그대 당신 양손 있어도 임을 잡지 못하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데려갈까 모시고 갈까, 안고 지고 품고 갈까

헐 수 할 수 없는지라 울고만 슬피 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내가야 왔다 간 뒤 도랑물이 불거들랑

내가야 왔다 간 뒤 울고 간 줄 아시라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늘 왔다 내일 온다면 난 안 따라가겠지만

오늘 갔다 모레 온다면 나는야 따라가리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돈이라고 생길라거든 날구장창 생겨나고

님이라고 생길라거든 이별 없이 생겼으면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갈 적에 가더라도 간다는 말 하지 마라

간다 간다 간단 소리에 온갖 정 다 떨어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간다지 못 간다지 얼마나 울었나요

송정암(松亭岩) 나루터가 한강수 되었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이 저리 고와 되돌아를 보았나요

어린 낭군 가련해서 되돌아를 보았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강산이 저리 고와서 되돌아다 보았나요

임 살던 곳이래서 되돌아를 보았네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떡깔잎을 그리 띄워 님 소식을 안다 하면

임 오시는 천리길에도 임 마중 당연 가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꼭대기 도라지꽃 바람에 팽팽 돌고

총각 색시 이별하면 눈물이 팽팽 도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에 뭇새들도 벗들이 다 있는데

임 가고서 내가 살면 무엇을 한다 하리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하룻밤 맺은 정을 끊지 못해 우는구나

능라도 수풀 속에 봄비가 철철 온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무정한 저 기차야, 소리 말구 지나거라

산란한 이내 마음 더더욱 산란하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노소 없는 앞산 기러기 서상강에 돌아들고

임자 없는 이내 와다시 빈방 안에 돌고 도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가는 데 가는 쪽쪽 정 들여나 놓고서는

이별이 잦고 잦아서 차마 나는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초목 푸르러서 가시던 우리 임은

백설이 휘날리는데 어이 아니 오시나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금전을 준다 해도 세월은 못 사나니

알뜰한 중한 세월 허송하지 말읍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먹고 살 재산 없다 탄식은 하지 말고

힘대로 힘대로 일해 오붓하게 살아보세

아리랑 아리랑 얼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겹쳐진 허리에다 지게태장 싫어지면

떠돌이 한 백년에 빌어서나 먹게 되네

아리랑 아리랑 절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청춘도 늙기 쉽고 늙으면 죽기 쉽지

호호백발 되기 전에 부지런히 일들 하세

아리랑 아리 아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배달의 동포들아, 굶주리지 마시게들

힘대로 힘대로 일해 자수성가 하여보세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보명석자 허리 맺다고 흉보지 마시오들

십여 명 식솔들이 이 덕으로 살아가네

아리랑 아리랑 쓰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세월이 간다 간다 한탄들 하지 말고

나이 하나 젊었을 때 잘 살아나 보십시다

아리랑 쓰리랑 아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매어 주게 매어 주게, 김이나 매어 주게

오늘날 못 다 맨 김 모두 다 매어 주게

아리랑 쓰리 아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곤드레 딱쭉이는 내가 뜯어 줄 거이니

참나무 참도들치는 그대 당신 뜯어가게

아리랑 절쑤 아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꼴 베는 저 총각은 꼴을 베러 산에 가고

저녁 할 여자들을 저녁 하러 집에 가소

아리랑 얼쑤 아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살개바우 노랑차조밭 어느 누가 맬 거인가

비 오고 날 개는 날 단둘이서 매러 가세

아리랑 얼쑤 쓰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석새베에 노랑치마를 오바삼아 두르고서

낫자루 호밋자루를 만년필로 써보세나

아리랑 절쑤 쓰리랑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댁 시어머니는 정말이지 꾀주머니

잠자는 척을 하면서 생코만 잘도 고네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집온 지 사흘만에 바가지 장단 쳤더니만

시아버지 나오시더니 엉덩이춤 잘도 추네

아리랑 쓰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하두나 심심하여 정선아라리 불렀더니

시어머니 녹두방정에 어린아기 다 깨었네

아리랑 아리랑 절쑤 나를 넘겨 주게나

 

시아버지 죽어지니 사랑 넓어 좋더니만

시어머니 죽어지니 안방 넓어 더 좋구나

아리랑 아리랑 얼쑤 나를 넘겨 주게나

 

시어머니 죽어지니 안방 넓어 좋더니만

보리방아 물 줘노니 시어머니 생각나네

아리랑 쓰리랑 얼쑤 나를 넘겨 주게나

 

시아버지 죽어지니 사랑 넓어 좋더니만

자리에 날이 터지니 시아버지 생각나네

아리랑 쓰리랑 절쑤 나를 넘겨 주게나

 

양인이 대작(對酌)하야 심화가 화(和)하노니

일배에 다시 일배 또 한잔을 먹겠구나

아리랑 지화자 좋아 나를 넘겨 주게나

 

유전자 무전자라, 사람 괄세 말아 주오

인간세계 부귀영화 돌고 돌고 다시 도네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우라지 저 강물이 소주 약주 같다면은

오고 가는 저 친구들 모두 내 친구일세

아리랑 지화자 좋네 나를 넘겨 주게나

 

친구는 남이련만 왜 이다지 다정하냐

한시라도 못 보면은 그리워 나 못 살겠네

아리랑 열두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다는 다 마르면 밑이나 볼 수 있지

사람의 저 마음은 죽어서도 모르겠네

아리랑 열두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술잔에 엉킨 친구 속마저도 똑같다면

세상살이 의론하면서 수작이나 하여 보리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도록 가지마는

금전으로 사귄 정은 잠시요 잠깐이네

아리랑 에헤라디야 나를 넘겨 주게나

 

일 년에 열두 달을 품팔이를 하였다만

고 몹쓸 화류계한테 다 알기고 말았구나

아리랑 에헤라디여 나를 넘겨 주게나

 

돈 쓰던 남아라도 돈이 다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 맞은 국화로다

아리랑 쓰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놉시다 잘 노잔다, 젊어 젊어 놀아 보세

나이 많고 병이 들면 못 노나니 놀아 보세

아리랑 고개나 고개루 나를 넘겨 주게나

 

놀다 가요 놀다 가요, 자다 가요 자다 가요

그믐에 초성달이 다 뜨도록 놀다 가요

아리랑 지화자 좋구나 나를 넘겨 주게나

 

삼수갑산 등칠기는 알글당글 다 지는데

우리 노는 좌석만큼은 앙글당글 안 지는가

아리랑 얼씨구나 좋지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가 살고 살면 한 오백년 살아가나

살아 생전 술담배 먹구 놀다가나 죽으세나

아리랑 얼씨구나 좋네 나를 넘겨 주게나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이름 좋아 산옥(山玉)이냐

술상 머리 부르기 좋아 산옥(山玉)이라 하였느냐

아리랑 절씨구나 좋지 나를 넘겨 주게나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지어 놓았으니

만지산 전산옥(全山玉)이야 술상이나 차려 놓게

아리랑 절씨구나 좋네 나를 넘겨 주게나

 

동지섣달 문풍지도 늴리리 소리내니

여기 모인 여러분들 한 마디씩 노래하게

아리랑 얼씨구 절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겉눈을 실쩍 감고야 속눈으로 보니까는

대관령 성황님도 좀 쉬었다 가자신다

아리랑 절씨구 잘한다, 나를 넘겨 주게나

 

곰곰잿말랑 둥둥잿말랑, 새 밭을 파지 말고

낭군님 데리고서 화전놀이 함께 가세

아리랑 얼씨구나 좋다, 나를 넘겨 주게나

 

미꾸라지 생선국은 소주 약주 참 좋고요

간드레불 밝아서는 노다지를 캐기 좋네

아리랑 좋구나 좋아, 나를 넘겨 주게나

 

놀다가 자다가들 정이 나 저물거던

가진접 초롱에다 불이나 밝혀 줌세

아리랑 스무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늘밤 저 달은야 뚜렷이도 반달인데

보름달 다 되도록 실컷이나 놀다 가세

아리랑 잘한다 좋구나, 나를 넘겨 주게나

 

막걸리 육백 잔에 십이원 팔전인데

아주머니 한잔 못 권코 나 혼자서 다 마셨네

아리랑 좋아요 얼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삭정이를 똑똑 꺾어 군불을 때고 때서

중방 밑이 노룻노룻 탈 때까지 놀다 가세

아리랑 좋구나 절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술집에 큰 애기를 깊은 정에 두었더니

찬물을 달라 하여도 청주만을 따라 준다

아리랑 절씨구나 좋네, 나를 넘겨 주게나

 

화류계 저 여자가 사람이 된다 하면

짐을 실은 당나귀가 나무에 오르겠네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술은야 술술이도 잘도야 넘어가고

찬물에 냉수는야 중치가 메는구나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기역에 니은 디귿은 국문 토의 받침이요

술집 갈보 열 손가락 술잔의 받침일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옥(山玉)이 두 팔은야 객주집의 벼개구요

붉은에 입술은야 놀이터의 술잔일세

아리랑 지화자 얼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저 건너 저 산들이 내 돈더미 같았으면

이 세상에 갈보 정담은 다 내가 하겠구나

아리랑 아라리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때리고 부수고 놀기, 술상머리 참 좋고요

안고 지고 놀기 좋기는 큰애기의 방이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 나를 넘겨 주게나

 

이십 공산 삼십 오동아, 팔팔 일어 제쳐다오

일년에 열두나 달 품판 돈 다 올라간다

아리랑 아리랑 난실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술집에 갈 적에는 술 먹자고 왔더니만

한 마디 객담하자고 내가 이리 왔겠는가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에 불리워서 흔들리는 삼대같이

정들고 못 살기는 화류계의 여자로다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리랑 고개에다 정자각을 지어놓고

오시는 임 가시는 임 들렀다가 가게 하세

아리랑 아리랑 얼씨구 나를 넘겨 주게나

 

맹건 당줄 늘어진 걸 보니는 서울 양반

말 한 마디 시켜놓고 보니까는 시골 양반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동나무 팔모반에 유리잔을 놓아두고

너하고 나하고는 동배주나 하여 보세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술은야 안 먹자고 맹서를 하였더니

술잔 보고 주모 보니는 또 한잔을 먹네그려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동나무 팔모반에 사기잔을 놓았으니

가는 손 오는 손님들 만족히나 들고 가요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청국(淸國) 전쟁 돈 재물은 빚지고 살더라도

못하는 정선 아라리 빚을 지고 살겠나요

아리랑 고개나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돈 많고야 벽창호는 누구나 다 싫다 해도

김서방 노인 건달은 나는야 정말 좋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수수하게 차리재도 한나절 품 드는데

보기 좋게 차리자니 해동갑을 아니 할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미창 아래 서천명월(西天明月)아, 술 한 잔 부어봐라

오복수 들가방에 돈이 마구 쏟아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잔돈푼이 아쉬워서 술 한 잔을 팔았더니

동네사람 우주왈 공론 명월관이라 부른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천 질아 만 질아, 망치품을 팔아서는

갈보년들 홍초마에다 다 쏟아 넣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뚝 떠나세 뚝 떠나세, 뚝 떠나 가십시다

용산 상기 배 떠나듯 뚝 떠나 가십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신발 벗고 못 갈 곳은 참밤나무 밑이고요

돈 없이 못 갈 곳은 행화촌(杏花村)이로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술 잘 먹고 돈 잘 쓸 땐 금수강산 격일러니

술 못 먹고 돈 떨어지니 적막강산이로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가 살고 살면 한 오백년 살고 사나

남이 듣기 싫은 소리 하지 말고 살아가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말 잘하는 소진 장의도 실수할 때 있으려니

젊은 청년 우리들이 실수를 안 하겠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네 잘 났니 내 못 났니, 인물 다툼 하지 말고

노랑전 한두 푼이 지가 정말 잘 났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못 살겠네 못 살겠네, 나는야 못 살겠네

임 그립고 금전 그리워 나는 정말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역발산 기개세하는 항우(項羽) 같은 장사님도

금전이 없다 하면 무슨 소용 있겠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세월아 나달 봄철아, 오고가지 말아 다오

알뜰한 이팔청춘이 다 늙어를 가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세월아 갈철 봄철아, 오고가질 말아다오

알뜰한 이내 청춘 다 늙어를 가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무정한 저 세월아, 오고가지 말아다오

알뜰한 청춘 남아가 다 늙어를 가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세월이 갈려면은 저 혼자나 가고 말지

알뜰한 청춘을 왜 다리고서 흘러가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씨야 명창 소리에 봄 새소리 들리는데

이삼사월 봄 한철은 청년만 다 늙어가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국화 매화 곱고 고와도 춘추단절(春秋短節) 아니더냐

여자 일색 지가 고와도 삼십 미만이로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태산이 높고 높아도 소나무 밑이구요

여자 일색 지가 잘나도 삼십 밑 아래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갈 적에 보니까는 젖 먹던 아이더만

올적에 보니까는 신부 감 다 자랐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의 초목들은 다 늙어 가더래도

내 청년 일신만큼은 당대 늙지 말았으면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월미봉(月尾峯) 살구나무도 고목 덜컥 되고나면

오던 새 그 나비도 되돌아서 가겠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산천초목 황국단풍 연년이나 곱게 들고

이팔청춘 우리 인생 해마다 더 늙어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원수 백발 오지 마라고 가시 성을 쌓았더니

몹쓸 놈의 원수 백발 앞을 질러 먼저 왔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인생이 부득이라 갱소년(更少年)하였더니

몸은 비록 늙었네만 마음조차 늙었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새끼줄 백발은요 끊어서나 쓰지만요

늙은이 백발은요 쓸데가 아주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백발이 되는 것이 잠시 잠깐 아니더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까마귀 까악 짖거던 내 병든 줄 아시고요

낮선 사람 오거들랑은 내 죽은 줄 아시게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나이 많은 노인들은 상사(喪事)날까 염려구요

나이 젊은 청춘들은 백발 될까 염려일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기름불은 꺼질라고 가물감실 해쌓는데

기름수대 가지러간 새 그대 당신 죽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짐승의 괴물은요 고슴도치 아니던가

인간의 괴물은요 늙은 영감 아니런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높은 산 정상 말랑에 단독으로 섰는 나무

날과야 같이로만 외로이도 서 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바람이 불고 불어 쓰러진 저 나무는

눈비가 오신다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명사십리 해당화는 명년이면 피지마는

한번 가신 우리 임은 그 언제나 다시 오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나비 없는 이 강산에 꽃은 피어 무엇 하며

임 없는 이 강산에 돈은 벌어 무엇 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이 진다 슬퍼 마라

공동묘지 가신 낭군 명년에도 못 온단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부령 청진(富嶺淸津) 가신 낭군 돈 벌면 오지 않소

공동 산천 가신 낭군은 그 언제나 다시 오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짝이 없는 기러기는 조양강(朝陽江)에 돌아들고

임이 없는 이내 몸은 빈 방에서 돌고 도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짝이 없는 뻐꾸기는 솔밭 밑에 다시 돌고

임이 없는 이내 몸은 빈 방 안에 도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일본 동경 가신 낭군 돈 벌면 온다지만

만첩 산천 가신 낭군 그 언제나 다시 오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백년을 살더래도 삼만육천 날뿐인데

그 동안을 사느라고서 고생고생 하였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사람이 못났으면 금전이나 많았거나

사람이 못나고 보면 금전조차 왜 없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물 한 동이 여다 놓고 물그림자 보자 하니

촌살림 하고 있기는 정말이지 원통하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살다가 살아가다, 내가 다시 못 산다면

한강수 깊은 물에 빠져서나 죽자꾸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국화와 매화꽃은 몽중에도 피건마는

이내 신세 요렇게 되긴 정말 천만 의외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놀다가 죽어져도 원통하다 말하는데

일하다가 죽어진 인생 더 할 말이 있겠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일년 자란 감자 포기도 삼재팔난(三災八難) 다 겪는데

우리네 같은 인생 무슨 격란(激亂) 못 겪겠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동박은 떨어지면 낙엽에나 쌓이네만

이내 몸은 어디로 돌아 임 품안에 싸이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강물은 돌고 돌아 바다로나 흐르건만

이내 몸은 돌고 돌아 어디로나 흘러가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갈 곳은 수천리요, 해는 져서 어두운데

이내 몸은 누굴 따라 어디러로 가야 하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월매 딸 춘향이라면 열녀비나 세우련만

우리네 무슨 짓 한들 열녀비가 서겠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하고 나하고야 못 살게 된다면은

양잿물 폭 타 놓고서 동배주(同盃酒)를 하여보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천리나 타향에서 벗어진 이내 몸이

의지할 곳 정 둘 곳으로 그대만 믿는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당신은 틀림없이 본처 있는 남아구요

이내 몸은 돌고 돌아 부평초가 아니더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이내 몸이 학이 되어 날개 위에 임을 싣고

천만리 훨훨 날아 눈물 없이 못 나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집살이 못하고서 친정살이 한다 해도

술 담배 아니 먹고선 나는 차마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강냉이밭 소리 소리, 얄미운 저 오소리

강냉이 한 자루를 다 파먹고 간 곳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춘추가 너무 많아 이내 몸이 늙었는가

곤궁한 살림살이에 검은 모발 다 세었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우라지 건널 때는 아울아울 아우라지

가물재 넘어갈 땐 가물재가 가물감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육칠월 감자 싹도 삼재팔란 다 겪는데

우리 정선 농투산이가 만고 풍상 안 겪겠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곤드레 개미추는 내가 뜯어 줄 거이니

참나무 뜨렁치는 그대가 날 뜯어 주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홰나무 저 동박아, 유절권 머리카락

가달가달 저 모습에 겉멋 잔뜩 들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동박지름 슬슬 발라서 윤택 나는 저 머리야

오복수 법당 댕기도 제멋이 들었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멀구 다래 딸라거든 청석골로 오시구요

이내 몸을 만날려면 뒷 삽짝에 들어와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세월아 갈라면은 저 혼자나 갈 거이지

알뜰한 이네 청춘을 왜 데리고 가려느냐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월미봉 살구나무 고목 덜컥 되더니만

오던 새 그 나비도 도로 다시 돌아간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늘 저녁 잠 못 잔 건 제사 지낸 폭 치고요

오늘 저녁 여러분 덕에 재미 실컷 놀아보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집 안 늙은이 진짜로 불쌍하지

네 발 베틀 차려놓구서 베짜다가 늙어 죽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실아실 꽃베루야, 야속하다 관음베루

지옥 같은 정선 읍내 십년 간들 어이 가리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강릉 춘천 원주에는 난리 파발 소식인데

정선골 이곳에는 아무런 소식 없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피나무단풍 구시월로 곱게 들고

이내 가슴 속 단풍은 시시때때 곱게 드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를 했더니만

보리방아 물 부으니 자꾸자꾸 생각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를 했더니만

나뭇단 줄어지니 생각이 절로 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삼신산 불로초도 풀은 풀이 아니더냐

하룻밤을 자고 가도 우리 임은 임이로세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뒷창문 깔작깔작 임 오는 줄 알았더니

요 몹쓸 새앙쥐가 또 나를 속으라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에미 이 잡년아, 잠이나 폭 들어라

아리랑 보따리 따라 내 살 길 찾을란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가시는 임 허리춤을 한아름에 끌어안고

죽여라 살려라 하며 생사 결단 하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앞 남산 딱따구리는 참나무 구멍 잘 뚫는데

우리집 저 멍텅구리 뚫린 구멍도 못 뚫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봄볕이 하도 좋아서 개울가에 나갔더니

총각 낭군 통사정에 돌베게를 베었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시누야 저 올케야, 말 내지 부디 마라

삼밭의 보금자리는 내가 쳐 놓았다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삼사월 긴긴 해에 세끼 굶곤 살겠는데

동지섣달 긴긴 밤에 임 없이는 못 살겠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가리왕산 실안개는 눈비 줄라고 돌지만은

이 산 두메 저 색시는 뉘 홀리려 돌고 있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아들 딸 손 보려고 산제 불공 드리지 말고

야밤 삼경 오신 손님 괄세를 하지 말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간난 아비 길 떠난 줄 번연히도 알면서도

간난 아비 어디 갔냐 묻길 왜 자꾸 묻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몰운 동천 물방아는 열두 공이 다 쓰는데

요내 청춘 멀로 생겨서 외공이도 못 쓰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우리집의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도 잘 가셨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났으니

영월 덕포 꽁지갈보야 술판이나 닦아 놓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못 먹는 술 한 잔을 내가 다 마셨더니

아니 나던 색시 생각 저절로 나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뜬 구름만 흘러가도

팔당 주막 들병장수야, 술판이나 차려 놓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석새베 곤방치마 이내 몸이 입을망정

네까짓 하이칼라는 내 눈 밑에 보인단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금도 싫고 은도 싫고 문전옥답 다 싫구나

만주 벌판 신경 뜰을 우리 조선 넘겨주게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삼십육 년 피지 못한 우리 꽃 무궁화꽃

을유년 팔월십오일 저리 곱게 만발했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사발 그릇 깨어지면 두세 쪽이 나지마는

삼팔선 깨어지면 한 덩이로 뭉친다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이북(以北) 산 붉은 꽃은 낙화되어 떨어져라

우리 조선 무궁화는 다시 피고 피어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앞 남산 호랑나비는 왕거미줄 웬수고요

시방 시체 청년들은 삼팔선이 웬수로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어요

 

동지섣달 문풍지는 늴리리만 불어쌓고

정선 읍내 병사(兵事) 가가리 청년들만 찾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한 짝 다리 덜렁 들어 연락선에 얹어놓고

고향산천 되돌아보니 눈물 뱅뱅 도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시게

 

만첩 산중 호랑이는 말고무줄 웬수구요

지금 시대 청년들은 삼팔선이 웬수라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한번 피는 감자꽃도 삼재팔난 다 겪는데

젊은 몸은 뭘로 생겨 만고풍상 다 겪는가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백두산 꼭대기에 태극기를 꽂아놓고

남북이 통일되기를 고대고대 기다리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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